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산책자 - 파리, 베를린, 도쿄, 경성을 거닐다
이창남 (지은이)사월의책2020-11-01
도시와 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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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쪽146*210mm489gISBN : 9788997186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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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도시와 산책자』는 그 자신 명민한 산책자들이었던 20세기 초의 발터 벤야민,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이상, 박태원 등의 시선을 통해 근현대 산책이 가진 의미를 탐색한다. 거북이를 끌고 한가하게 걷던 댄디 지식인의 산책은 바쁜 현대의 직장인, 오피스레이디, 외국인 여행자의 여가활동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이렇게 달라진 대도시 산책의 풍경에서 꽉 짜인 체계에서 벗어나려는 해방적 욕구와, 정신적 안식처를 구하는 현대인의 불안을 동시에 읽는다.
20세기 초 파리, 베를린, 경성, 동경의 산책자들도 이러한 유목과 정주의 이율배반적 꿈을 함께 추구한 존재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이 책은 민족, 계급, 성별의 전통적 범주를 넘어 우리들 ‘산책자’의 일상을 구성하는 탈근대성, 대도시 사회문화, 현대적 삶의 정체를 묻는다. 그리고 그 답으로 개인의 자아실현과 공동체적 유대를 회복하려는 희망이 현대의 유목적 삶에 여전히 녹아있음을 확인한다.
목차
프롤로그 / 산책은 끝났는가?
서장 / 도시 산책자와 유목적 대중
Ⅰ부 도시와 산책자
1장 오스만과 근대도시 파리의 경관
2장 19세기 꿈의 집들
3장 파리의 산책자와 오페레타
Ⅱ부 직장인의 문화적 유목
4장 베를린 오디세이
5장 크라카우어의 ‘직장인’
6장 집 없는 자들의 헤테로토피아
7장 유동적 공동체의 형상
Ⅲ부 국경을 넘는 도시 산책자
8장 제국의 메트로폴리스와 로컬도시
9장 1930년대 경성의 공간과 자아
10장 글로벌 도시의 외국인 산책자
에필로그 / 도시 산책자와 탈근대의 일상
후기
부록 / 페터 한트케의 시 「산책의 종말」 전문
주
참고문헌 및 인용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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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기
책속에서
“산책은 ‘체계’와 ‘일상’ 사이의 긴장과 교착을 첨예하게 드러내는 행동양식이다. 도시대중은 특정 민족의 일원이자 행인이며, 특정한 성적 주체이자 소비자이다. 그들은 또한 특정한 계급적 틀과 의식 속에서 살지만 동시에 도시의 일상적 거주민이기도 하다. 산책자 인간군상은 민족, 계급, 젠더와 같은 사회과학 범주의 주체라기보다 그렇게 범주화하기 어려운 유동성이며, 일정한 틀에 가두기 어려운 삶의 여백이다. (…) 그 여백은 독일 작가 페터 한트케가 「산책의 종말」이라는 시에서 말했던 바, ‘공적으로 알려진 바 없는 너의 사이 시간들’이다.” 접기
“국가와 로컬의 안팎을 넘어서 정주와 유목은 이제 우리의 사회적 삶에서 서로 분리된 것이라기보다 변증법적으로 교차하는 것이 되었다. 요컨대 우리는 ‘정주 속에 유목’하고, ‘유목 속에 정주’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변화의 역사적 과정과 의의를 근현대의 문제적 공간으로서 유럽과 동아시아의 대도시들과 그 안의 산책자들인 벤야민, 크라카우어, 켈러만, 이상, 박태원, 나혜석, 바크비츠 등의 산책을 중심으로 추적한다.” 접기
“벤야민에게서 이들 산책자는 우선 무위의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산책자와의 전쟁’에 몰두하는 ‘테일러, 그리고 그 협력자들, 계승자들’에 대한 언급은 산책자가 곧바로 기계적 생산시스템과는 대척적인 위치에 있는 인간군상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요컨대 ‘산책자의 무위는 분업에 반대하는 시위’라는 것이다. 근대적 산업체계와 전통적 산책자의 대립적 문맥은 크라카우어가 관찰한 직장인의 활동 영역의 분화, 즉 ‘직장에서의 업무’와 ‘거리에서의 여가’ 사이의 구분을 예고한다. 현대적 산업체계의 주변부에 자리 잡은 산책자들은 대도시 카페, 백화점, 영화관, 기차역, 카지노, 호텔, 박물관 등에 출몰한다. 이러한 사회적 공간들은 ‘장기적인 체류’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임시적으로 머무는’ 공간이며, ‘성스러운’ 공간이 아니라 ‘통속적인’ 대중의 공간으로서 산책자들의 처소가 되는 것이다.” 접기
“이 변화는 역설적으로 산책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유목의 예비적 형식으로서 산책의 보편화를 의미한다. 크라카우어는 파사주의 종말을 이야기하면서 ‘그 자체가 파사주인 사회에서 파사주는 무엇이겠는가?’라고 묻고 있다. 베를린의 린덴 파사주가 사라진 것을 바라보며 그는 산책의 종말과 함께 총체적인 삶의 양식으로서 새로운 형태의 산책이 일반화되고 있음을 진단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더 이상 고요하고 한가롭고 목가적인 산책이 아니라, 정주하지 않는 삶 즉 유목의 개시를 알리는 것이었다.” 접기
“정신적으로 정주할 수 있는 종교적 유대를 상실했다고 해서 현대인들의 형이상학적 욕구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중은 이러한 결핍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복구한다. 그리고 타인과의 대인관계가 합리화로 인해 망실되었다고 해서 타자와의 만남에 대한 근원적 기대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그 만남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산책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근현대 대도시의 문제와 그 문제 해결 활동으로서의 산책이 자리하며, 우리가 ‘유목적’이라고 진단하는 현대 도시의 사회문화를 해명할 수 있는 단서들이 존재한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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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창남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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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베를린 자유대학 비교문학과에서 낭만주의와 발터 벤야민의 비평이론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를 거쳐 현재 경북대에 재직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사회연구소 연구펠로우, 영국 랭커스터대학 사회학과 방문교수로도 활동했다. 주로 문학비평과 장르론, 도시문화와 도시사회학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아테네움 시대의 문학』(Poesiebegriff der Athen?umszeit, Ferdinand Sch?ningh 2005)이 있고, 『이중언어 작가』, 『폭력과 소통』, 『발터 벤야민과 21세기 도시문화』를 비롯한 다수의 공동저서를 출간했다. 국제적 공동저술로는 The Transnational Fl?neur(Soci?t?s 2017/1)와 The Detective of Modernity(Routledge 2020)가 있다. 그 밖에 『독서의 알레고리』, 『꽃가루방』, 『폴 드 만과 탈구성적 텍스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접기
최근작 : <도시와 산책자>,<벤야민과 21세기 도시 문화>,<폭력과 소통> … 총 8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 지금 도시의 산책자들은 무엇을 꿈꾸는가?
- 벤야민, 크라카우어, 이상, 박태원, 나혜석을 통해서 본 산책자들의 초상
사람들은 도시를 걷기를 좋아한다. 도시 대로변을 걷고,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늘어선 가로수 길을 걷고, 공원과 골목길을 특별한 뜻도 목적도 없이 걷는다. 산책자는 무엇을 꿈꾸며 그 길을 걷는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도 도시를 걷는 이들이 있었다. 파사주(아케이드) 진열창에 정신이 팔려, 지나가는 행인을 구경하며, 군중과 소음을 뚫고 걸었다. 산책은 오래된 행위이다. 그러나 루소가 말한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이 가능했던 시대는 끝나고, 현대의 산책자들은 고립을 벗어나거나, 반대로 자기만의 고독을 확보하려 길을 나선다. 산책자는 뭔가를 찾으려 도시를 걷지만, 그 도시는 오히려 산책자의 내부를 점거한다. 도시와 산책자가 산책을 통해 맺는 관계는 이처럼 변증법적이다.
이 책 『도시와 산책자』는 그 자신 명민한 산책자들이었던 20세기 초의 발터 벤야민,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이상(李箱), 박태원 등의 시선을 통해 근현대 산책이 가진 의미를 탐색한다. 거북이를 끌고 한가하게 걷던 댄디 지식인의 산책은 바쁜 현대의 직장인, 오피스레이디, 외국인 여행자의 여가활동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이렇게 달라진 대도시 산책의 풍경에서 꽉 짜인 체계에서 벗어나려는 해방적 욕구와, 정신적 안식처를 구하는 현대인의 불안을 동시에 읽는다. 20세기 초 파리, 베를린, 경성, 동경의 산책자들도 이러한 유목과 정주의 이율배반적 꿈을 함께 추구한 존재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이 책은 민족, 계급, 성별의 전통적 범주를 넘어 우리들 ‘산책자’의 일상을 구성하는 탈근대성, 대도시 사회문화, 현대적 삶의 정체를 묻는다. 그리고 그 답으로 개인의 자아실현과 공동체적 유대를 회복하려는 희망이 현대의 유목적 삶에 여전히 녹아있음을 확인한다.
■ 산책의 종말인가, 부활인가
『도시와 산책자』는 도시문화와 도시사회학에 오래도록 관심을 기울여온 저자가 지난 10년의 시간을 쏟아 완성한 노작(勞作)이다. 저자는 과거 지식인예술가의 산책과 현대 일상인의 산책 또는 유목적 삶에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는지 물음으로써 오늘날의 산책이 가진 의의를 조명한다. 느린 보행과 깊은 사색으로 대표되는 과거의 산책은 합리성과 효율성으로 조직된 현대 도시적 삶과 함께 종말을 고했다. 그러나 산책은 사라졌는가?
한 세기의 시차가 있지만, 벤야민, 크라카우어, 이상, 박태원, 나혜석 등은 전혀 다르게 변한 산책의 양상과 의미를 초창기부터 예민하게 의식한 이들이다. 저자는 이들이 남긴 퍼즐조각들을 통해 학계에서 자주 무시되곤 하는 현대의 ‘일상성’을 다시 구성한다. ‘도시’ 그리고 ‘산책자’는 그 일상성을 밝혀주는 키워드들이다. 과거의 산책하던 소수는 사라졌지만 거꾸로 그것은 도시 대중의 일반적 행위 유형으로 확산되었고, 대중의 개체화는 심화되었지만 그들에게서 상실된 공동체적 관계는 거리의 만남과 유대 속에서 재발견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산책의 역사, 도시경관의 변화, 정치경제적 조건 등을 빠짐없이 고려하여 이 과정을 재구성하고 있다.
■ 일상인의 유목, 그 이중적 의미
산책의 존재론은 우선 ‘도시’라는 시공간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쓸 수 없다. 산책의 현대적 형태는 19세기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와 오스만 남작의 대대적인 파리 재정비 사업에서 비롯된다. ‘바리케이드’로 상징되는 대중의 잦은 폭동을 무력화하고 근대 국민국가의 국가주의 이념을 고취하려는 목적으로 파리에는 관통대로가 뚫리고 기념비적 건축물과 거대 광장이 들어선다. 여기에 토지개발에 따른 부르주아들의 투기 붐도 가세하여 마침내 ‘상품 자본의 신전’(벤야민)이라 할 만한 파사주의 등장으로 이어진다.[1장/2장]
벤야민은 그의 『파사주 작품』을 통해 파사주와 백화점처럼 시공간상에 구현된 판타스마고리(Phantasmagorie, 幻燈像)가 어떻게 산책자들을 도취시키고 상품의 물신주의에 빠지게 하는지 기술한 바 있다. 같은 시대에 활동한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역시 베를린을 중심으로 관료화된 체제와 소비적 도취가 함께하는 대도시 생활을 『직장인』이라는 작품 속에서 묘사한다.[4장/5장] 저자는 이들의 논의를 소개하면서 현대의 산책이 한편으로는 국가와 자본이 심어준 물신적 도취의 계기를 갖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행, 춤, 영화관과 같은 탈출의 계기도 동시에 내장한 것으로 파악한다. 벤야민과 크라카우어 모두 집밖을 방황하는 일상인의 ‘문화적 유목’에서 뿌리 뽑힌 대중의 초상을 읽으면서도, 체계로부터의 해방과 새로운 사회적 유대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별무리를 뜻하는 벤야민의 ‘콘스텔레이션’은 그 유대를 회복하려는 대중의 경향성을 가리키는 개념이다.[6장/7장]
■ 글로벌 시티를 걷는 트랜스내셔널 산책자들
현대의 유목은 초국경적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도 과거의 산책과 궤를 달리한다. 벤야민과 크라카우어도 이미 만국박람회, 놀이공원, 현대식 호텔을 통해 이국적 이미지가 촉발한 일상인의 월경적(越境的) 꿈을 포착한 바 있지만, 20세기 초 경성과 동경에서 그것은 제국도시의 모방이나 식민지적 자아의 문제와 같은 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저자는 20세기 초 일본을 방문한 독일 여행작가 베른하르트 켈러만의 시선을 통해 서구 제국주의가 동아시아 대도시에 와서 어떻게 모방되고 변형되었는지 상술한다.[8장] 또한 제국도시의 로컬 버전인 동경의 또 다른 복제 도시 경성에서 이상, 박태원, 나혜석과 같은 지식인 산책자가 겪은 상황과 고민을, 역시 선진 문물에 대한 동경과 식민지인의 우울이라는 ‘이중적’ 측면에서 조명한다. 이상의 「오감도」와 「날개」는 화려한 도시 안에서 느끼는 식민지 지식인산책자의 공포와 소외를 표현한 작품이며,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근대 도시의 풍경을 경멸과 동경이라는 ‘양가적’ 감정으로 대하는 산책자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한 나혜석은 여성 산책자로서 경성의 가부장적 공간보다는 차라리 서구적 근대에서 해방의 가능성을 꿈꾸었다는 점에서, 식민지 근대인의 초상을 좀 더 종합적으로 보아야 할 단서를 제공한다.[9장]
19세기 말에서부터 시작된 근현대 일상인의 산책 또는 유목은 현재 이민, 취업, 여행 등을 통해 다국적 도시를 넘나드는 글로벌한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저자는 20세기 후반 동경의 외국인 산책자였던 슈테판 바크비츠의 기록을 통해 새롭게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산책의 국면을 조명함으로써, 유목 또는 산책의 현재적 의미를 완성하고 있다.[10장] 다국적 산책자의 유목은 현대적 획일화가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된 결과이지만, 이방인과 타자에 대한 경계짓기를 허무는 긍정적 계기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 ‘산책’의 테마로 밝혀내는 현대성 또는 탈근대성
이 책 『도시와 산책자』에서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현대적’ 혹은 ‘탈근대적’(post-modern)이라 부르는 현대의 일상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국가와 로컬의 안팎을 넘나드는 정주와 유목은 이제 우리의 사회적 삶에서 서로 대립된 것이 아니라 변증법적으로 교차하는 일상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유동성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유동성 속에서 정주를 찾고 정주 속에서 유동하는 변증법적 과정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대도시’로 대표되는 자본과 국가의 완강한 체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면서도 또 다른 정주의 장소를 희구하는, 그러한 탈출과 회복의 과정을 현대의 유목적 삶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일상에 대한 명시적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나, ‘산책’이라는 한가로운 주제를 저자가 천착하는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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