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8

서평: 환멸의 문학, 배반의 민주주의 ㅣ 김명인 지음 / 2006년


Sejin Pak
8 February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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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물] 이런 책, 이런 저자를 알게 되었다.

[서평: 환멸의 문학, 배반의 민주주의 ㅣ 김명인 지음 / 2006년]
from: http://blog.aladin.co.kr/criticahn/963350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환멸의 문학', 즉 현재의 문학이라는 것에 대한 그의 견해와, 비판, 그리고 그것의 대안 등을 보여주고 있으며, '배반의 민주주의'는 그의 정치적 면에 대한 단상들을 모아두고 있다. 제목의 배치와는 다르게, 책의 전체배치는 정치면을 앞에, 문학에 대한 것을 뒤에 두고 있을 따름이다.

이 책에서 그는 우선 정치에 대한 배신감을 말한다. 

80년대 학생운동의 중심에 있던 그에게, 90년대를 거쳐 이룩한 민주주의가 2000년대에 들어 '배반'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신식민지화, 미국의 제국주의적 논리, 신자유주의 세계화 등, 한때나마 희망을 걸었던 '노무현 정권'의 무책임함에 대한 강한 배신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미국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쟁광적인 부시 정권과, 그에 아무런 자존감 없이 밀약을 거듭하는 현 정권, 아울러 미국을 신격화하고 우상화하는, 영원한 우방으로 착각하는 우리의 보수세력들, 그들에 대한 저자의 강한 분노를 읽어낼 수 있다.

아울러 이 장들에서는 그의 다양한 관심사와 넓은 지식, 그리고 인간적 면모,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그의 관심 등, 그의 다양한 인간적 측면들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고 하겠다. 다분히 이 글들은 칼럼이면서, 시론(時論)이면서, 읽기이고, 분노와, 경고와, 고백과, 희망이 곳곳에 녹아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단편들이 하나의 커다란 무엇인가로 통일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후마니타스의 편집진들이 책으로 엮은 것이리라.

문학에 대한 그의 단상들은 이 책의 후반부를 구성한다. 

간단히 말하면, 80년대의 역사성의 문학, 그와는 이질적인 90년대의 일상성의 문학, 그러면서 문학권력화하고, 상업주의와 밀교하는 오늘날의 문학에 대해 다분히 반성적 성찰을 보이고 있으면서, 이 문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80년대의 역사성과, 90년대의 일상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각각의 단상들이 일관되게 유기적으로 펼쳐내고 있다.

"일상성과 역사성의 결합을 어떻게 이루어 낼 것인가. 나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는 순간이 곧 우리 문학이 80년대와 90년대를 제대로 한꺼번에 넘어서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역사와 혁명의 이름 아래 일상성이 소거되거나 연역적으로 재구성되었던 것이 80년대라면 일상성의 발견, 혹은 복원이라는 이름 아래 역사와의 연결 고리를 놓쳐 버린 것이 90년대라고 할 수 있다. 일상 속에 드리워진 역사, 어느 결에 역사의 한 굽이가 되고 마는 일상. 이것을 하나의 텍스트 안에서 통일해 내는 일, 그리하여 우리의 이 지리멸렬하고 무상한 것처럼 보이는 삶이 사실은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 영원한 것을 향한, 가치 있는 것을 향한, 정녕 살아봄 직한 세상의 실현을 향한 간절한 움직임의 일부를 이루고 있음을 드러내 보여 주는 일은 과연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일까."

이처럼 저자는 "환멸의 문학, 배반의 민주주의"라는 제목처럼, 문학에 대한 환멸감, 정치에 대한 배신감을 격분에 차서 분노하고 비판하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끊임없이 '어떻게'를 물어보며, 조심스레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스스로 '잡문집'이라고 폄하하고 있는 저자의 태도에서 너무 겸손한 것이란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은 일반 독자대중에게 '잡문집' 그 이상이 가능하게끔 해준다. 오히려 정치와 문학을 비판하고 있는 다른 어떤 책들보다, 쉽게, 그리고 친근히, 그러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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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산책자의 시간- 김명인의 런던 일기
김명인 (지은이) | 돌베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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