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l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3
츠쯔졘(저자) | 김윤진(역자) | 들녘 | 2011-07-15
정가 14,800원
판매가 13,320원 (10%, 1,480원 할인) | 무이자 할부
양장본 | 471쪽 | 125*195mm | 659g | ISBN : 978897527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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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쯔졘은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손꼽힌다. 그녀는 루쉰문학상, 빙신(氷心)산문상, 좡중원(壯重文)문학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을 두루 수상했을 뿐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주관하는 제임스 조이스 창작기금의 수혜 작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루쉰문학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다.
작가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와 문학적인 성취도는 소설의 소재에서부터 기존 중국 작가들과 뚜렷한 개성을 보인다. 그녀는 한족이면서도 중국의 변방지역의 소수 민족의 삶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이러한 면모를 지닌 덕에 그녀의 작품은 '주류 정치세력에 대한 비주류의 대담한 도전'이자 '음지에 있던 갈등과 모순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츠쯔졘이 30여 년의 창작활동 동안 4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축적해온 작가의 역량이 응집된 대표작이다. 인간에 대한 웅숭깊은 관점과 사상은 통찰력이 더해져 농밀한 언어로 비극적이지만, 따뜻하고 조화로운 삶과 세계를 구현해냈다. 츠쯔졘은 이 작품으로 중국 문학의 최고 영예로 손꼽히는 제7회 마오둔 문학상을 수상했다.
마오둔 문학 심사위원들은 이 소설을 두고 "문화인류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작품의 풍격이 뚜렷하고, 독자들에게 심원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의 사상, 작품의 예술성을 두루 갖춘 걸작"이라며 극찬을 했다.
새벽
정오
황혼
에필로그
옮긴이의 글
P.29 : 나와 나라가 맞은편 강 언덕으로 뛰어갈 때마다 이푸린이 돌아오라고 소리를 지르던 광경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녀는 맞은편 강 언덕은 우리 땅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가서는 안 되는 곳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라한테는 그 땅에 갈 수 있다고 했다. 그 땅은 나라의 고향인데, 언젠가 나제스카가 지란터와 나라를 데리고 왼쪽 언덕으로 가게 될 거라고도 했다.
내 눈에 강은 그저 강일뿐이었다. 어디가 왼쪽이고, 오른쪽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강 언덕에 모닥불을 피우면 모닥불이 오른편에서 타고 있다 하더라도 왼편 설야까지 붉게 물들었다. 나와 나라는 이푸린의 이야기에 개의치 않았다. 여전히 강 왼편과 오른편 사이를 뛰어다녔다. 나라는 특히 왼쪽 언덕에서 볼일을 보고 나서 오른쪽 언덕으로 뛰어오면서 큰 소리로 이푸린에게 “제 소변을 고향에 남겨 두고 왔어요!” 하고 외쳤다.
그런 나라를 흘겨보는 이푸린의 표정은 순록이 낳은 기형 새끼 순록을 바라볼 때와 똑같았다.
그날 밤, 이푸린 고모는 강 왼편이 예전에는 우리의 영토이자 우리의 고향이었으며, 우리가 주인이었다고 나한테 알려주었다.
P.121-122 : 니두 무당은 두 해 동안 꿩을 먹을 때 뽑은 털을 정성 들여 선별해서 수집을 하고, 다마라를 위해 몰래몰래 치마를 만들었다. 솜씨가 뛰어난 니두 무당의 치마 속에는 남색의 광목으로 만든 안감 몇 쪽이 숨겨져 있었다. 백합 모양의 치마는 허리 부분은 꼭 붙고 아래가 넓었다. 깃털의 크기와 색깔이 달랐지만 뿌리는 위쪽을 향하도록 하고, 뾰족한 깃털은 아래를 향하도록 재봉이 되어 있었다. 깃털을 고정시킨 실은 낙타사슴의 가는 힘줄이었다. 그는 먼저 깃털 중간에 잡초처럼 생긴 줄기를 몇 가닥 묶은 다음 무명천 위에 재봉을 해서 깃털을 완벽하게 보존했다. 깃털 또한 부드러워 보였다. (…)위에서 아래까지 훑어보면 치마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윗부분이 잿빛의 강물이었다면, 가운데는 녹색의 숲이었고, 아래쪽은 쪽빛 하늘이었다. 린커가 떠난 후 3년이 되는 봄, 니두 무당이 준 깃털 치마를 받고 어머니가 얼마나 놀라고 좋아하고 감격했는지 모른다. 그녀는 태어나 세상에서 본 치마 중 가장 예쁘다고 말했다. 그녀는 시렁주에서 노루가죽으로 된 요 위에 치마를 평평하게 펼쳐놓고는 손으로 가볍게 쓸어보고, 보고 또 보았다. 그런 다음 그녀는 밖으로 나가서 흰색 자작나무 위에 치마를 걸어놓고 갑자기 멀리 갔다가 가까이 왔다가 하면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봄날 따사로운 태양이 깃털치마를 아름답게 비춰주었다. 그러한 아름다움은 정말 여인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P.237 : 내가 넌지시 그녀에게 말을 붙였다. 이푸린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너는 라지다를 좋아했지. 그런데 라지다는 지금 어디 있지? 이완은 나제스카를 좋아했어. 그런데 나제스카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지 않았니? 린커와 네 큰아버지 니두 무당은 네 아마였던 다마라를 좋아해서 결투를 벌이게 됐어. 진더는 니하오를 좋아했지만, 니하오는 루니한테 시집가지 않았어? 난 깨달았어. 사랑하는 건 반드시 잃게 된다는 사실을. 오히려 사랑하지 않은 게 오래도록 함께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성석제 (소설가)
: 초등학교 시절, 만주에서 살다온 선생님으로부터 다싱안링 산맥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 나는 언젠가 그곳에 가리라는 꿈을 꾸어왔다.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 아무리 노력해도 정이 들지 않는 도시에 살게 되면서 다싱안링의 숲과 나무, 계곡과 호수 사이에 몸을 던지고 싶은 열망은 점점 더 강렬해졌다. 그곳에는 아직 원시의 숲과 신성이 있으며 지붕 위에 등잔불처럼 반짝이는 별이 있다고 츠쯔졘은 이야기해주었다. 눈앞에 손가락을 들이밀어도 보이지 않는 다싱안링의 칠흑 같은 밤, 그것이 내가 아는 밤다운 밤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사람답고 숲은 숲답고 별은 별다우며 신은 신인 곳이 다싱안링이다. 내가 떠난 고향이 그곳에 있다. 이 소설로 나만의 고향이 아닌, 인간의 고향으로, 마음으로 먼저 갈 수 있게 되었다. 그곳에 가면 한바탕 크게 울고 싶다.
쑤퉁 (소설가)
: 온유한 마음을 지닌 작가. 츠쯔졘의 소설에는 가장 인간적인 체온이 담겨 있다.
인민일보
: 인류가 지닌 정신적인 이상의 고결함을 보여주는 작품!
중국청년보
: 변질되어 가는 중국 작가들 틈바구니에서 청려한 탈속미를 추구한 유일한 작가, 츠쯔졘!
학습시보
: 『백년의 고독』에 비견될 작품.
저자 : 츠쯔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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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 2008년 마오둔문학상
최근작 :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소개 :
1964년 헤이룽장(黑龍江) 성 모허(漠河) 출생. ‘루쉰문학상’, ‘빙신(氷心)산문상’, ‘좡중원(壯重文)문학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을 두루 수상하며 중국의 대표작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루쉰문학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유일무이한 작가이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주관하는 ‘제임스 조이스 창작기금’의 수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1983년부터 지금까지 40여 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하며 꾸준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소수 민족의 삶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는 그녀는 ‘대담하고 놀라운 중국의 이야기꾼’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중국 최고의 영예로 손꼽히는 ‘마오둔(茅盾) 문학상’(제7회)을 수상한 작품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에 비견되는 이 작품은 다른 문명의 생태에 대한 존중과 따뜻한 인간미를 그려내고 있다.
역자 : 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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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중국어 문법 무작정 따라하기>,<베이징 이야기>,<우문현답> … 총 33종 (모두보기)
소개 :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외국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만 사범대학 번역연구소에 몸담고 있으며, 대만 국립정치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옮긴 책으로는 《어얼구나강의 오른쪽》, 《눈부시게 빨간 부겐빌레아》, 《인재를 파멸시키는 게임의 법칙》, 《즐거운 인생》, 《소설사마천》, 《친구》, 《왕도》, 《무극》 등이 있으며, 저서로 《황제의 꿈 베이징》, 공저로 《베이징 이야기》, 《중국어문법 무작정 따라하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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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의 금기를 넘어선 환상적인 이야기꾼, 츠쯔졘의 대표작
최고 권위의 ‘마오둔 문학상(제7회)’ 수상작
츠쯔졘은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손꼽힌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섬세한 어휘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뿜어내는 그녀는 중국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녀는 ‘루쉰문학상’, ‘빙신(氷心)산문상’, ‘좡중원(壯重文)문학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을 두루 수상했을 뿐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주관하는 ‘제임스 조이스 창작기금’의 수혜 작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루쉰문학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 작품이 출간되어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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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와 문학적인 성취도는 소설의 소재에서부터 기존 중국 작가들과 뚜렷한 개성을 보인다. 그녀는 한족이면서도 중국의 변방지역의 소수 민족의 삶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이러한 면모를 지닌 덕에 그녀의 작품은 ‘주류 정치세력에 대한 비주류의 대담한 도전’이자 ‘음지에 있던 갈등과 모순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츠쯔졘이 30여 년의 창작활동 동안 4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축적해온 작가의 역량이 응집된 대표작이다. 인간에 대한 웅숭깊은 관점과 사상은 통찰력이 더해져 농밀한 언어로 비극적이지만, 따뜻하고 조화로운 삶과 세계를 구현해냈다. 츠쯔졘은 이 작품으로 중국 문학의 최고 영예로 손꼽히는 ‘마오둔 문학상(제7회)’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소설을 두고 “문화인류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작품의 풍격이 뚜렷하고, 독자들에게 심원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의 사상, 작품의 예술성을 두루 갖춘 걸작”이라며 극찬을 했다.
“그 강에는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과거와 미래가 흐르고 있다”
현세를 뛰어넘는 ‘숲 속 여인’의 놀라운 사유방식, 그 속에 깃든 환희와 절망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내몽고 소수민족인 어원커(?溫克) 부족이 100년이라는 세월과 함께 온갖 파고를 헤쳐 나온 삶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힘에 눌려 두 나라의 경계인 어얼구나 강의 왼쪽까지 쫓겨 그곳에서 20세기를 맞이한다. 어원커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며 산다. 순록의 목초지를 쫓아 유목하고, 사냥을 하며, 자연의 은총을 누리지만 살인적인 추위와 홍수를 견뎌야 하고, 맹수를 만나 목숨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문명이 본격적으로 침투하면서 어원커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재앙과 고난을 마주하게 된다. 전염병이 돌고, 숲이 사라지고, 유목민의 삶을 포기하고 인위적으로 조성된 마을에서 정착하게 된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어원커 부족 마지막 추장의 여인이다. 츠쯔졘은 이 여인의 일대기를 통해 부족의 삶을 들여다본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어원커 부족의 독특한 세계관, 즉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사랑과 증오가 맞닿아 있는 신비로운 사유방식이다. 다른 문명세계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서로 사랑하고, 증오하고, 속이고, 동정하며 희로애락을 향유한다. 하지만 문명세계처럼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고, 살인이 벌어지거나, 한 개인이 고립되는 등 사회적인 병폐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삶이 가능한 것은 선량함을 바탕으로 감정에 솔직하고, 사념이 없고 깨끗한 사람들의 사고방식 덕이다. 소설 속의 어원커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시련을 안겨주었던 일본군을 포로로 삼았다가 압송해가는 도중 멧돼지 고기를 대접한다. 진더는 목매달아 죽은 나무는 함께 베어 태워야 한다는 관습을 알고 일부러 죽어가는 나무에 목을 매달 만큼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또한 사랑과 증오를 표현하는데도 거리낌이 없다. 니두 무당은 금기시된 사랑인 줄 알면서도 새의 깃털을 하나하나 모아 화려한 치마를 만들어 사랑하는 다마라에게 선물하도 하고, 이완은 사냥을 나섰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러시아 창녀의 음울한 눈빛에 애잔함을 느껴 부부의 연을 맺기도 한다.
작가는 문명인의 관점에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신비하고 놀라운 삶을 이야기한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역동적인 이야기는 소설이 매듭될 때까지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작가는 이야기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소설의 화자인 ‘나’의 입을 빌려 섬세하고 내밀한 언어로, 문명 반대편에 선 유목민의 사유방식과 그 속에 깃든 절망과 환희를 조망한다. ‘미개부족’과 현대문명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풀기 어려운 문제에 은유적으로 답변을 들려준다.
“가장 인간적인 체온이 담긴” 소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어원커 부족의 신비한 생활방식, 그 중심에는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무당’이라 불리는 샤먼이 있다. 부족의 생로병사와 결혼은 무당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대자연의 만물 속에 영성이 깃들어 있다고 인식하는 어원커 사람들은 자연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소설 속에서 이들은 강물에 침을 함부로 뱉지 않고, 아무 나무에나 소변을 보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에서 신과 인간의 중재자인 무당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숙명을 안고 살아간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박수무당인 니두와 무당 니하오는 비극적인 운명을 떨쳐내지 못한다. 평생을 홀로 지내야 하는 니두는 사랑하는 여인을 뒤에서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는 전염병의 창궐을 막지 못하자 신력까지 의심받는다. 니하오의 운명 또한 니두 못지않다. 그녀는 죄인의 영혼까지 구하기 위해 사랑스러운 아이의 목숨을 신에게 맡기게 된다. 삶과 죽음, 자신의 삶을 초월한 이들의 인생은 어원커 부족이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와 생명의 가치가 담겨 있다. 또한 문명에 대처하는 어원커 부족의 태도를 함축하고 있다. 츠쯔졘은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무당이 이 작품의 중요한 테마가 된 것을 고백했다. “그녀는 위대한 작가이다. 또한 그녀가 지내온 삶 자체는 걸작이다. 때문에 나는 작품 속에서 그녀의 운명을 주된 테마로 삼았다.”
작가는 생명의 존중, 자연과의 소통, 다른 문명의 생태에 대한 존중과 따뜻한 인간미 등을 그려낸다. 중국의 작가 쑤퉁은 츠쯔졘을 “온유한 마음을 지닌 작가”라는 평하면서 “츠쯔졘의 소설에는 가장 인간적인 체온이 담겨 있다”고 했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그녀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인간의 체온이 담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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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6편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빨강앙마 ㅣ 2011-10-20 ㅣ 공감(0) ㅣ 댓글 (0)
당최 이책의 제목은 솔직히 말하면 좀 어렵다. 아니 "어얼구나"라는 말이 잘 입안에 감기질 않는다. 그래서, 책을 잡고 있는 내내 제목이 헷갈렸었고, 강인지 강변인지 헷갈렸었다. 사실 책에 대한 아무 지식도 없이 이책을 집어든터라 아무 기대감이나 재미를 느끼진 못했었다. 그리고, 실제 몇페이지를 넘기면서는 '아, 무슨 사람 이름은 이렇게 많고, 대화체는 거의 없고, 완전 빽빽한 글밥이라니......'라는 사실에 좌절하고 말았다. 그래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고, 재미도 느낄수 없었으며 솔직히 말하면 지루하다는 느낌이 더 들었었다.
그런데, 글의 재미는 조금씩 조금씩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익숙해지고, 그들의 삶에 익숙해지고 그녀가 속삭이듯 되뇌이는 자신의 구십평생을 돌아보는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다보니 꽤 흥미진진하고 한 인간의 삶에서 파생되는 많은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 되고 있었다.
지금도 산속 어딨쯤에는 살고 있을 소수민족들의 삶을 다룬 이 책은 한여인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조용조용히 얘기를 하고 있다. 자신 부족들의 삶과 그들이 변함없는 삶속을 침투해오는 외부인들의 삶이 대비되면서 점점 쇠락해가는 소수민족의 이야기가 리얼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티비에서 보면 사냥을 하고 말린고기를 먹고, 사냥한 동물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며 양념이라곤 소금이 전부인 그런 유목민들의 삶이 그녀가 얘기하는 그네들의 삶이었다. 하지만, 딱히 그게 다라고 할 순 없는 뭔가가 이책엔 있다. 사람이 나고 죽음으로서 인생사에 대한 깊은 고찰과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평화스러움이 고스란히 글속에 묻어나고 있었다.
물론, 주술적인 면이나 현대 과학에서 설명하는 이야기들과 비교하면 조금은 황당한 듯한 이야기들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들이 자연속에서 배워가며 터득한 삶을 비교해보면 그런 주술적이고 미신적인 이야기들도 무시할 수 없는게 사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그들 이야기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은 글이었다. 비록 한 부족의 사람들을 일일이 이야기하다보니 너무 많은 이름이 나와서 솔직히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깊은 서사적 느낌이 강한 책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부족의 흥망성쇠를 볼 수 있는 대하드라마 느낌이랄까.
초반의 지루함만 잘 견딘다면 꽤 재미나고, 감동적이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역시 글밥이 좀 많긴 했다.
[파워북로거]9월에 읽을 만한 책,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우보 ㅣ 2011-09-18 ㅣ 공감(0) ㅣ 댓글 (0)
중국은 거대한 면적에 다양한 소수민족이 함께 어울려 현대 중국을 이끌어 가고 있다.그 중에 최근에 알게 된 어원커족의 슬픈 역사와 기구한 부족의 삶을 츠쯔젠 작가에 의해 어원커족의 시원을 거슬러 올라가고 이 잡듯이 하나 하나 파헤치고 그들이 1643년 중.소 국경분쟁에 따라 체결된 네르친스크 조약으로 동북쪽은 러시아,서남쪽은 중국이라는 영토가 획정되고 그곳을 따라 흐르는 어얼구나(額爾古納)강의 오른편에 다싱안링(大興安嶺)산맥을 끼고 순록과 함께 살아가는 소수민족 어원커족이 있었고 그들은 산과 숲,초원이라는 대자연과 함께 삶을 꾸려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먹고 입고 사는 방식이 모두가 자연 속에서 채집하고 가꾸며 살아가는데 때론 사냥꾼에 의한 노획물이 그들의 몸과 영혼을 지탱시켜 주는데 낙타사슴,늑대,친치라가 대표적인 사냥감이 된다.그들은 살아가는 방식,사유하는 법이 대대로 내려 오는 주술적인 토템의식과 마음 속에 심어져 있는 정령 의식이 짙기에 몸이 아프다든지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경우에는 신복과 신무 의식을 거행하는 무당의 궂에 의해 액땜이 되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근심과 고민을 덜어 내기도 한다.이 글의 주인공 어원커의 여인이고 그 부족의 마지막 추장의 여인이며 그녀가 살다간 100여년간의 어얼구나 강의 오른편의 삶과 역사,희노애락을 작가에 의해 고스란히 조명되고 반추가 되고 있으며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순진무구하며 물질문명이 한방울도 흘러 들어가지 않은 원시의 삶을 보여 주기에 내가 태어나고 죽어 돌아갈 태초의 모습이 어얼구나 강이 아닌가 싶다.
어원커족,그들에게도 일제에 의한 대동아공영권(따통잉)에 의해 젊은이들이 강제로 군에 징집되고 일본(스즈키 히데오등) 군부가 그들에게 저지르는 온갖 만행이 목불인견인데 쿤더와 이완이 군에 징집되고 제식훈련을 받던 중 쿤더의 어리버리한 행동에 스즈키는 세퍼드를 풀어 놓고 쿤더를 물어뜯게 한다.이에 이완은 의리와 정의감에 세퍼드를 힘과 지혜로 일살하자 이완을 강제로 옥에 쳐넣으며 잔인하게 폭행을 저지른다.이완은 야음을 틈타 탈옥을 하게 된다는 일화가 인상에 남는다.일본이 그당시 저지른 만행은 어찌 한 두가지겠는가? 주지하다시피 731부대에 의한 생체실험이었던 '마루타(丸太) 사건은 온 세상을 전율케 하고도 남는다.
어원커족은 일본이 멸망하고 모택동에 의해 공산당 및 공산주의가 세워지면서 대약진 운동,문화대혁명,사회주의식 시장자본주의의 도입에 따라 그들의 삶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산업개발이 그곳에도 침투하게 된다.니두 무당이 죽고 부인 니하오 무당이 어원커족의 명운을 예측하며 순록과 함께 삶의 터전을 이끌어 갔던 어얼구나 강의 오른편 언덕을 하늘 아래 거인으로 비유하고 크고 작은 강은 거인의 몸에 종횡으로 놓인 혈관이고,수많은 산맥은 거인의 뼈에 비유하고 있다.그 산들은 다싱안링 산맥에 속해 있는데 저자가 어린 시절 다싱안링 산맥을 끼고 어른들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를 토대로 서술하고 있다.
과학문명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았던 어얼구나 강 어원커족의 삶은 그들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언어와 생각,점술,공동체 의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저자는 어원커족이 대자연을 벗삼아 사냥과 채집,히피족마냥 초원 위를 이동하는 삶을 서정적이고 감성적이며 인간의 순수한 영혼을 불러 일으키는 탁월한 언어적 감각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자기가 태어난 고향은 언제 어디서나 그립고 잊지 못할 곳이다.어얼구나 강의 오른편은 강과 산을 끼고 살아가던 한 소수민족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대자연의 위대함 앞에 인간은 보다 겸허해지고 인간다운 모습으로 되돌아 가기를 시사해 주는 멋진 영혼의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다.
* 한국 간행물 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순수함이 울려대는 인류의 성지, 마음의 고향을 거닐다... 필리아 ㅣ 2011-09-09 ㅣ 공감(2) ㅣ 댓글 (0)
몇 쪽만 넘겨도 내 삶의 시원(始原), 태곳적 어느 곳을 거니는 듯한 향수를 느끼게 된다. 자연에 대한 경외와 사랑, 순수함, 섭리에 대한 넓디넓은 포용의 숭고한 정신이 그대로 마음속으로 조용히 스며드는 것만 같다. 아니 잊혀졌던, 잠자던 그 순수의 겸허가 비로소 깨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느낌을 무어라 해야 할지, 담아낼 길 없는 조악하기만한 언어의 최고표현으로서 그저 아름답고 숭고하다 할 밖에 없다.
내몽고지역 중러국경을 흐르는 헤이룽 강 지류인‘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울창한 삼림지대에 태고의 삶의 방식을 지켜왔던 작은 부족인‘어원커 족’여인의 따뜻하지만 또한 시린 한 세기의 이야기가 초연하게 그리고 도저하게 흐른다. 그녀의 담담한 듯 치장되지 않은 운명에 대한 순결한 이해가 그 어떤 기교와 세련됨으로 무장한 문명의 목소리를 압도한다. 순록의 먹이인 이끼와 사냥할 동물이 있는 숲 속 자연을 찾아 이동하는 유목민, 20명 남짓한 씨족 단위인‘우리렁’의 소박한 삶의 면모는 그 옛날 그렇게 살았던 것만 같은 잊었던 기억의 그리움처럼 내게 다가온다.
삶의 방식의 변화를 강요하는 문명은 이들의 우리렁에도 더 이상 항거 할 수 없는 세상이 오고, 피붙이들이 떠난 외로이 남은‘시렁주’밖을 응시하는 그녀의 기억은 마냥 원시의 자연에서 삶을 일구던 어린 시절, 그리고 여인이 되어 사랑을 얻게 되고, 또한 사랑하는 이들을 잃게 하는 운명과 마주하며, 떠나보내는 슬픔까지 삶을 오롯이 껴안아왔던 그 순수의 세계로 향한다.
시렁주 밖에 차가운 북풍이 몰아치는 밤, 엄마‘다마라’의 달뜬 목소리와 아빠‘린커’의 소곤거림 속에 일어나는 바람소리조차 순박함과 신비로운 생명력을 지닌 고결한 언어가 되어 향기롭고 유쾌한 세계로 침잠하게 한다.
순록의 무리와 함께하는 이들의 생명과 자연과의 교감, 자연과 일체가 된 어울림, 그리고 존중과 경외의 정신이 만들어내는 의식(儀式)이 금기의 요소들과 교우하며 신성함, 고결한 인간 정신을 자아낸다. 그러나 삶에 도사린 죽음은 우리렁을 떠나지 않는다. 큰아빠인‘니두’ 무당의 신무(神舞)에 내재한 신성과 인간애를 오가는 절제의 비애감이 깃들고 , 니두의 죽음에 이어 무당이 된 동생의 처 ‘니하오’의 숙명적인 삶의 질곡(桎梏)에 비추어지는 고통은 공동체를 향한 사랑과 희생의 숭고함, 도덕적 지고함이 발산하는 숭고미에 이른다.
우발적인 어린 죽음들, 숲의 정령인 자연이 부르는 죽음들, 그리고 문명과 인간탐욕이 재촉하는 강요된 죽음들로 아비와 어미, 형제들, 사촌들, 씨족들의 죽음이 그치지 않는다. 소나무 때론 자작나무위에 누인 주검들, 그 풍장(風葬)의식이 담고 있는 사랑과 영원함에 대한 약속들의 기원은 운명에 대한 또 다른 포용, 가없는 운명의 사랑이란 웅숭깊은 인간정신을 보여준다.
아흔이 된 숲 속의 어원커 족 여인, 그녀 인생의 새벽과 정오, 황혼에 이르는 삶의 시간에 깃든 사랑과 상실,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오열과 고통, 화해와 결별,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의 일련의 사건들이 오늘, 우리가 겪는 것들의 오염됨, 추함과 얼마나 격이 다른지 그곳으로 달려가고플 정도이다.
일본의 만주침략은 이들 숲속 우리렁에도 손길이 미치고, 남자들의 군사훈련 동원, 그리곤 일본의 패망과 함께 진행된 중국의 공산화와 문화혁명의 이념적 회오리는 이들 때 묻지 않은 자연인들을 비루한 잣대로 훼손하고, 개발이란 명목 하에 삼림의 무참한 벌목은 이들과 순록의 터전을 몰아댄다. 사랑했던 이들의 얼굴과 순록과 산과 강을 바위에 그리며 그리운 이들이 떠난 세계의 아득함을 담아내던 여인, 도시로 나가 유명한 화가가 된 손녀‘이렌나’가 도시를 떠나 어원커 우리렁의 삶과 자연을 그리고, 마침내 강물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들이 문명이라 길들여 놓은 것들이 결코 시원의 숭고함에 이를 수 없다는 상실의 고통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 그 순결한 자연, 한 없이 너그러운 운명에 대한 사랑이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세차게 가슴을 파고든다.
이 작품을 읽게 된 것은 내게 행운이다. 그리고 작가‘츠쯔젠’을 알게 된 것 역시 더 없는 문학적 발견이라 하겠다. 작은 손바닥에 올려놓은 소금을 핥는 순록의 모습과 듬성듬성 지어진 시렁주들, 니하오 무당의 슬픈 영혼곡, 바람소리들, 우리렁을 위해 사냥을 나간 남자들의 사랑 가득한 자부심, 여인들의 투기와 기다림, 이 모든 순수함이 울려대는 아름다움에 어찌 매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작가의 말처럼 인류가 갈망하고 도달하고픈 성스러운 경지, 그 너그러움과 선량함, 애틋함을 품은 마음의 경지를 마음껏 거닐게 된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hugfsd ㅣ 2011-08-30 ㅣ 공감(1) ㅣ 댓글 (0)
사람은 태어난 이상 누구나 죽음을 비껴갈 수 없다. 또한 삶에 있어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세월은 흐르고 자라남에 따라 주위 여건도 변화를 함께한다. 변화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는 모두가 자신에게 달려있으며 그에 따른 인생의 여정도 희노애락(喜怒哀樂)속에 흘러간다.
어원커족의 조상들은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면 또 다른 세상으로 간다고 여겼다. 즉 살아생전 행위와 품성에 따라 행복한 세상으로 가느냐, 생전 불량한 행위도 회개하면 구제 받는데 그렇지 못해 영혼마저 잃느냐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 무대인 어얼구나 강은 1,800여개의 크고 작은 지류와 수많은 소수 민족이 자리한 천혜의 지역이다. 선조들이 러시안군에 쫒겨 강제로 야쿠터땅 레나 강을 떠나 어얼구나 강 오른쪽 언덕 숲 속에서 우리렁 어원커족의 새 삶이 시작된다.
그들은 강가에선 물고기를 잡고 때로는 숲속에서 사냥한 수달. 늑대. 친칠라 등 곰 가죽과 생활에 필요한 소금. 밀가루. 면직물. 탄알. 술등을 물물교환하며 순록을 키우고 보살핀다. 순록의 먹이를 찾아 이동을 하며 화자는 무려 4대에 걸친 90세 생의 긴 이야기를 그녀의 씨족사람들과 함께 펼쳐 보인다. 다른 사람을 구하려면 자신의 자식을 죽음으로 잃어버려야 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그 생명을 구하는 니하오의 삶은 거룩하다기 보단 쓰리고 애처롭다. 풍장을 하며 자연에 순응하는 가운데 시대의 흐름 따라 굴곡진 삶의 방향이 작품 속 인물들에 따라 가슴 아련하게 그려지고 있다.
가슴속 깊이 상처를 간직한 여인 이푸린 그녀는 사랑하는 건 반드시 잃게 되며 오히려 사랑하지 않은 것이 오래도록 함께 있을 수 있다고 설파한다. 그러나 화자는 사랑했다면 찰나의 행복이 떠나가버린들 무엇이 두렵겠냐고 참을 수 없어한다. 그런가 하면 싫어하는 결혼 강행에 자살한 진더나, 버림받은 여인을 위해 결혼하고자 하는 다시, 다른 사람에게 더 이상의 피해를 주지 못하도록 부정한 여인 와샤를 아내로 삼은 안다오얼등 사랑이란 의미에 대해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이처럼 자연과 동화되어 그들만의 삶의 방식대로 오랜 세월 이어가며 살았을 인디언들의 슬픈 역사를 떠올리게 되는데,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강자에 의해 무너져야 하는 약자의 무력감과 개발이란 이름으로 사라져버린 수많은 숲의 파손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생활과 현대화된 도시의 생활중 진정 무엇이 인간의 삶에 있어 가치 있는 것일까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잠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인공 서희가 떠올랐다. 성격은 다르나 섬진강물줄기 따라 자리 잡은 평사리 마을 삼대에 걸친 최 씨 일가의 삶속에 대지주의 딸 서희가 지키고자 했던 토지나, 저자인 츠쯔젠이 자신의 고향인 중국 북쪽 변경 다싱안리에 순록을 방목하며 삶을 꾸려나가는 어원커 부족의 발자취를 쫓아 야영지에 도착, 늙은 무당을 만나 운명적인 삶의 이야기를 듣고 이 작품 속 주된 테마로 삼았던 것처럼 어원커족들이 사랑하는 것은 태고적 원시 그대로의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며, 대대로 이어 내려온 삶의 방식을 쫒는 것은 무수한 역경을 거치면서도 지키고자 하는 강한 바램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부족 마지막 추장의 아내인 화자는 그 바램을 위하여 모두가 부쑤로 삶의 터전을 이전하는 순간에도 끝까지 손자인 안챠오얼과 남아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이 작품은 중국 최고의 영예로 손꼽히는 `마오둔문학상‘(제7회)을 수상했으며, 저자는 `루쉰문학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유일무이한 작가이다.
아쉬운 것은 이완의 장례식에 나타난 수양딸이라는 두명의 여인이 참석한 후 바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푸린의 말에서 흰여우가 보은의 차원에서 나타났다 하나 신화적 신빙성으로 보기엔 조금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자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나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무죄라고 생각한다. 그림은 내 가슴속에 있는 많고 많은 사념과 몽상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자신이 그리는 그림을 통하여 조상들이 그린 암벽위의 그림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는 이별의 슬픔. 내면에 울리는 자신을 찾아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음을 엿보게 되는데, 이로 인하여 화자는 베이얼츠 강을 따라 흘러간 손녀 딸 이렌나를 비춰주는 등잔불 그림으로 마지막 암벽화를 마친다.
이 책속 화자의 마지막 구절인 “나는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본다. 달은 나를 향해 달려오는 흰 순록 같다. 고개를 돌려 가까이 다가오는 순록을 바라본다. 순록은 지상에 떨어진 반달 같다. 내 눈에서 눈물을 흐른다. 나는 더 이상 하늘나라와 인간세상을 구분할 수 없다.” 이 것으로 서평을 마친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곰팅이 ㅣ 2011-08-12 ㅣ 공감(1) ㅣ 댓글 (0)
나는 어원커의 여인이다. 우리 부족 마지막 추장의 여인이다.
나는 겨울에 태어났다. 어미니의이름은 다마라, 아버지는 린커다. 어머니가 나를 낳던 날, 아버지는 흑곰 한 마리를 잡았다. 나무 굴에 웅크리고 겨울잠을 자고 있던 곰을 찾아낸 아버지는 좋은 웅담을 얻을 심산으로 자작나무 가지를 들쑤셨다. 슬슬 약이 오른 곰이 격노하자 그제서야 아버지는 사냥총을 쏘았다. 곰이 화를 내면 담즙 분비가 왕성해져 두둑하게 부풀어 오른 쓸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날 아버지는 일진이 괜찮았다. 윤이 좌르르 흐르는 두둑한 웅담 하나와 나를 한 쾌에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p.15>
표지가 넘 맘에 들어 읽게 된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특이한 제목도 한 몫 했다. 무슨 뜻일까 굉장히 궁금하더라는 ~
중국문학을 크게 즐겨 읽지는 않지만 19세기 중국 후난성을 배경으로 여자들 사이에서만 은밀하게 전해져 내려온 비밀의 문자 '누슈'를 통해 평생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두 여인의 삶과 사랑을 신비롭고 아름답게 그려낸 '설화와 비밀의 부채'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 '숲 속 여인'의 놀라운 100년 삶을 증언한다는 글귀에 반해 집어든 이 책. 설화와 비밀의 부채와 비슷해 비교해 읽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아 냉큼 집어 들게 되었는데 순전히 상상으로 쓴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자신이 다양한 소수 민족이 살고 있는 다싱안링에서 태어나 열일곱이 될때까지 살기도 했고 2005년, 어원커 족의 발자취를 좇아 탐방을 마치고 이들 부족의 100년사를 조망한 작품인지라 사실적이라 맘에 든다.
루쉰문학상, 빙신(氷心)산문상, 좡중원(壯重文)문학상 등 권위있는 문학상을 두루 수상함은 물론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루쉰문학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운 작가의 작품이라니 ~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운명이 아닐런지 !!
밤에도 달과 별을 볼 수 있는 시렁주에 살며 고기를 먹고 사냥을 하며 불씨와 순록을 귀히 여기는 어원커 부족. 다람쥐가 나뭇가지에 매달아놓은 버섯을 보고 다가올 겨울 날씨를 미리 점치는 그들. 눈밭의 발자취를 찾지 못하면 나뭇가지 위에 매달린 버섯을 찾으며 친칠라 사냥을 하고, 소금 함정을 이용해 사슴을 잡으며 자연을 벗삼아 삶을 꾸려나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한동안 내가 즐겨봤던 다큐멘타리 한편를 떠올리게 했다. 툰드라에서 살고있는 지구상의 마지막 순록 유목민인 네네츠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최후의 툰두라>로 그들 역시 자신들과 함께 살아가고 자신들의 친구이자 먹이 그리고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는 순록을 키우며 살아가는 부족인지라 이들의 모습이 그들과 많이 닮아있어 익숙하면서 친근했는데 다큐를 소설로 옮겨놓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자연에서 얻은 것들을 이용해 유지해온 그들의 삶. 하지만 가스를 얻기 위해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환경이 파괴되고 술과 마약에 노출된 네네츠 족의 모습은 굉장히 충격적 이었는데 어원커족 역시 부차별한 벌목으로 인한 자연생태계의 파괴와 현대 문명의 투입으로 부족의 일원이 산을 버리고 마을에 정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그 모든 것도 사랑하는 여인을 뒤에서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니두 무당과 다른이의 생명은 물론 죄인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사랑스러운 아이의 목숨을 신에게 맡길 수 밖에 없었던 니하오의 운명과 견주지는 못하리라.
가장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물건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쉽게 손에서 떠나는 법이라는 말.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게 되는걸까 ~
어얼구나 강은 헤이룽 성 서남쪽 변경에 위치하며, 오늘날 내몽고 자치구 동북부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가르는 강이다.
1689년 7월 24일 청나라와 러시아 사이에 맺어진 '네르친스크조약'으로 인해 어얼구나 강은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뉘게 되고 그 명칭도 둘로 갈라지게 되는데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에서 사는 어원커족, 마지막 추장의 여인이었던 아흔살인 '나'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새벽 - 정오 - 황혼으로 이어지는데 아흔해의 삶, 그것은 그녀의 삶이자 곧 소수민족의 시작과 끝을 아우르는 이야기가 되어 장엄하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하게 진행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들이 또다른 가정을 꾸리면서 쭈욱 이어져온 그들의 삶.
그 속에는 자연을 벗삼아 순록을 키우며 살아가는 순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운명같은 사랑이야기도 있고, 소박한 즐거움이 있으며, 자신의 자식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다른 이의 목숨을 구할 수 밖에 없는 이의 사무친 모정도 담겨 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이름을 남겨놓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바램에 린커, 다마라, 니두 무당, 라지다, 와뤄쟈, 니하오 등등과 다르게 그녀를 기억해낼 수 있는 이름 하나 없는 것이 못내 서운하지만 해와 달, 바람, 순록에 대한 이야기만 들어도 나는 가만히 그녀를 떠올릴 수 있을 것만 같다.
"너는 라지다를 좋아했지. 그런데 라지다는 지금 어디있지? 이완은 나제스카를 좋아했어. 그런데 나제스카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지 않았니?
린커와 네 큰아버지 니두 무당은 네 아마였던 다마라를 좋아해서 겵를 벌이게 됐어. 진더는 니하오를 좋아했지만, 니하오는 루니한테 시집가지 않았니?
난 깨달았어. 사랑하는 건 반드시 잃게 된다는 사실을. 오히려 사랑하지 않은 것이 오래도록 함께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이푸린이 한숨을 푹 쉬었다. 가슴속 깊이상처를 간직한 여인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행복이 어떤 것인지 설파하고 있었다.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사랑했다면 찰나의 행복이 떠나가버린들 무엇이 두렵겠는가. <p.237>
사랑하라. 인생에 있어서 좋은 것은 그것뿐이다.
-G.상드-
사랑이라는 이름의 찰나의 행복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가슴에 새긴 사람, 죽음으로 거부한 사람, 곁에 살면서 영원히 부정한 사람.
그 지독한 열병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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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와 문학적인 성취도는 소설의 소재에서부터 기존 중국 작가들과 뚜렷한 개성을 보인다. 그녀는 한족이면서도 중국의 변방지역의 소수 민족의 삶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이러한 면모를 지닌 덕에 그녀의 작품은 ‘주류 정치세력에 대한 비주류의 대담한 도전’이자 ‘음지에 있던 갈등과 모순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츠쯔졘이 30여 년의 창작활동 동안 4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하며 축적해온 작가의 역량이 응집된 대표작이다. 인간에 대한 웅숭깊은 관점과 사상은 통찰력이 더해져 농밀한 언어로 비극적이지만, 따뜻하고 조화로운 삶과 세계를 구현해냈다. 츠쯔졘은 이 작품으로 중국 문학의 최고 영예로 손꼽히는 ‘마오둔 문학상(제7회)’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소설을 두고 “문화인류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작품의 풍격이 뚜렷하고, 독자들에게 심원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의 사상, 작품의 예술성을 두루 갖춘 걸작”이라며 극찬을 했다.
“그 강에는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과거와 미래가 흐르고 있다”
현세를 뛰어넘는 ‘숲 속 여인’의 놀라운 사유방식, 그 속에 깃든 환희와 절망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내몽고 소수민족인 어원커(?溫克) 부족이 100년이라는 세월과 함께 온갖 파고를 헤쳐 나온 삶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힘에 눌려 두 나라의 경계인 어얼구나 강의 왼쪽까지 쫓겨 그곳에서 20세기를 맞이한다. 어원커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연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며 산다. 순록의 목초지를 쫓아 유목하고, 사냥을 하며, 자연의 은총을 누리지만 살인적인 추위와 홍수를 견뎌야 하고, 맹수를 만나 목숨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문명이 본격적으로 침투하면서 어원커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재앙과 고난을 마주하게 된다. 전염병이 돌고, 숲이 사라지고, 유목민의 삶을 포기하고 인위적으로 조성된 마을에서 정착하게 된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어원커 부족 마지막 추장의 여인이다. 츠쯔졘은 이 여인의 일대기를 통해 부족의 삶을 들여다본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어원커 부족의 독특한 세계관, 즉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사랑과 증오가 맞닿아 있는 신비로운 사유방식이다. 다른 문명세계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서로 사랑하고, 증오하고, 속이고, 동정하며 희로애락을 향유한다. 하지만 문명세계처럼 빈부의 격차가 벌어지고, 살인이 벌어지거나, 한 개인이 고립되는 등 사회적인 병폐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삶이 가능한 것은 선량함을 바탕으로 감정에 솔직하고, 사념이 없고 깨끗한 사람들의 사고방식 덕이다. 소설 속의 어원커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시련을 안겨주었던 일본군을 포로로 삼았다가 압송해가는 도중 멧돼지 고기를 대접한다. 진더는 목매달아 죽은 나무는 함께 베어 태워야 한다는 관습을 알고 일부러 죽어가는 나무에 목을 매달 만큼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또한 사랑과 증오를 표현하는데도 거리낌이 없다. 니두 무당은 금기시된 사랑인 줄 알면서도 새의 깃털을 하나하나 모아 화려한 치마를 만들어 사랑하는 다마라에게 선물하도 하고, 이완은 사냥을 나섰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러시아 창녀의 음울한 눈빛에 애잔함을 느껴 부부의 연을 맺기도 한다.
작가는 문명인의 관점에서는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신비하고 놀라운 삶을 이야기한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역동적인 이야기는 소설이 매듭될 때까지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작가는 이야기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소설의 화자인 ‘나’의 입을 빌려 섬세하고 내밀한 언어로, 문명 반대편에 선 유목민의 사유방식과 그 속에 깃든 절망과 환희를 조망한다. ‘미개부족’과 현대문명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풀기 어려운 문제에 은유적으로 답변을 들려준다.
“가장 인간적인 체온이 담긴” 소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어원커 부족의 신비한 생활방식, 그 중심에는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무당’이라 불리는 샤먼이 있다. 부족의 생로병사와 결혼은 무당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대자연의 만물 속에 영성이 깃들어 있다고 인식하는 어원커 사람들은 자연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소설 속에서 이들은 강물에 침을 함부로 뱉지 않고, 아무 나무에나 소변을 보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에서 신과 인간의 중재자인 무당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숙명을 안고 살아간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박수무당인 니두와 무당 니하오는 비극적인 운명을 떨쳐내지 못한다. 평생을 홀로 지내야 하는 니두는 사랑하는 여인을 뒤에서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는 전염병의 창궐을 막지 못하자 신력까지 의심받는다. 니하오의 운명 또한 니두 못지않다. 그녀는 죄인의 영혼까지 구하기 위해 사랑스러운 아이의 목숨을 신에게 맡기게 된다. 삶과 죽음, 자신의 삶을 초월한 이들의 인생은 어원커 부족이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와 생명의 가치가 담겨 있다. 또한 문명에 대처하는 어원커 부족의 태도를 함축하고 있다. 츠쯔졘은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무당이 이 작품의 중요한 테마가 된 것을 고백했다. “그녀는 위대한 작가이다. 또한 그녀가 지내온 삶 자체는 걸작이다. 때문에 나는 작품 속에서 그녀의 운명을 주된 테마로 삼았다.”
작가는 생명의 존중, 자연과의 소통, 다른 문명의 생태에 대한 존중과 따뜻한 인간미 등을 그려낸다. 중국의 작가 쑤퉁은 츠쯔졘을 “온유한 마음을 지닌 작가”라는 평하면서 “츠쯔졘의 소설에는 가장 인간적인 체온이 담겨 있다”고 했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그녀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인간의 체온이 담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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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 6편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빨강앙마 ㅣ 2011-10-20 ㅣ 공감(0) ㅣ 댓글 (0)
당최 이책의 제목은 솔직히 말하면 좀 어렵다. 아니 "어얼구나"라는 말이 잘 입안에 감기질 않는다. 그래서, 책을 잡고 있는 내내 제목이 헷갈렸었고, 강인지 강변인지 헷갈렸었다. 사실 책에 대한 아무 지식도 없이 이책을 집어든터라 아무 기대감이나 재미를 느끼진 못했었다. 그리고, 실제 몇페이지를 넘기면서는 '아, 무슨 사람 이름은 이렇게 많고, 대화체는 거의 없고, 완전 빽빽한 글밥이라니......'라는 사실에 좌절하고 말았다. 그래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고, 재미도 느낄수 없었으며 솔직히 말하면 지루하다는 느낌이 더 들었었다.
그런데, 글의 재미는 조금씩 조금씩 등장인물들의 이름에 익숙해지고, 그들의 삶에 익숙해지고 그녀가 속삭이듯 되뇌이는 자신의 구십평생을 돌아보는 이야기속으로 들어가다보니 꽤 흥미진진하고 한 인간의 삶에서 파생되는 많은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 되고 있었다.
지금도 산속 어딨쯤에는 살고 있을 소수민족들의 삶을 다룬 이 책은 한여인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조용조용히 얘기를 하고 있다. 자신 부족들의 삶과 그들이 변함없는 삶속을 침투해오는 외부인들의 삶이 대비되면서 점점 쇠락해가는 소수민족의 이야기가 리얼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티비에서 보면 사냥을 하고 말린고기를 먹고, 사냥한 동물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으며 양념이라곤 소금이 전부인 그런 유목민들의 삶이 그녀가 얘기하는 그네들의 삶이었다. 하지만, 딱히 그게 다라고 할 순 없는 뭔가가 이책엔 있다. 사람이 나고 죽음으로서 인생사에 대한 깊은 고찰과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평화스러움이 고스란히 글속에 묻어나고 있었다.
물론, 주술적인 면이나 현대 과학에서 설명하는 이야기들과 비교하면 조금은 황당한 듯한 이야기들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들이 자연속에서 배워가며 터득한 삶을 비교해보면 그런 주술적이고 미신적인 이야기들도 무시할 수 없는게 사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그들 이야기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은 글이었다. 비록 한 부족의 사람들을 일일이 이야기하다보니 너무 많은 이름이 나와서 솔직히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깊은 서사적 느낌이 강한 책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부족의 흥망성쇠를 볼 수 있는 대하드라마 느낌이랄까.
초반의 지루함만 잘 견딘다면 꽤 재미나고, 감동적이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역시 글밥이 좀 많긴 했다.
[파워북로거]9월에 읽을 만한 책,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우보 ㅣ 2011-09-18 ㅣ 공감(0) ㅣ 댓글 (0)
중국은 거대한 면적에 다양한 소수민족이 함께 어울려 현대 중국을 이끌어 가고 있다.그 중에 최근에 알게 된 어원커족의 슬픈 역사와 기구한 부족의 삶을 츠쯔젠 작가에 의해 어원커족의 시원을 거슬러 올라가고 이 잡듯이 하나 하나 파헤치고 그들이 1643년 중.소 국경분쟁에 따라 체결된 네르친스크 조약으로 동북쪽은 러시아,서남쪽은 중국이라는 영토가 획정되고 그곳을 따라 흐르는 어얼구나(額爾古納)강의 오른편에 다싱안링(大興安嶺)산맥을 끼고 순록과 함께 살아가는 소수민족 어원커족이 있었고 그들은 산과 숲,초원이라는 대자연과 함께 삶을 꾸려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먹고 입고 사는 방식이 모두가 자연 속에서 채집하고 가꾸며 살아가는데 때론 사냥꾼에 의한 노획물이 그들의 몸과 영혼을 지탱시켜 주는데 낙타사슴,늑대,친치라가 대표적인 사냥감이 된다.그들은 살아가는 방식,사유하는 법이 대대로 내려 오는 주술적인 토템의식과 마음 속에 심어져 있는 정령 의식이 짙기에 몸이 아프다든지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경우에는 신복과 신무 의식을 거행하는 무당의 궂에 의해 액땜이 되기도 하고 일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근심과 고민을 덜어 내기도 한다.이 글의 주인공 어원커의 여인이고 그 부족의 마지막 추장의 여인이며 그녀가 살다간 100여년간의 어얼구나 강의 오른편의 삶과 역사,희노애락을 작가에 의해 고스란히 조명되고 반추가 되고 있으며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순진무구하며 물질문명이 한방울도 흘러 들어가지 않은 원시의 삶을 보여 주기에 내가 태어나고 죽어 돌아갈 태초의 모습이 어얼구나 강이 아닌가 싶다.
어원커족,그들에게도 일제에 의한 대동아공영권(따통잉)에 의해 젊은이들이 강제로 군에 징집되고 일본(스즈키 히데오등) 군부가 그들에게 저지르는 온갖 만행이 목불인견인데 쿤더와 이완이 군에 징집되고 제식훈련을 받던 중 쿤더의 어리버리한 행동에 스즈키는 세퍼드를 풀어 놓고 쿤더를 물어뜯게 한다.이에 이완은 의리와 정의감에 세퍼드를 힘과 지혜로 일살하자 이완을 강제로 옥에 쳐넣으며 잔인하게 폭행을 저지른다.이완은 야음을 틈타 탈옥을 하게 된다는 일화가 인상에 남는다.일본이 그당시 저지른 만행은 어찌 한 두가지겠는가? 주지하다시피 731부대에 의한 생체실험이었던 '마루타(丸太) 사건은 온 세상을 전율케 하고도 남는다.
어원커족은 일본이 멸망하고 모택동에 의해 공산당 및 공산주의가 세워지면서 대약진 운동,문화대혁명,사회주의식 시장자본주의의 도입에 따라 그들의 삶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산업개발이 그곳에도 침투하게 된다.니두 무당이 죽고 부인 니하오 무당이 어원커족의 명운을 예측하며 순록과 함께 삶의 터전을 이끌어 갔던 어얼구나 강의 오른편 언덕을 하늘 아래 거인으로 비유하고 크고 작은 강은 거인의 몸에 종횡으로 놓인 혈관이고,수많은 산맥은 거인의 뼈에 비유하고 있다.그 산들은 다싱안링 산맥에 속해 있는데 저자가 어린 시절 다싱안링 산맥을 끼고 어른들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를 토대로 서술하고 있다.
과학문명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았던 어얼구나 강 어원커족의 삶은 그들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언어와 생각,점술,공동체 의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저자는 어원커족이 대자연을 벗삼아 사냥과 채집,히피족마냥 초원 위를 이동하는 삶을 서정적이고 감성적이며 인간의 순수한 영혼을 불러 일으키는 탁월한 언어적 감각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자기가 태어난 고향은 언제 어디서나 그립고 잊지 못할 곳이다.어얼구나 강의 오른편은 강과 산을 끼고 살아가던 한 소수민족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대자연의 위대함 앞에 인간은 보다 겸허해지고 인간다운 모습으로 되돌아 가기를 시사해 주는 멋진 영혼의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다.
* 한국 간행물 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순수함이 울려대는 인류의 성지, 마음의 고향을 거닐다... 필리아 ㅣ 2011-09-09 ㅣ 공감(2) ㅣ 댓글 (0)
몇 쪽만 넘겨도 내 삶의 시원(始原), 태곳적 어느 곳을 거니는 듯한 향수를 느끼게 된다. 자연에 대한 경외와 사랑, 순수함, 섭리에 대한 넓디넓은 포용의 숭고한 정신이 그대로 마음속으로 조용히 스며드는 것만 같다. 아니 잊혀졌던, 잠자던 그 순수의 겸허가 비로소 깨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느낌을 무어라 해야 할지, 담아낼 길 없는 조악하기만한 언어의 최고표현으로서 그저 아름답고 숭고하다 할 밖에 없다.
내몽고지역 중러국경을 흐르는 헤이룽 강 지류인‘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울창한 삼림지대에 태고의 삶의 방식을 지켜왔던 작은 부족인‘어원커 족’여인의 따뜻하지만 또한 시린 한 세기의 이야기가 초연하게 그리고 도저하게 흐른다. 그녀의 담담한 듯 치장되지 않은 운명에 대한 순결한 이해가 그 어떤 기교와 세련됨으로 무장한 문명의 목소리를 압도한다. 순록의 먹이인 이끼와 사냥할 동물이 있는 숲 속 자연을 찾아 이동하는 유목민, 20명 남짓한 씨족 단위인‘우리렁’의 소박한 삶의 면모는 그 옛날 그렇게 살았던 것만 같은 잊었던 기억의 그리움처럼 내게 다가온다.
삶의 방식의 변화를 강요하는 문명은 이들의 우리렁에도 더 이상 항거 할 수 없는 세상이 오고, 피붙이들이 떠난 외로이 남은‘시렁주’밖을 응시하는 그녀의 기억은 마냥 원시의 자연에서 삶을 일구던 어린 시절, 그리고 여인이 되어 사랑을 얻게 되고, 또한 사랑하는 이들을 잃게 하는 운명과 마주하며, 떠나보내는 슬픔까지 삶을 오롯이 껴안아왔던 그 순수의 세계로 향한다.
시렁주 밖에 차가운 북풍이 몰아치는 밤, 엄마‘다마라’의 달뜬 목소리와 아빠‘린커’의 소곤거림 속에 일어나는 바람소리조차 순박함과 신비로운 생명력을 지닌 고결한 언어가 되어 향기롭고 유쾌한 세계로 침잠하게 한다.
순록의 무리와 함께하는 이들의 생명과 자연과의 교감, 자연과 일체가 된 어울림, 그리고 존중과 경외의 정신이 만들어내는 의식(儀式)이 금기의 요소들과 교우하며 신성함, 고결한 인간 정신을 자아낸다. 그러나 삶에 도사린 죽음은 우리렁을 떠나지 않는다. 큰아빠인‘니두’ 무당의 신무(神舞)에 내재한 신성과 인간애를 오가는 절제의 비애감이 깃들고 , 니두의 죽음에 이어 무당이 된 동생의 처 ‘니하오’의 숙명적인 삶의 질곡(桎梏)에 비추어지는 고통은 공동체를 향한 사랑과 희생의 숭고함, 도덕적 지고함이 발산하는 숭고미에 이른다.
우발적인 어린 죽음들, 숲의 정령인 자연이 부르는 죽음들, 그리고 문명과 인간탐욕이 재촉하는 강요된 죽음들로 아비와 어미, 형제들, 사촌들, 씨족들의 죽음이 그치지 않는다. 소나무 때론 자작나무위에 누인 주검들, 그 풍장(風葬)의식이 담고 있는 사랑과 영원함에 대한 약속들의 기원은 운명에 대한 또 다른 포용, 가없는 운명의 사랑이란 웅숭깊은 인간정신을 보여준다.
아흔이 된 숲 속의 어원커 족 여인, 그녀 인생의 새벽과 정오, 황혼에 이르는 삶의 시간에 깃든 사랑과 상실,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오열과 고통, 화해와 결별,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죽음의 일련의 사건들이 오늘, 우리가 겪는 것들의 오염됨, 추함과 얼마나 격이 다른지 그곳으로 달려가고플 정도이다.
일본의 만주침략은 이들 숲속 우리렁에도 손길이 미치고, 남자들의 군사훈련 동원, 그리곤 일본의 패망과 함께 진행된 중국의 공산화와 문화혁명의 이념적 회오리는 이들 때 묻지 않은 자연인들을 비루한 잣대로 훼손하고, 개발이란 명목 하에 삼림의 무참한 벌목은 이들과 순록의 터전을 몰아댄다. 사랑했던 이들의 얼굴과 순록과 산과 강을 바위에 그리며 그리운 이들이 떠난 세계의 아득함을 담아내던 여인, 도시로 나가 유명한 화가가 된 손녀‘이렌나’가 도시를 떠나 어원커 우리렁의 삶과 자연을 그리고, 마침내 강물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들이 문명이라 길들여 놓은 것들이 결코 시원의 숭고함에 이를 수 없다는 상실의 고통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 그 순결한 자연, 한 없이 너그러운 운명에 대한 사랑이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세차게 가슴을 파고든다.
이 작품을 읽게 된 것은 내게 행운이다. 그리고 작가‘츠쯔젠’을 알게 된 것 역시 더 없는 문학적 발견이라 하겠다. 작은 손바닥에 올려놓은 소금을 핥는 순록의 모습과 듬성듬성 지어진 시렁주들, 니하오 무당의 슬픈 영혼곡, 바람소리들, 우리렁을 위해 사냥을 나간 남자들의 사랑 가득한 자부심, 여인들의 투기와 기다림, 이 모든 순수함이 울려대는 아름다움에 어찌 매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작가의 말처럼 인류가 갈망하고 도달하고픈 성스러운 경지, 그 너그러움과 선량함, 애틋함을 품은 마음의 경지를 마음껏 거닐게 된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hugfsd ㅣ 2011-08-30 ㅣ 공감(1) ㅣ 댓글 (0)
사람은 태어난 이상 누구나 죽음을 비껴갈 수 없다. 또한 삶에 있어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세월은 흐르고 자라남에 따라 주위 여건도 변화를 함께한다. 변화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는 모두가 자신에게 달려있으며 그에 따른 인생의 여정도 희노애락(喜怒哀樂)속에 흘러간다.
어원커족의 조상들은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면 또 다른 세상으로 간다고 여겼다. 즉 살아생전 행위와 품성에 따라 행복한 세상으로 가느냐, 생전 불량한 행위도 회개하면 구제 받는데 그렇지 못해 영혼마저 잃느냐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 무대인 어얼구나 강은 1,800여개의 크고 작은 지류와 수많은 소수 민족이 자리한 천혜의 지역이다. 선조들이 러시안군에 쫒겨 강제로 야쿠터땅 레나 강을 떠나 어얼구나 강 오른쪽 언덕 숲 속에서 우리렁 어원커족의 새 삶이 시작된다.
그들은 강가에선 물고기를 잡고 때로는 숲속에서 사냥한 수달. 늑대. 친칠라 등 곰 가죽과 생활에 필요한 소금. 밀가루. 면직물. 탄알. 술등을 물물교환하며 순록을 키우고 보살핀다. 순록의 먹이를 찾아 이동을 하며 화자는 무려 4대에 걸친 90세 생의 긴 이야기를 그녀의 씨족사람들과 함께 펼쳐 보인다. 다른 사람을 구하려면 자신의 자식을 죽음으로 잃어버려야 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차마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그 생명을 구하는 니하오의 삶은 거룩하다기 보단 쓰리고 애처롭다. 풍장을 하며 자연에 순응하는 가운데 시대의 흐름 따라 굴곡진 삶의 방향이 작품 속 인물들에 따라 가슴 아련하게 그려지고 있다.
가슴속 깊이 상처를 간직한 여인 이푸린 그녀는 사랑하는 건 반드시 잃게 되며 오히려 사랑하지 않은 것이 오래도록 함께 있을 수 있다고 설파한다. 그러나 화자는 사랑했다면 찰나의 행복이 떠나가버린들 무엇이 두렵겠냐고 참을 수 없어한다. 그런가 하면 싫어하는 결혼 강행에 자살한 진더나, 버림받은 여인을 위해 결혼하고자 하는 다시, 다른 사람에게 더 이상의 피해를 주지 못하도록 부정한 여인 와샤를 아내로 삼은 안다오얼등 사랑이란 의미에 대해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이처럼 자연과 동화되어 그들만의 삶의 방식대로 오랜 세월 이어가며 살았을 인디언들의 슬픈 역사를 떠올리게 되는데,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강자에 의해 무너져야 하는 약자의 무력감과 개발이란 이름으로 사라져버린 수많은 숲의 파손과 더불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생활과 현대화된 도시의 생활중 진정 무엇이 인간의 삶에 있어 가치 있는 것일까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잠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인공 서희가 떠올랐다. 성격은 다르나 섬진강물줄기 따라 자리 잡은 평사리 마을 삼대에 걸친 최 씨 일가의 삶속에 대지주의 딸 서희가 지키고자 했던 토지나, 저자인 츠쯔젠이 자신의 고향인 중국 북쪽 변경 다싱안리에 순록을 방목하며 삶을 꾸려나가는 어원커 부족의 발자취를 쫓아 야영지에 도착, 늙은 무당을 만나 운명적인 삶의 이야기를 듣고 이 작품 속 주된 테마로 삼았던 것처럼 어원커족들이 사랑하는 것은 태고적 원시 그대로의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며, 대대로 이어 내려온 삶의 방식을 쫒는 것은 무수한 역경을 거치면서도 지키고자 하는 강한 바램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부족 마지막 추장의 아내인 화자는 그 바램을 위하여 모두가 부쑤로 삶의 터전을 이전하는 순간에도 끝까지 손자인 안챠오얼과 남아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이 작품은 중국 최고의 영예로 손꼽히는 `마오둔문학상‘(제7회)을 수상했으며, 저자는 `루쉰문학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유일무이한 작가이다.
아쉬운 것은 이완의 장례식에 나타난 수양딸이라는 두명의 여인이 참석한 후 바로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푸린의 말에서 흰여우가 보은의 차원에서 나타났다 하나 신화적 신빙성으로 보기엔 조금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자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나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무죄라고 생각한다. 그림은 내 가슴속에 있는 많고 많은 사념과 몽상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자신이 그리는 그림을 통하여 조상들이 그린 암벽위의 그림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는 이별의 슬픔. 내면에 울리는 자신을 찾아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음을 엿보게 되는데, 이로 인하여 화자는 베이얼츠 강을 따라 흘러간 손녀 딸 이렌나를 비춰주는 등잔불 그림으로 마지막 암벽화를 마친다.
이 책속 화자의 마지막 구절인 “나는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본다. 달은 나를 향해 달려오는 흰 순록 같다. 고개를 돌려 가까이 다가오는 순록을 바라본다. 순록은 지상에 떨어진 반달 같다. 내 눈에서 눈물을 흐른다. 나는 더 이상 하늘나라와 인간세상을 구분할 수 없다.” 이 것으로 서평을 마친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곰팅이 ㅣ 2011-08-12 ㅣ 공감(1) ㅣ 댓글 (0)
나는 어원커의 여인이다. 우리 부족 마지막 추장의 여인이다.
나는 겨울에 태어났다. 어미니의이름은 다마라, 아버지는 린커다. 어머니가 나를 낳던 날, 아버지는 흑곰 한 마리를 잡았다. 나무 굴에 웅크리고 겨울잠을 자고 있던 곰을 찾아낸 아버지는 좋은 웅담을 얻을 심산으로 자작나무 가지를 들쑤셨다. 슬슬 약이 오른 곰이 격노하자 그제서야 아버지는 사냥총을 쏘았다. 곰이 화를 내면 담즙 분비가 왕성해져 두둑하게 부풀어 오른 쓸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날 아버지는 일진이 괜찮았다. 윤이 좌르르 흐르는 두둑한 웅담 하나와 나를 한 쾌에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p.15>
표지가 넘 맘에 들어 읽게 된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 특이한 제목도 한 몫 했다. 무슨 뜻일까 굉장히 궁금하더라는 ~
중국문학을 크게 즐겨 읽지는 않지만 19세기 중국 후난성을 배경으로 여자들 사이에서만 은밀하게 전해져 내려온 비밀의 문자 '누슈'를 통해 평생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두 여인의 삶과 사랑을 신비롭고 아름답게 그려낸 '설화와 비밀의 부채'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 '숲 속 여인'의 놀라운 100년 삶을 증언한다는 글귀에 반해 집어든 이 책. 설화와 비밀의 부채와 비슷해 비교해 읽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아 냉큼 집어 들게 되었는데 순전히 상상으로 쓴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자신이 다양한 소수 민족이 살고 있는 다싱안링에서 태어나 열일곱이 될때까지 살기도 했고 2005년, 어원커 족의 발자취를 좇아 탐방을 마치고 이들 부족의 100년사를 조망한 작품인지라 사실적이라 맘에 든다.
루쉰문학상, 빙신(氷心)산문상, 좡중원(壯重文)문학상 등 권위있는 문학상을 두루 수상함은 물론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루쉰문학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운 작가의 작품이라니 ~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운명이 아닐런지 !!
밤에도 달과 별을 볼 수 있는 시렁주에 살며 고기를 먹고 사냥을 하며 불씨와 순록을 귀히 여기는 어원커 부족. 다람쥐가 나뭇가지에 매달아놓은 버섯을 보고 다가올 겨울 날씨를 미리 점치는 그들. 눈밭의 발자취를 찾지 못하면 나뭇가지 위에 매달린 버섯을 찾으며 친칠라 사냥을 하고, 소금 함정을 이용해 사슴을 잡으며 자연을 벗삼아 삶을 꾸려나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한동안 내가 즐겨봤던 다큐멘타리 한편를 떠올리게 했다. 툰드라에서 살고있는 지구상의 마지막 순록 유목민인 네네츠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최후의 툰두라>로 그들 역시 자신들과 함께 살아가고 자신들의 친구이자 먹이 그리고 살아가는데 큰 도움을 주는 순록을 키우며 살아가는 부족인지라 이들의 모습이 그들과 많이 닮아있어 익숙하면서 친근했는데 다큐를 소설로 옮겨놓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자연에서 얻은 것들을 이용해 유지해온 그들의 삶. 하지만 가스를 얻기 위해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환경이 파괴되고 술과 마약에 노출된 네네츠 족의 모습은 굉장히 충격적 이었는데 어원커족 역시 부차별한 벌목으로 인한 자연생태계의 파괴와 현대 문명의 투입으로 부족의 일원이 산을 버리고 마을에 정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하지만 그 모든 것도 사랑하는 여인을 뒤에서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니두 무당과 다른이의 생명은 물론 죄인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사랑스러운 아이의 목숨을 신에게 맡길 수 밖에 없었던 니하오의 운명과 견주지는 못하리라.
가장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물건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쉽게 손에서 떠나는 법이라는 말.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게 되는걸까 ~
어얼구나 강은 헤이룽 성 서남쪽 변경에 위치하며, 오늘날 내몽고 자치구 동북부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가르는 강이다.
1689년 7월 24일 청나라와 러시아 사이에 맺어진 '네르친스크조약'으로 인해 어얼구나 강은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뉘게 되고 그 명칭도 둘로 갈라지게 되는데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에서 사는 어원커족, 마지막 추장의 여인이었던 아흔살인 '나'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새벽 - 정오 - 황혼으로 이어지는데 아흔해의 삶, 그것은 그녀의 삶이자 곧 소수민족의 시작과 끝을 아우르는 이야기가 되어 장엄하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하게 진행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들이 또다른 가정을 꾸리면서 쭈욱 이어져온 그들의 삶.
그 속에는 자연을 벗삼아 순록을 키우며 살아가는 순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운명같은 사랑이야기도 있고, 소박한 즐거움이 있으며, 자신의 자식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다른 이의 목숨을 구할 수 밖에 없는 이의 사무친 모정도 담겨 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이름을 남겨놓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바램에 린커, 다마라, 니두 무당, 라지다, 와뤄쟈, 니하오 등등과 다르게 그녀를 기억해낼 수 있는 이름 하나 없는 것이 못내 서운하지만 해와 달, 바람, 순록에 대한 이야기만 들어도 나는 가만히 그녀를 떠올릴 수 있을 것만 같다.
"너는 라지다를 좋아했지. 그런데 라지다는 지금 어디있지? 이완은 나제스카를 좋아했어. 그런데 나제스카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지 않았니?
린커와 네 큰아버지 니두 무당은 네 아마였던 다마라를 좋아해서 겵를 벌이게 됐어. 진더는 니하오를 좋아했지만, 니하오는 루니한테 시집가지 않았니?
난 깨달았어. 사랑하는 건 반드시 잃게 된다는 사실을. 오히려 사랑하지 않은 것이 오래도록 함께 있다는 사실을 말이야."
이푸린이 한숨을 푹 쉬었다. 가슴속 깊이상처를 간직한 여인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행복이 어떤 것인지 설파하고 있었다.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사랑했다면 찰나의 행복이 떠나가버린들 무엇이 두렵겠는가. <p.237>
사랑하라. 인생에 있어서 좋은 것은 그것뿐이다.
-G.상드-
사랑이라는 이름의 찰나의 행복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가슴에 새긴 사람, 죽음으로 거부한 사람, 곁에 살면서 영원히 부정한 사람.
그 지독한 열병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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