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3

손민석 최근의 한일관계의 뿌리는 결국 식민지배 청산보다 전후 처리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대일강화조약 체제, 즉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제에 있다

손민석
5 hrs ·



주한미대사관 정무 서기관이 뭐 한다고 해서 가보려는데 사전 질문이 있길래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다. 근데 계속해서 궁금했던 점.

요약하자면 동아시아만이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과거 냉전기에 묻어둔 식민지배 책임 문제를 두고 피식민지역의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은 지금 이 상황에서도 식민지배 책임 문제에 대해 여전히 중립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가? 변화한다면 어떤 방향성을 갖는가?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조약체제와 그 하위체제인 한일협정 체제는 이제 더 이상 지속불가능해 보인다. 미국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체제를 유지시켜야 한다고 보는가 변화시켜야 한다고 보는가? 이다.. 풀어쓰면 아래와 같다.

최근의 한일관계의 뿌리는 결국 식민지배 청산보다 전후 처리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대일강화조약 체제, 즉 샌프란시스코 조약 체제에 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체제의 하위체제인 한일협정 체제는 냉전 논리 하에 식민지배 문제를 도외시함으로써 유지될 수 있었지만 냉전의 논리가 끝난 뒤에는 식민지배 문제를 더 이상 유보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지속불가능한 모델이었다. 

실제로 한일간의 문제가 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는 냉전 체제가 해체되는 1991년부터 적극 제기되었다. 미국은 일본의 식민지배 책임에 대해 당사국끼리 해결하라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아는데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미국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책임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더 나아가면 독일은 분단을 핑계로 사실상 식민지배 등의 책임을 도외시하였다. 그러나 통일이 된 뒤에도 연합국과 평화조약을 맺지 않아 배상 책임을 지고 있지 않은데 이에 대한 아프리카 등의 과거 식민지역의 반발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도 유럽에서도 과거 식민지배 경험에 대한 피식민지역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데, 이것도 결국 냉전 체제 하에서의 미국의 세계전략이라는 목적에 따라 이뤄진 전후 처리 과정에 그 원인이 있다. 미국은 이런 과거 식민지역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생각을 갖고 있는가?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서 그러한 식민지배 책임에 대한 대응방식은 무엇인가? 그 연장에서 한국, 필리핀 등의 과거 일본제국 식민지역에 대한 대응방식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가? 없다면 왜 없는가?

그리고 중국이라는 지역 패권 국가의 출현과 북핵이 동북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상황에서 한일 간의 협조는 점점 더 필수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2015년 위안부 합의라는 형태의 미국의 개입은 되려 한국민의 내셔널리즘을 자극해 더 큰 파국을 낳았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체제와 그 하위체제인 한일협정이 역사문제로 지속불가능하다면 중국의 패권국가화에 맞설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해지는 것 아닌가?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유지라 한다면 지금 이 상황에도 불구하고 왜 유지해야 하는지 답변해주셨으면 하고, 변화라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인지 답변해주기를 바란다.

정말 답이 궁금하다. 내게는 지금 한치앞도 보이지 않기 때문.





손민석
Yesterday at 12:52 ·



한일 간의 청구권 다툼이 이뤄지는 1950, 60년대에도 한일 양국은 지속적으로 미국을 개입시키려 노력했다. 예컨대 일본이 제기한 역청구권 문제에서 한국은 일본의 주장의 타당성을 미국에게 물어보며 자신의 편을 들어달라 요청하였고, 미국은 법적 논리로는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 b항에 대한 일본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한국의 편을 들어주면서도 단서를 붙여 일본의 역청구권 주장에 합의를 하라는 식으로 일본 편을 들어주었다.

미국의 입장은 이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미국은 양국간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결론이 나든 둘 간의 화해와 협력이 최종적인 결론이 되어야 한다는 ‘중립’ 입장을 취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것이 미국의 이해관계에 가장 맞는 것이라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부터 이미 결론을 내려놨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은 독도가 일본령이라 주장했지만 결론은 항상 한일간에 알아서 잘 타협하라는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라 생각한다.


손민석
Yesterday at 12:43 ·



전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국제관계는 역시나 미국 주도 하에 일본제국주의 질서가 냉전 질서로 재편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어 정착되었다. 1차적인 요인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고 2차적인 요인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인식의 차이다. 

후자는 전자가 온전히 실현될 수 없도록 변용을 강요하는 요인이었다. 미국의 의도와 한일 간의 역사인식의 차이를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보면서 오늘날의 현실을 보면 이제 샌프란시스코 조약체제와 그 하위체제인 한일협정 체제는 더 이상 지속불가능하다는 게 명확해졌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제 와서 샌프란시스코 조약체제를 무시할 수는 없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앞이 보이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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