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3

李昇燁 '조선태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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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昇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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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께서 공유한 어떤 분의 포스팅을 보다가 걸리는 구절이 있었다. 이 분은 '업자', 그러니까 역사학의 프로페셔널은 아니지만, 매스미디어와 대중출판을 통해 많은 영향을 미치고 계신 분이라 생각되어 감히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아마도 영혼 없는 '숫자'로만 역사를 설명하려는 이영훈 선생 등의 연구 방법(태도)에 대해 화가 많이 나신 듯 한데, 머리가 너무 뜨거워지신 탓인지, '피가 흐르는 생생한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사실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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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운동 이전에는 아예 경찰이 임의로 누군가를 지목해서 끌고 와서는 엉덩이 까고 쇠좃매로 피 철철 날 때까지 때릴 수 있는 조선 태형령이 엄존하고 있었다는 사실 앞에서 그 ‘근대화’의 의미를 숫자로 증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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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태형령'의 잔혹함을 통해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식민통치의 근대적이지 않은 부분, 또는 의도적으로 잔존시킨 전근대성을 설명하려 했으나(이 자체에 이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태형령'에 대한 이해가 틀려 있거나, 또는 읽는 이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만한 부분이 있다.

(1) 조선태형령은 경범죄를 포함한 형사범에 대한 '처벌의 방법'을 규정한 것이지, 그 자체 내에 무엇이 죄가 되고 죄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다. 요컨대 "임의로 누군가를 지목해서 끌고" 오는 것 자체는 '조선태형령'의 규정 사항이 아니다.

(2) 아무튼 끌고 와서는 '쇠좆매', 그러니까 아마도 숫소의 성기로 만든 몽둥이같은 걸로 피가 나도록 때렸다고 하는데(어디 『장길산』같은 데 나오는 시장바닥 똘마니들의 무기를 연상케 한다) ,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선태형령 시행규칙' 제11조에서 재질(대나무)을 비롯하여 길이와 두께, 너비 및 삼베로 감싸서 매듭을 지어 묶는 것까지, 형벌에 사용하는 태(笞)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3) 이건 단순한 레토릭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되지만, "피 철철 날 때까지 때릴 수 있는" 이라는 수사 역시 사실관계의 오해를 불러 일으킬 여지가 있다.
'조선태형령' 제7조에서는 태형은 한번에 30대 단위로 시행토록 규정하고 있다. 말하자면 피가 안나도 30대 이상은 못때리는 것이고, 피가 나더라도 30대 채울 때까지는 아랑곳 않고 계속 때린다는 말이 되겠다.

* '조선태형령'에 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으신 분은, 하기의 연구를 참조.
염복규「1910년대 일제의 태형제도 시행과 운용 」『역사와현실』제53호.













94박인식, 정혜경 and 92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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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승엽 the Liebu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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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不敢當,不敢當。m(_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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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ou deserv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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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ㅎㅎ 하이고 저도 그 글 읽다가 잠시 숨고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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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래전에 프리챌에 1930년대 경성이던가..이런 방 개설하신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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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엇 과거를 아시는 분이 계실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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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昇燁
       ..글쿤요...^^...거기에 염복규때문인가 가입만 해놓고 둘러보기만 했었는데...그때 성함을 뵌듯..^^..뭔 내용은 기억못하는데 신선발랄했다는 느낌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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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昇燁
       ...어쨌든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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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용문에는 문제가 있어도 집행관이 규정을 맞춰서 정확히 집행을 했을까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태형 자체도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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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昇燁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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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 역사학자님께서는 오늘도 페북에서 '토착왜구'들을 준엄하게 혼내시는 글들을 여러편 작성하시네요. 그런데 일제의 민족성 비하를 비판하시면서, 사실확인에서조차 틀린 아래의 글을 통해 타 민족들을 비하하고 한민족의 우월성을 주장하시고 계십니다.
    "하지만 전 세계 식민지 중 유일하게 ‘고유 문자’를 가진 민족, 이름에 개인과 가문의 역사적 정체성을 담아 온 민족, 무엇보다도 다른 식민지 민족들과는 달리 ‘역사 기록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역사 기록이 너무 풍부해서 문제인’ 민족에게 이런 정책이야말로 가장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행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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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ohyun Kim
       '세계'를 이야기하면서 전혀 밖을 보지 않고 계시군요. "다른 미개한 민족들은 식민지가 돼도 어쩔수 없지만, 우린 아냐!" 하는 밀과 다름 없어 보입나다. 사실 이게 바로 '문화정치'의 식민통치 논리에서 했던 말이기도 하지요. '조선인들은 문화민족이므로 토인 취급해서는 안돤다' 운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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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昇燁 아무리 그래도 역사학자가 피식민지 민족 중에 고유 문자를 가진 민족이 한민족외에도 더 있다는 사실을 모를리가 없는데, 저런식으로 민족이란 단어에 피가 들끓는 대중의 구미에 맞는 말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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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ohyun Kim 지나가다. ㅡ그분이 뉘신지, 세계 식민지 중 유일 언어와 역사라니 인도는 뭔가요. 폴란드,필리핀 서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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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uon Juga
       그러고보니 폴란드 사람은 인공언어(에스페란토어)를 만들기까지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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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uon Juga 전우용 역사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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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 언제 한국 안 오세요? 언니도 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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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ihyun Kim
       당분간은 예정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경도랑 동경 다녀 가셨죠? 저도 그 언저리에 며칠씩 경도랑 동경에 있었는데, 묘하게 엇갈리는군요.
      사진으로 가족분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 모습 배견했습니다. 더욱 건승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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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게요. 그 때는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연락 드릴 엄두도 못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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