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7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김정은, 이젠 한국 언론 앞에 나서라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김정은, 이젠 한국 언론 앞에 나서라




김정은, 이젠 한국 언론 앞에 나서라
주성하기자nambukstory 2018-06-14 23: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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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11일 오후 9시 이후 숙소를 떠나 싱가포르 주요 관광지들을 깜짝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싱가포르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을 많이 배우려 한다”고 말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했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싱가포르로 날아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보며 18세기 연암 박지원이 쓴 ‘허생전’을 떠올렸다.


외진 산골에 박혀 있던 허생은 굶주린 아내의 질책에 7년 만에 집을 나서더니, 서울 최고 부자에게서 1만 냥을 빌려 순식간에 100만 냥을 만들었다.


김정은도 집권 7년째에 문을 열고 나와, 전국을 휘젓고 다닌 허생처럼 남쪽에도 오고 중국에도 갔다. 시골 선비인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행동거지, 임기응변은 외교 신인답지 않다.


12일 세기의 북-미 정상회담으로 김정은이 판을 짠 외교 행보는 설계대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은 ‘운전자’가 되고 싶은 문재인 대통령을 적절한 시점에 두 번이나 활용했고, 북-미 ‘빅딜’에 불안감을 느끼는 중국 대륙의 황제도 두 번이나 찾아가 안심시켰다.


두 달 동안 네 차례의 숨 가쁜 정상회담을 연 끝에 드디어 세계 최강국 미국의 수뇌와 마주 앉는 데 성공했다.


김정은은 원했던 합의문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함께 얻었다. 특히 이미지 세탁에 성공했다. 지난달 25일 김정은과 만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한국에서도 아주 인기가 많다”고 말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4·27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 대학생 19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김정은에 대한 긍정 이미지는 회담 전 4.7%에서 약 10배인 48.3%로 급증했다. 부정적 이미지는 87.7%에서 25.8%로 크게 감소했다.


싱가포르에서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김정은에 대한 세계인들의 부정적 이미지도 크게 희석됐을 것이다.


뉴욕타임스도 6일 “수개월 사이 김정은은 핵에 미친 사람에서 숙련된 지도자로, 현대 외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신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고모부와 이복형까지 죽인 살인적인 독재자이자 핵 미치광이라는 이미지를 각국 정상들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합리적 지도자의 이미지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김정은은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하고, 뿌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왜 이 길을 떠났는지, 출발선에 선 심정으로 되돌아볼 때이다. 이번 결행의 목적이 이미지 세탁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정을 받기 위한 건 아닐 것이다. 가난한 북한과 자신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떠난 길일 것이다.



김정은의 희망대로 북한을 발전시키려면 이제 외부 투자를 받아야 한다. 핵까지 내놓은 진짜 이유가 바로 이걸 위해서다.


하지만 남의 돈은 좋은 이미지만으론 절대 받을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를 받으려면 성공에 대한 확신과 함께 나를 믿어도 된다고 투자자를 이해시켜야 한다. 특히 가진 것이 없을수록 투자자의 신뢰를 진실된 마음으로 얻어내야 한다.


북한보다 더 가난했던 1960년대에 가난한 조국을 후대에 물려주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가득했던 한국의 40대 지도자가 바로 그랬다.


1963년 서독을 방문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총리를 만나 호소했다.


“우리 국민 절반이 굶어 죽고 있다. 빌린 돈은 반드시 갚는다. 도와 달라. 우리 국민 전부가 실업자다. 라인강의 기적을 우리도 만들겠다.”


이 말을 하며 박정희는 눈물을 흘렸고, 이 말을 옮기던 통역관도 함께 울었다.


진심은 통한다. 광복 후 최초의 차관(借款)을 주었던 서독은, 박정희와의 만남 이후엔 담보도 필요 없는 막대한 추가 지원으로 고속성장의 밑천을 마련해 주었다.


1960년대 한국의 구세주가 ‘라인강의 기적’을 이뤘던 서독이었다면 오늘날 북한의 구세주는 ‘한강의 기적’을 만든 동포의 땅 한국이 될 것이다.


남쪽의 많은 사람이 김정은의 이미지가 아닌 진심에 감동할수록, 한국은 큰 내부 갈등이 없이 북한 발전의 최대 후원자가 될 것이다.


이제 박정희의 눈물을 김정은이 흘려야 하고, 박정희의 길을 김정은이 가야 한다.


“김정은은 나라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유능한 사람”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가 맞는다면, 북-미 회담의 다음 행보로 그가 한국 언론 앞에 나서길 바란다.


단독 회견이든, 기자회견이든 상관없다. 그 자리에서 남한 국민을 향해 이렇게 호소해야 한다.


“북한은 가난하다. 도와 달라. 한강의 기적을 우리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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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eryu
2018-06-15 00:48:23
이분도 참.

북한은 체제가 바뀌어야 경제가 발전하는 것이고, 정은이 보고 체제를 바꾸는데 노력을 해 달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역사를 전부 뒤져서 체제가 바뀌면서 전 체제의 권력자가 바뀐 체제에서 계속 승계한 경우가 있는가를 찾아 보세요.

체제가 바뀌면 전임자는 거의 대부분 죽음이고, 평화롭게 이양하는 경우에만 권력을 내려 놓고 초야에 묻히지요.

그걸 김정은이는 무지하게 잘 알고 있죠.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 고모부도 죽이고, 이복 형도 죽였던 사람에게 불쌍한 인민을 위해서 스스로 권력을 내려 놓으시지요 하고 권하는 꼴입니다.

그리고 국가라는 것은 어떤 가치와 도덕성으로 성립되는 것입니다. 그냥 먹고 사는 것만 잘 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경제라는 것은 어떤 기율이 성립된 이후에 그 바탕 위에서 뻗어가는 것이죠.

주 기자는 왜 그런 것을 전혀 생각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먼저 국가를 바르게 해야합니다. 도덕과 법률이 정비되고 공평하며 법치가 이루어져서 신뢰(경제를 위한)가 확보되게 하고, 그리고 제도가 정비되어야 하죠. 그 다음에 박정희같은 인물이 나와야 하는 거죠.

국가를 바르게 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잘못한 사람을 배제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그 과정에서 김정은이 단죄되어야 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잘못한 지도자가 오늘부터 마음을 바꿔서 잘한다고 했을 때 전혀 리더십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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