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1

손민석.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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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석
17 hrs ·



식민지배가 불법이라는 건 한국에서는 주로 이태진 교수가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는 부분인데 한국의 대법원이 그걸 받아서 식민지배의 불법성 운운하는 걸 보고 상당히 많이 놀랐다. 

식민지배에 있어서 불법성을 논할 수 있는가,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다. 당시 이태진과 논쟁을 했던 일본인 학자들의 첫 반박이 이 부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제국주의 시절에 조약의 합불법성으로 식민지배를 재단할 수 있는가.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면 그 식민지배는 비판할 수 없는 것인가. 당연히 따져야 할 문제가 많다.

예전에 이 주제로 어떤 분과 모임에서 논쟁을 한 적이 있다. 그분은 강경하게 느껴질 정도로 당연하다는 듯이 이태진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민족주의적 감성이라고 비판했는데, 내가 또 청개구리 심보가 있어서 그걸 못 참고 꼭 그렇게 볼 수가 있는가. 한국인이라는 집단의, 공동체의 정체성에서 볼 때 이 문제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를 안고 있다.

만약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면 한국의 독립운동을 비롯한 건국해방운동은 적어도 1945년 이전까지는 불법적인 활동이 된다. 그 역사적 의의를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주권이 일본제국에 합법적으로 이양된 이상 외래 권력이라 할지라도 그 통치의 합법성을 인정할 지점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식민지배 하에서 합법적인 운동이란 사실상 자치운동, 친일 내셔널리즘정도밖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


3.1운동의 법통 또한 인정할 수 없게 된다. 임시정부의 법통도 당연히 부정된다. 헌법 자체가 부정되는 것이다. 현대 한국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소들이 무너지는 상황을 인정하기란 쉽지가 않다. 불법론을 주장하는 것이 한국의 정체政體에서 쉽게 무시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을 했고 오고간 게 있었다. 그런데 사실 나조차도 내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그저 청개구리 심보가 생겨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애당초 식민지배 자체는 타민족의 주권을 폭력적으로 소거함으로써 성립한다. 다시 말해서 식민지배에 있어 주권 운운하는 것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식민지배의 부당성이 나타난다. 식민지배는 그 자체로 부당한 것이다.

그러면 또 여기에 왜 타민족에 의한 주권의 억압만 문제가 되는가. 권위주의와 같은 것 또한 인민의 주권을 억압한다는 점에서 같은 것이 아닌가 등등의 반론이 나올 수 있고, 그에 대해서는 또 권위주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데, 권위주의는 주권을 박탈하는 것이 아니다 등등의 재반론이 나올 수도 있겠다. 아무튼 내가 보기에는 저 논쟁은 그리 유의미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기가 어려웠다. 이태진의 내재적 발전론, 붕당정치론, 민국사상 등의 연장 속에서 제기된 것으로 사학사적 의미정도나 있을까.

일본의 조선지배를 그 합법성에 의거하여, 근대국가의 정당성 창출 과정에 기초하여 보편적인 차원에서 비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법론도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이 없지 않겠으나 이런 식으로 가게 되면 지나치게 법적인 판단의 문제로 넘어가버린다.

그런데 한국 대법원이 식민지배의 불법성 운운해버렸으니 참으로 곤란하다. 일국의 대법원이 내린 판결을 행정부나 다른 인민이 부정하기도 쉽지가 않다. 참 어려운 문제이다. 정부에게 마냥 대법원의 판결을 우회해서 일본과 정치적으로 합의를 하라고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삼권 분립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되기 때문이다. 통치의 정당성 자체가 의문시된다. 대법원의 선택에 굉장히 회의적이지만.. 어렵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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