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3

1711 베를린서 북~미 대사관 1km 인간띠 “전쟁반대”

베를린서 북~미 대사관 1km 인간띠 “전쟁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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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2017.11.19 오후 6:26
최종수정2017.12.03 

[한겨레] 노벨평화상 받은 ICAN 등 주최

700명이 양팔 벌려 에워싸고

트럼프-김정은 가면 퍼포먼스도

“핵무기 소유 얼마나 위협적인지

한반도 상황이 보여주고 있어”




원본보기18일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 핵폐기 운동 단체 아이캔, 환경단체 그린피스 등의 주도로 열린 반핵 시위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가면을 쓴 이들이 북한 미사일 모형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긴장 고조 멈춰라!” “핵무기를 폐기하라!”

토요일인 지난 18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 파리광장과 그 옆 미국대사관 앞, 추운 날씨 속에 시위를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그린피스 회원 요스트(46)는 핵폐기물 관리 요원이 입는 노란색 방호복 차림이다. 노란색 가짜 핵폐기물 통을 북 삼아 치면서, 그는 구호들을 통 위에 붙여 놓았다. “핵무기 폐기, 핵발전소 폐기, 환경오염 그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 등의 구호가 적혀 있다.

이날 시위는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국제 핵폐기 운동 단체인 아이캔(ICAN)과 독일평화재단(DFG VK), 핵무장 반대 법률가 모임(IALANA), 그린피스 등 환경·평화단체들이 함께 준비했다. 아이캔은 미국과 북한의 전쟁 위험을 일깨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미국대사관에서 1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북한대사관까지 인간띠를 이었다. 700여명의 시위대가 빨간 비닐끈을 받아 양팔을 벌려 잡고 미국대사관에서 북한대사관으로 향하는 인도에 늘어섰다. 그 사이로는 트럼프 가면을 쓴 사람들이 끄는 미국 미사일 모형과 김정은 가면을 쓴 일행이 끄는 북한 미사일 모형이 미국대사관과 북한대사관 중간에서 만나 굉음과 함께 지구 모형과 부딪치는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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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가면을 쓴 이를 따라 행렬이 미국 미사일 모형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인간띠 행렬 사이로 부지런히 유인물을 나눠주던 아이캔 회원 율리안(27·대학생)은 “북한과 미국의 갈등이 심각한데도 사람들이 잊고 사는 게 문제다. 전쟁 위험에 둔감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17개월 된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남편과 나온 율리아(29·회사원)는 “20년 뒤 아이한테 ‘엄마는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그때 뭐 했어?’라는 말을 듣게 될까봐 여기 나왔다. 나치 시대에도 사람들이 진실을 알면서도 겁내고 침묵했다. 나 혼자 힘으로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더라도 내 양심에 떳떳하고 싶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 녹색당 유럽지구 당원들, 코리아협의회 회원 등 한국 교민 20여명도 시위에 참가했다. 이희정(53·연구원)씨는 “지금 상황에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행복할 권리가 있는 이 세계에서 전쟁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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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참가자들이 미국대사관부터 북한대사관까지 1㎞ 거리를 인간띠로 잇고 있다.

시위 막바지엔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연극이 펼쳐졌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가면을 쓴 인물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가면을 쓴 인물 앞에서 시위자들은 “메르켈 총리, 핵무기 금지조약에 서명하세요”라고 쓴 말풍선을 들었다. 메르켈 총리와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가면을 쓴 이들은 핵무기 금지조약에 서명하고, 핵미사일을 부러뜨렸다.


원본보기앙겔라 메르켈 총리 가면을 쓴 인물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가면을 쓴 인물 앞에서 시위자들이 “메르켈 총리, 핵무기 금지조약에 서명하세요”라고 쓴 말풍선을 들고 있다.

아이캔 활동가인 마르틴 힌리히스는 “한반도의 상황은 핵무기 소유와 이를 통한 위협이라는 개념이 더이상 안전을 보장하지 않고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핵무기는 금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독일 정부는 유엔 핵무기 금지조약에 서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 기민련, 녹색당, 자민당이 함께하게 될 ‘자메이카 연정’(각 당의 상징색인 검은색, 녹색, 노란색을 더하면 자메이카 국기와 같아 붙여진 용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기민련과 자민당은 핵무기 금지조약에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아이캔은 독일인 71%가 핵무기 금지조약 서명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를린/글·사진 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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