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5

정승국 - 최저임금의 정치화



(13) 정승국 - 어제 소득주도성장특위에서 주최한 최저임금 토론회. 사회를 보면서 언급했지만, 최근 2년 동안 우리...

정승국
42 mins ·



어제 소득주도성장특위에서 주최한 최저임금 토론회. 사회를 보면서 언급했지만, 최근 2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유례없이 최저임금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충돌과 갈등을 경험했던 것, 이것을 학술적으로 최저임금의 정치화라고 부른다는 것, 이러한 현상은 구미 국가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 2년전에 포스팅 했던 것을 약간 수정하여 다시 내보낸다.


정승국
31 July 2017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맥락을 정리해본다면,

첫째, 최저임금을 제도화하거나 수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들 사이에서 정치적 캠페인과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는 현상을 '최저임금의 정치화' 라고 부른다는 것

둘째, 이 최저임금의 정치화는 영미권의 국가들이거나 독일 등 보수주의 복지체제에 속하는 나라들에서 두드러진다는 것.

영미권의 국가들에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이들 나라에서 규제되지 않은 노동시장으로 인하여 임금불평등이 심하고, 지난 십수년간 근로연계복지로 인하여 일방적으로 유급고용을 강조한 결과 질 낮은 고용이 대거 창출된 때문이고,

독일 등 보수주의 복지체제에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것, 하르츠 개혁을 통해서 규제완화된 노동시장 하에서 저임금 노동 및 불평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중구조를 완화시킬 수 있는 코포라티즘적 구조가 작동하지 않고, 단체협약의 적용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한국에서 최저임금의 정치화가 두드러지게 등장한 배경은 어느 나라보다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가 두드러지고 임금불평등이 심각하며, 자영업자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것.

셋째, 최저임금을 정치화시키는 주체는 독일에서는 주로 노조와 사민당이고, 영미권에서는 노조, 리버럴, 정치적 좌파들이라는 것, 한국에서는 노조 및 정치적 좌파들이라는 것.

독일에서 사민당이 최저임금의 주창자로 등장한 배경은 지지자의 대규모 이탈을 가져온 하르츠 개혁에 대한 당내 반성에서 비롯된 입장 선회의 산물이라는 것,

영미권에서 전통적인 좌파블록이 최저임금의 높은 인상을 들고 나온 배경은 자유주의 개혁의 모순과 위기적 경향이 노출되는 상황에서 대안적인 사회민주주의적, 노동자주의적, 사회-자유주의적 세력의 동맹을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것


넷째, 유권자의 지향이 달라졌다는 것, 실업보다 빈곤과 저임금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할 긴급한 과제라는 인식을 하는 유권자들이 증가했다는 것, 그리고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저임금노동자의 주된 구성이 청년, 여성, 이민자들이고 이들이 노조 조직화 사업 및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정당의 주요 타겟이라는 것.

다섯째, 최저임금의 정치화는 복지국가의 재정적 위기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 복지국가의 지속적인 긴축이 요구되는 상항에서 재분배가 아닌 해결책이 필요하게 되었다는 것, 재정적 부담 없이 불평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동기가 작용했다는 것(우리의 경우에는 역설적으로 증세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웠기 때문!)

여섯째, 독일에서 최저임금의 수준을 통한 논쟁에서 드러났듯이, 사민당은 대체로 전일제 근무하는 일인 가구 노동자가 복지급여의 지원(저임금노동자의 소득에 대한 세액공제)이 없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요구했고, 기민당은 복지급여의 도움을 받아 생활이 가능한 수준을 주장했다는 것

일곱번째, 최저임금 수준을 높게 유지하자는 패러다임(a high minimum wage paradigm)은 아직 형성되고 있지 않으며 독일은 물론이거니와 영미권에서도 기업은 물론이고 조직된 정치그룹들 사이에서 강한 저항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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