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06

이만열 - [20181229 ‘역사, 중심은 나다’ 개정판 간행]



(6) 이만열 - [20181229 ‘역사, 중심은 나다’ 개정판 간행]


이만열
31 December 2018 at 03:49 ·



[20181229 ‘역사, 중심은 나다’ 개정판 간행] 

지난 2007년 8월 말에 ‘역사의 중심은 나다’(현암사)를 간행한 적이 있다. 처음 간행했을 때 독자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몇 몇 학교에서는 그 책을 읽고 ‘저자와의 대화’도 시도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그 책이 더 간행되지 않았다. 출판사의 복잡한 사정 때문이라고 들었다. 개정판 형식으로라도 이 책을 다시 간행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나는 쉽사리 동의하지 못했다. 개정판을 내자면 그 내용도 수정 보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결국 초판 원고를 조금 수정하고 몇 몇 원고를 보충하여 ‘출간 13년 기념 개정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독자들에게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 새 저서를 내지 못하고 개정판을 내게 되어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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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을 내게 된 데는 내년이 3.1운동 100주년에다 대한민국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그런 문제의식을 강조해야 한다는 필자의 역사학도로서의 생각도 한 몫을 했다. 그런 문제의식을 제대로 담기 위해서는 전문서적 형태의 저술이 필요하겠으나 필자의 현재 여건으로는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그 대신 이 책의 2장의 제목을 바꾸어 이를 보완해 보려고 했는데, 초판에서 ‘역사는 미래다’라고 한 것을 개정판에서는 ‘3.1운동과 대한민국’이라고 고치고, 

그 중의 한 꼭지를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인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인가’를 새로 추가했다. 몇 년 전 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을 때, 국정화를 추진한 중요한 의도는 대한민국 성립이 1948년에 있다는 것을 강제하려는 데에 있었다. 이 책에서는 대한민국의 성립을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찾으려는 역사학계의 주장과 1948년 8월 15일에 두어야 한다는 뉴라이트계의 주장을 소개하고,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출발이 대한민국의 성립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의 목차는 
  1. ‘역사란 무엇인가’, 
  2. ‘3.1운동과 대한민국’, 
  3. ‘일본의 그림자’, 
  4. ‘세계와 공존하는 법’ 그리고 
  5. ‘역사에 살아있는 사람’
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공부한 분야는 역사학의 역사와 그런 분야의 역사가들, 한국의 기독교와 민족사와의 관련성을 주로 다루는 데 있었다. 그러나 역사학도로서 사회적 관심을 표명할 때에는 내 공부한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광범위하게 관심을 넓혀갔다. 

한국의 민주화 및 통일 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진 것이나 일제 잔재․식민주의사관의 문제를 점검하려 했던 것은, 이 두 문제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며 불가분의 관련성을 가지고 우리 사회를 퇴행시켜 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에 큰 진통을 겪어온 것은 식민주의사관을 포함한 일제 잔재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역사에 살아있는 사람’을 다룬 것은 현실적인 삶 속에서도 역사적인 삶을 추구했던 이들의 귀감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사 인식’ 못지 않게 ‘역사 의식’을 강조했다. 역사 인식이 역사적 진실을 찾는 지적 작업이요 역사 과학화의 작업이라면, 역사 의식은 정확한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역사의 방향을 찾고 역사에 혼을 불어넣으며 인간 의식에 신념 체계를 형성시켜 바른 역사 전개를 위해 행동하게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반역사적인 세력과 처절한 투쟁을 전개하여 고난을 겪은 사람들 중에 역사 의식이 투철한 사람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역사 의식은 역사 인식이 갖는 한계를 뛰어 넘어 역사의 진행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대로 실천하도록 용기를 북돋우기도 한다. 때문에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올바른 역사 인식을 넘어서서 역사 인식을 역사 의식으로 승화시켜 민족사나 세계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현존하는 상황이 역사가 진행되어 온 방향과 다르다고 판단될 때에는 이런 반역사적인 상황에 저항 투쟁하면서 역사의 길을 걸어야 하며 이것이 역사에 살아있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역사에 살아 있는 사람을 강조한다. 역사에 살아있는 사람은 역사 의식을 가지고 역사의 길을 간 사람이지만, 역사에 죽어 있는 사람은 현실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다. 

송건호는 역사의 길은 형극의 길이자 수난의 길이며 온갖 세속적 가치로부터 소외되는 길이지만, 현실의 길은 안락의 길이자 세속적 영화의 길이라고 했다. 김구는 현실적인가 비현실적인가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역사의 길을 구분했다. 역사의 길이야말로 역사에 살아있는 길이다. 

한말 황현(黃玹)이 비현실적인 역사의 길을 간 사람이라면, 이완용(李完用)은 현실의 길을 추구한 사람Publish Post이다. 이완용이 국제정세를 터득하여 궤변의 논리로 나라를 팔아넘기는 현실의 길을 걸을 때, 전남 구례 저 궁벽한 마을에서 황현은 절명시를 남기고 조용히 자결, 역사의 길을 선택했다. 당시 두 사람은 영달의 길과 초라한 죽음을 선택했지만 역사는 누가 역사의 길을 걸었으며 역사에 살아있는 존재인가를 밝히고 있다. 역사의 길과 현실의 길을 걸어간 사람들은 한말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도 그 두 길은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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