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승인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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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전 통일연구원 원장)
들어가며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6.12)이 과거의 틀을 깨고 탑다운 (top down) 정상간 합의를 시작으로 후속 조치 협상 외교가 북미간 오랜 불신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 (6.13)에서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폭스뉴스 인터뷰(6.15)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의 직통 전화번호를 줬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사실 북한에 전화하려고 한다" 며 두 정상 간 핫라인 개통설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대로 오는 8월 예정된 한미 연합 을지 프리덤 가디언 (UFG) 연습을 중단한다고 발표(6.18)했다. 그리고 미군 유해를 북한으로부터 넘겨받기 위한 작업도 6월 하순부터 시작되었다. 향후 북미간 화해와 대화 무드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행정 명령 1346호 등 6건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1년 연장하기로 결정(6.22)하였다.
이런 행동이 북미간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었다.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북미 후속 협상일정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6월말부터 북한이 핵시설을 은폐하고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미 정보당국의 보고가 잇따라 보도되었다. 이어서 북미간 후속협상의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성 김-최선희 간 판문점 비밀 회동(7.1)을 통해 후속 대화와 협상의 물꼬를 텄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첫째,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고위급 평양 회담을 평가한 후, 둘째, 평양회담에서 논의된 두개의 핵심쟁점을 분석함으로써, 셋째, 향후 중국의 새로운 역할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북미간 상이한 비핵화 해법의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적 가교역할을 수행하여 한반도비핵화-평화체제 이행 로드맵을 도출하기 위한 남북미 3자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하는데 기본 목적을 두고 있다.
북미 고위급 평양회담의 평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 이후 26일 만에 북미고위급 회담이 평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Mike Pompeo)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이 평양의 백화원 영빈관에서 7월 6일부터 2일간 총 9시간 2라운드 북미간 평양 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시간표' 마련과 미군 유해송환 완료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했던 '비핵화 시간표'나 '핵(核)신고 검증 리스트'가 없었다. 더욱이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려 접점을 찾지 못하였다.
특히 북한은 자신들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7.27)을 계기로 종전선언 발표를 제안했으나 미국이 ‘시기상조’란 입장을 표명하였고 북한이 미국이 비핵화의 상응조치 면에서 준비를 해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나지 못했다. 트럼프 미대통령이 정치일정으로 조급하게 행동하는 것 같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이용하여 여유 있게 북핵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다.
북한은 아직도 미국이 비핵화를 위해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주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폼페이오가 CVID를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할 수 있는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FFVD)로 다른 말로 표현해도 북한은 FFVD도 CVID와 같은 말로 이해하였다.
북한은 미국의 일방적으로 CVID 요구를 비판하면서 강도적 행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북한과의 협상은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다뤄야지 성급하게 해결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비핵화 개념에 미국과 북한이 현재까지 합의하지 못했다. 북한은 조선(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어 비핵화 이행 로드맵을 도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먼저 비핵화 개념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비핵화 개념으로 양보와 타협하려는 분위기이다. 요약하면, 미국 측은 조속히 '비핵화 시간표'를 마련하고 핵 신고·검증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북한 측은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시간표(timeline) 설정 등에 있어서도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나자마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7.7)가 발표되었다. "우리는 미국 측이 조미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맞게 신뢰 조성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기대하면서 그에 상응한 그 무엇인가를 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6일과 7일에 진행된 첫 조미 고위급회담에서 나타난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미사이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조성하며 이를 위해 실패만을 기록한 과거의 방식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기성에 구애되지 않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 신뢰 조성을 앞세우면서 단계적으로 동시 행동 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이번 고위급 회담의 최대의제인 비핵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북미 양측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신고·사찰·검증·폐기단계를 밟아 나갈지, 또 반대급부로서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을 어떤 식으로 제공할 것인지 등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 그러나 비핵화 로드맵 도출을 위한 구체적 논의는 향후 워킹 그룹을 구성하는데 합의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북미 고위급회담의 핵심쟁점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북미간 긴장완화를 위한 점진적인 상호주의(GRIT-Graduated Reciprocation in Tension-reduction) 전략에 입각하여 북한과 미국이 노력하고 있어 다행이다. 북한이 먼저 선제행동을 보여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풍계리 핵 시험장을 폐기하였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고 한국전쟁 때 전사한 미군유해 송환을 위한 실무회담을 제안하는 등 비핵화-평화프로세스를 위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오랫동안 요구했던 한미연합군사 훈련 중단(특히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결단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도 한미연합군사훈련(공군. 해병대등)을 비핵화 프로세스 중에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폼페이오-김영철 간 북미 고위급 평양회담에서 9시간 동안 주로 두 개 핵심쟁점을 놓고 논의했지만 워낙 시각차이가 평행선을 달려 점접찾기에 실패하였다. 두 개의 핵심 쟁점은 비핵화 해법 및 방식 그리고 종전선언이다. 간단히 요점만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한반도 비핵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아주 다르다. 미국은 비핵화 우선주의를 주장하였고 CVID, FFVD 주장으로 핵무기, 핵물질, 미사일 신고와 검증을 위한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단계적이며 동시적 방식을 주장하였고 북한은 미국의 ‘일방적 강도적’ 비핵화 요구를 비난하였다.
둘째, 종전선언이 쟁점이었다. 북한은 올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이하여 7월27일에 북미간 종전선언을 하자고 제의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종전선언을 유보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실질적으로 북미간 종전선언을 반대한 것이다.
그러나 평양 고위급회담에서 3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첫째로,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미군유해 송환을 위해 판문점에서 7월12일에 실무접촉을 할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12일에 북측대표단이 참석하지 않아15일로 연기해 협의했다. 둘째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실무회담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셋째로, 비핵화 신고, 검증 등 워킹 그룹(Working Group)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미군 유해 송환과 북한의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는 모두 지난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북한체제의 안전보장, 그리고 미군 유해송환이라는 세 가지 목표에 대해 확고하며 CVID에 대한 미국입장도 변화가 없음이 확인되었다.
문 정부의 적극적 가교역할(bridge-building role)의 필요성
이제 문 정부의 적극적 가교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정부는 더 이상 한반도위기가 재발되지 않도록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여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창의적인 로드맵을 도출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핵화 해법과 방식을 놓고 미국의 CVID 주장과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북미 양 정부의 양보와 타협의지가 없으면 한반도 비핵화는 실현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제3의 해법모색에 실패하면 다시 한반도 위기국면으로 회기 될 개연성이 높다. 그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함께 제3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가 평소에 주장해온 제안을 여기에 다시 정리하고자 한다. 핵심적인 전제조건은 북미간 양보를 통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제3의 해법이 없다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문 정부는 이런 북핵 해법의 상이한 두 개 접근의 절충안 혹은 제3의 해법을 모색하여 북미양측을 설득할 수 있는 비핵화 이행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필자의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해법은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완전한 비핵화 혹은 CVID나 FFVD는 최종목표로 출구론을 설정하는데 합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제1단계는 한반도 비핵화의 초등단계인 입구론이다. 남북미 3국 정상이 함께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언제,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관해 3국 합의가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북미간 종전선언이나 한국 정부가 원하는 남북미 3자간 종전선언보다 더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미중남북 4자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핵화의 초등단계에서 그 동안 고사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재개하고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 2.13 합의문과 10.4 합의문을 재확인하고 6자회담의 재가동도 바람직하다.
둘째 단계는 비핵화-평화체제를 병행 추진하는 비핵화-평화체제단계이다. 6자회담틀 속에서 미중남북 4자가 평화조약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이다.
셋째 단계는 비핵화 실현 단계이고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북한체제의 안전보장과 완전한 비핵화와 맞교환하는 것이다. 자기주장만 고집하면 각 단계마다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이 만들어 지게 될 해법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협상 과정에서 역지사지의 정신없이 각자의 자기 방식의 주장은 북핵문제를 풀기보다 오히려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도출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남북미 3국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한다.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에서 중국이 적극적 참여해야
미국과 국제사회는 중국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대북제재와 압박이 북한의 불안정이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북핵문제의 적극적 개입은 궁극적으로 중국의 다른 국가에 대한 내정 불간섭 원칙에 위반되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력이 완성되면서 중국의 안보위협이 증대하고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균형이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향후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논의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중국의 참여 방안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2016년 3월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병행하는 “쌍궤병행” 방안을 제시하였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비핵화 진전이 중국이 제시한 ‘쌍궤병행’의 방향으로 가고 있고, 북한의 핵실험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의 제한적 조치도 사실상 ‘쌍중단’이 실현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시대에 중국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중국은 동북아 체제의 최강대국이며 지정학적 위치로 보아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핵심 관련국이다. 6자회담의 의장국이며 종전 선언과 평화조약 체결의 핵심 당사국이다. 더욱이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희생자는 한국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도 부정적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70년 만에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간 후속협상을 놓고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반면 북중관계는 점진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로 진전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오히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후견인이 된 느낌이 들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 국무 위원장에게 중국 고위급 전용기를 2대나 빌려주고 중국 영공을 지날 때 전투기 편대 호위까지 환대를 베풀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후 일주일 만에 제3차 북중정상회담(6.19-20)을 가졌다. 이는 북한이 중국과 든든한 파트너임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시 주석 또한 오는 9월 또는 10월에 평양을 공식 방문을 하게 되어 북중관계는 더욱 밀착하게 될 것이다.
지난 3월과 5월에 두 번째 북중정상회담 이후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때 중국이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중국배후설’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의 배후설’을 주장하고 있다. 제1차 북미 고위급 평양 회담을 위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주지도 않고 북한이 CVID 북핵 해법에 대해 미국을 강도적인 요구라며 비난해 중국배후설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북미간 비핵화 합의이행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중국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미중간 기싸움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미중협력이 필요충분조건인데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종전선언에 문재인 정부는 남북미 3자가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을 제안하자 중국은 이에 반발하여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도쿄신문(5.25)따르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2차 다롄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종전선언'에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며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보류해 달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 고위급 평양회담에서 북한이 정전협정체결 65주년(7.27)에 북미간 종전선언 제안에 미국은 비핵화조치까지 종전선언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북미간 양자 종전선언을 하자는 제안은 4.27 판문점 선언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종전선언은 중국을 포함한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중남북 4자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하고 이어서 4자가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협상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나가며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북미 고위급 평양회담의 결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사회에 정상국가 지도자로 등장한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협상판이 깨질 때 잃을 것이 너무 크다는 점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두 정상이 궁극적으로 비핵화 이행 로드맵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각자의 국가이익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자들로 빅딜(big deal)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비핵화 일괄타결과 선(先) 비핵화 조치를 강조하던 미국이 비핵화 조치와 북한 체제 보장 조치를 병행 추진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어 북한과의 접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 상황이다. 북한이 '강도적'이라고 비난한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과의 싱가포르 합의에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으며 김 위원장을 ‘훌륭한 협상가’라고 칭찬하면서 후속협상을 통해 비핵화 로드맵의 '빅딜'을 시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은 고무적이다.
끝으로 트럼프 미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올해 11월 중간선거나 2020년 재선 승리의 디딤돌로 이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 그리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미 관계의 정상화를 이룬 ‘위대한 정치지도자’로 남아있기를 원하는 트럼프의 정치적 야심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는 북미간 적극적 가교역할(bridge-building role)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제3의 비핵화 이행 로드맵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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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환 박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승인 2018.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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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전 통일연구원 원장)
들어가며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6.12)이 과거의 틀을 깨고 탑다운 (top down) 정상간 합의를 시작으로 후속 조치 협상 외교가 북미간 오랜 불신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 (6.13)에서 "더 이상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폭스뉴스 인터뷰(6.15)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의 직통 전화번호를 줬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사실 북한에 전화하려고 한다" 며 두 정상 간 핫라인 개통설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대로 오는 8월 예정된 한미 연합 을지 프리덤 가디언 (UFG) 연습을 중단한다고 발표(6.18)했다. 그리고 미군 유해를 북한으로부터 넘겨받기 위한 작업도 6월 하순부터 시작되었다. 향후 북미간 화해와 대화 무드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행정 명령 1346호 등 6건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1년 연장하기로 결정(6.22)하였다.
이런 행동이 북미간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었다.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북미 후속 협상일정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6월말부터 북한이 핵시설을 은폐하고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는 미 정보당국의 보고가 잇따라 보도되었다. 이어서 북미간 후속협상의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성 김-최선희 간 판문점 비밀 회동(7.1)을 통해 후속 대화와 협상의 물꼬를 텄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첫째,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고위급 평양 회담을 평가한 후, 둘째, 평양회담에서 논의된 두개의 핵심쟁점을 분석함으로써, 셋째, 향후 중국의 새로운 역할을 검토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북미간 상이한 비핵화 해법의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적극적 가교역할을 수행하여 한반도비핵화-평화체제 이행 로드맵을 도출하기 위한 남북미 3자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하는데 기본 목적을 두고 있다.
북미 고위급 평양회담의 평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 이후 26일 만에 북미고위급 회담이 평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Mike Pompeo)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이 평양의 백화원 영빈관에서 7월 6일부터 2일간 총 9시간 2라운드 북미간 평양 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시간표' 마련과 미군 유해송환 완료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했던 '비핵화 시간표'나 '핵(核)신고 검증 리스트'가 없었다. 더욱이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려 접점을 찾지 못하였다.
특히 북한은 자신들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7.27)을 계기로 종전선언 발표를 제안했으나 미국이 ‘시기상조’란 입장을 표명하였고 북한이 미국이 비핵화의 상응조치 면에서 준비를 해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만나지 못했다. 트럼프 미대통령이 정치일정으로 조급하게 행동하는 것 같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이용하여 여유 있게 북핵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다.
북한은 아직도 미국이 비핵화를 위해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주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폼페이오가 CVID를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할 수 있는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FFVD)로 다른 말로 표현해도 북한은 FFVD도 CVID와 같은 말로 이해하였다.
북한은 미국의 일방적으로 CVID 요구를 비판하면서 강도적 행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북한과의 협상은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다뤄야지 성급하게 해결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비핵화 개념에 미국과 북한이 현재까지 합의하지 못했다. 북한은 조선(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어 비핵화 이행 로드맵을 도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먼저 비핵화 개념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비핵화 개념으로 양보와 타협하려는 분위기이다. 요약하면, 미국 측은 조속히 '비핵화 시간표'를 마련하고 핵 신고·검증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북한 측은 단계적 동시행동 원칙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시간표(timeline) 설정 등에 있어서도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나자마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7.7)가 발표되었다. "우리는 미국 측이 조미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맞게 신뢰 조성에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방안을 가지고 오리라고 기대하면서 그에 상응한 그 무엇인가를 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6일과 7일에 진행된 첫 조미 고위급회담에서 나타난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미사이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조성하며 이를 위해 실패만을 기록한 과거의 방식에서 대담하게 벗어나 기성에 구애되지 않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 신뢰 조성을 앞세우면서 단계적으로 동시 행동 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이번 고위급 회담의 최대의제인 비핵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북미 양측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신고·사찰·검증·폐기단계를 밟아 나갈지, 또 반대급부로서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을 어떤 식으로 제공할 것인지 등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 그러나 비핵화 로드맵 도출을 위한 구체적 논의는 향후 워킹 그룹을 구성하는데 합의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북미 고위급회담의 핵심쟁점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북미간 긴장완화를 위한 점진적인 상호주의(GRIT-Graduated Reciprocation in Tension-reduction) 전략에 입각하여 북한과 미국이 노력하고 있어 다행이다. 북한이 먼저 선제행동을 보여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풍계리 핵 시험장을 폐기하였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했고 한국전쟁 때 전사한 미군유해 송환을 위한 실무회담을 제안하는 등 비핵화-평화프로세스를 위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오랫동안 요구했던 한미연합군사 훈련 중단(특히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결단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도 한미연합군사훈련(공군. 해병대등)을 비핵화 프로세스 중에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폼페이오-김영철 간 북미 고위급 평양회담에서 9시간 동안 주로 두 개 핵심쟁점을 놓고 논의했지만 워낙 시각차이가 평행선을 달려 점접찾기에 실패하였다. 두 개의 핵심 쟁점은 비핵화 해법 및 방식 그리고 종전선언이다. 간단히 요점만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한반도 비핵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아주 다르다. 미국은 비핵화 우선주의를 주장하였고 CVID, FFVD 주장으로 핵무기, 핵물질, 미사일 신고와 검증을 위한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단계적이며 동시적 방식을 주장하였고 북한은 미국의 ‘일방적 강도적’ 비핵화 요구를 비난하였다.
둘째, 종전선언이 쟁점이었다. 북한은 올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이하여 7월27일에 북미간 종전선언을 하자고 제의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종전선언을 유보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며 실질적으로 북미간 종전선언을 반대한 것이다.
그러나 평양 고위급회담에서 3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첫째로,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미군유해 송환을 위해 판문점에서 7월12일에 실무접촉을 할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12일에 북측대표단이 참석하지 않아15일로 연기해 협의했다. 둘째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실무회담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셋째로, 비핵화 신고, 검증 등 워킹 그룹(Working Group)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미군 유해 송환과 북한의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는 모두 지난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북한체제의 안전보장, 그리고 미군 유해송환이라는 세 가지 목표에 대해 확고하며 CVID에 대한 미국입장도 변화가 없음이 확인되었다.
문 정부의 적극적 가교역할(bridge-building role)의 필요성
이제 문 정부의 적극적 가교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정부는 더 이상 한반도위기가 재발되지 않도록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여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창의적인 로드맵을 도출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핵화 해법과 방식을 놓고 미국의 CVID 주장과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북미 양 정부의 양보와 타협의지가 없으면 한반도 비핵화는 실현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제3의 해법모색에 실패하면 다시 한반도 위기국면으로 회기 될 개연성이 높다. 그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함께 제3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가 평소에 주장해온 제안을 여기에 다시 정리하고자 한다. 핵심적인 전제조건은 북미간 양보를 통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제3의 해법이 없다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 문 정부는 이런 북핵 해법의 상이한 두 개 접근의 절충안 혹은 제3의 해법을 모색하여 북미양측을 설득할 수 있는 비핵화 이행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필자의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해법은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완전한 비핵화 혹은 CVID나 FFVD는 최종목표로 출구론을 설정하는데 합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제1단계는 한반도 비핵화의 초등단계인 입구론이다. 남북미 3국 정상이 함께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언제,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관해 3국 합의가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북미간 종전선언이나 한국 정부가 원하는 남북미 3자간 종전선언보다 더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미중남북 4자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핵화의 초등단계에서 그 동안 고사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을 재개하고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 2.13 합의문과 10.4 합의문을 재확인하고 6자회담의 재가동도 바람직하다.
둘째 단계는 비핵화-평화체제를 병행 추진하는 비핵화-평화체제단계이다. 6자회담틀 속에서 미중남북 4자가 평화조약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이다.
셋째 단계는 비핵화 실현 단계이고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북한체제의 안전보장과 완전한 비핵화와 맞교환하는 것이다. 자기주장만 고집하면 각 단계마다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이 만들어 지게 될 해법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협상 과정에서 역지사지의 정신없이 각자의 자기 방식의 주장은 북핵문제를 풀기보다 오히려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도출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남북미 3국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한다.
비핵화-평화 프로세스에서 중국이 적극적 참여해야
미국과 국제사회는 중국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중국은 대북제재와 압박이 북한의 불안정이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리고 북핵문제의 적극적 개입은 궁극적으로 중국의 다른 국가에 대한 내정 불간섭 원칙에 위반되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력이 완성되면서 중국의 안보위협이 증대하고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균형이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향후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논의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중국의 참여 방안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2016년 3월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병행하는 “쌍궤병행” 방안을 제시하였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비핵화 진전이 중국이 제시한 ‘쌍궤병행’의 방향으로 가고 있고, 북한의 핵실험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의 제한적 조치도 사실상 ‘쌍중단’이 실현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므로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시대에 중국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중국은 동북아 체제의 최강대국이며 지정학적 위치로 보아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핵심 관련국이다. 6자회담의 의장국이며 종전 선언과 평화조약 체결의 핵심 당사국이다. 더욱이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희생자는 한국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도 부정적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70년 만에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간 후속협상을 놓고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반면 북중관계는 점진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로 진전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오히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후견인이 된 느낌이 들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 국무 위원장에게 중국 고위급 전용기를 2대나 빌려주고 중국 영공을 지날 때 전투기 편대 호위까지 환대를 베풀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후 일주일 만에 제3차 북중정상회담(6.19-20)을 가졌다. 이는 북한이 중국과 든든한 파트너임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시 주석 또한 오는 9월 또는 10월에 평양을 공식 방문을 하게 되어 북중관계는 더욱 밀착하게 될 것이다.
지난 3월과 5월에 두 번째 북중정상회담 이후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때 중국이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중국배후설’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의 배후설’을 주장하고 있다. 제1차 북미 고위급 평양 회담을 위해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주지도 않고 북한이 CVID 북핵 해법에 대해 미국을 강도적인 요구라며 비난해 중국배후설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북미간 비핵화 합의이행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중국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미중간 기싸움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미중협력이 필요충분조건인데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종전선언에 문재인 정부는 남북미 3자가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을 제안하자 중국은 이에 반발하여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도쿄신문(5.25)따르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2차 다롄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종전선언'에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며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보류해 달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미 고위급 평양회담에서 북한이 정전협정체결 65주년(7.27)에 북미간 종전선언 제안에 미국은 비핵화조치까지 종전선언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북미간 양자 종전선언을 하자는 제안은 4.27 판문점 선언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종전선언은 중국을 포함한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중남북 4자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하고 이어서 4자가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협상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나가며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서 북미 고위급 평양회담의 결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사회에 정상국가 지도자로 등장한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협상판이 깨질 때 잃을 것이 너무 크다는 점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두 정상이 궁극적으로 비핵화 이행 로드맵에 합의할 것으로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각자의 국가이익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자들로 빅딜(big deal)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비핵화 일괄타결과 선(先) 비핵화 조치를 강조하던 미국이 비핵화 조치와 북한 체제 보장 조치를 병행 추진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어 북한과의 접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 상황이다. 북한이 '강도적'이라고 비난한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과의 싱가포르 합의에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으며 김 위원장을 ‘훌륭한 협상가’라고 칭찬하면서 후속협상을 통해 비핵화 로드맵의 '빅딜'을 시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론은 고무적이다.
끝으로 트럼프 미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올해 11월 중간선거나 2020년 재선 승리의 디딤돌로 이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 그리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미 관계의 정상화를 이룬 ‘위대한 정치지도자’로 남아있기를 원하는 트럼프의 정치적 야심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는 북미간 적극적 가교역할(bridge-building role)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제3의 비핵화 이행 로드맵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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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환 박사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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