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08
손민석 레닌의 정치적 감각이랄까 판단력이랄까
손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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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하다보면 확실히 레닌의 정치적 감각이랄까 판단력이랄까 이런 것은 거의 전세계,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보아도 거의 최상위급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상황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즉각적으로 이해하는 통찰력과 분석력에, 그것에 따라 곧바로 도출되는 대안에, 이 대안을 곧바로 정치적 구도에 적용시켜 적과 아군을 구별해내고 구도를 짜는 정치적 감각에, 동요하는 지지자들을 순식간에 장악하고 재조직해내는 지도력과 통솔력에, 이 모든 걸 이론적으로 정당화 할 수 있는 이론적 능력, 실제로 그것을 실행해내는 실천력, 어떠한 희생과 어떠한 비용에도 주저없이 결정을 내리는 정치적 결단력, 인간적인 잔혹함 등등 일일이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능력을 개인이 갖고 있다는 게 공부할수록 놀랍다.
물론 나는 어설프게 옆에 있다가 죽을 것 같아 그와 함께 하고 싶지는 않지만 활동으로 바쁜 시기에도 매일매일 몇시간씩 이론 연구와 최신 연구들을 섭렵하는 능력도 대단하고 나이 50에 넘치는 정력을 보여주는 것도 대단하고 여러모로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
보통 학자나 연구자 출신들이 정치를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논리의 일관성과 체계성을 갖추는 것에 인생을 걸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론적 체계가 현실에 더 이상 먹히기 어렵다는 걸 깨달아 정신적으로 붕괴상태에 놓이는 것도 문제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집착을 버리지 못해서 그렇다. 어중이 떠중이가 아닌 이상 그정도 공을 들였으면 쉽게 포기하기가 어려워진다. 집착이 생기니 판단속도와 결정에서 뒤쳐지고, 판단과 결정이 느려지니 기회를 놓쳐 정치적으로 몰락한다. 비용 등의 문제로 학자만이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학자들이라면 웬만한 정치적 감각을 타고나지 않는 이상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레닌은 연구자급의 능력과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정치적 감각에 있어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판단속도, 결정속도 또한 그렇다. 놀라운 사람이다. 더 놀라운 건 정반대로 보이는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그 자신의 이론적 체계성이나 일관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로서는 대단히 놀라운 지점인데.. 곡학아세하는 것 같은 그의 정치적 결정들도 잘 보면 관통하는 일관성이 있다.
정반대의 극단을 모두 관통할 수 있다는 건 보다 더 추상적인 차원에서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게 되는 건 하나의 정치적 행위를 하면서도 동시에 그 정반대의 행위에 대해 이런저런 사고를 동시적으로 하고 있다는 말이다. 여러모로 놀라운 일이다. 살면서 이런 인간을 한번 만나 대화를 나눌 기회만 가져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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