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4

“교회가 성소수자도 하나님의 신비로 받아들여야 해요” : 종교 : 사회 : 뉴스 : 한겨레

“교회가 성소수자도 하나님의 신비로 받아들여야 해요” : 종교 : 사회 : 뉴스 : 한겨레

“교회가 성소수자도 하나님의 신비로 받아들여야 해요”
등록 :2020-08-23 19:17수정 :2020-08-24 02:36

[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이사장 홍인식 목사
지난주 전남 순천중앙교회에서 만난 홍인식 목사가 4년여 만에 자의반 타의반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해방신학자 홍인식(64) 목사가 지난 4년반 동안 목회를 해 온 전남 순천중앙교회를 떠난다. 지난 4월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이사장을 맡은 그가 인권 차원에서 한 ‘동성애’ 관련 발언을 일부 장로들이 문제 삼자 사임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의 대표적 부촌인 삼성동 현대교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비판하는 설교를 했다가 장로들의 반발로 4년 만에 떠났던 그는 두 번째 중도하차를 하게 된 셈이다. 정년 70살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생각으로 순천에 왔던 그는 지난 6월 말로 설교를 중단했고, 아예 목사 은퇴를 선언했다. 목사란 족쇄를 스스로 풀고 해방신학자로 돌아가는 그를 지난주 만났다.

‘동성애자 인권’ 발언에 장로들 반발
전남 순천중앙교회 4년여만에 사임
“차별금지법은 ‘사탄’ 아닌 약자 보호”
목사 은퇴하고 해방신학자로 복귀
“교회 목회 맡으면 욕심 생길까봐”
박사 출신 장남도 ‘빈민 엔지오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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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떠나며 목회 은퇴를 선언한 홍인식 목사는 해방신학자로서 ‘약자 인권 보호’ 활동에 나선다.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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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과학계에서 동성애는 선택이 아닌 선천적인 것으로 결론이 났고, 미국에서도 동성애를 질병 리스트에서 삭제한 지 오래고, 심리학계에서도 동성애는 치료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동성애자로 인해 목회 현장에서 문제가 된 사례도 없다. 지금까지 교회에 실제로 아무런 영향을 미친 적이 없는 동성애자 문제보다는, 부자의 편만 들고, 목사의 비리와 성추행에 눈 감고, 교회를 세습하는 행태가 기독교를 망치는 것 아닌가?”

홍 목사는 “구약에서 동성애를 죄라고 했다고 해서 문자 그대로 모든 것을 따르자면 돼지고기도 먹어서는 안 된다.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를 사탄이라 하면 암수를 바꾸는 전복이나 꼬막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라면서 “예수님은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난 게 누구의 죄냐’는 질문을 받고 ‘누구의 죄도 아니다’라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태어났다’고 위로했다”고 전했다. 며칠 전에도 일산의 한 개신교인이 전화를 해와 자기 교회 목사가 ‘동성애자는 사탄이라고 했다’며 ‘목사님, 제가 사탄인가요’라고 울먹인 일화를 전하며 그는 “교회가 약자인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도 하나님의 신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동성애자들의 교회 결혼식을 거부하면 잡혀가느냐’고 묻는 목사들이 있을 만큼 차별금지법에 대한 터무니없는 오해가 많다”면서 “아르헨티나에서도 1995년까지 가톨릭이 국교여서 좋은 대학도 못 가고, 고위 공직도 맡을 수 없는 차별을 당했던 개신교인들이 그 법이 바뀌면서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만큼 차별금지법은 약자들에겐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홍 목사는 고2 때 어머니를 따라 남미 파라과이에 이민을 갔다. 전교 1등을 하면서도 납부금을 못 냈던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애초 파라과이 국립 아순시온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던 그는 대학 2학년 때 서점에서 ‘리베라시옹’(해방)이란 단어를 접하고 혼자만 부자 되고 성공해보겠다는 야망을 벗고, 세상을 정의롭게 바꿔 모든 빈자와 약자를 고통에서 구원하려는 해방신학에 귀의했다. 그 뒤 아르헨티나에서 12년, 칠레서 2년, 쿠바에서 4년, 멕시코에서 4년 등 중남미를 순례하듯 돌면서 해방신학의 본고장에서 약자들과 함께했다.

그는 ‘예수를 가슴에 품고 사는 건 쉬울지 모르지만 예수를 따라 살아가는 실천엔 용기가 필요하다’는 해방신학 선배들의 말을 ‘신조’로 삼고 살아왔다. 순천중앙교회에 와서도 먼저 자신의 연봉을 깎고, ‘목사와 식사할 때는 1만원짜리 이상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을 만들어 평범한 신자들 누구나 부담없이 목사와 어울리게 했다. 순천중앙교회는 모든 교인이 가정과 직장에서까지 일회용품을 쓰지 않은 실천으로 정부의 탄소 줄이기 경연에서 환경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미자립교회 100여개의 목회자를 모아 전남동부목회자아카데미를 꾸리고, 강좌를 함께 들으며 공부했다. 이런 변화에 ‘교회는 복이나 비는 곳인 줄 알았는데, 정의로운 하나님 나라를 만드는 곳이었다니’라며 눈을 뜬 청년 신도들이 앞다퉈 이웃과 사회에 대한 봉사에 나섰다. 이번에 홍 목사가 그만둔다고 하자 장로들에게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도 그런 젊은이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 경기도의 한 지역으로 이사한다. 남미에서 목회할 때 그와 함께 빈자들을 위한 무료급식에 앞장섰던 한 장로가 “우리 목사님은 집 한 칸도 없이 세상을 철없이 떠돌아다닌다”고 걱정하며 몇 년 전 마련해 준 빌라로 가기로 한 그는 “과분한 집”이라고 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 유기화학 박사 출신인 장남도 다국적기업의 스카우트를 뿌리치고 빈자를 위한 엔지오 운동을 하겠다고 나섰다니, 부전자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도 그는 “급료도 없이 평생 한 자리에서 빈자들과 살아가는 남미의 해방신학자들과 비교하면 너무 잘 먹고 잘살아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굳이 목사직 은퇴까지 할 이유가 있느냐”는 물음에 “교회를 만들어 청빙하면 없던 욕심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욕망의 사전 차단이다. 늘 밝게 웃는 표정인 그는 돌연 정색하며 ‘무너져가는 교회의 5가지 특징’으로 말을 맺었다.
“첫째, 사회와 격리돼 사회적 영성을 무시한 채, 개인적 영성과 천국만 추구하는 교회. 둘째, 영성적 삶과 세속적 가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교회. 셋째, 오직 유럽과 미국만 중요시하고 아시아적 가치를 외면하는 교회. 넷째, 제도로서의 교회만 중요하게 여기는 교회. 다섯째, 합리적 이성을 배제하는 비전문적 기독교의 모습을 가진 교회. 이러면 스스로 망한다.”
순천/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959011.html?fbclid=IwAR3rizf1ea-mguBMAAxikVnlmS9Xj3HsdgJ3kAfmNeFkNbIFKyEsrLEDViA#csidxf59bd08248cb0d991a78f04f3095a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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