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상회담과 평화체제의 길’이라는 주제로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한 모임에 다녀왔다.
냉전이 해체된 후 ‘냉전 2.0’이라는 새로운 냉전이 거론되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의 사라진 옛 제국(帝國)에 대한 향수와 최근 수십년간 누려온 패권(覇權)을 놓치고 싶지 않은 미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냉전이다.
이 사이에서 남북이 평화공존과 동족 간 협력을 통해 민족의 활로를 주동적으로 능동적으로 열어갈 수 있을까?
어쩌면 수 천년 역사가 우리에게 부여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주변 강대국에 내정이 좌우되지 않고, 우리 내부 역량이 주변 역량을 활용하며 나아가 변화시키는 일대 역사적 전환이다.
요즘 전개되는 한반도의 상황을 이런 전기로 삼으려는 민족의 예지와 힘이 모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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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가지를 제안하였다.
첫째는 섣부른 ‘통일’ 논의를 피하는 것이다.
남북은 70여년간 서로 다른 성격의 국가와 사회를 만들어왔다.
어설픈 통일논의나 열정은 평화는 고사하고 묵은 모순과 갈등을 확산시킬 것이다.
남북은 ‘통일을 전제로 한 특수관계’로부터 ‘일반국가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관념이나 실제면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
두 국가가 각각 다른 체제로 성숙하여 근접할 때, 그 결과로 통일이 오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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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당당하게 존엄한 나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힘을 가지고 다투는 것은 맞지 않다.
나라와 사회의 품격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다.
북의 경우는 그들에게 맡겨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을 새로운 유형(문명)의 선진국으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중국이 종전의 제국(帝國)을 한국에 대해 꿈꾸지 못하게 될 가장 확실한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빠져 있는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가 늘 말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조선조 멸망 이후 성공해 본 적이 없는 합작(요즘 말로 연합이나 협치)에 성공하는 것이다.
노사정 위원회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우리의 실태를 볼 때 그것은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보다 깊은 종합철학의 바탕에서 민족의 운명이 걸린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사람이 한다.
자기중심의 소아적 심성에서 벗어나 대의를 중심에 놓고, 지혜와 힘을 모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려는 사람들과 집단의 연대가 절실하다.
여기에는 정의를 실현하려는 사회적 약자들은 물론이지만, 부자(富者)들도 당연히 중요한 구성원이다.
거부(巨富)들이 기쁘게 동참하는 그런 연대를 그려보자.
이것은 ‘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토록 그려온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루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한 번 해보자!
핵심은 대한민국 안에서의 연합(聯合)의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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