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3

1304 북한 인권, 실질적 개선 이루어질까? 김윤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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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 > 국제



국제 / 북한인권 사실조사위원회 설치
북한 인권, 실질적 개선 이루어질까?
김윤태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총장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2차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서 북한의 인권침해를 조사할 ‘사실조사위원회(COI·Commission of Inquiry)’ 설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말뿐이 아닌 강력한 채찍을 든 셈이다.


이번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의는 표결 없이 합의를 이루는 컨센서스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투표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표결에 부칠 필요조차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COI(사실조사위원회) 설립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었으며,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국제기구 차원의 공인된 북한 인권침해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책임자 규명을 통한 국제법적인 처벌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북한 당국에 대한 일종의 경고 내지는 최후통첩으로 볼 수 있다.

COI의 설립으로 북한 인권 이슈의 국제적 위상이 확연히 달라지게 되었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핵 문제와 더불어 매우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필요하다면 강제적 수단을 통해서라도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다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인권 문제가 두 기구에 회부된다는 것은 북한 인권 논의가 공신성과 강제성을 띠고 있는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추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당장의 북한 인권 개선 여부를 떠나 대(對)북한 인권 압박의 상징적이고 유용한 ‘인권 지렛대’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사진>탈북자의 북송을 다룬 북한 인권 영화‘48m’.

조사의 핵심은 반인도 범죄 여부와 책임자 규명

COI는 1년 동안 북한 인권침해 행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게 될 것이며 조사 내용과 조사 대상,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자 규명과 처벌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북한의 인권침해 행위가 로마규정 제7조의 반인도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에 해당하는지, 인권침해의 책임을 최고통치자인 김정은에게 물을 수 있는지, 유엔 안보리 회부와 국제형사재판소 제소가 가능한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조사의 핵심은 반인도 범죄 여부와 책임자 규명에 맞추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경우 리비아나 수단에서처럼 내전이나 유혈충돌이 아닌 상황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사례의 반인도 범죄 행위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조사단은 식량권 침해, 고문,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 강제실종, 인신매매, 종교탄압 중 어떤 것이 반인도 범죄에 해당하는 사안인지를 규명하려 할 것이다. 이 가운데 조사단의 관심은 정치범수용소의 존재와 피해 사례에 맞추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범수용소는 집단학살과 국가적 차원의 정치폭력이 행해지는 북한 인권침해의 상징과도 같기 때문이다. 수십여 명의 정치범수용소 경험자들의 증언과 인공위성을 통한 현장검증을 통해 수용소의 실체를 낱낱이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인권침해가 반인도 범죄 행위로 판명된다면 유엔 안보리를 통해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수도 있다.


<사진>2011년 4월, 북한인권학생연대 소속 대학생 100여 명이‘자유를 박탈당한 그들을 더는 볼 수가 없어. 김정은 세습독재 아니 아니 아니되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대한민국이 북한 인권 논의에서 주도권 가져야

물론 유엔 안보리 회부와 국제형사재판소 제소의 가능성이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당장에 북한이 조사단의 현장 방문과 조사를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온갖 변명과 이유를 들어 조사단 활동 자체를 방해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 활동을 위한 노력들은 최소한 북한 당국의 인권침해를 약화시키거나 제어하는 효과를 거두게 할 것이다.

북한은 거세지는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을 더 이상 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자신들의 최고지도자가 국제적으로 공인된 범죄자가 될 판에 지금까지처럼 무시와 발뺌으로만 일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항변이나 보여주기식의 국내법 정비에 나서는 제스처를 취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일본 납치자 문제처럼 인권 현안을 대외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당사국인 한국도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국제사회의 발 빠른 행보에 한국 정부는 ‘인권외교’에 적극 나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세계적인 인권 선진국으로서, 북한 인권 문제의 당사국으로서 지켜보는 태도로 일관할 수는 없다. 국제사회보다 앞서서 우리가 북한 인권 개선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의 전략과 프레임(Frame)을 새로이 짜야 한다. 국제협력과 대북 압박, 대북정책과 남북교류에 일관되게 관통하는 대북 인권외교와 인권 대화의 기틀을 통합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COI 설립에 적극 참여했던 국내외 북한 인권단체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COI가 북한 현장에 들어가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북한 인권단체들이 그동안 축적한 북한 인권정보와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은 COI 조사활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국내에서의 COI 조사 활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북한 인권단체들이 민관 공동의 협력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북한 인권침해 가해자들은 반인도 범죄자로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될 가능성만으로도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 정권에게는 경고를, 북한 주민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윤태
사단법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총장. 
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이자 
데일리NK 논설위원,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원회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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