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1

0606 평양 강남군 당곡리 협동농장을 가다 : 국방·북한 : 정치 : 뉴스 : 한겨레



평양 강남군 당곡리 협동농장을 가다 : 국방·북한 : 정치 : 뉴스 : 한겨레




평양 강남군 당곡리 협동농장을 가다

등록 :2006-06-05 19:42


6일은 농촌에서 한 해 가운데 가장 바쁜 날로, 곡식 종자를 뿌리기에 좋은 날이라는 망종이다. 망종을 사흘 앞둔 3일 오후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북한 평양 강남군 당곡리 들판에서, 경기도가 이 마을에 지원한 승용 이앙기를 이용해 모내기를 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모심기 간격 두고 티격태격…“북쪽은 촘촘히“ 절충
맥주·씨암닭으로 마음 전해…“가을에 다시 만나요”
상생의 남북 농업 협력
중. 평양 강남군 당곡리 협동농장을 가다

붉은 깃발 아래 “쌀은 곧 사회주의다”

100여명의 경기도 남북농업협력 대표단(단장 손학규 도지사)이 직항기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건 3일 오전 9시8분. 공항에서 숙소인 양각도국제호텔로 가는 길, 양편 너른 들엔 막바지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여름 들머리 뜨거운 햇볕 아래, ‘모내기 전투’를 독려하는 북쪽 특유의 붉은기가 바람에 펄럭였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이용선 사무총장은 “북에는 지금 모내기 40일 총동원령이 내려진 상태”라며 “모내기가 한창이던 얼마전까지만 해도 평양거리에서 사람 보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거리엔 “올해 공동사설에서 제시한 전투적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자”라는 구호판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이날 저녁 숙소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켜니 〈조선중앙텔레비전〉에서 “쌀은 곧 사회주의다”라며, ‘성과적인 모내기전투’를 강조하는 교양방송이 나왔다. “깊지도 얕지도 않게 심으라”거나, “영농 동력용 전기를 우선적으로 보장하자”는 ‘권고’가 끝없이 이어졌다.






손 지사 뒤로 마을과 붉은기가 보인다. 경기도는 올해 입식 이앙기 500대를 북쪽에 지원했다. 같은 날 아침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어우리에서 한 농부가 입식 이앙기로 모내기를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 농업협력 대표단이 양각도 호텔에 서둘러 짐을 풀고 평양 강남군 당곡리에 도착한 건 3일 낮 2시께였다. 평양~개성간 도로를 남쪽으로 30분 남짓 내달렸다. ‘모두 다 모내기 전투에로’라는 구호판과 붉은기가 서있는 들판 안쪽의 방송차에서 “동포 여러분, 형제 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반갑습니다〉)라는 대표단 환영 노래가 힘차게 흘러나왔다.

당곡리는 경기도와 북쪽 민화협이 올해 100㏊(30만평)의 논에서 협렵사업을 벌이기로 한 현장이다. 당곡리 너른 들판엔 경기도에서 지원한 이앙기로 모내기가 거의 끝난 상태다.


“어머, 거머리가 달라붙으면 어떻게 해? 스타킹 신어야 겠네.” 한 중년 여성이 말하자, “북쪽엔 거머리가 없데요”라며 경기도 남북농업협력팀의 이병우씨가 말을 받는다. 김영호 경기도 농업기술원장은 “한번에 3~5대씩 쓰러지지 않을 정도의 깊이로 심으면 된다”며, 모내기 방법을 짧게 교육했다.

오랜만의 모내기가 힘든가보다. 수시로 허리를 펴는 이들이 늘어났다. 주변의 타박이 늘자 변명조의 하소연이 이어진다. “20년 만에 모내기 해보네”, “나도 젊었을 땐 모내기 잘 했는데….” 모내기 꽤나 한다는 이들 사이에 모심기 간격을 두고 입씨름이 이어졌다. “그렇게 빽빽하게 심으면 잘 자라지 않아요”라고. 그러자 지난달 17일부터 당곡리에 머물며 주민들과 함께 일해온 경기도 농업기술원 작물기술과 이수영(50)씨는 “북쪽에선 남쪽보다 촘촘하게 심는다”며 ‘중재’에 나섰다. 주체농법의 밀식재배인데, 비료 부족 탓이라고 한다.

애초 이날 모내기는 당곡리 주민과 함께 하는 방식으로 추진됐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손 지사와 7명의 현역 국회의원, 남쪽 취재진 등이 대거 몰려온 게 부담으로 작용한 듯 하다.

그러나 경기도의 재정·기술 지원으로 지은 27개동의 비닐하우스에선 당곡리 주민들이 분주히 손을 놀리고 있었다. 물주기와 잡초 뽑기에 여념이 없는 한 여성 주민에게 “온실농사를 해보니 어떠냐?”고 묻자, 말없이 수줍은 웃음으로 갈음한다. 김영일(51) 관리위원장 등 당곡리 주민들은 맥주에 씨암탉을 푸짐하게 삶아 내오는 등 남쪽 대표단을 정성스레 대접하는 것으로 ‘속 마음’을 전했다.

당곡리 온실 육묘장은 모내기 철이 지나면 오이·호박·토마토 등 각종 채소를 길러 주민들의 소득향상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경기도와 민화협은 30만평 벼농사협력사업을 넘어서 ‘농촌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육묘장, 농로포장, 도정공장 신축 등 농업인프라 조성 사업, 살림집·탁아소·유치원·소학교·인민병원 개보수 및 중학교 신축 등 환경개선 사업 따위가 진행 중이다.

사업 현장을 함께 둘러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쪽의 면 단위에 해당하는 당곡리 마을 전체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남북협력의 새로운 모델”이라며 “광역지자체 단위의 남북협력모델로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덕기 민화협 부회장은 “100㏊를 이렇게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이 사업이 잘 돼야 (북쪽)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단이 모내기를 마치고 떠날 때 들판의 방송 차에선 “잘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가시라 다시 만나요”(〈다시 만나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면 남과 북이 당곡리 30만평의 논에서 함께 추수하는 풍경을 볼 수 있을 듯하다.

평양/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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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당곡리 관리위원장
“화해와 협력 터전되길”




김영일(51·사진) 당곡리 관리위원장은 3일 “이곳(당곡리)은 남과 북이 힘을 모아 벼농사를 짓고, 농로를 포장하고, 새 지붕을 올리며 화해와 협력의 터전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려웠던 점이나 감회는?

=다른 나라 사람과 달리 말이 통하고 감정도 통하니 좋다. 농사방법도 비슷하고, 서로 도와주면서 일을 풀어가고 있어 협력사업에 큰 어려움은 없다. 앞으로 협력사업이 발전해서 통일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남쪽 ‘시골 아저씨’나 다름없는 김 위원장과 공식 인터뷰는 이렇게 짧은 문답으로 끝났다. 남쪽 언론을 상대하는 게 부담스워운 듯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한 경기도 관계자가 일 진척이 더디다며 남북의 일꾼들을 몰아부치자 “저 양반 며느리는 참 힘들겠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온실 옆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 그에게 ‘주변의 다른 마을 사람들 반응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씩 웃고 만다. 경기도 관계자들 말로는, 당곡리의 변화상을 부러워하며 눈여겨 지켜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당곡리(평양 강남군)/글·사진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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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경기도지사 “남북협력 핵심은 열의”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3일 “오늘 우리가 흘린 땀이 통일의 알곡을 여물게 할 것”이라며 “경기도는 앞으로도 서두르지 않고 벼농사 협력사업, 북한 농촌 현대화 사업과 같은 실질적인 일들을 찾아 작은 통일을 일구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평양 강남군 당곡리 남북농업협력 현장과 양각도국제호텔에서 손 지사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평양 방문은 처음인데, 보니 어떤가?

=지난해 3㏊(3정보·9천평) 만큼 하나가 됐다면(경기도와 북쪽 민화협은 지난해 평양 용성구역 3정보 시범포전에서 벼농사 협력을 했다), 올해엔 100㏊만큼 당곡리 주민과 경기도민이 몸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감격스럽다. 구체적·실질적으로 일을 풀어가다보면 당곡리 남북농업협력사업이 더 넓은 곳으로 퍼져나갈 ‘한알의 밀알’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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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추진·진행하며 어려웠던 점은?

=나는 몰랐으나 중간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사업 일정이 더딜 때 실무자들이 사나흘씩 밤을 새워가며 일에 매달린 게 북쪽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것 같더라. 열의야말로 남북협력의 핵심 정신이다. 나도 ‘북에 가서 누굴 만나겠다’는 등 ‘사진찍기용 행사’를 주문하지 않으며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썼지만, 실무자들의 공이 크다. 이번 방문은 북쪽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고 보나?

=남북 교류협력과 평화공존은 시대의 큰 흐름이다. 남북협력을 부정한다면 국가를 경영하려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한나라당도 적극 나서야 한다.

평양/이제훈 기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29641.html#csidxd328e1d6ef63a4e85ead35a9940cf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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