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되어 있다
신원철 | 2015-09-08 | 조회수: 8,161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있다’ 이 구절은 서양속담에서 비롯된 말이다. 좋은 뜻으로 시작하는 일이 현실에서는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자면 현실은 좋은 뜻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좋은 뜻으로 하는 일들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선의는 말 그대로 좋은 의도 또는 좋은 뜻이다. 좋은 마음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려는 의도이다.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 맹목적으로 도와주는 것도 문제이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르고 그저 명분만 내세우면서 베푸는 선의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치명적인 해악을 끼치곤 하다. 이쯤 되면 선의는 더 이상 선의일 수 없고 고의나 악의로 변질되고 만다. 특히 정치나 역사를 보면 그러한 사례들이 있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사례들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 몇 가지 골라서 얘기하고자 한다. 우선은 공산주의에 대해서 언급하겠다. 러시아 혁명의 모델이기도 한 공산주의는 모든 인민이 평등하고 지상 낙원으로 만들려는 목표로 한 사상이다. 어떻게 보면 유토피아적인 발상이고,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고 똑같이 배분 받고 빈부의 차이가 없다는 사상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목표하고 다르게 인민들은 못 살게 되었고, 공산당 간부들만 부유하는 모순적 상황으로 나타났다. 가까운 북한을 보더라도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도 마찬가지이다. 봉건적이고 권위적인 관료제, 위계질서 등등 기존의 낡은 것을 개선한답시고 시작한 문화대혁명은 중국을 땅바닥까지 추락시켰다. 현대판 분서갱유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문화대혁명이 중국 전체에 끼친 피해는 분서갱유를 훨씬 능가한다. 홍위병을 조직하게 하여 중국의 문화에 재앙을 끼치게 되었는데 특히 문화유산이 많이 파괴되었다. 중국 역사 전문가라면 기껏 답사한 유적지의 허전함에 경악할 것이다. 참고로 현재 중국에 남아있는 기록유산과 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는 수많은 문화재들은 전부 문화대혁명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문화재이다. 만일 문화대혁명이 길게 지속되었으면 중국의 문화유산은 거의 전멸할 위기에 처했을 것이다.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가격 인하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좌파 자코뱅 당을 이끌며 프랑스 혁명을 주도한 로베스피에르는 생필품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만을 해소 하기 위해 우유 가격 올리는 상인은 단두대로 처형하겠다는 시행령을 내렸다. 처음에는 우유 가격이 급락했지만 농민들이 젖소 사육을 포기하게 되고 우유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밀거래가 형성되었다. 결국은 우유는 시민이 아닌 귀족들의 식품이 되었고 시민들의 불만 해소는커녕 오히려 가중하게 되어 로베스피에르는 단두대에 오르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강압자들은 의도만 좋으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논리로 통치를 하는 경향이 있다. 정책의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불쑥 던져놓은 뒤 부작용이 드러나면 “의도는 좋았는데...” 라고 변명하는 3류 정치인들이 끊이지 않는다면 이는 대한민국 사회의 비극이다. 달콤한 악마(惡魔)의 속삭임을 하는 정치인, 각종 유명 인사들의 발언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되어 있다” 는 경구(警句)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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