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정병호 (지은이)창비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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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376쪽153*224mm547gISBN : 9788936486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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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문화이해를 통해 분단시대 남북 문화교류의 발판을 제공하는 책이다. 문화인류학자이자 구호활동가, 탈북 청소년 교육자이기도 한 저자 정병호(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약 20년 동안 10여 차례 방북해 기근 구호활동을 펼치고 조-중 접경지역에서 탈북민과 교류하는 등 활동가로 활약하며 현장연구를 진행해왔다. 이 책은 이러한 저자의 풍부한 대북접촉 경험을 기반으로 북한주민의 삶을 다채롭게 풀어냄과 동시에 북한체제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균형 있게 서술한 책이다.
김정은체제의 변화와 전망을 타진하면서도 권력체제에 포함되지 않는 주민의 일상과 의식까지 담아낸 생생한 현장기록이다. 책은 작금의 북한주민의 삶과 내면이 어떻게 형성되어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그에 따라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를 설명해준다. 궁극적으로는 남과 북이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데 꼭 필요한 상호이해의 밀알을 제공하는 저작이다.
목차
여는 글
1장 청년장군
1. 아무리 공화국이 어려워도: 핵폭탄과 협상전략
단숨에!: 미사일과 식량구호 |심리를 리해 못 하십니까?: 협상의 문화패턴
2. 척척척 발걸음: 세습과 변화
꼭 같으셔요 | “그깟놈”에서 “좋은 친구”로
3. 외화벌이 일꾼들: 이념에서 발전으로
철없이 돌아온다고 하면 안 되겠다 | 민족보다 국민
4. 사회주의 문명국: 좌절과 도약
발전국가 모델 | 마식령속도로 앞으로! | 기술혁명과 도약발전 |
시도와 좌절의 역사 | 과거, 현재, 미래
2장 행복을 교시하는 나라
1. 우리는 행복해요: 관계와 소속감
세상에 부럼 없어라 | 선물의 아주 특별한 의미 |
언 감귤과 병든 소 | 장군님의 생일선물 |활짝 웃어라: 자랑스러운 공연
2. 어린이는 나라의 왕입니다: 아이들의 영양식
콩우유차는 왕차 | 콩우유는 두유가 아니다
3. 그리운 장군님: 연모의 찬송
낮아진 밥상: 덕성실화 | 장군님 식솔: 가족국가의 표어 |
충성동이 효성동이 마음껏 커요
3장 아버지 나라의 교육
1. 혁명의 으뜸종자: 고아들의 아버지
만경대혁명학원 | 아버지 사진을 모신 이유 | 대를 이은 혁명가족
2. 이역에서 자라는 아들딸: 입양의 정치
동유럽 조선인민학교 | 냉전과 입양의 정치 | 재일 조선학교
3. 세쌍둥이는 나라의 보물: 사회공학실험
복받은 세쌍둥이 | 멋진 신세계
4. 교수 아들은 교수로, 농부 아들은 농부로: 교육과 계급재생산
평양의 교육열성파 엄마들 | 평양 SKY캐슬과 대안교육 | 예술공연과 납치
4장 태양민족의 탄생
1. 해님과 해바라기: 수령과 인민
고향의 봄 | 만경대 고향집
2. 고향집에서 궁전까지: 신화와 순례
민족의 태양 | 태양기념건축 |시조왕릉: 단군릉, 동명왕릉, 왕건왕릉 |
거대 동상과 동상공원
3.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영생과 부활
락원의 꽃밭 | 금수산기념궁전 전설
4. 세 장군 전설: 백두혈통의 탄생
정일봉 탄생설화 | 혁명의 성산, 백두산
5. 아리랑공연: 극장국가의 축제
움직이지 않는 중심 움직이다 | 금수산기념궁전과 호찌민묘
5장 빨치산과 고난의 행군
1. 미국놈들 콧대를 꺾어놓았죠: 저항의 역사
악한 것을 물리친 역사 | 원쑤놈들을 미워하는 마음
2. 조선이 없으면 세계도 없다: 선군정치
총 든 사람 말 들어야지 | 총폭탄 결사옹위 | 꽃 파는 처녀 |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습니다
3. 넓고, 깊고, 조용한 굶주림: 대기근의 상처
사회주의 기근: 분단체제의 대응 | 탈북난민: 탈냉전시대의 유랑민 |
비겁한 자여 갈 테면 가라
4. 고난의 행군: 재앙의 미화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기근과 웃음 |
키 크기 운동과 키 크는 약: 정신주의의 한계 |
닭알 폭포가 쏟아져 내리는 것처럼: 과시적 강박
5. 구충제와 영양증진제: 기근 구호와 관료주의의 벽
함경도 아이들에게 남해의 미역을 | 요오드화 소금과 국제기구 |
민족이란 게 뭐인가?
6장 차별과 처벌
1. 지방진출 파견장이 떨어졌다: 중심과 주변
평양과 지방 | 평양 것들 | 중심지향
2. 지주였나?: 계급과 성분
차별의 역전: 연좌제와 세습 | 신분상승 전략: 교육과 결혼
3. 성분이 깨끗해서: 순수와 오염
다문화는 민족말살론: 인종차별 | 평양은 나라의 얼굴: 장애차별
4. 혁명의 두 수레바퀴: 남성과 여성
녀성은 꽃이라네 | 남남북녀
5. 녹음하는 소리 안 들려요?: 감시와 처벌
혁명화와 수령님의 은사 | 아직 끝나지 않았네
7장 저변의 흐름
1. 필요한 길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비공식경제
단둥의 식량창고 | 길이 없으면 함께 만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
얘네들은 돈맛을 좀 들여야 돼
2. 조선이 더 자본주의 같아요: 공식과 비공식
돈주와 대방: 밀수와 뇌물 | 장마당과 시장: 여성들의 공간
3. 이팝에 고기국, 비단옷에 기와집: 이루지 못한 꿈
풀과 고기를 바꾸자: 식생활 | 바지 입은 녀성 출입금지: 복장검열 |
려명거리와 하모니카집: 주거공간
4. 저리 놀면 정말 재밌지: 놀이와 웃음
중세의 가을: 놀이의 세계 | 시간 훔치기: 웃음과 저항
5. 우리는 교양을 잘해서: 조직생활과 역할극
생활총화: 고백의 문화 | 사회적 교양과 통과의례 |
말밥에 오르지 않게 하라: 겉과 속 | 늬들이 혁명을 알아?: 역할극 |
그래도 변하는 것
닫는 글
감사의 글
주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동무들, 이제는 고생 끝에 락을 보게 되었소. 우리에게 려명이 밝아오고 있단 말이오."
- 무기를 내려놓게 하려면 우선 그 마음을 알아주어야 할 것이다. 13쪽 - nanan16
˝(핵)전쟁을 불사하겠다거나, 배때기를 갈라버리겠다는 말은 위협이기도 하지만, 비명이기도 하다. 우리를 인정해달라, 그리고 이해해달라는 절박한 사람들의 말법이고 몸짓이다. 무기를 내려놓게 하려면, 또 그 죽음의 춤을 멈추게 하려면 우선 그 마음을 알아 주어야 할 것이다.˝ - 슈가소울
도덕주의적(도덕적이란 뜻이 아니고) 주장과 단숨에 뜻을 이루고자 하는태도, 자존심과 결사항전의 의지, 결연한 입장과 유연한 연기력은 협상에임하는 북한의 지도자나 엘리뜨 집단에만 국한된 행동패턴이 아니다. 나이와 계층을 초월해서 많은 북한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적 ‘아비투스‘ habitus, 몸과 마음에 내면화된 습관적 행동패턴이자 사회적 생존전략이라고 할수 있다. 베이징에서 만났던 프로협상가들과 비슷한 패턴으로 자존심을지키려고 하던 탈북아동과의 갈등과 협상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떼를 쓰는 것이든 비명이든 억지든 그것이 통하도록하는 것 전략이 때로 무섭다. 거대한 사이비 종교집단같은 면모가 보이기에 이해가 안되고 거부감이 들지만 무시할 수는 없는 존재들이기에 협상을 잘 하려면 심리를 잘 파악해야 한다. ‘미쳐서 보이지 않는 무리에게 처참하고 웅대한 멸망의 서사시야말로 황홀한 꿈의 세계‘라는 박경리 시인의 말대로 북한 그들의 절박한 몸짓에 대응하려면 그 마음을 읽을수 있어야한다 접기 - 가을
그러나 남한단체의 이름을 찍어서 보급하지 않으면 장군님이 보내주신콩우유라고 여길 것이니 그것은 북쪽체제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문제제기를 무시하긴 어려웠다. 피난시절 원조물자에 새겨졌던 성조기를 기억하던 정치가들은 ‘대한민국‘ 마크를 뚜렷하게 새긴 구호품을 보내서 체제를 흔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북한 당국도 남한 구호물품에 쓰인 상표와 글씨에 민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장군님의 이름‘ 으로 ‘왕차‘를 탄 콩우유가 부정한 손을 덜 타고 더 확실하게 배급되리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p88
그들에게도 자존심이 있으니까 그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비록 가난해서 원조는 받지만 지키고 싶은 것이다 어쨌든 그들에게 무사히 지원이 가야한다면 그것만을 생각해서 남한이 보냈다는 것까지 감추는 것도 감수해야한다는 것을 들으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고마운 마음은 나중에 다른 방식으로 갚으려 한다고 하니 그 마음은 다 통하는 것을 알게된다 그들이 장군님 아버지에 대한 숭배가 어리석어 보이나 그 또한 순수한 마음으로 읽히니 더 불쌍한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접기 - 가을
P. 125 분단 70년 동안 남북한은 다른 역사적 경로를 걸어왔다. 양쪽의 다른 정치체제와 경제구조만큼이나 양쪽이 믿는 이념과 가치관의 차이가 현저하게 달라진 두 사회를 만들었다. 앞으로 그 둘이 각각 또는 함께 어느 방향으로 갈지를 결정하는 데 각 사회구성원들이 지어내고 믿는 ‘이야기(허구적 믿음)’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 green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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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유쾌한 사람이 있다. 그는 누구보다 시대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인류학자이기도 하다. 공동육아, 탈북청소년 교육,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송환 같은 엉뚱한 일도 잘 벌이는 그의 주특기는 흑백으로 나뉜 세계를 화해시키고 상생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번에 그가 한 유쾌한 작업은 북쪽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다. 실천적 학자로서 북한 방문이라는 행운의 기회를 가졌던 그는 흑백의 세계를 총천연색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생존이 힘든 북쪽 사람들이 공식·비공식의 경계를 허물며 연마한 ‘삶의 기량’과 ‘틈새의 해학’을 유쾌하게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는 분단으로 인한 문화적 이질성이 쉽게 지워지리라는 낙관은 금물이라며 속단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적대와 대립의 질서에 익숙한 이들이 애써 거부하는 ‘문화상대주의’의 시선, 이분법적 사유에 길들여진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역지사지’의 태도로 만나가보자는 것이다. 그가 선물하는 안경을 끼고 현상의 심층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 우리는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은 남북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말하는 남북의 ‘사람들’이 만나서 만들어갈 무지갯빛 세상을 상상해본다. 남북,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원하는 이들이 즐겁게 읽고 기운을 얻을 새 시대의 교양필독서를 추천하게 되어 기쁘다! - 조한혜정 (문화인류학자, 하자 학습공동체 주민,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북한을 자주 방문하고 그곳 사람들과 함께 일해본 전문가와 학자들을 여럿 알고 있지만, 북한문화를 이렇게 생생하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글은 보지 못했다. 북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인류학자의 예리한 참여관찰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글이다. 아울러 저자의 국제적 탈사회주의 연구에 기반한 사례비교, 분단체제의 평행선을 달리는 듯한 남한사회와의 비교도 글에 깊이를 더한다. 어린이 기근 구호를 위해 방북한 저자가 북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보고 가슴 아파하고 그속에서도 생기와 희망을 발견하는 모습이 따뜻하기도 하다.
북한은 우리와 군사적 대립상황에 있지만 접촉면을 늘리고 개방공간으로 유도하여 사회문화적 동질성을 늘려가야 한다.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평화와 공존이 가능해진다. 이번에 북한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책을 보게 되어 반갑다. 북한 사람을 이해하고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는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정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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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 (지은이)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일본문화에 대한 현장연구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문화인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인도적 구호활동의 일환으로 여러차례 방북했고, 조·중 접경지역에서도 북한 기근 피해상황을 연구했다. 탈북청소년을 위해서 하나원의 ‘하나둘학교’를 설립했고, 다문화이주청소년을 위해서 ‘무지개청소년센터’를 세웠다.
장기간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운동을 이끌고 있으며, 남북문화통합을 주제로 공동연구를 진행하여 『웰컴 투 코리아: 북조선 사람들의 남한살이』 『한국의 다문화공간』 등을 펴냈다.
공저서로 『극장국가 북한: 카리스마 권력은 어떻게 세습되는가』가 있다. 접기
최근작 : <문화인류학으로 본 김정은 시대>,<고난과 웃음의 나라>,<극장국가 북한> … 총 5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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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지구상 가장 고립된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일상과 내면을 생생하고 다채롭게 풀어내는
실천적 문화인류학자의 북한문화 심층탐구
문화이해를 통해 분단시대 남북 문화교류의 발판을 제공하는 책 『고난과 웃음의 나라: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문화인류학자이자 구호활동가, 탈북 청소년 교육자이기도 한 저자 정병호(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약 20년 동안 10여 차례 방북해 기근 구호활동을 펼치고 조-중 접경지역에서 탈북민과 교류하는 등 활동가로 활약하며 현장연구를 진행해왔다. 이 책은 이러한 저자의 풍부한 대북접촉 경험을 기반으로 북한주민의 삶을 다채롭게 풀어냄과 동시에 북한체제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균형 있게 서술한 책이다. 2013년 출간되어 국내외에서 화제를 일으킨 저자의 전작 『극장국가 북한: 카리스마 권력은 어떻게 세습되는가』가 주로 김일성-김정일체제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분석으로 권력의 작동방식을 다룬 학술서라면, 이번 책은 김정은체제의 변화와 전망을 타진하면서도 권력체제에 포함되지 않는 주민의 일상과 의식까지 담아낸 생생한 현장기록이다. 책은 작금의 북한주민의 삶과 내면이 어떻게 형성되어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그에 따라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를 설명해준다. 궁극적으로는 남과 북이 문화적 이질성을 극복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데 꼭 필요한 상호이해의 밀알을 제공하는 저작이다.
이념국가에서 발전국가로
김정은 시대 사회주의 문명국의 꿈과 현실
김정은 시대의 권력연출과 국가경영은 ‘반복과 변화의 메시지’를 통한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로 설명할 수 있다. 국제적 고립과 오래 기근으로 배급제를 비롯한 국가제도가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서 김정은은 개방과 경제부흥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기존의 위계질서와 체제안정의 기반 위에서 진행되어야 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선대 지도자들의 통치 방식을 계승함과 동시에 그 내용과 양식에는 시대상황의 변화를 반영해 현대적‧물질적 욕망을 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김일성을 쏙 빼닮은 외모와 스타일, 장엄한 예술공연, 산업현장 현지지도 등 기존의 권력연출 방식을 재현하면서도 팝 음악과 모란봉악단 등 파격적인 공연, 스키장과 놀이공원 같은 화려한 오락시설, 서양음식점과 종합백화점, 고층건물과 네온사인이 즐비한 도시경관이 쏟아져 나오는 데에는 이러한 정치적‧문화적 배경이 자리한다. 사회주의 문명국이라는 목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회주의 문명국은 이념국가의 용어(사회주의)로 발전국가로의 국가목표(문명국) 전환을 명시한 것이다. 저자는 성공적인 권력세습을 통해 체제방어에 성공한 김정은이 본격적인 발전국가로의 전환에 착수했다고 분석한다. 또한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했던 북한의 발전국가 노선들을 되짚으며 앞으로의 변화를 타진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나올 것인지, 북한의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들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공화국의 내면과 핵협상의 심리구조
실제로 북한 사람들의 심리와 문화를 이해하면 핵폭탄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놓지 않는 북한체제의 의도와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기근 구호활동을 위해 실제 실무자들과 직접 협상테이블에 앉아 지난한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사람들의 협상의 문화패턴을 발견해냈다. 당장 구호물품이 필요한 북한이 아쉬운 입장이지만, ‘당혹스럽게도’ 그들은 ‘효율’과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태도를 취한다. 덕담을 나누다가도 돌연 도덕적 우위에 서서 트집을 잡으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대화를 끝내버린다. 이 모든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서 그들은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자신들의 도덕적인 원칙과 자존심을 지켜낸다. 저자는 이렇게 빈한한 사정에도 도움의 손길을 구걸하지 않겠다는 결기와 도덕주의적 주장, ‘단숨에’ 뜻을 이루고자 하는 태도, 자존심과 결사항전의 의지가 북한 당국과 엘리트집단뿐 아니라 주민들의 의식에도 담겨 있는 문화적 ‘아비투스’라고 분석하며, 이 연장선상에서 핵폭탄은 상대를 위협할 만한 무기를 쥔 채 국제무대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관철시키겠다는 사회적 생존전략이라고 말한다. 결국 핵폭탄은 북한체제가 우리를 인정해달라는 절박한 외침인 것이다. 저자는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속내를 헤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시된 행복과 가족국가의 소속감
북한의 문화예술 공연에서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숨가쁘게 활짝 웃는 아이들의 미소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어린 아이들에게 가혹한 훈련을 강요하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세뇌한다는 식의 냉전적 사고틀을 넘어서면 그 미소의 문화적 배경을 한층 깊게 파악할 수 있다. 저자는 방북 당시 여러 유치원과 탁아소, 학교를 둘러보며 만났던 아이들과 교육환경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과 인민의 웃음을 문화인류학적으로 분석한다. “우리는 행복해요” 슬로건이 걸린 유치원에서 ‘세상에 부럼 없어라’ 노래를 부르는 굶주린 원생들을 보며 저자는 놀랍게도 아이들이 진심으로 행복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참혹한 현실과 동떨어진 표어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행복은 단순한 세뇌의 산물이나 연출된 모습이 아니다. 북한사회는 치밀한 상징작업과 권력연출을 통해 ‘행복을 교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북한 사람들은 ‘아버지’ 지도자의 시혜에 감읍하며 공동체적 행복을 공유한다. ‘어린이는 나라의 왕입니다’라는 김일성의 교시와 아이들 간식 콩우유(두유) 공급에 총력을 펼치는 장군님의 온정, 아이들을 위해 밥상 높이를 낮추도록 명령했다는 ‘낮아진 밥상’ 덕성실화, 집집마다 걸어두는 ‘장군님 식솔’ 족자 등 인민의 일상 곳곳에서 가족국가의 관계와 소속감을 발견할 수 있다. 온 인민이 지도자를 어버이로 의식하고 그의 보살핌 속에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이런 의미연결 체계는 오랜 시간 역사적‧사회적‧문화적으로 거듭 다져져온 표현이다. 북한 특유의 과장된 극장국가적 연출과 가족국가적 국민의식이 결합되어 지도자는 ‘신 없는 나라의 신’이 되었고 수령을 사모하고 찬양하는 음악은 찬송가로 울려퍼진다. 남과 북이 함께 웃기 위해서는 이처럼 서로가 느끼는 행복이 전혀 다른 층위에 있음을 먼저 알아야 한다. 물질적 풍요가 아닌, 정서적 풍요와 소속감에서 오는 북한 사람들의 웃음을 이해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 북한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시장경제의 대두와 과학기술의 강조, 불평등의 심화
저자는 북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며 문화인류학자 특유의 기민한 감각으로 디테일한 문화적 현상과 일상의 변화를 감지해낸다. “교수 아들은 교수가, 농부 아들은 농부”가 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말은 뜻밖에도 저자가 북한에서 만난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당일꾼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지도자의 권력세습 덕분에 북한에서는 다양한 직종의 세습과 계급의 재생산이 장려되고 있다. 이념적으로 ‘사회주의’와 ‘혁명’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 북한은 자본주의사회와는 다른 방식의 불평등한 사회주의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의 강남 8학군 엄마들의 치맛바람 못지않은 평양 엄마들의 교육열,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 교수들과 과학자들이 입주한 평양판 ‘SKY캐슬’은 계층구조의 심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지역차별도 빼놓을 수 없다. 평양-지방의 철저한 구분과 차별은 북한 사람들의 중심지향성을 강화하고 중심과 주변의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조부모 또는 증조부모의 사회적 계급성분에 따라 출신성분이 서열화되고 핵심-동요-적대계층이라는 정치적인 계급구분도 존재한다. 우생학을 바탕으로 인종적 우월성을 강조하며 배타적인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같은 맥락에서 ‘평양은 나라의 얼굴’이라는 기치 아래 장애를 가진 평양시민을 평양 밖으로 내쫓는 등 장애차별도 노골적이다. 가부장적 가족국가 질서 속에 여성과 남성 간의 위계서열과 성역할 고정관념 또한 고착화되었다.
변화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남과 북이 하나되는 그날을 꿈꾸며
하지만 사회 전반에 스며든 불평등과 차별의 틈바구니에서는 억눌려왔던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기도 한다. ‘고난의 행군’시기 이래 주민들은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길을 모색해왔다. 공식적인 배급체계가 무너지고 비공식경제가 이를 대체하면서 ‘남한보다 더 자본주의 같은’ 면모가 싹트기 시작했다. 저자는 조-중 접경지역에서의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파견노동자의 삶, 밀수와 뇌물이 횡행하며 역동적으로 진행되는 무역 현장을 생생하게 그리고, 장마당과 시장이 확장되면서 여성들이 생활경제의 주역으로 활약함에 따라 가부장적 성별 위계질서에 생기고 있는 균열에도 주목한다. 그러나 저자는 다양한 북한사회의 변화를 체제붕괴의 조짐으로 성급하게 해석하거나 아예 무시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식적인 제도와 비공식적인 일상 간의 괴리는 지금도 커지고 있지만 두 흐름 모두 현실이고 그 둘이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하며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데에도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남과 북은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감수성을 연마해야 진정한 공존을 꿈꿀 수 있다. 북한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의 안개를 걷어내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 책이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작은 한걸음이 되리라 기대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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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stelle 2020-05-30 공감 (0) 댓글 (0)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해기 새창으로 보기 구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남북 관계다. 잘 굴러가서 많이 진척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제자리다. 그냥 열심히 움직이기만 했다. 결과는 또 제자리. 다람쥐가 돌다 돌다 지쳐 나가 떨어지면 그나마 움직임도 없다.
그런데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것은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양쪽의 행동이 맞아떨어지지 않았을 때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한다. 반대로 양쪽이 맞아떨어지면 앞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거친 역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배를 노젓는 사공들처럼, 그렇게 협동하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진전이 있다. 이게 남북관계다.
양쪽이 맞지 않으면 어떤 일도 성사되지 않고, 양쪽이 맞아떨어지면 무언가 얻는 것이 있는 관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한다는 문제를 가지고도 이런 일이 반복된다. 그래서 남북관계는 눈에 보이는 진척을 거두기가 힘들다.
눈에 확 띄는 성과는 없을지라도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밑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사이가 확 좋아지는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지만, 그 다음부터는 또 지지부진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단절이 되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속적으로 무언가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비록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지만.
이 책은 문화인류학자가 북한을 원조하는 일을 하면서 그동안 만나왔던 북한 사람들, 북한 체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인 면을 떠나서 문화적인 면에서 북한을 바라보려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방적인 관점에서 서술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문화적 다양성의 관점에서 북한을 바라보려 하고 있다.
그들도 분단이 된 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 이유가 분명 있을테고, 그냥 현상만 보고서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고난의 행군이라고 많은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다 죽어갔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놀이와 웃음이 있다는 것.
물질적 궁핍을 정신적인 노력으로 승화시키려는 체제의 모습이라는 것을 여러 면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북한 사회가 지니고 있는 폐쇄성, 그럼에도 그 폐쇄성 속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김정일은 경제위기를 선군사상으로 돌파하려 했지만, 그 후계자인 김정은은 경제 발전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는 것, 그들의 세습체제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그 사회에서는 그것을 장자계승, 또 백두혈통이라는 것으로 의식화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백두혈통과 관련지어 항일빨치산 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후손을 대우하면서 그들을 자신들의 지지자로 만드는 것. 우리가 우려했던 것처럼 원조물자를 군대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보급체계를 만들어 굶주리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려 하고 있다는 것.
국민을 동원하는 체제이지만, 그 속에서 국민들이 개인적인 활동들을 한다는 것. 이것이 최근에 북한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장마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집단주의에 개인주의가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것. 그런 시류를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는 부정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이를 최고지도자의 모습이나 말을 통해서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다는 것 등등.
겉으로 드러난 북한의 모습과 그들이 원하는 것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 협상 과정에서 돌발상황들이 많이 벌어졌는데, 원조를 받는 그들의 자세를 이해하면서 실질적인 원조를 할 수 있게 된 과정들...
그럼에도 굶주림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지 못하는 정권에 대한 비판. 도와주려고 해도 남한이나 북한이나 관료주의로 똘똘 뭉쳐 있는 관료집단들, 국제기구들의 관료주의들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 경우도 이야기하고 있어서 북한에 관해서 다양한 면들을 알게 해주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고립되어 있다. 이는 그들이 아직도 고난의 나라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 그 웃음이 행복에서 나오지 않았더라도 정신으로라도 이 고난을 극복하려고 한다는 것. 그 점을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에서부터 시작하면 남북관계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를 맴돌지 않고 역류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남북관계는 좋아지고, 그것이 우리를 평화롭게 살도록 도움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와는 많이 달라진 북한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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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ye91 2020-06-04 공감(1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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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만나면 우선 그 마음을 알아주어야 할 것이다 새창으로 보기 구매
어쩌면 북한 사람들에 대해서 가장 모르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남한 사람들일 것이다. 문화인류학자로 누구보다 가까이 북한 사람들을 만나고 북한사람들을 관찰한 저자가 쓴 북한에 대한 탐구 보고서. 이 책은 북한이라는 세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여러 각도로 분석하고 탐구하며 북한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미덕은 '틈새의 해학'을 보여주는 즉흥성과 유머를 겸비한 인간 존재로서의 북한 사람들은 인정하되, 체제는 미화하지 않는다는 거다. "세상에 부럼없어라","우리는 행복해요"라는 구호로 포장된 '자기중심적 믿음체계를 제도적으로 재생산하는' 연출된 극장국가 북한의 모습과 대조적인 접경지대에서 묘사되는 북한 사람들이 당하는 인권유린은 읽기만해도 마음이 쓰리고 울컥할 정도로 참혹하다.
넓고, 깊고, 조용한 굶주림의 시대 였다는 북한의 대기근에 어떻게든 그들을 도우려고 동분서주 했지만 정치적 상황에 막혀 무력해하던 저자의 안타까운 마음도 느껴진다. 그리고 남한 역시 민주화 전에 북한과 동일한 독재 수순을 밟아왔다는 사실, 비슷하게 돌아간 모습이 있다는 저자의 관찰도 놀라웠다. 무엇보다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을 만날 때 나의 편협한 관점이 아니라 상대방이 살아온 길을 이해하는 존중과 공감의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말은 내 삶에도 깊게 새길 말인 것 같다.
예전 회사에서 일할 때 김일성 대학교를 졸업하고 북한주민의 식량난을 해소하겠다고 옥수수 종자를 연구하던 북한 과학자를 만난 적이 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무턱대고 "축하드려요 박사님!"이라고 외쳤는데 어색해하면서도 수줍게 웃으시던 그분 생각이 났다. 바로 옆에 굳은 얼굴로 김일성 뺏지를 달고 서있던 분의 서늘함에 나도 모르게 인사만 하고 뺑소니를 쳤던 기억이 있다. 다시 만난다면 "좋은 연구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한 마디 꼭 전해드리고 싶다.
"(핵)전쟁을 불사하겠다거나, 배때기를 갈라버리겠다는 말은 위협이기도 하지만, 비명이기도 하다. 우리를 인정해달라, 그리고 이해해달라는 절박한 사람들의 말법이고 몸짓이다. 무기를 내려놓게 하려면, 또 그 죽음의 춤을 멈추게 하려면 우선 그 마음을 알아 주어야 할 것이다."
https://www.instagram.com/abookcloset/
˝(핵)전쟁을 불사하겠다거나, 배때기를 갈라버리겠다는 말은 위협이기도 하지만, 비명이기도 하다. 우리를 인정해달라, 그리고 이해해달라는 절박한 사람들의 말법이고 몸짓이다. 무기를 내려놓게 하려면, 또 그 죽음의 춤을 멈추게 하려면 우선 그 마음을 알아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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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소울 2020-03-16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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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던 북한 이야기 새창으로 보기 구매
2장 ‘행복을 교시하는 나라’ 에 이런 문장이 있다.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며 소유보다는 경험, 경쟁보다는 관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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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 바라보는 북한은, 가난과 고난에 가득찬 모습 뿐이다. 하지만 부유함이 행복의 척도가 아닌 것처럼 북한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을 우리의 시선에서 ‘불행하다’라고 단정짓는 건 섣부른 생각이었다. 북한의 평등주의와 장군님을 중심으로 한 국가적 가족관계가, 그들에게는 물질적 궁핍을 이겨낼 행복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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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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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사회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문장이다. 그치만,
입시결과를 토대로 교육을 통한 계층구조가 유지되는 건 공공연한 일이고, 따라서 교육열도 심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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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든 직업이 평등해, ‘교수 아들은 교수로, 농부 아들은 농부로’ 가 가능한 북한 사회가 굉장히 신기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불평등이라고 칭해질 일이, 어느 국가에서는 평등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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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첫인상에서 나온 판단은 틀리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는 여러 단면이 존재한다. 극히 일부로 무언가를 규정짓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책을 읽은 후 북한에 대한 나의 생각 변화를 통해 깨달았다. 더불어 진정한 ‘행복’ ‘평등’ ‘자유’ 의 가치를 자본주의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수는 없다는 걸, 우리가 무조건 정답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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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민 2020-03-22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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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고난과 웃음의 나라 새창으로 보기 구매
창비 교양한당 프로젝트 두 번째 책은 『 고난과 웃음의 나라 』이다. 제목을 봤을 땐 무슨 내용일지 전혀 감이 오질 않았는데, 표지를 자세히 보니 ‘북한‘에 대한 내용이구나를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내가 북한 관련 서적을 읽게되다니.. 뭔가 당황스러우면서도 호기심이 가득 일었다.
최근 3년 사이에 북한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해서 그렇지, 나의 어렸을 때만해도 ‘북한‘이라는 나라는 미개하고 이해할 수 없는 나라였다. 우리 나라에서 후원물자를 보내려고하면 ˝쟤네들 한테 지원을 해주면 굶고있는 인민들에게 돌아가기는 커녕, 전부 ‘핵‘ 무기를 만드는 것에 사용된다 하더라˝, TV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칼각으로 발을 맞추며 행군하는 군인들을 보고는 ˝저거 박자 못맞추면 다리 잘린다더라˝는 등의 괴담, 일명 ‘카더라 통신‘이 자자했다.
사실 북한이 워낙 갇혀있는 나라, 알려져있지 않은 나라기 때문에 이런 괴담이 진짜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 고난과 웃음의 나라 』를 읽고는 이러한 이야기가 괴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는 북한의 입장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가장 이해가 갔던 부분은 놀랍게도 북한의 핵 무기에 대한 집착이었다.
개인적 자선도 마찬가지로 국제원조도 대상국의 상태와 실력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참혹한 모습으로 도움을 청해도 가난한 걸인에게는 동전을 던져줄 뿐이다. 입성이 반듯하고 갚을 능력이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도움을 주는 단위나 지원방식이 달라진다. 실력과 배짱이 있는 상대가 ‘나‘를 해칠 수 있는 힘까지 가지고 당당하게 요구를 한다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대기근상황에게 발사한 미사일 광명성은 바로 그런 길을 가기로 했다는 선언으로 들렸다.
24p
작가는 이 부분에서 북한이 우매한 대처를 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이 느껴졌지만, 나는 이런 대처를 하고있는 북한이 너무나도 납득이 갔다.
대기근 발생 초기에 국제사회의 구호를 기대하며 공개한 육아원과 아동병원에서 외부 사람들이 찍은 아이들의 참혹한 영양실조 사진은 모금 활동에 일부 활용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폭넓게 북한정권의 실피와 인권 상황을 고발하는 이미지로 확산되었다. 그후 북한 당국은 그런 현장에 더이상 외부의 눈길이 닿지 않도록 관리했지만, 이미 널리 퍼진 이미지들은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되어 아직도 수많은 반북 정치집회에 동원되고 있다.
79p
도움을 요청했을 때에 그들은 제대로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동정의 시선과 비난만을 받았다. 그들이 핵무기에 더더욱 집착할 수 밖에 없다. 어찌됐건 그들은 온 나라의 비난을 받고있는 ‘핵무기‘덕분에, (핵 이외에)아무것도 가진게 없을지라도 그들과 어깨를 나름 나란히 하고있기 때문이다.
해방 후 1960-70년대는 북한이 우리나라보다 더 잘 살았던 시기다. 그때의 우리나라는 지금의(?) 북한과 다르지 않다고한다. 그때 당시 우리나라고 여러 나라에서 구호물품을 받았고, 그 대표적 예가 ‘미국의 초콜렛‘, ‘미국에서 받은 밀가루‘라고 한다.
나도 서울의 한 국민학교 본관 뒤편 우중충한 건물 앞에서 옥수수빵과 분유를 탄 더운물을 받으려고 줄 서서 기다렸다. 건물 입구에는 미국 국제 개발처의 악수하는 손을 그린 성조기 문양이 붙어있었다. 성조기 밑에 쓰인 ‘미국 국민으로부터‘란 글씨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미국은 세상에서 제일 부자 나라였고, 미국 국민들은 배고픈 우리에게 매일 먹을 것을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었다....(중략)....나중에 커서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당시 미국 농무성과 국제 개발처가 국민들에게 왜 전후 일본과 한국에 밀가루, 옥수수, 분유를 보내고 있는지 홍보하던 자료를 접하게 되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아시아 사람들이 식량부족으로 어려울 때 입맛을 바꾸어놓으면 앞으롱 미국의 밀, 옥수수, 낙농업에 의존하는 나라가 된다는 것이었다.
82p
이 대목을 읽고 굉장히 놀랐다. 검정고무신에서 기영인지 기철인지, 미군들에서 초콜렛을 받고는 신나하던 장면을 봤던 것 같은데,,, 그들이 우리에게 주던 도움도 알고보면 ‘순수한‘도움이 아니었다는 것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리고는 우리가 북한에 주는 도움도 사실은 ‘순수한‘도움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북한의 입장에선 그 도움을 받고싶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심쓰듯 줬던 ‘영양과자‘도 그들에겐 겨우 간식 수준이고, 소량의 분유는 전 인민들이 나누어 먹을 수 없으니 있으니만 못했다. 굶고있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준다고 하면서도 콩우유 패키지에 대한민국 마크를 새기는 것에 집착했던 것만 봐도 ‘순수한‘도움의 의도는 아니다. 다행히도 그들의 체제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변경하여 구호물품을 지원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현재는 순수한 의도로 도움을 주고있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기에 남한에 와서 벌써 20년 가까이 살아온 탈북청년이 무심코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왜? 그리워˝ ˝아뇨. 근데 그 이상한 행복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이곳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은 비교와 경쟁이라고 했다. 모두가 미친듯 일하도 탐욕적으로 소비하는 끝없는 경쟁 속에서 차별과 소외감 때문에 불안하다고 했다. 냉정한 인간관계로 늘 외로운 이곳에서, ˝사람들 화목하게 사는˝ ˝우리는 모두 다 친형제˝라는 그 돌아갈 수 없는 곳의 소박한 노랫말이 문득 그립다고.
66p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아도, 그들에게는 그들의 공화국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정책도 이해할 수 없는 자존심도,,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나라 이해할 수 없던 점들이 이 책을 읽고는 조금 이해가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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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 사람 2020-03-22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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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중국과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양국의 역사에 대한 지식은 학창시절 교과서에 머물러 있다거나 현재 이들 나라들의 정치 체제나 사회 제도에 대해서 매우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거나 아니면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나라보다 더, 아니 아예 깜깜하게 모르는 나라는 북한, 그러니까 조선인민공화국일 것이다. 대체 북한 사람들은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는데 왜 그렇게 살고 있는 걸까. 아니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할아버지에서 손자까지 정권을 물려줄 수 있는 것일까.
북한에 대한 의미있는 지식을 얻기 어려운 이유는 정확한 정보 자체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라종일 교수의 <<장성택의 길>>이 북한 정치체제의 작동방식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한 통찰을 보여주긴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워낙 폐쇄적인 국가라서 사실 자체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그에 대한 객관적인 해석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면에서 정병호 교수의 <<고난과 웃음의 나라>>는 중국과 일본보다 훨씬 가깝지만 유럽의 여느 나라에 비해서도 아예 모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해 의미있는 정보를 준다.
저자는 문화인류학자이자 북한에 대한 민간 차원의 지원을 위해 북한을 여러번 방문한 학자로 스스로의 관찰과 학문적인 방법론을 결합하여 '극장국가'로서의 북한의 모습을 잘 정리하고 있다. 특히 2장부터 4장에서 북한 체제의 현실을 상세히 전달해준다. 북한은 이미 '한민족'이 아니라 스스로를 '태양민족'이라 부르고 있다는 점도 4장에서 알 수 있다. 이후 90년대 대기근이 어떻게 체제를 악화시켰는지 그리고 출신성분이 세습되는 모습되어 중세 봉건시대처럼 신분제가 철저히 관철되고 있는 상황이 5장과 6장에서 정리되며, 7장은 그럼에도 일말의 희망을 찾고자 하는 저자의 희망적인 기대를 보여준다.
북한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난과 웃음의 나라>>는 매우 의미있는 책이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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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stelle 2020-05-30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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