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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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만수대창작사와 '빛나는 조국'
조선일보
안용현 논설위원

입력 2018.09.20 03:17



중국에서 열린 '북한 무역 박람회'를 간 적이 있다. 말이 박람회지 북한 산나물과 담배, 약초 따위를 파는 시골 장터 같았다. 대부분 10위안, 1650원짜리였는데 1만위안 가격표가 수두룩한 코너가 하나 있었다. 평양 만수대창작사가 그림과 공예품을 파는 곳이었다. 북 안내원이 "수령님·장군님의 초상화와 동상을 제작하는 작가들이 만든 작품"이라고 열을 올렸다. 북한은 이런 선전을 앞세워 아프리카 독재자에게도 조형물을 만들어주고 달러를 벌었다. 얼마 전 유엔과 미국은 만수대창작사를 핵 개발 자금원(源)으로 지목하고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평양에 간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했는데 어제 청와대는 '예술품 관람 차원'이라고 했다.

▶대통령 특별수행원들은 평양 과학기술전당을 찾았다고 한다. 이곳은 2016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직후에 문을 열었는데 건물 모양이 원자 구조처럼 생겼다. 외양만 봐도 북이 핵·미사일 성과를 자랑하려고 지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전당'에서 우리 측 인사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CNN 기자가 지난 9일 북 건국 70년을 맞아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직접 본 뒤 글을 올렸다. "학생 10만명이 동원돼 매일 8시간씩 몇 달을 준비했다"고 했다. 여기에 나온 주민을 '휴먼 픽셀'이라고 불렀다. 픽셀은 화소(畵素)다. 북한이 잘한다는 매스게임을 보면 동원된 어린 학생들이 픽셀이 아니라 노예 같다. 올여름 평양도 폭염이 심했는데 이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어느 정도였을까. 과거 집단체조 '아리랑' 연습 때는 화장실을 못 가 방광염에 걸리거나 일사병에 쓰러지는 학생이 속출했다. 북은 이 공연 입장권을 최고 100만원에 팔고 있다. 문 대통령은 어제 저녁 이 집단체조를 관람하고 연설도 했다.

▶문 대통령이 오늘 김정은과 함께 백두산에 간다고 한다. 우리에게 백두산은 '민족의 영산'이지만 북에선 '김일성 일가의 혁명 영산'이다. 김정일이 태어났다는 백두산 귀틀집을 '혁명 성지'로 꾸며놓았고 주민들이 순례한다. 실제 김정일 출생지는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라는 게 정설이다.

▶북핵 폐기는 여전히 진전이 없는데 우리는 대북 제재 대상 기관을 방문하고, 원자 모양 전당을 둘러보고, 체제 선전물을 보고 손뼉을 쳤다. 대개 진짜 평화로 가는 길은 거북하지만 냉철한 이성으로, 가짜 평화로 가는 길은 화려한 이벤트와 멋진 미사여구로 포장돼 있는 경우가 많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9/20180919040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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