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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꽃제비 남매)에게 밥 한 끼 먹여줄 수밖에 없는 나의 무력함이 너무 한스러웠다. 저 애들을 찬바람 몰아치는 엄동설한에 내친 나라가 원망스러웠다. 주민들의 죽음이 강토에 뒹구는데, 정치구호만 남발하면서 공포정치를 펴고 있는 김정일이 그렇게 증오스러울 수 없었다. 분노로 눈물을 흘려본, 아니 눈물을 삼켜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그런 순간이면 두 주먹이 어떻게 부르르 떨리는지. 김정일에게 배고파 본 과거가 있었다면 북한이 저렇게 되진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41쪽) |
처음에 (남한에) 왔을 때 검찰 수사를 받는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 “저는 정말 결백합니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국민의 대표로 국회의원쯤 되는 사람들이 고작 몇 천 만원이 뭐라고 자기 명예를 팔아먹을까? 저건 뭔가 잘못됐을 것이다.” 더구나 저들은 “내 명예를 걸고 진실임을 맹세한다.”고 외친다. 그런 장면을 보면 “그래, 정치인이 평생 쌓아온 명예까지 걸 정도니 분명 저건 모함일 것이다. 국회의원의 명예가 어디 싸구려인가?” 그리 믿었다. 내가 남한에 온 지 8년이 됐다. 이제 나는 “절대 아닙니다!”라고 고개 젓는 정치인을 보면 “기가 막혀, 어떻게 저런 뻔한 것을 놓고 오리발 내밀까? 쯧쯧쯧….” 이렇게 혀를 찬다.(64쪽) |
국가보안법은 조목조목 다 위반했을지 몰라도,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임수경은 대단한 공로자다. 통일이 돼 그녀가 북한에 다시 가도 그때와 같은 환대를 또 받을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그녀는 몸으로 남조선이 어떤 사회인지를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은 다 막아놓으라면서 입으로만 ‘김정일 타도, 북핵 폐기, 북한 주민 해방’을 부르짖는 사람들보다는?임 씨의 공로가 백배 천배 크다. 그는 적어도 북한 주민들이 속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어 북한 주민들의 정신적 해방에 큰 기여를 했으니까 말이다.(89쪽) |
양희은이 ‘아침이슬’을 부른 가수라는 것은 한국 노래방에서 알았다. 한국에 와서 초기엔 노래방에서 ‘아침이슬’을 곧잘 불렀다. ‘아침이슬’은 내가 북한에서 배웠던 한국 노래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김 부자 찬양노래만 만연한 북한에서 ‘아침이슬’은 묘한 매력으로 우리를 사로잡았다. 일주일도 안 돼 모두가 그 노래를 배웠다. 혹시 알고 있는 학생들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대다수는 이 노래가 남한 노래인줄 몰랐다. 나도 ‘구국의 소리방송’ 등을 통해 나가는 대남방송용 노래인줄 알았다.(110쪽) |
탤런트 전원주의 인기가 요즘 북한에서 급상승하고 있다. 젊은 이영애나 심은아도 아니고 왜 하필 72살의 할머니가 북한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인기가 아니라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다. 사연은 이렇다. (157쪽) |
북한 중앙통신은 2009년 4월29일 김정일이 함경남도 낙원군에 새로 지어진 서중중학교를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틀 전에는 원산을 현지 시찰했다. 보통 김정일의 현지시찰이라고 해봤자 자신의 별장에 오가다 주변 군부대나 학교 등에 들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북한의 김정일 현지지도 보도를 보면 대체로 주변에 그의 별장이 있다. 놀려간 길에 지방을 찾아 헌신적으로 일한다는 대국민용 쇼도 함께 보여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180쪽) |
2010년 6월 장성택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됐다. 일각에선 이를 장성택이 2인자로 올라섰다고 분석하기도 하는데, 사실은 장성택은 직책에 상관없이 오래 전부터 이미 북한의 2인자였다. 장성택 앞에선 벌써 20여 년 전부터 그가 누구였던, 어떤 직책이던 머리를 숙이지 않는 간부가 없었다. ‘장부장’의 권력은 김정일 외에는 견제할 사람이 없었다. (...) 장성택이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만족할까? 김정일의 아들이란 것 외에 경험이나 실권, 주민들의 지지 등 모든의 지지따져도 각에보다 뒤떨어지는 어린애를 지도자로 밀어 ?김정역할에 만족할 수 있이 하는 문제..) 문제를 짚어본 언론은 보이지 않는다.(191페이지) |
어둠에 잠긴 광화문광장은 참으로 우중충하다. 광화문광장을 만들 때부터 자주 든 생각이지만, 왜 저 광장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광장이 아닌 장식장이다. (...)그에 비하면 청계천광장은 그나마 낫다. 여기서는 사람들의 공연도 볼 수 있고 행사도 진행된다. 이건 만들기 잘한 것 같다. 북한에는 광장이 참 많다. 대표적인 것이 김일성광장이다. 전형적인 소비에트식 광장이다. 주석단 아래로 아무런 조형물도 없이 그 넓은 공간이 텅텅 비었다. 그런데 이 광장도 사람을 위한 광장이 아니다. 김일성광장은 집회를 하기 위해 존재한다. 사람의 머리 위에 군림하는 자들이 올라설 주석단과, 군림 당하는 자들이 군림하는 자들을 올려다 볼 공간만이 존재한다.(27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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