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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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 - 경계와 일탈에 관한 아홉 개의 사유
강상중,홍성욱,김호,최정규,김항,이충형,김기창,박상훈,임태연 (지은이)문학과지성사2015-05-11
































8.0100자평(1)리뷰(1)

324쪽
140*200mm
390g

책소개
강상중, 김기창, 김항, 김호, 박상훈, 이충형, 임태연, 최정규, 홍성욱 등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정치, 철학, 법학, 과학 등 각 분야에서 예외상태를 사유해본다. 하나의 세계 혹은 사회는 완전무결하지 않다. 일정한 법칙과 합의된 사안에 의해 작동하는 메커니즘 내부에도 예외성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어떤 예외는 배제되고 어떤 예외는 수용된다. 이 가치판단의 척도가 곧 한 사회/세계의 성숙도를 의미한다면, 예외성이야말로 동시대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기획의 말

1부 과학의 눈으로 본 예외
“예외는 새로운 가능성이다”
규칙과 예외의 변증법_홍성욱
예외를 대하는 태도, 예외가 되려는 심리_이충형
돌연변이, 드문 변화의 시작_임태연

2부 역사와 일상 속에서 만난 예외
“예외를 어떻게 취급해왔는가”
예외와 ‘악惡’_강상중
도뢰圖賴, 조선 후기의 ‘예외’_김호
새롭게 만나는 공자: 예외와 전복_김기창

3부 정치와 사회 국면의 예외
“예외는 권력의 문제다”
예외상태와 현대의 통치_김항
한국정치, 얼마나 예외적인가: 지역주의를 둘러싼 예외와 보편의 줄다리기_박상훈
경제적 영역에서의 예외: 정치의 복원_최정규

필자 소개

접기


책속에서



P. 6 ‘예외’와 시스템의 규칙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골똘히 고민하던 와중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 내겐 엄청난 충격을 안긴 세월호의 기록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용기조차 없다. 참혹함. 고민은 더 깊어졌다.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무관심과 나태, 그리고 세속적 욕망이 불러온 참사라 ‘예외’라고 부르는 것조차 주저해야 하는, 하지만 여전히 예외라고 믿고 싶은 사건 앞에서 이런 ‘예외’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궁리를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예외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면 해답이 있을까? 역사적으로 예외는 어떻게 다루어졌을까? 그리고 예외의 현재적 의미는 무엇일까? 질문들이 꼬리를 이었고 이 책은 그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기획의 말」) 접기
P. 18~19 모든 규칙은 예외를 낳는 것일까? ‘모든 규칙이 예외를 가진다’라는 명제도 규칙이라면 이 규칙에도 예외가 있어야 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예외를 가지지 않는 규칙도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이 명제가 ‘모든 백조는 희다’라는 명제처럼 경험에서 얻은 명제라면 여기에 꼭 예외가 존재해야만 한다는 논리적 근거는 없다. 그런데 우리가 관찰의 일반화를 통해 얻은 명제 중에 예외가 없는 것이 정말 있기는 한 것일까? 세상을 양/음, 하늘/땅, 북극/남극, +/ - 등 상반되는 두 가지 범주로 나누는 우리의 근본적인 인식틀은 남성/여성이라는 두 가지 다른 성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남성/여성이라는 두 개의 성을 가진다는 규칙에는 예외가 없을까? (홍성욱, 「규칙과 예외의 변증법」) 접기
P. 89~90 사람들은 전형과 예외를 구분만 하는 게 아니라 이에 가치와 규범을 부여한다. 대체로 전형은 바르고 좋고 중요한 것이고, 예외는 그르고 나쁘고 무시할 만한 것이라 생각한다. 집단을 이룬 사람들은 예외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배제하거나 응징하려는 성향이 있고,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인 개인들은 따라서 자신의 믿음, 기호, 행동을 집단에 일치시키려는 성향이 있다. 이런 성향에 반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권력이 있어 자신을 각종 규칙에 대한 예외적 존재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거나, 규칙의 규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반규범적,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거나, 아니면 규칙의 규범성과 가치를 모두 이해하고 인정함에도 스스로의 기호와 판단을 따르는 것을 자신의 정체성의 핵심으로 간주하는 사람이다. 이 세번째 부류의 사람들이 항상 옳은 판단과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이들이 역사의 변화를 일으키는 도화선 역할을 한다. (이충형, 「예외를 대하는 태도, 예외가 되려는 심리」) 접기
P. 122 하루에 담배를 두 갑씩, 소주를 두 병씩 소비하는 사람들 가운데 아흔이 넘게 장수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담배를 입에 댄 적도 없는데 40대에 폐암 환자가 되어 시한부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앞서 이야기한 질환에 대한 민감도 혹은 저항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유전적 경향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술과 담배는 몸에 좋지 않으니 끊으라고 그냥 말하는 것과, “염기다형성을 분석해보니 당신은 하루에 담배 한 갑씩 피우게 되면 40세가 되기 전에 폐암에 걸릴 확률이 80퍼센트 이상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그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 것인가? 개개인마다 각종 질환에 대한 민감도와 저항성 정도를 확인하고 그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예방을 하는 것, 그것이 미래 의학이 이루고자 하는 첫번째 목표다. (임태연, 「돌연변이, 드문 변화의 시작」) 접기
P. 135 필자는 이번 기회를 빌려 ‘예외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동시에 그 악이 정부나 시스템으로서 나타날 때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빚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루고자 한다. [……]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 사회에서는 원전을 둘러싼 다양하고 또 심각한 문제들을 끌어안은 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견할 만한 것으로 한국에는 세월호 사건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에서 불거져 나온 문제들은 국가를 둘러싼 악, 그리고 여러 가지 각각 다른 위치에 있었던 관계자들의 악이었다. 여기에는 커다란 악이 있는가 하면 또 작은 악도 있었을 것이다. 여하튼 이러한 사건을 겪으면서 한국과 일본은 어떤 의미에서 해방 혹은 전후 70년 동안 익숙해진 지금까지의 일상적인 풍경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지점에 서게 되지 않았나 싶다. (강상중, 「예외와 ‘악惡’」)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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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강상중 (지은이)


1950년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재일 한국인 2세로 태어나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전후戰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펼치며 시대를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자리 잡았다.
재일 한국인으로서 일본 이름을 쓰고 일본 학교를 다니며 자기 정체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와세다대학에 다니던 1972년 한국 방문을 계기로 “나는 해방되었다”라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후 일본 이름을 버리고 ‘강상중’이라는 본명을 쓰기 시작했다.
뉘른베르크대학에서 베버와 푸코, 사이드를 파고들며 정치학과 정치사상사를 전공했다. 재... 더보기


최근작 :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만년의 집>,<재일 1세의 기억> … 총 38종 (모두보기)
인터뷰 : 고민, 다들 하고 있습니까? - 2009.05.06

홍성욱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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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전공하던 학부생 시절 물리 공부는 안 하고 마르크스, J. D. 버날, T. S. 쿤의 저서를 잡다하게 읽다가 과학사를 시작했다. 과학의 역사 자체에 흥미가 있었다기보다는, 과학의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어떻게 더 괜찮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왜 자연은 수학을 통해 이해되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얻으려 했다. 돌이켜보면 첫 번째 문제는 정책의 문제고 두 번째는 철학의 문제인데, 정작 정책과 철학은 입문하지도 못했다. 그 뒤로 흥미로운 문제를 좇아 공부하다 보니 관심의 초점이 과학사에서 기술사로, 과학기술사에서 S... 더보기


최근작 : <현대 기술 미디어 철학의 갈래들 (큰글자책)>,<포스트휴먼 오디세이>,<미래는 오지 않는다> … 총 90종 (모두보기)

김호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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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허준의 동의보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과 가톨릭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를 거쳐 2018년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사학계에서는 드물게 조선시대의 의학사 연구에 발을 들였고, 그와 관련된 조선의 과학과 사회를 연구하던 중 법의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여 년 전 규장각 서고에서 찾은 조선시대 살인사건 보고서 ‘검안’을 읽으면서 조선사회의 범죄와 그에 따른 처벌 등에 관심을 갖고 법치와 덕치, ... 더보기


최근작 : <검안과 근대 한국사회>,<100년 전 살인사건>,<조선왕실의 태실 의궤와 장태 문화> … 총 36종 (모두보기)

최정규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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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이다.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제도와의 상호작용, 그리고 이들의 진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 주제가 학제를 넘나드는 만큼, 경제학뿐 아니라 인류학, 진화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등에도 두루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딜레마의 상황에서 어떻게 협력이 등장하게 되었고, 그것이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연구해왔다.
저서로 《이타적 인간의 출현》《게임이론과 진화》《다이내믹스》등이 있고, 《협력하는 종》 《승자의 저주》등을 번역했다.


최근작 : <대통령을 위한 뇌과학>,<이타주의자>,<예외> … 총 33종 (모두보기)

김항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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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도쿄대학교에서 수학했고, 표상문화론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된 관심은 문화이론 및 한일 근현대 지성사이며 지은 책으로는 『말하는 입과 먹는 입』(2009), 『제국일본의 사상』(2015), 『종말론 사무소』(2016)이 있고, 옮긴 책으로 『예외상태』(2009), 『정치신학』(2010) 등이 있다.


최근작 : <제국일본의 사상 (큰글자도서)>,<레드 아시아 콤플렉스>,<동아시아 역사와 자기 서사의 정치학> … 총 21종 (모두보기)

이충형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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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과대학교 인문사회학부 교수.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프레즈노 캠퍼스 철학과 및 경희대학교 철학과에서 재직했다. 공저로 『예외: 경계와 일탈에 관한 아홉 개의 사유』, 『양자, 정보, 생명』 등이 있다.


최근작 : <양자.정보.생명 (반양장)>,<양자.정보.생명 (양장)>,<동서양 문명과 과학적 사유> … 총 6종 (모두보기)

김기창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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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네티즌들과 함께 ‘웹페이지 국제표준화를 위한 행정 소송’을 준비하면서부터 오픈웹(www.openweb.or.kr) 활동을 시작했다.
‘개방성’을 기본으로 하는 웹의 정신과는 무관하게 거꾸로 가는 한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교수이자 법률가로서 법의 심판에 의한 한국 웹의 올바른 ‘교정’을 실천하는
그의 활동이 인터넷과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오픈웹 소송’은 왜곡되어 있는 한국의 웹 문화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상식 있는 네티즌, 양식 있는 전문가, 공정 경쟁... 더보기


최근작 : <예외>,<한국 웹의 불편한 진실>,<아듀, 물권행위> … 총 4종 (모두보기)

박상훈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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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치에 대해 꾸준히 강의하고 글을 쓰는 정치학자이다. “좋은 정치가란 좋은 정치학자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며, 좋은 정치학자 역시 좋은 정치가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실제 정치의 현장 가까이에서 정치학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 저자가 개척하고자 하는 길은 ‘실천으로서의 정치’와 ‘학문으로서의 정치학’이 중첩되는 영역에 있다고 볼 수 있다 .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으나,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 때문에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한국의 민주화는 왜 지역주의 정당 체계로... 더보기


최근작 : <청와대 정부>,<민주주의의 시간>,<정치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 … 총 36종 (모두보기)

임태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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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의 조교수 및 부교수를 거쳐, 현재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대상은 천식, COPD, 폐섬유화증, 폐암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이며, 유전체 및 단백체 등 다양한 오믹스 분석 기술을 통해 각종 질환의 진단 및 치료 방법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Cancer Targeted Drug Delivery(공저), 『과학의 눈: 우주와 세포』(공저) 등이 있다.


최근작 :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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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죽음의 한 연구>,<실패한 여름휴가>,<불볕더위에 대처하는 법>등 총 1,776종
대표분야 : 한국시 1위 (브랜드 지수 1,297,622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5위 (브랜드 지수 685,056점), 철학 일반 8위 (브랜드 지수 58,658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정치, 경제, 철학, 역사, 과학 등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논의하는
지금 이 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 예외!

우리는 예외를 어떻게 바라보고 취급해왔는가?
예외는 지양해야 할 악인가 혹은 미래를 여는 가능성인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발발. 막대한 피해와 상처를 안긴 일련의 사건들 앞에서 우리는 시스템의 안전 혹은 정상성에 대한 믿음이 발밑에서부터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됐다. 도대체 이러한 사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규정해야 할까? 이 사건들이 ‘예외적인 일’이었다고 한다면 예외라는 것은 무엇인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야 예외로 칠 수 있을까? 이러한 예외를 대비할 수는 없을까? 역사적으로 예외는 어떻게 다루어졌으며 그 현재적 의미는 무엇일까?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이 책은 ‘예외’를 지금 가장 중요한 화두로 규정한다. 중요한 것은 예외란 무엇인가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예외로 느끼고 왜 그러하며, 예외를 대하는 태도의 저변에 무엇이 있는가를 알고 깊이 생각해봄으로써 우리 시대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이미 넓은 독자층을 갖고 있는 아홉 명의 전문가(강상중, 김기창, 김항, 김호, 박상훈, 이충형, 임태연, 최정규, 홍성욱)가 함께 쓰고 엮은 『예외?경계와 일탈에 관한 아홉 개의 사유』가 출간되었다. 저자들은 정치, 경제, 철학, 역사, 과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들로, 예외라는 현상과 그 본질에 대해 면밀히 탐구한다. 그들이 펼치는 사유의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하다. ‘예외’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사유를 전개하는데, 각각의 글이 모여 지금 우리 시대를 읽고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의 윤곽을 그려내게 해준다. ‘예외’에 관해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아홉 편의 글을 읽음으로써, 독자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간 사유를 새롭게 구성해 지금 이 시대를 다채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으며, 사회 이슈를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성찰의 순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예외란 무엇인가: 규칙 없는 예외 없고, 예외 없는 규칙 없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독감 A가 유행할 확률이 90퍼센트, 독감 B가 유행할 확률이 10퍼센트이고 두 독감의 치사율은 모두 100퍼센트라고 하자. 다행히 두 독감 각각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어 있는데, 문제는 두 백신 중 오직 하나만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당신은 어떤 백신을 선택할 것인가? 당연히 살아남을 확률이 90퍼센트인 독감 A의 백신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독감 A의 백신을 선택할 경우 90퍼센트의 확률로 모든 이가 살아남겠지만 10퍼센트의 확률로 인류가 멸절한다. 하지만 이때 예외적인 사람들이 개인으로서는 비합리적 선택인 독감 B의 백신을 맞을 경우, 어느 독감이 유행하든 인류는 살아남게 된다. 규칙에서 벗어난 예외는 특이상태, 비정상,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되곤 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이 예시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세월호 사건, 유신체제, 통합진보당 해산, 지역주의, 돌연변이, 양성구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이 책이 다루는 주제 영역은 광범위하다. 이들은 예외인가? 그렇다면 예외란 무엇인가? 유명한 경구 중에 “예외 없는 규칙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규칙’이라는 개념은 ‘예외’라는 개념을 반드시 전제하지는 않는다. 반면 예외는 반드시 어떤 규칙의 예외다. 따라서 예외를 알고자 한다면 규칙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논의를 전개한 이충형 경희대 교수는 예외를 대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예외가 되려는 그리고 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낱낱이 파고들어 흥미롭게 분석한다. 또한 임태연 한양대 교수는 유전학과 생물학 등의 연구 자료를 열거하며 전형과 예외 사이의 우열을 따지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생명의 진화 과정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는데, ‘예외’는 무조건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인류와 자연의 미래를 여는 가능성이라는 점을 유추해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홍성욱 서울대 교수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예외와 규칙의 변증법적 관계를 다음과 같이 고찰한다. 첫째, 예외는 경계의 문제다. 전통적으로 남/녀, 음/양과 같은 자연과 사회의 위계 체계를 허무는 존재들은 배제되고 박해를 받아왔다. 그 한편으로 이런 경계인을 포용하려는 노력도 차츰 전개되어왔는데 이는 자유와 권리의 확장 과정이며, 비정상이 정상으로 편입되는 과정이었다. 둘째, 예외의 문제는 중심과 주변의 갈등 문제다. 전자에게 예외는 말 그대로 예외지만, 후자의 새로운 세계관에서 예외는 규칙과 비슷한 것이 된다. 셋째, 예외의 문제는 권력의 문제다. 어떤 예외는 세상에 균열을 만들고 이 틈을 벌려서 세상을 전복하려 하며, 힘을 가진 이들은 이러한 예외를 예측하고 포섭하려 한다. 이게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외의 대다수가 이에 저항한다. 이처럼 예외와 규칙의 변증법이란 오래된 것들과 새로운 것들 사이의 소통 불가능성이며, 전자가 후자로 대체되는 과정이다. 예외는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 불가능하며, 판을 뒤엎는 묘미를 보인다.


예외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 사회를 다시 성찰하다!
역사 속에서 예외의 문제를 탐구한 김기창, 김호, 강상중의 글에서 한결같이 드러나는 사실은 어떤 사회나 시대의 큰 흐름 속에서 예외는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는 탐침봉이었다는 사실이다. 역사의 시간과 흐름에 잠겨버린 예외들이 더 많겠지만 기록되어 눈에 드러나는, 흐름을 거스른 예외들은 김기창 고려대 교수가 거론한 공자, 부처, 예수와 같이 전복적이었다. 김기창의 분석에 따르면, 공자는 당대를 대표하는 학자였지만 흔히 생각하듯 시대에 순응한 전형적 인물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전복적 인물이었다. 한편 우리를 파멸로 이끌지도 모르는, 제거해야 할 예외들도 있다. 김호 경인교대 교수는 시체를 이용하여 돈을 갈취하는 행위인 ‘도뢰’라는 조선 후기의 새로운 풍속을 주제로 삼았다. 이러한 사건들이 급증하자, ‘인간 본성의 선함’을 기초로 하여 수립된 조선의 성리학 정치는 균열되고 근본적인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듯, 작고 사소해 보이는 예외일지라도 그 빈도가 늘어나면 한 사회의 구성 원리를 뒤엎어버리기도 한다.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고베 살인 사건을 시발점으로 ‘예외’와 더불어 ‘악’에 관해 고찰하면서 인간 내면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시에 정부나 시스템으로서 등장하는 이 시대의 악, 즉 ‘예외로서의 악’을 이야기한다. 그는 비극적 결말을 포함한 ‘악’을 극복할 방법으로 사랑과 연대를 제안한다.
김항, 박상훈, 최정규는 박정희의 유신체제, 호남 차별과 지역주의 등 한국 정치 상황에 관한 분석, 그리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근대 매트릭스’의 우화를 통해 현실에 직접 맞닿아 있는 예리한 분석을 펼친다. ‘예외상태’가 사실은 ‘예외’가 아니라 현대 국가의 통상적인 통치행위에 속한다는 김항 연세대 HK교수의 분석은 아감벤의 ‘예외상태’ 개념을 70년대 한국의 유신체제 성립 과정으로 논리정연하게 연결시키고 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지역주의라는 말에 물음표를 붙임으로써 예외와 배제를 정치 공학적으로 이용하는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다. 최정규 경북대 교수는 자유주의적 이상의 내적 모순을 지적하면서 경제학이라는 영역에서 정치를 복원할 수 있고 복원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위기의식과 불안이 퍼져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예외는 지양해야만 할 사악한 면모일 수도 있고,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가능케 하는 희망일 수도 있으며, 곧 규칙과 전형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예비적 존재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보다 넓고 깊은 관점에서 예외라는 현상을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시대를 해석하고 주체적으로 전유할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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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에서 애를 먹이기도 하고 발견의 실마리가 되기도 하는 특수 사례,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악, 소외당하는 소수자들까지 예외의 다양한 의미들에 대해 고찰해 본다. 지면의 한계상 깊이 있는 고찰까지 하지는 못하지만, 생각의 단초를 남긴다.
바스티안 2018-05-17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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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예외’라는 개념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어떤 사람에게는 자기 이론을 구성하는 데 있어 들어맞지 않는 퍼즐 조각이자 골칫거리일 것이다. 반면 어떤 사람에게는 새롭게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예외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고 배척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막을 수 없는 변화의 계기로 보고 수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외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



이 책은 역사학, 정치학, 경제학, 법학, 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 아홉 명이 ‘예외’라는 화두로 각자 풀어낸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소수의 특수한 사례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예외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들을 지닐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저자들은 예외가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과학의 입장에서 살펴보자면, 하나의 과학 법칙이 정립된 이후 그 법칙에 대한 예외가 어김없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예외는 기존의 법칙 안에 포섭되지만, 어떤 예외는 기존의 법칙을 대체하는 새로운 법칙이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과학은 발전해 간다. 또한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즉 예외가 되지 않으려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 예외적인 사람들은 역사의 변화를 일으키는 도화선 역할을 한다. 법과 예법, 제도가 옳지 못하면 그것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옳다고 판단하는 대로 행동하라고 주장했던 공자가 그런 예외적인 인물의 대표라고 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외를 두려워하고 배척하는 것이 공연한 것만은 아니다. 저자들은 예외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무시하지 않는다. 평범한 중학생이 이유 없이 어린아이를 죽인 사건처럼 ‘예외로서의 극단적인 악’도 존재한다. 도덕을 중시하는 성리학 사회였던 조선에서조차, 시신을 이용해 무고한 사람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고 돈을 갈취하는 ‘도뢰(圖賴)’라는 예외적인 범죄가 성행했다. 박정희의 유신정권에서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헌법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예외 상태의 통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책은 이렇게 위험한 예외들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관념에 얽매이고 당장 눈앞의 도뢰 사건을 해결하는 데 급급해, 도뢰가 내포하고 있는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에 대해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예외 상태의 통치였던 독재를 통해, 통치 권력을 규제하는 절대적 규범의 존재 자체가 문제를 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박정희라는 한 인격이 통치 권력을 규제하는 절대적 규범이 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계급, 민족, 이념 등 어떤 절대적인 규범이 통치 권력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다. 절대적 규범이 권력을 작동시키게 하는 대신 여리고 나약한 존재들이 상위의 권위 없이 연대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예외 상태에서 배우는 정치적 상상력이다.



한편 예외는 배제당하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정치학자 박상훈은 한국의 지역주의를 통해, 예외와 배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왔던 한국의 정치 현실을 비판한다. 그는 지역주의라는 해석의 틀을 악용해 사람들을 분열시켜 온 세력들에 맞서, 지역을 넘어 실업자,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 더 많은 예외와 배제의 대상을 돌아보자고 이야기한다. 기획자의 말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까닭은 ‘예외’들의 희생 덕분이고, 우리 자신 또한 언제든지 예외와 배제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 예외를 배제당하는 존재로 볼 때, 예외를 받아들이는 것은 모두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우리나라의 세월호 사건 등 최근 예외적인 사태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성소수자, 이민자 등 예외적인 존재들의 존재감도 전 세계적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예외적인 사태에서 어떤 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고, 사람들은 예외적인 존재들에 대한 적대감을 공공연히 드러낸다. 이렇게 계속해서 예외적인 것들에 대해 아무 고찰 없이 외면하거나 거부한다면, 우리는 예외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도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 책은 말한다. 우리는 예외를 막을 수 없고, 예외를 잊어서도 안 된다고. 그리고 묻는다. 예외를 대하는 당신의 태도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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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안 2018-05-17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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