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김교신의 철학 : 사랑과 여흥 - 한국현대철학선
김교신의 철학 : 사랑과 여흥 - 한국현대철학선 l 한국현대철학선
양현혜(저자)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1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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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기독교 사상가이자 교육자 그리고 사회평론가로서 활동했던 김교신의 철학과 삶을 다룬 연구서이다. 그는 민족의 역사와 정서를 기반으로 성서를 읽고 해석해야 한다는 주체적인 기독교 신앙을 강조했으며, 교회라는 형식적 울타리를 벗어나 오직 성서를 근거로 한 신앙생활을 추구해야 한다는 무교회주의를 설파했다.
책은 이러한 그의 주체적이고 실천적인 기독교 사상과 삶이 잘 드러나 있는 일종의 평전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종교적 사명이 무엇인지를 한국의 뼈아픈 역사를 바탕으로 찾아내려 했던 그의 인생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그의 종교관과 철학은 민족적 정체성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던 식민지 시대는 물론이고, 서구에 대한 뿌리 깊은 종속성으로 인해 여전히 수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 기독교계와 지성 사회에도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시리즈를 펴내며
머리말
1. 김교신의 철학
1장. 들어가며
2장. 길을 나서다
1. 자아를 찾아서
2. 스승 우치무라 간조와의 만남
3장. 진리를 만나다
1. 기독교 이해
2. 무교회주의
3. 조선산 기독교론
4장. 한 알의 밀알이 되다
1. 참기독교인 · 참 조선인을 키우다
2. 참 사람 · 참 조선인을 키우다
5장. 민족을 체온으로 만나다
6장. 사랑과 여흥
2. 김교신 자료
1. 김교신 직접 자료
1. 하나님 중심의 신앙으로 돌아오라
2. 반야탕(般若湯)
3. 망하면 망하리라
4. 존재의 전도
5. 입신(入信)의 동기
6.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7. 우치무라 간조론에 답하여
8. 냉수 마찰과 종교
9. 『성서조선』창간사
10. 많은 영광 보여 주며
11. 낙담하지 않는다
12. 조선의 무교회(하편)
2. 김교신 관련 자료
1. 최태용,「기독교의 교회적 사명」
2. 최태용, 「구체적 실존인 기독교」
3. 김인서, 「무교회주의자 內村鑑三氏에 對하야」
연보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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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북스 2013년 3월 8일자 '한줄 읽기'
저자 : 양현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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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이화여자대학교기독교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사학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나카무라 하지메(中村元) 종교연구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윤치호와 김교신: 근대 조선에 있어서 민족적 아이덴티티와 기독교』(1994), 『빛과 소망의 숨결을 찾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 70년사』(2005), 『근대 한·일 관계사 속의 기독교』(2009), 『김교신의 철학: 사랑과 여흥』(2013) 이 있으며, 역서로는 『일본 사회의 인간관계』(1996), 『기류민의...
이 책은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기독교 사상가이자 교육자 그리고 사회평론가로서 활동했던 김교신의 철학과 삶을 다룬 연구서이다. 그는 민족의 역사와 정서를 기반으로 성서를 읽고 해석해야 한다는 주체적인 기독교 신앙을 강조했으며, 교회라는 형식적 울타리를 벗어나 오직 성서를 근거로 한 신앙생활을 추구해야 한다는 무교회주의를 설파했다. 그는 또한 식민지 시대라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조선 독립의 주체가 될 참 기독교인·참 조선인을 키워 내고자 『성서조선』을 발간하여 성서를 알리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
이 책은 이러한 그의 주체적이고 실천적인 기독교 사상과 삶이 잘 드러나 있는 일종의 평전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종교적 사명이 무엇인지를 한국의 뼈아픈 역사를 바탕으로 찾아내려 했던 그의 인생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그의 종교관과 철학은 민족적 정체성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던 식민지 시대는 물론이고, 서구에 대한 뿌리 깊은 종속성으로 인해 여전히 수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 기독교계와 지성 사회에도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출간된 김교신 관련 도서들은 대부분 그의 기독교인으로서의 면모와 교사로서의 면모를 중점적으로 다루어 왔다. 이 책에서는 그와 더불어 기독교 사회평론가로서의 모습을 조명하는 한편, 그의 다양한 활동을 뒷받침했던 내면적 영성이 어떠했는지도 함께 고찰하고 있다. 또한 그의 철학이 탄생하게 된 당시의 사회상과 스승인 우치무라 간조의 사상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아울러 책의 뒷부분에는 김교신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가 쓴 글과 함께 그와 논쟁을 벌였던 사람들의 글을 모아두었고 지금까지 소개된 적이 없는 김교신의 일어 논문도 번역·수록했다.
최근에는 김교신의 기독교에 대한 주체적 수용 자세, 종교인 및 교육가로서의 탁월한 행적에 관한 재평가 작업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이 책은 역사와 소통하는 기독교인이자 교사, 언론인으로 살아가고자 했던 김교신의 삶을 총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한국 기독교계에서 자기반성과 쇄신을 열망하는 사람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현대철학선> 시리즈 소개]
<한국현대철학선>은 ‘씨알학회’의 근현대 한국사상사 연구모임에서 기획한 한국 현대철학 연구서 시리즈이다. 씨알학회는 2008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제22차 세계철학대회에서 동서양의 정신문화를 융합해 한국인의 독자적인 철학을 정립시킨 함석헌과 유영모의 씨알사상이 세계 철학계의 주목을 받은 이후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이 뜻을 모아 만든 학회이다. 씨알학회는 이제까지 한국에서의 철학 연구가 주로 동양과 서양의 강대국 사상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고 대부분 개괄적인 소개와 모방을 통한 수동적 태도로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태도는 현대의 상황이 던지는 문제에 대응하거나 인간과 세계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게 했다고 진단한다.
<한국현대철학선>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그동안 비주류이자 비체계적인 가치관으로 치부되어 왔던 근 백년간의 한국 현대 사상사를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연구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이 시리즈를 통해서 독자들은 근현대 한국 철학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접하고 심도 있게 고찰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현실에서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사상은 발전시키고 타당성이 의문시되는 관념들은 유보하거나 비판함으로써 재사유와 반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출간된 3권의 도서와 출간을 준비 중인 도서는 다음과 같다.
<한국현대철학선> 시리즈
최시형의 철학 : 표현과 개벽 이규성 지음 | 2011 | 260면 | 16,000원
박홍규의 철학 :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최화 지음 | 2011 | 368면 | 16,000원
최제우의 철학 : 시천주와 다시개벽 김용휘 지음 | 2012 | 256면 | 16,000원
서남동의 철학 : 죽재 서남동의 삶과 사상 김희헌 지음 (근간)
정인보의 철학 김수중 지음
박은식의 철학 한평수 지음
최남선의 철학 강지연 지음
신채호의 철학 서유석 지음
안창호의 철학 김영우 지음
이용도의 철학 이정배 지음
박종홍의 철학 이병수 지음
박헌영의 철학 이병창 지음
신남철의 철학 김재현 지음
박치우의 철학 이정우 지음
용성당의 철학 허우성 지음
김태길의 철학 김재현 지음
만공, 방한암의 철학 성태용 지음
강일순, 이능화의 철학 김종서 지음
나철,서일,윤세복의 철학 조남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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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신 양현혜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한국사, 동아시아사(史)에 대한 교수님의 치밀한 연구가 돋보이는 저작입니다.
문찬우 ㅣ 2017-01-15 l 공감(0) ㅣ 댓글(0)
저자께서얼마나치열하고깊이김교신선생을연구하고계신지를이책을통해알게되었습니다.특히일제강점기전후사(前後史)에관한내용은,우리나라역사에관한필수적역사지식을담고있으며,일본무교회의비전론논쟁소개중,복음이˝그리스도의재림과하나님나라의완성이라는새로운예언을포함하고있다˝는말은놀라운..
Augustinus ㅣ 2016-09-06 l 공감(0) ㅣ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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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2편
김교신을 소개하는 책들 erasmus ㅣ 2017-04-04 ㅣ 공감(14) ㅣ 댓글 (0)
2015년이 김교신 선생 70주기였다. <김교신선생기념사업회>가 창립되어서 봄가을로 강연회와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자료를 새롭게 발간하는 등 최근 몇년간 노력을 해왔다. 한국교회사에서 그의 존재를 접한 사람이라면 비범한 인상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제도교회에서는 그의 '무교회주의'를 문제삼아 이단시 해왔으나, 오히려 역사학계에서는 일제하에서 그가 보여준 주체적 민족주의를 높이 평가했고, 교육학계에서도 그를 참 스승의 사표로 기억하는 흐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관심있는 젊은 세대가 김교신을 접할 수 있도록 그간 출간된 몇권의 책을 간략히 소개한다.
고려대 교육학과의 김정환 선생이 쓴 김교신 평전은 이제 고전에 속한다. 2016년말에 다시 나온 것으로 되어 있는데 책을 확인해보지 못해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려대 교육학과를 중심으로 교육계에서는 꾸준히 김교신의 교육관을 연구하는 논문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전인수의 <김교신 평전- 조선을 성서 위에>(삼원서원, 2012)은 비교적 얇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체로 쓰여져 있다. 그는 특히 김교신이 겪었던 몇건의 논쟁(김인서, 장도원, 최태용)의 맥락 위에서 그를 상대편과 대비시켜가며 기술함으로써 그의 특징을 잘 드러내주었다. 전인수는 김교신의 신앙적 지향이 복음주의의 원형적 측면을 잘 드러내고 있지 않느냐는 제안을 한다.
니이호리 구니지 (김정옥 옮김) <김교신의 신앙과 저항: 한국 무교회주의자의 전투적 생애>(익투스, 2012)도 속도감 있게 잘 정리된 평전인데, 일본인 무교회주의자의 눈에 비친 김교신의 면모가 잘 나타나 있고, 특히 우치무라 간조나 야나이하라 다다오 등 일본쪽 무교회주의 지형과의 접합면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평전을 권하라면, 후반부의 두권이 부담없이 입문하기 좋을 것으로 보인다.
박찬규의 <김교신, 거대한 뿌리: 조선산 기독교를 온몸으로 살다>(익투스, 2011)은 <성서조선 영인본>등 기존의 자료들에 나누어 실려있던 일기만 연대순으로 가지런히 뽑아서 새로 엮은 책인데, 새롭게 발굴한 사진자료 등도 포함되어 있어서 자료적 가치가 높다. 저자 박찬규는 무교회주의자도 아니지만 그야말로 개인적 관심에서 김교신의 자료를 수집하고, 기록을 정리한 재야의 인물이다. 그가 유족들이나 관련자들을 일일이 접촉해서 사실 관계를 정돈하고, 발굴한 내용이 적지 않다. 기념사업회에 포진된 김교신 학자들조차도 그를 통해 새로운 내용을 접하는 경우가 여러번이었다. 그는 직접 출판사를 세워 김교신 관련 서적을 출판해나가고 있다.
영인본에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그간 번역되지 않았던 김교신 선생의 개인적 일기 2권(1932.01-1934.8)이 이번에 <김교신 일보: 육필일기에 담긴 삶과 시대, 고뇌와 꿈>(홍성사, 2016)로 해역되어서 나왔다. 선생의 손글씨와 일본어, 헬라어 등이 포함된 내용이 제대로 해독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기념사업회의 노력으로 출간되었다. 기존에 접할 수 없었던 자료라서 연구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 될 것이다.
양현혜 이화여대 교수의 박사논문 <윤치호와 김교신: 근대 조선의 민족적 아이덴티티와 기독교>(한울, 2009 [1994])은 김교신과 윤치호를 대비시켜가며 일제하 민족아이덴티티 형성을 다룬 것으로, 해당 분야에서는 널리 읽힌 책이다. 근대 초기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기독교인이었던 윤치호와 김교신이 얼마나 다른 길을 걸었는지 시종일관 대비시켜나가고 있는데, 두 사람의 삶은 이분법적인가 싶을 정도로 대조된다.
양현혜 교수는 <김교신의 철학: 사랑과 여흥>(이화여대출판부, 2013)를 통해 김교신의 삶과 철학에 한발 더 다가가보려는 시도를 한다. 연대기적 논의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백소영의 박사논문을 담은 책 <우리의 사람이 의롭기 위하여- 한국교회가 무교회로부터 배워야 할 것들>(기독교서회, 2005)은 무교회운동을 김교신-함석헌으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정리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독법은 무교회운동 내부에서도, 김교신 연구자들에게도 낯선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백소영의 제안은 그 나름대로 독특한 통찰을 담고 있어서 일독할 가치가 있고 그것대로 토론할 내용이다. (문제는 책이 POD(publish on demand)상태인 모양이라 아쉬운 대목이다.)
백소영의 <버리지 마라 생명이다: 다시 김교신을 만나다>(꽃자리, 2016) 43개 장에 걸쳐 <성서조선>과 일기를 읽으며 묵상한 내용을 담은 에세이다. 자연스럽게 김교신의 글을 다시 읽어들어가며 독자들에게 소개해주는 효과를 내면서, 오늘날 삶의 정황과 맞물리는 성찰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교신선생기념사업회'에서 70주기를 맞아 주최한 봄 가을의 강연회와 학술대회에 나왔던 8편의 논문을 모은 책이다. 가장 최근의 관심사와 맥락을 살펴볼 수 있어서 유익할 것으로 보이고, 김교신선생기념사업회의 취지나 방향도 함께 볼 수 있다.
<3> 이대출판부의 한국현대철학선 yamoo ㅣ 2014-10-03 ㅣ 공감(3) ㅣ 댓글 (0)
철학총서 시리즈 중에서 한국철학 총서 시리즈는 그리 많지 않다. 가장 널리 알려진 시리즈는 아마도 예문출판사의 한국철학자 총서일 거다. 대체로 동양 철학자 이름을 건 총서시리즈들은(동양철학 총서에 포함되곤 함)대학출판부에서 찍어 내기 때문에 일반에 널리 읽혀지지 않는다. 주로 논문 모음지이기에 수업용 교재로 쓰여 독자가 매우 협소하다.
시리즈를 펴 내면서 출간사를 책 앞에 수록한 시리즈도 거의 없다. 대학 교재인데, 그런 걸 넣어서 뭣하겠는가. 총서를 기획한 사람의 정성이나 기획의도를 가늠해 볼 수 없는 시리즈가 넘쳐나고, 대체로 비슷비슷하다. 대학 출판부에서 출간된 한국철학자 시리즈를 보면 대체로 고려 유학자로부터 시작해서 구한말 최제우나 김옥균에서 끝난다. 멋대가리도 없고 거의가 그게 그거다.
하지만 작년에 눈에 번쩍 띄는 한국철학자 총서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것도 한국현대철학자 시리즈다. 그리 많은 부수를 찍지 않았고 현재까지 5권만 나와 있는데, 여태까지 한국철학자 총서 시리즈 목록에서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이대출판부에서 나온 이 총서 시리즈는 매우 밀도가 높고 만듬새가 좋다. 가격도 적절하게 책정한듯하다.
특히 내가 주목한 건 (언제나지만) 시리즈 출간사다. 시리즈를 펴내며 편집위원인 씨알학회의 출간사가 아주 멋들어지게 수록되어 있었던 거다. 보통 출간사는 한 페이지에 간략히 넣는 것이 보통인데, 이 시리즈 출간사는 무려 2페이지 분량이나 된다. 읽어보면 이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솟구친다. 무엇보다 근 백년 간의 한국의 철학자들을 묶어 시리즈를 낼 생각을 한 건 아마도 씨알학회가 처음인듯하다. 이 시기는 일제 식민지와 맞물려 우리 나름의 '근대'를 찾지 못했던 시기이기에.(물론 내가 무지해서 일 거다. 다른 목록을 모두 검토해 본 것도 아니니..)
발간사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현대철학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 있으면 그들은 누구지?'라는 의문들. (우리 역사에서 근대가 없었는데, 현대가 가능해? 라는 의문)
그리고 과연 이들의 사상이 한국현대철학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우리 사사상사에 큰 족적을 남겼는지도 의문이다. 내가 도서관에서 빌려 봤던 건 <박홍규의 철학>인데, 얼마전 타계한 고 박홍규 교수가 우리 사상사에서 어떤 업적을 남겼길래 이 시리즈에 포함됐는지 의아했던 건 사실.
박홍규 전집 중 두어 권을 봤었는데, 제자들은 많이 길러냈는지 몰라도 그가 우리 철학에 한 획을 긋는 어떤 철학 이론을 제창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뭐, 이런 문제의식은 <박홍규의 철학>을 읽은 사람들의 몫이겠지. 어쨌든 매우 이례적인 철학 총서 시리즈인 까닭에, 그리고 전대미문(내용이!)의 발간사가 수록되어 있기에, 여기 옮겨본다. 관심있는 분들은 한 권 택해 일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김교신과 서남동 그리고 박홍규는 정말 이 시리즈에서만 볼 수 있을 듯!)
| 시리즈를 펴내며 |
이제까지 한국에서의 철학 연구는 동양과 서양으로 나누어 주로 강대국(중국,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의 사상들 가운데 주류로 알려진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한국에서 동양과 서양을 분명하게 분리하는 태도는 20세기 초 일본의 동양통합론에 의해 더욱 확산되고 습관화되었다. 이 때문에 전 인류의 지혜를 참조하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보편적이면서도 주체적인 연구 태도는 희석되고, 전공별로 나누어진 좁은 테두리 안에 갇히게 되었다.
서양철학의 연구는 본국에서 제기된 문제와 해답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거나 모방하여 한국의 현실에 적용하는 수동적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러한 실정 때문에 서양철학 문헌들에 대한 사상적 연구는, 번역과 개괄적인 소개 논문의 수는 증가하였으나, 그 창의성에서는 해방 전후의 수준보다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철학 교육의 차원에서도 연구 대상에 대한 주체적이고도 비평적인 설명과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시적 유행 사조로서 혹은 임의적으로 선택된 전공이라는 이름으로 , 대학 교육의 현장에서 교육되어 왔다.
동양철학으로 분류되어 왔던 동아시아 사상도 철학과마다 한두 명의 연구자를 두고는 있지만 근대 이전의 전통 사상에 대한 연구와 소개에 머물러 있다. 아시아 철학의 연구 또한 전통의 권위에 기대는 수동적 연구 태도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일본과 중국의 선행 연구 방법에 거의 의존하는 에속적 여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현대의 상황이 던지는 문제에 대응하거나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새로운 방식으로 사유하고 피력하는 데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게 했다. 이 빈 공간은 현대 성양철학이 자신의 전제에 대한 깊은 음미 없이 자신을 선전할 수 있는 무대가 되었다.
한국 사상계의 이러한 타성적 관행은 최근의 관제화되고 수량화된 시장주의적 강제에 의해 인식조차 되지 못했다. 대학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양성하고, 학술보다는 기업 이윤에 한눈을 팔 때, 한국 청년들의 영혼은 머리 둘 곳이 없다. 또한 창조적 문제 제기와 문제 자체에 대한 분석 및 자발적 해결의 의지에 기초하지 못하는 연구 풍토가 연구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부재로 더욱 촉진되었다. 연구 공간의 시장화와 이에 따른 인간관계의 외면화가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연구자들 자신이 속한 역사적이고도 현실적인 조건에 대한 학술적이고도 사상적인 반성과 대응을 가로막았다. 특히 이 시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근 백년 간의 한국의 현대사상사적 흐름에 대한 주체적 관심의 결여로 철학은 자신들이 어떤 문제를 역사적으로 부여받고 있는지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무자각적 철학은 단지 자신들의 철학을 전공 상태에서도 통ㅇ요될 수 있는 것처럼 무반성적으로 외우며 가르치는 철학 청부업일 따름인 것이다.
그동안 비주류이자 비체계적인 가치관으로 치부되어 왔던 근 백년간의 한국 사상사을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연구하여 발간하는 것은 한국 사상계의 난국을 타개하는 데에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출발은 근현대 한국철학에 대한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하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것은 발전시키고, 타당성이 의문시되는 관념들은 유보하거나 비판함으로써 재사유와 반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먼저 일차적으로 간단한 자료집을 해설을 첨부하여 발간하고자 한다. 그리고 차후로 현대철학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 논문과 연구서를 발간할 게획이다.
2011년 7월
씨알학회, 근현대 한국사상사 연구모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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