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책 보내기 / 3월행사 안내 / 책 소개
1. 북한에 책 보내기
북한의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유엔 주도의 강력한 경제제재가 시작됐습니다. 이에 앞서 남한 정부는 남쪽 기업인들의 목줄을 죄며 개성공단 문을 닫았지요.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정원을 더 끔찍한 괴물로 만들 수 있는 테러방지법을 밀어붙였습니다. 탈북자단체는 북한이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삐라를 다시 날려 보냈고요. 남한과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속에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겠다고 위협하며, 내일부터 김정은 죽이기를 포함한 최대 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합니다. 선거를 앞둔 탓이겠지만, 금세 테러와 전쟁이 터질 듯한 공포/공안 정국이 만들어지고 있네요.
저는 이러한 ‘전쟁 불사’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려보고 싶습니다. 북한에 사랑과 평화의 몸짓을 보내면서요. 증오와 압박은 북한을 굴복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무력충돌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랑과 평화를 담은 책을 보내렵니다. 돈을 보내겠다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쓸 수 있다며 막을 테고, 쌀을 보내겠다면 군인들이 가져가버린다고 막을 테니, 책을 보내겠다는 것이지요. 선생님께서도 공멸의 전쟁보다 공생의 평화를 원하신다면 조금만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첫째, 배고픈 인민들의 식생활을 개선시킬 수 있는 책들을 구합니다. 쌀, 밀, 보리, 옥수수 등의 식량뿐만 아니라 온갖 채소와 과일 등의 수확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버섯재배나 산나물 채취 방법, 가축이나 물고기 등을 기르는 방법 등을 다루면 좋겠지요.
둘째, 자연을 보호하며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책들이 필요합니다. 쉽고 빠르게 키울 수 있는 나무 기르기, 공기오염 방지나 폐수처리 기술, 태양열이나 풍력에너지 또는 기타 전력을 생산하는 방법 등을 포함하는 책들 말입니다.
셋째, 어린이나 학생들의 교육을 위한 책들도 모읍니다. 각급 학교 참고서, 영어나 중국어 등 외국어 교재, 두뇌개발 및 선진 교육방법서 등을 포함합니다.
넷째, 개혁과 개방에 도움이 될 책들도 보내렵니다. 북한체제를 비난하지 않으면서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내용, 중국이나 베트남의 개혁개방을 소개하는 내용 등이 적절하겠지요.
새책도 좋고 헌책도 괜찮습니다. 외국어책이나 한글책 모두 좋습니다만, 번역할 필요가 없는 한글책이 더 낫습니다. 갖고 계신 적당한 책이 없으면 책값을 조금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큰돈은 부담스러우니 책 1권 값 정도면 족합니다. 제가 출판사나 서점을 통해 적당한 책을 골고루 살테니까요.
4월 중순까지 모인 책을 미국에서 목회 및 선교활동을 하는 보수교단의 한인 목사님이 4월 말쯤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가져갈 겁니다. 제가 지난 1월 미국을 순회강연하며 만났던 분이지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러분의 사랑과 평화를 기다리겠습니다. 3월 6일, 이재봉 드림.
* 책 보내주실 곳: 전북 익산시 익산대로 460 원광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이재봉
* 책값 보내주실 곳: 전북은행 1021-01-1778059 (남이랑북이랑 이재봉)
2. 3월행사 안내
1) <좋은정치 시민넷> 강연회
- 일시: 3월 7일 (월) 오후 7시부터
- 장소: 익산 부송동 <커피여행>
- 강사: 이재봉 원광대 교수
- 주제: “총선 정국: 위기의 남북관계 원인 및 해결방안”
* 이 강연회는 매월 첫째 월요일 실시해온 <남이랑북이랑> 3월 공부모임을 겸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2) <함석헌학회> 토론회
- 일시: 3월 12일 (토) 오후 2시부터
- 장소: 서울 관훈동 SK건설 2층 동사섭 (센터마크호텔 뒷건물)
- 토론자: 이재봉 원광대 교수 외
- 주제: “오늘의 난국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함석헌 사상의 실천을 위하여”
3)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편집인 초청 대담
- 일시: 3월 17일 (목) 오후 6시부터
- 장소: 익산 유스호스텔 3층 강당
- 진행: 박맹수 원광대 교수 / 이재봉 원광대 교수
* ‘농업’, ‘생태’, ‘자연’, ‘환경’ 등의 문제를 평생 과제로 삼아온 김종철 선생이 2016년 1월 펴낸 ≪발언≫ 1-2권의 출판기념/북콘서트를 겸하는 모임이기도 합니다.
4) <법륜스님 즉문즉설과 통일이야기>
- 일시: 3월 25일 (금) 오후 7시
- 장소: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
3. 책 소개
앞에서 북한에 책을 보내자며 책에 관해 얘기한 김에 읽을 만한 책 몇 권 소개합니다. 지난 두어 달 동안 저자나 출판사들로부터 적지 않은 책을 받았는데 그 가운데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을 골라보았습니다.
1) 김효순, ≪조국이 버린 사람들≫, 서해문집, 2015.
≪한겨레≫ 편집국장 및 대기자 출신 언론인이 1970-80년대 간첩 협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재일동포 피해자들에 관해 쓴 책입니다. 간첩사건이란 “독재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거세져 정국이 불안해지거나 대학가에서 반정부 시위가 활발해질 조짐이 조이면 마치 주문생산이라도 하듯 어김없이 나타났다”는 저자의 표현대로, 예나 지금이나 남한정권이 만들어내는 간첩이 적지 않은데, 이 기록을 통해 그 간첩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1970년대 재일동포 ‘간첩’으로 되기 위한 모진 고문을 못 이기고 분신을 시도하다 귀가 녹아버리고 입이 빨대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로 붙어버리는 등 얼굴이 뭉개져버린 서승 리츠메이컨대 교수는 당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살아남아 1999년 ≪옥중 19년≫이란 책을 펴내고, 요즘은 월간 ≪아시아문화≫의 권두칼럼을 연재하고 있지요. 4월 29일 (금) 원광대학교에서 열릴 <원불교 100주년 및 원광대학교 7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인권”에 관해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니 그 때 직접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2) 신석진 외,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 생각비행, 2015.
과거 민주노동당과 2년 전 해산된 통합진보당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진보정치의 실패를 인정하며 쓴 책입니다. 주간지 ≪사사 IN≫에 “장정일의 독서일기”라는 연재를 맡고 있는 소설가 겸 평론가의 서평 한 대목이 재미있네요. “추천사를 부탁받으면서 통합진보당을 단단히 비난하려고 했지만, 1장을 채 읽기도 전에 가슴과 말문이 함께 막혔다. 정치에 관한 책이 이토록 마음을 아프게 할 줄 몰랐다. 한 장이 끝날 때마다, 장수막걸리를 마시고 또 마셨다.” 특히 책의 마지막 장 “2016년 총선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는 4.13 총선을 한 달 남짓 앞둔 지금 곱씹어 읽어볼만합니다.
3) 정운영, ≪시선≫, 생각의 힘, 2015.
한신대 경제학 교수, 서울대와 고려대 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 논설위원 등을 지낸 고인의 수많은 칼럼 가운데 최고의 글들만 골라 출판한 ‘선집’입니다. 짤막한 신문 칼럼 한 편 쓰면서도 여러 권의 책을 인용하는 걸 보면 수만 권의 책을 가졌던 장서가요, ‘엄청난 다독가’였음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서문으로 실린 조정래 소설가의 긴 ‘추도사’도 참 멋들어지고요.
4) 김종철, ≪발언≫ 1-2권, 녹색평론사, 2015.
앞의 3월행사 안내에서 소개했듯 ‘농업’, ‘생태’, ‘자연’, ‘환경’ 등의 문제를 평생 과제로 삼아온 선생이 몇 년 전부터 신문과 잡지에 실었던 칼럼을 모은 책입니다. “오늘날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온갖 불의와 부조리를 어쩔 수 없이 감내하며, 늘 야만적인 폭력과 불안과 위험에 노출된 채 거의 노예 같은 삶을 강요당하며 살고 있는 수많은 내 이웃들의 처지”를 보면서도 세상사에 대한 관심을 끄고 딴전을 피운다면 ‘범죄행위’라면서 심혈을 기울여 쓴 글들이거든요.
5) 펠릭스 아브트 저, 임상순.권원순 역, ≪평양 자본주의≫, 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 2015.
2002년부터 2009년까지 7년 동안 평양에서 제약회사 사장으로 일했던 스위스 사업가의 수기입니다. 평양에서 <유럽 비즈니스 협회>를 창설해 1대 회장을 맡기도 하고, <평양 비즈니스 스쿨>을 창립해 1대 교장을 맡기도 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중앙계획적인 북한경제가 세계 자우경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데 기여했던 외국인 자본가의 경험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살펴볼 수 있지요.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가 듬뿍 담긴 책입니다.
6) 김영환, ≪다시 강철로 살아≫, 시대정신, 2015.
1980년대엔 대학가에 북한의 주체사상을 퍼뜨렸던 ‘주사파의 대부’였지만, 1990년대에 ‘뉴라이트’ 또는 ‘북한민주화운동가’로 ‘전향’ 또는 ‘변절’한 혁명가의 수기입니다. 중국 연변지역에서 어떻게 북한정권 타도운동을 펼쳐왔는지 알 수 있군요.대통령이 의장인 <민주평통>의 수석부의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민주평화통일지원재단>에서 보급하는 책이라 그 ‘불순한’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데 이러한 책도 읽어보는 게 좋겠지요.
7) 고은광순, ≪해월의 딸, 용담할매≫, 모시는사람들, 2015.
역사학자이자 원불교학자인 제 친구 박맹수 원광대 교수가 30년 동안 발로 뛰며 발굴하고 수집해온 동학자료를 바탕으로, 호주제 폐지를 이끌었던 여성운동가인 제 친구 고은광순 한의사가 쓴 동학소설입니다. 1894년의 동학혁명 120주년을 맞아 2014년 펴내려다 지각 출판된 ‘여성 동학다큐소설’ 13권 가운데 하나이지요. 책 뒤표지에 실린 제 추천사를 그대로 옮깁니다. “그간 동학에 관해 몇 편의 글을 쓰기도 했지만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적지 않다. 같은 내용이라도 역사책이라면 이틀 정도 걸렸을지 모른다. 소설 형식이라 재미있어 단숨에 읽었다.”
8) 임재춘.최문선 외, ≪우리에게 내일이 있다≫, 네잎클로바, 2016.
국내 최고의 전기기타인 ‘콜트’와 통기타인 ‘콜텍’ 제조회사에 다니다 해고된 노동자 임재춘이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임재춘의 농성일기”를 묶어낸 책입니다. 무려 3000일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단식농성과 고공농성 등의 투쟁에 관한 기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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