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7

회고록 ‘흰 그늘의 길’ 펴낸 김지하시인 - 경향신문



회고록 ‘흰 그늘의 길’ 펴낸 김지하시인 - 경향신문




회고록 ‘흰 그늘의 길’ 펴낸 김지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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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3.07.08 18:24인쇄글자 작게글자 크게


‘흰 그늘의 길’(3권·학고재)이란 회고록을 낸 김지하 시인이 9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의 삶과 생각은 오랫동안 세인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아왔으나 의외로 감춰진 면이 많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 김맹모씨가 실패한 공산주의자였으며 이로 인해 좌파운동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았던 콤플렉스를 이번 회고록에서 처음 고백했다. 또 유신직후 이종찬씨와 더불어 쿠데타를 모의했던 사실을 털어놓는가 하면 정신분열증을 겪은 사실과 ‘흰그늘론’으로 집약되는 자신의 사상적 궤적을 담담하게 술회했다.


김시인은 1991년 동아일보에 회고록 ‘모로 누운 돌부처’를 처음 연재했으나 아버지가 공산주의자임을 이야기해야 하는 6·25전쟁 직전에서 중단했고, 문화계 후배들의 강권에 못이겨 2001년 9월부터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재연재했다. 그는 “홀가분하지만 회고록이라는 거창한 제목 때문에 쑥스럽다”고 말했다.


이 회고록은 단순히 개인의 일생을 돌아보는 기록이 아니다. 육조의 기괴소설을 연상시키는 환상의 힘과 문체의 아우라가 문학적 힘을 뿜어낸다. “기억은 물흐르듯 흐르는 게 아니라 가치론적으로 재구성된다”고 말하는 김시인은 시간순으로 진행되던 회고록을 어느 순간부터 기억들이 자유롭게 비약·교류하는 해체기법으로 바꿔 쓰기 시작했다. 대립과 중심을 거부하는 자신의 사상을 글쓰기에서 실험한 것이다.


“흰그늘, 매화의 이념, 리비도와 아우라의 만남, 몸 안에서의 디지털과 에코의 결혼, 유목과 은둔의 결합, 판타지와 과학적 접근, 중력과 은총이 모이려는 힘의 약동을 느껴보기 바란다. 이것과 저것이 부서지면서 하나가 되는 것, 너와 나의 구분이 사라지는 것. 이것이 주역·동학·원효의 사상이며 붉은악마가 보여준 분출, 용약하는 사회적 힘이다”


그는 지난해 시집 ‘화개(花開)’ 발표 이후 상당히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만해문학상, 공초문학상을 수상했고 수묵시화첩 ‘절, 그 언저리’를 냈다. ‘김지하 사상전집’(3권·실천문학사)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세대를 “용감한 대신 무자비하고, 포용력이 있으나 자기이익을 챙기는 반쪽이”라고 비판하면서 “그런 한계를 벗어난 새 인간형을 창조하는 것, 동아시아의 문예부흥을 일으키자는 것이 나의 두 가지 목표”라고 강조했다.


-회고록을 집필한 동기는.


“순전히 후배녀석들 때문이었다. 형이 정리해야지 그냥 죽으면 어떡하냐구. 사실 요즘 젊은이들이 역사적 사실은 알지만 우리 세대의 생각의 흐름이나 마음의 공포·불안감을 모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두 아들이 한참 예민하던 시기에 대화를 거의 나누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언젠가 이 글을 읽는다면 아버지를 이해하리라 믿는다”


-쓰는 동안 가장 격렬한 감정이 일어났던 대목은.


“원래 졸렬한 사람이 슬픔에 빠진다. 공산주의자였던 아버지가 전기고문을 당해 몸이 완전히 망가진 기억, 붉은악마들을 보면서 느꼈던 감격, 6·25때 대량학살이 일어난 강원 두타산에서 흰그늘을 깨달았던 경험은 마음의 동요가 없이는 쓰기 힘들었다”


-흰그늘, 모심의 철학, 율려와 더불어 ‘요기싸르’라는 신인간을 말하는데.


“대학때부터 금강경과 마르크스를 함께 읽는 삶을 꿈꾸었다. 내면은 한없이 고요하면서 외형은 치열한 혁명적 삶을 사는 것, 희생을 보상받지 않는 삶을 젊은 친구들에게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순진한 마음으로부터 정치와, 토론으로 부족한 일치를 이뤄내는 풍류를 함께 추구하는 동아시아적 문예부흥이 필요하다”



〈한윤정기자 yjhan@kyunghyang.com〉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0307081824061#csidx6b4219f90958312aa3ab5cf9be3d9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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