광복 70주년입니다. 극장가에선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가 흥행하고, 국민들은 일본의 사죄여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8월 15일, 조국광복의 서광이 이 땅을 비춘 지 70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조국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민족공조를 내던지고 한미공조의 품에 안긴 박근혜 정부는 노골적인 흡수통일을 추구했습니다. 남북관계는 파탄지경에 이른 지 오래이며 온갖 비정상적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8.15 직후에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광복절의 노래는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고 노래하고 있지만, 남북으로 분단된 조국은 허리잘린 고통에 오늘도 신음하고 있습니다. 1945년 8월까지 우리민족의 제1화두는 “항일독립”이었다면, 지금 우리민족의 제1화두는 “조국통일”입니다. 독립만세의 환희는 조국통일이 달성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습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엄혹한 한반도의 환경에서, 어떻게 해야 조국통일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조국통일은 자주통일
조국통일을 이루려면 어떠한 입장에 서야 하겠습니까? 2014년, 박근혜 정부의 통일준비위원회는 “공영, 평화, 열린 통일”을 준비한다고 언급해 내외인사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외세와 공조하는 “열린 통일”을 이야기하면서 통일운동의 본연의 원칙인 ‘자주’의 원칙을 외면하였던 것입니다.
‘자주(自主)’는 스스로 주인이라는 뜻입니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본다면 “남의 보호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 일을 스스로 처리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이렇게 분단되어 막대한 분단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너무나 명백하게도 그것은 외세 때문입니다. 한반도 주변대국들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며 끊임없이 개입해왔습니다. 38선을 그은 것은 미-소의 외세였습니다. 38선 이남의 단독정부를 승인한 것도 외세였습니다. 1950년의 6.25전쟁도 외세의 개입없이 설명할 수 없습니다. 1953년 정전협정에서 약속되었던 한 급 높은 정치회담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외세의 농간과 개입으로 우리민족이 분단되었기 때문에, 조국통일은 무엇보다도 남의 보호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입장, 즉 민족자주의 입장에서 수행되어야 합니다.
2000년 6.15 공동선언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하며 통일문제의 주인은 바로 남과 북, 우리민족이라는 것을 선언하였으며 민족자주적 입장으로 통일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원칙을 선언하였습니다.
남북정상이 합의하였던 ‘자주’의 원칙은 예로부터 남북정권이 공히 인정하여오던 조국통일의 핵심가치입니다.
반공반북의 길을 걸었던 박정희 대통령도 1972년 7월 4일,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의 3대원칙을 합의하였습니다. 12.12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했던 전두환 대통령도 “통일은 민족자결의 원칙에 의거하여 겨레 전체의 의사가 골고루 반영되는 민주적 절차와 평화적 방법으로 성취되어야 한다”며 민족자결, 즉 ‘자주’의 원칙을 담았습니다. 노태우 대통령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자주, 평화, 민주의 3원칙 가운데 ‘자주’를 첫 번째 원칙으로 중시하였고 김영삼 대통령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수용하며 자주의 원칙을 중시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역대 정부가 대대로 인정하였고 북한당국도 자주의 입장을 전면화하고 있습니다. 조국통일은 본질에서 자주통일입니다. 자주를 외면한 통일은 공염불이고 헛소리입니다. 통일을 이야기하면서 은근히 ‘자주’를 옆으로 제쳐놓는 자가 있다면 그 자는 통일세력이 아닙니다.
통일은 평화적 방법으로
“자주”와 더불어 중요한 조국통일의 원칙은 바로 “평화”입니다. 한국전쟁이라는 참혹한 전란을 겪었고 대대적으로 군사장비를 끌어들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진 지금, “평화통일”은 매우 중요한 통일원칙입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일각에서는 “평화”의 원칙을 휴전선에서 근본질서의 변화도 거부하고 지금의 불안정한 남북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극적 평화는 진정한 의미의 평화가 아닙니다.
세종연구소의 백학순 소장은 2014년에 발표한 토론회 자료 “한반도 평화체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요한 갈퉁의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와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 개념을 사용하여 “평화체제는 소극적인 평화유지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의 여건을 창출하는 것까지 포함한다.”며 “평화유지(peace keeping)은 물론 더 나아가 평화만들기(peace making)와 평화 공고화(peace consolidation)의 의지가 들어있는 것이다.”라고 평가하였습니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한다”는 미명 아래 휴전선에서 어떠한 정세변화도 거부하고, 지금의 불안정한 군사정세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군사적 긴장도를 더욱 높이는 것은 소극적인 평화유지에 불과한 것이므로, 우리민족은 당장의 전쟁 뿐만 아니라 전쟁의 원인이 될 수 있거나 사회체제 내에 갈등이 생길 수 있는 구조적인 폭력이 사라지는 적극적 평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진정한 평화는 전쟁의 근원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평화체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방대학교 한용섭 교수는 “한반도 안보현안 해결과 평화체제 구축”이란 논문에서 “평화체제는 국가들 간에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고 상호불신과 군비경쟁으로 초래된 적대 관계를 청산하며, 상호간에 공존과 번영을 추구하기 위해 협력을 해 나가도록 국가들간에 합의하는 절차, 원칙, 규범, 규칙 그리고 그것을 관할하는 기구 등을 의미한다.”고 정의하였습니다.
결국 조국통일의 “평화”원칙은 단순히 분쟁을 억지하는 소극적 개념에서 탈피하여 충돌의 근원을 없애는 적극적 개념으로 확장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조국통일을 평화적 방법으로 구현하는데서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요소입니다.
통일은 바로 민족대단결로
자주의 원칙으로? 평화의 방법으로? 그렇다면 조국통일을 도대체 무슨 힘으로 한다는 말입니까?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가들은 하나같이 국제사회를 휘어잡는 대국들이고 군사강국들입니다, 우리민족의 통일을 우리민족 스스로 한다고 아무리 선언해봐야, 외세가 이를 들어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그렇다면 조국통일은 과연 어떻게 이뤄낼 수 있는 것인가요? 그 해법은 바로 민족대단결에 있습니다. 온 민족이 하나로 단결하면, 외세가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온다고 해도 능히 물리치고 조국통일의 숙원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민족의 대(大)단결은 조국통일이 남, 북, 해외의 전 민족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8천만 민족의 대업이므로, 8천만 민족 모두를 조국통일의 주인으로 세워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하므로 통일영역에서 개별적 영역의 문제, 이를테면 정치적 강압, 경제적 착취, 종교적 차별, 문화적 다양성 등을 앞세우지 말고 단결하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통일은 광의의 운동입니다. 심지어 지난날 반통일행각을 걸었던 새누리당이라고 하더라도 그 집단 전체를 통일의 길에서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설령 지난날 통일운동을 집요하게 방해하였던 공안당국의 인사나, 나아가 휴전선에서 총을 겨눴던 국군장병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민족중시의 입장에 선다면 조국통일의 길에 함께해야 하는 것입니다. 보수언론, 종편에서 일했다고 해서 단순한 과거경력만으로 통일대오에서 배제시킬 수는 없습니다. 외국문화에 심취한 자들도 그가 민족중시의 입장에 선다면 조국통일의 길에 함께할 수 있습니다. 조국통일에는 그 어떠한 차별도 있을 수 없습니다. 과거행적이 아니라 오로지 지금의 민족중시입장을 중심으로 민족단합을 이뤄내는 것, 이것이 민족대단결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한국인의 DNA만 가지고 있으면 그가 어떤 자라도 통일의 길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미 CIA의 고정간첩이 되어 민족의 재부를 미국으로 실어나르는 극소수의 검은머리 미국인들은 통일의 길에 함께할 수 없습니다. 친일파가 애국자일 수 없듯이 외세의 앞잡이들이 애국자 행세를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외국의 벗들이라도 그가 우리민족의 통일을 진심으로 지지하고 지원한다면 그들도 통일의 길에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통일은 DNA도 묻지 않습니다.
통일을 민족자주의 입장이 아니라, 외세와의 공조로 추진할 것 같으면 민족대단결은 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히려 한미동맹, 한미일 3각공조 등과 같이 외세와의 공조에 힘을 쏟아야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도저히 평화통일을 이뤄낼 수 없습니다. 평화통일을 이뤄내려면 6.25 전쟁의 상흔을 여실히 체험한 남북이 통일의 당사자로 나서야 하며 외세의 개입을 끊어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남북이 민족대단결의 입장에 튼튼히 서야 합니다. 그러하기에 1972년, 박정희 대통령도 민족대단결을 조국통일의 3대원칙으로 합의하였던 것입니다.
우리 민족은 과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이와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로 단결할 수 있을까요? 민족의 대단결 가능성은 체육경기에서 자연스레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북한과 일본이 스포츠 경기를 할 경우, 우리 국민 가운데 99%는 북한선수들을 응원합니다. 새누리당 당직자들도, 심지어 국가정보원 직원들도 북한-일본 경기에서 일본의 승리를 응원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이건, 진보정당 지지자들이건, 북한선수들이 잘 하면 박수를 보내는 것이 민족의 보편적 정서입니다. 정권이 수십년 째 국가보안법으로 가로막고, 남북의 군사적 대결이 지속되고 있어도 우리 국민들이 끈질기게 북한선수들을 응원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우리가 하나의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 남북당국은 조국통일의 3대 원칙은 바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고 합의하였던 것입니다. (계속)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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