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개선 물꼬 텄지만 사드 입장차 여전…중장기 틀에서 갈등 관리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2017.12.17 01:01 수정 2017.12.17 01:34 | 56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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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차세현 기자
문 대통령 방중 성과와 과제 중국이 문재인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취해온 각종 보복 조치를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7월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17개월 만이다.
中, 1년 반 만에 사드 보복 해제 의사
대북제재와 압박 관련 입장 빠져
양국 합의 한·미 관계 악재 우려도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한·중 관계의 새로운 출발로 가는 좋은 신호”라며 “120%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 조치 해제는 여전히 ‘조건부’라는 해석도 나온다. ‘3불(不)’ 입장 표명에 대한 한국 정부의 향후 이행 정도를 봐가며 단계적으로 해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3불’은 한국은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15일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중 경제·무역 부처 간 채널 재가동 ▶중단된 각종 협력사업 재추진 ▶중국인의 한국 관광 허용 ▶2018년과 2022년 양국 상호 방문의 해 지정 검토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협조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앞으로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감한 문제’는 한국의 사드 배치와 ‘3불’ 입장 표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앞서 문 대통령을 만난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조건부’ 해제 입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시사했다. 장 위원장은 “양국은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의견을 같이했고 이를 바탕으로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사드와 관련한 한국의 추가 조치를 전제로 문 대통령의 방중이 성사됐고 추후 한국의 이행 여부와 중국의 보복 조치 해제를 연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16일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사드에 대한 양국의 여전한 입장 차이와 중국 지도부의 정서를 감안할 때 향후 한·중 관계는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 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틀 안에서 갈등을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정부의 바람대로) 사드 문제가 악화되진 않았지만 중국의 인식엔 변화가 없다는 게 확인됐다”며 “오히려 취재진 폭행 사건과 문 대통령 홀대 논란 등이 겹치면서 국내의 대중국 여론은 당분간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번 정상회담 결과가 향후 한·미, 한·일 관계에 일정 부분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네 가지 원칙’에 합의하면서 한·미·일 공조의 핵심인 대북제재와 압박과 관련한 입장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네 가지 원칙은 ▶한반도 전쟁 절대 불용납 ▶한반도 비핵화 원칙 견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남북 관계 개선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 등이다.
지난달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직후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에게 더욱 강력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청와대는 이달 초만 해도 시 주석에게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요구할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사안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한반도 전쟁 절대 불용납’ 입장을 밝히며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뒷받침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적 옵션 카드를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 김 교수는 “제재와 압박에 대한 언급 없이 미국의 군사적 옵션에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향후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 연구위원도 “이번 회담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는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에 끌려다닌다는 우려가 적잖았다”고 설명했다.
DA 300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난징 대학살 80주년 추모일을 맞아 미·일 주도의 ‘인도·태평양 구상’에는 미온적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의 연계에는 적극성을 보인 게 향후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 강화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중국을 매우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만큼 중국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한국을 우군화하기 위해 사드 보복을 해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좀 더 실용적인 접근을 했더라면 중국에 덜 내주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中, 1년 반 만에 사드 보복 해제 의사
대북제재와 압박 관련 입장 빠져
양국 합의 한·미 관계 악재 우려도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한·중 관계의 새로운 출발로 가는 좋은 신호”라며 “120%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중국의 보복 조치 해제는 여전히 ‘조건부’라는 해석도 나온다. ‘3불(不)’ 입장 표명에 대한 한국 정부의 향후 이행 정도를 봐가며 단계적으로 해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3불’은 한국은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15일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중 경제·무역 부처 간 채널 재가동 ▶중단된 각종 협력사업 재추진 ▶중국인의 한국 관광 허용 ▶2018년과 2022년 양국 상호 방문의 해 지정 검토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협조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앞으로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감한 문제’는 한국의 사드 배치와 ‘3불’ 입장 표명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앞서 문 대통령을 만난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조건부’ 해제 입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시사했다. 장 위원장은 “양국은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의견을 같이했고 이를 바탕으로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문 대통령의 이번 방중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사드와 관련한 한국의 추가 조치를 전제로 문 대통령의 방중이 성사됐고 추후 한국의 이행 여부와 중국의 보복 조치 해제를 연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16일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사드에 대한 양국의 여전한 입장 차이와 중국 지도부의 정서를 감안할 때 향후 한·중 관계는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 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틀 안에서 갈등을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정부의 바람대로) 사드 문제가 악화되진 않았지만 중국의 인식엔 변화가 없다는 게 확인됐다”며 “오히려 취재진 폭행 사건과 문 대통령 홀대 논란 등이 겹치면서 국내의 대중국 여론은 당분간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번 정상회담 결과가 향후 한·미, 한·일 관계에 일정 부분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네 가지 원칙’에 합의하면서 한·미·일 공조의 핵심인 대북제재와 압박과 관련한 입장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네 가지 원칙은 ▶한반도 전쟁 절대 불용납 ▶한반도 비핵화 원칙 견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남북 관계 개선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 등이다.
지난달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직후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에게 더욱 강력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청와대는 이달 초만 해도 시 주석에게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요구할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사안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한반도 전쟁 절대 불용납’ 입장을 밝히며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뒷받침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적 옵션 카드를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 김 교수는 “제재와 압박에 대한 언급 없이 미국의 군사적 옵션에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향후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 연구위원도 “이번 회담을 앞두고 미국 내에서는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에 끌려다닌다는 우려가 적잖았다”고 설명했다.
DA 300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난징 대학살 80주년 추모일을 맞아 미·일 주도의 ‘인도·태평양 구상’에는 미온적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의 연계에는 적극성을 보인 게 향후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 강화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중국을 매우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만큼 중국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한국을 우군화하기 위해 사드 보복을 해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좀 더 실용적인 접근을 했더라면 중국에 덜 내주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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