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 포기하면서까지 관계정상화 원치 않아" - 통일뉴스
"北, 핵 포기하면서까지 관계정상화 원치 않아"국가안보전략硏 토론회, 북.미 대화 '비관적' 전망 쏟아져
고성진 기자 | kolong81@tongilnews.com
승인 2009.12.07 18:46:29
▲7일 오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주최로 열린 '2010년도 한반도 정세 전망과 북핵 문제' 국제학술회의에서 참가자들은 북.미 대화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8일 북.미 대화에서 비핵화와 양국 간 관계정상화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이라고 점쳐지는 가운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서까지 관계정상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제기됐다.
7일 오후 2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소(소장 남성욱) 주최로 열린 '2010년도 한반도 정세 전망과 북핵 문제'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 브라이언 마이어스(Brian Myers) 동서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하게 되면 국가로서 저력을 잃게 된다. 절대로 북한은 관계정상화를 원하지 않는다. [??] 북한은 체제의 정당성을 포기하고 핵 무기를 불능하면서까지 관계정상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북.미간 합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마이어스 교수는 그 이유로, 미국이 내세우는 외교 정책의 새로운 표어 '실용주의'가 "지극히 실용적인 북한의 이념을 무시하고 있다"며 미국 중심주의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실용주의'가 "북한의 역사에 대한 무시"에 입각한 데다, "햇볕 정책에서 교훈을 얻는 데 실패"한데서 나온 것이며, 또한 "한국에 비해 북한이 필요한 정당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실용적 협상의 승리로 자주 언급되는 리비아와는 달리 북한은 온전한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하나가 되기를 열망하는 두 국가 중 하나"라면서 "북한 주민이 즉각 북한보다 부유한 한국에 흡수될 때 얻는 이익을 모르는 상태에서 선군정치로부터 선경제정치로 그냥 전환할 수는 없다"고 봤다.
이어 "진정으로 실용적이 되려면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냉전 시대의 변경보다 비무장지대가 태평양 전쟁의 마지막 변경이 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북한의 미국 혐오가 인종차별적 성향 때문이므로 북한이 선의의 제스처에는 둔감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하"고 "분단된 한반도의 기본적인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브라이언 마이어스(Brian Myers) 동서대 교수.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북한의 역사와 이데올로기적인 특성상 북한이 스스로 핵 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핵 포기와 관계정상화를 주고받는 '담판'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핵이 아닌 체제와 그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표면상의 설명이지만, 이면에는 북.미간 양자 대화가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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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로 나온 이정민 연세대 교수도 "보즈워스 대사가 평양 가서 대화하면서 협상 국면을 맞고 있지만, 이 문제는 냉철하게 봐야 한다"며 "핵 문제는 분명한 위협이지만, 본질적으로 북한의 특수한 권력 구조다. 여러 가지 혜택과 북한을 60년 동안 강압적으로 통치해 온 김일성.김정일 가문의 성격을 이해하지 않은 채 북한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버트 켈리(Robert E.Kelly) 부산대 교수도 "북한은 절대로 핵 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보의 도구이고 끊임없이 북한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힘을 실었다.
켈리 교수 역시 "미국의 이데올로기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단극체제를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은 정말 바보같은 기대감"이라며 미국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고는, "북한 이데올로기는 신념을 보여주는 것이지, 말도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절대 독립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압력"을 통해서 북한의 핵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 협상이 아닌 중국 정부를 통한 설득 작업에 더 주력해야 한다는 게 마이어스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외교적 초점을 북한에서 중국으로 돌리고 북한이 붕괴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중국을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미국의 영향력이 이 지역에서 과하게 큼을 두려워하는 이성적인 정부(주-중국)를 달래는 것은 편집증적으로 군국주의에 매달리는 체제(주-북한)가 정치적 자살을 하도록 설득하는 것보다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 정보대학원 교수는 "90년대부터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북한 핵 무기를 포기시키기 위해서 햇볕정책, 채찍과 당근 등 여러 가지 정책을 펼쳤지만 핵 무기 포기 안 했다. 북한 핵을 포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북정책을 펼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북한 핵 문제는 풀기 어려운 복잡한 퍼즐이다. 보다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2주제 '중국의 한반도 정책과 북한 문제'의 발제를 맡은 중국 인민대 스인홍(時殷弘) 교수는 중국 정부에 "북한 정권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지금까지 시도했던 것보다 강경한 방법을 사용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정책 때문에 중국-북한 관계가 전반적으로 악화되었다며 이로 인해 동북아에서 중국의 전략적 환경이 위험해졌다고 비난을 하는 사람들, '패배주의자'들이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함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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