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 식민지 조선에서 성장한 한 일본인의 수기
모리사키 가즈에 (지은이),박승주,마쓰이 리에 (옮긴이)글항아리2020-11-25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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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일제치하/항일시대
1927년 한반도에서 태어난 모리사키 가즈에가 그곳에서 지냈던 17년 동안을 다룬 회고록이다. 식민자의 딸로서 자신을 품어준 땅에 대한 개인적 애착과 역사적·민족적으로 짊어져야 할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며 조선에서 지낸 17년간을 회고한 이 책에서는 '식민지 조선'의 어머니와 같은 애정과 그 어머니와 같은 조선을 사랑해버린 어느 식민 2세의 고통을 그렸다. 1984년 신쵸샤에서 출판된 이후, 1995년에는 지쿠마쇼보, 2006년에는 요센샤에서 출판되었다. 일본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읽혀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모리사키는 이 작품에 대해 "식민지 체험을 적는 건 괴로운 일이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의 일회성이 마음에 걸려 후세를 위한 증언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가급적 신변 자료만을, 그것도 당시에 한정하여, 다시 읽으며 썼다"고 한다.
모리사키는 자신의 경험과 패전 후에 읽은 사료를 대조하며 식민지 조선에서 지낸 일본인의 일상을 세심하게 묘사했다.
모리사키는 2008년에 간행된 자신의 전집을 "식민지 일본인 2세의 뒤틀린 원죄 의식을 바로잡고 싶어서 고뇌하며 살아온 나의 발자취"라고 평가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식민지 조선에서 나고 자랐다는 원죄 의식은 엄중했다. 동시에, 그것이야말로 그녀의 집필 활동의 핵심이었다. 즉, 이 책은 식민지 조선에서 산 일본인의 일상을 알 수 있는 실마리인 동시에, 다방면에 걸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모리사키 가즈에의 작품들을 독해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다.
목차
한국 독자들께
서장
1장 은하수
2장 창포 잎
3장 왕릉
4장 혼불
여장
후기
모리사키 가즈에 연표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첫문장
아버지의 유카타(여름철에 주로 입는 홑겹의 일본 전통 의복-옮긴이) 소매 속에서 담뱃갑이 서걱서걱 소리를 냈다.
P. 61 우리는 어머니가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남동생을 안은 그녀와 늘 나를 따라다니는 여동생과 넷이서 논다. 언덕을 내려가 위아래 육군 관사 사이의 넓은 길을 건너 연못가에 갔다. 남동생이 풀 위를 기어다닌다. 나는 여동생과 뽕나무 열매를 땄다. 귀가를 서두르는 조선인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넓은 길을 지나다닌다. “밥 무긋나?” “저 오모니, 뭐라고 했어?” “밥 먹었냐고 했어.” “아직 안 먹었잖아.” 접기
P. 80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김씨 아저씨는 김옥균이라는 조선의 높은 사람의 친척이라고 했다. 또 옛날 임금님의 친척이기도 하고, 부모님은 경성에 산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김씨 아저씨 댁 아이들은 예의가 바르니까 본받으라고 했다. 여자 아이나 남자 아이나 부모님과 얘기할 때는 똑바로 앉아서 조선말로 이야기를 했다. 나와는 일본어로 이야기했다. 책은 일본어 책이었다. 접기
P. 134~135 “여보가 가득하네.” 급우가 말한다. “진짜네. 하지만, 우리 아버지가 여보라고 하면 안 된다고 했어.” “왜? 우리 아버지는 여보라고 해.” 시끄러운 수다에 이 대화도 묻혔다. 일본인은 여보라는 말을 조선인에 대해 비하하듯이 쓴다. 그것은 듣기 거북하다. 조선인끼리는 부를 때 ‘여보!’’라고 하거나 ‘여보세요?’라고 한다. 그런데 일본인은 “여보는 구려” 따위로 쓴다. 접기
P. 179 그중에는 나 같은 어린아이의 눈에도 대인大人이구나 싶은 사람이 있었다. 흰 턱수염을 기른 온후하고 성실한 최긍崔肯 씨의 인품은 일본인의 무례한 행동 따윈 꾹 참고 늘 한결 큰 미소를 보내온다. 거드름 피우는 일본인 중학교 관계자 때문에 몹시 고심하는 아버지를 가만히 지켜봐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정도로 풍격風格이 있었다.
P. 224 나는 학예회 연극에 출연해 조선옷을 입고 춤을 췄다. 연극 제목은 잊어버렸다. 하지만 대동아공영권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조선인 딸 역을 자진해서 맡았다. 그맘때는 이미 천황의 똥 같은 걸로 까불지는 않게 되었지만, 그래도 “감히”라며 황실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의 말을 들을 때의 기분은 아주 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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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모리사키 가즈에 (森崎和江) (지은이)
저자파일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일본인으로 패전 이후에는 일본의 규슈 지역 탄광촌에서 생활하며 활동한 시인이자 작가, 페미니스트다.
1927년 4월 20일, 모리사키 구라지森崎庫次와 아이코愛子의 장녀로 경북 대구에서 태어났다. 1934년 대구봉산정공립심상소학교에 입학한 후 경주공립소학교, 대구고등여학교, 김천고등여학교 등 학창시절을 식민지 조선에서 보냈다. 1944년 후쿠오카현립여자전문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패전을 맞았다. 그 후 마루야마 유타카丸山?가 주재하는 시 잡지 『모음母音』을 통해 활동했으며 1958년에는 시인 다니가와 간谷川雁과 함께 지쿠호筑? 지역 탄광촌인 나카마中間로 이주해 ‘서클촌’이라는 문화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1959~1961년 여성 교류 잡지 『무명통신無名通信』도 간행했다. 1979년부터는 무나카타宗像라는 곳에서 생활하며 문필활동을 계속했다. 식민지에서 태어난 모리사키는 평생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품고 많은 책을 펴냈다.
모리사키가 다뤄온 주제는 탄광사炭鑛史와 노동 문제를 비롯해 식민지, 여성, 천황제, 내셔널리즘, 환경, 생명 등 다양하다. 대표적인 저서로
- 『암흑: 여자 광부에게 전해들은 이야기』(1961),
- 『비소유의 소유』(1963),
- 『제3의 성』(1965),
- 『투쟁과 에로스』(1970),
- 『이족異族의 원기原基』(1971),
- 『나락의 신들』(1974),
- 『가라유키상』(1976) 등이 있으며
한국에 관한 책으로
- 『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나의 원향原鄕』(1984),
- 『메아리치는 산하 속으로: 한국기행 85년 봄』(1986),
- 『두 가지 언어, 두 가지 마음: 어느 식민지 일본인 2세의 패전 후』(1995) 등이 있다.
최근작 : <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휘말림의 정치학> … 총 2종 (모두보기)
박승주 (옮긴이)
영남대학교 사범대학 일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일본 나고야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영남대와 금오공대 등에서 강의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예비사회적기업이자 한일 교류 거점 공간인 ‘대구 하루’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작 :
마쓰이 리에 (松井理惠) (옮긴이)
쓰쿠바대학 재학 중인 2001년 고려대 국제어학원 한국어교육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었다. 쓰쿠바대학 및 동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해서 2011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 현재 일본 아토미跡見학원여자대학 관광커뮤니티학부 전임강사로 재직 중이다.
최근작 :
출판사 제공 책소개
식민자의 눈에 비친 피식민자의 삶
대구·경주가 고향인 모리사키 가즈에 자서전, 한국어판 출간!
1927~1944년의 17년간 식민지 조선에서의 성장기를 통절하게 그려내다
마음의 궤적을 조용한 어조로 담아낸 자전문학의 백미!
어린 소녀의 눈에 조선 땅은 어머니처럼 따스하게 비쳤다. 그리고 그 땅의 하늘은 언제나 푸르고 맑았다. 아버지는 일제가 식민지에 세운 학교의 교장으로 조선인의 반일감정을 의식해야 했고 일본 헌병에게도 감시를 받았다. 전쟁은 먼 곳에 있다고 여기고 있었지만, 어느샌가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말과 땅을 빼앗긴 사람들의 슬픔도 모른 채…… 17년간 그곳의 땅과 ‘오모니’가 키워준 한 소녀. 그녀는 전후 일본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언젠가 자신의 원죄의 땅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담은 마음의 궤적을 낱낱이 전한다. 말이란 무엇인가? 고향이란 무엇인가? 그곳에서 소녀가 본 것은 무엇이었나? 읽는 사람을 엄숙하게 만드는 감동의 책!
“모리사키 가즈에가 소녀 시절 식민지 조선에서 체험한 것은 ‘민중과 함께 숨 쉬는 감수성’과 ‘다름이 조화하는 혼종성’이었다. 이 책엔 이를 통해 ‘일본 민중에게 조선 문제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넘어서려고 한 저자의 사상 궤적의 원점이 그려진다. 재조선 일본인으로 나고 자란 ‘원죄’를 짊어지며 경계를 넘는 연대를 추구한 모리사키 가즈에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모리사키의 ‘향수’에 대해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다.”_현무암 홋카이도대학 교수
조선을 사랑해버린 식민 2세의 고통
이 책 『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는 1927년 한반도에서 태어난 모리사키 가즈에가 그곳에서 지냈던 17년 동안을 다룬 회고록이다. 식민자의 딸로서 자신을 품어준 땅에 대한 개인적 애착과 역사적·민족적으로 짊어져야 할 책임 사이에서 갈등하며 조선에서 지낸 17년간을 회고한 이 책에서는 ‘식민지 조선’의 어머니와 같은 애정과 그 어머니와 같은 조선을 사랑해버린 어느 식민 2세의 고통을 그렸다. 1984년 신쵸샤에서 출판된 이후, 1995년에는 지쿠마쇼보, 2006년에는 요센샤에서 출판되었다. 일본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읽혀지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모리사키는 이 작품에 대해 “식민지 체험을 적는 건 괴로운 일이었지만,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의 일회성이 마음에 걸려 후세를 위한 증언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가급적 신변 자료만을, 그것도 당시에 한정하여, 다시 읽으며 썼다”고 한다. 모리사키는 자신의 경험과 패전 후에 읽은 사료를 대조하며 식민지 조선에서 지낸 일본인의 일상을 세심하게 묘사했다.
모리사키는 2008년에 간행된 자신의 전집을 “식민지 일본인 2세의 뒤틀린 원죄 의식을 바로잡고 싶어서 고뇌하며 살아온 나의 발자취”라고 평가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식민지 조선에서 나고 자랐다는 원죄 의식은 엄중했다. 동시에, 그것이야말로 그녀의 집필 활동의 핵심이었다. 즉, 이 책은 식민지 조선에서 산 일본인의 일상을 알 수 있는 실마리인 동시에, 다방면에 걸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모리사키 가즈에의 작품들을 독해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다.
모리사키 가즈에는 누구인가
모리사키 가즈에는 탄광촌에서 생활하며 활약한 시인이자 작가다. 일본에서는 선구적인 페미니스트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녀는 1927년 일제 통치하의 조선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1944년 후쿠오카현립여자전문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패전 후 마루야마 유타카丸山?가 주재하는 시 잡지 『모음母音』을 통해 활동했다. 또 1958년에는 시인인 다니가와 간谷川雁과 함께 지쿠호筑豊 지역 탄광촌인 나카마中間로 이주해 ‘서클촌’이라는 문화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1959년 8월부터 1961년 7월까지는 여성 교류 잡지 『무명통신無名通信』도 간행했다. 탄광에서 채석되는 석탄은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일본의 근대화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사이 일본의 에너지원이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되면서 탄광촌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그녀가 탄광촌에서 지낸 것도 마침 그 무렵으로 탄광산업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 변화와 그에 따른 고통을 견디며 싸워야만 했다. 그리고 1979년부터는 무나카타宗像라는 곳에서 생활하며 문필활동을 계속했다. 식민지에서 태어난 모리사키는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모리사키가 다뤄온 주제는 식민지 문제, 여성 문제, 탄광사炭鑛史, 노동 문제, 천황제, 내셔널리즘, 환경, 생명 등 다양하다. 조선과 한국에 관한 책도 많다. 『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나의 원향原鄕』(1984), 『메아리치는 산하 속으로: 한국기행 85년 봄』(1986), 『두 가지 언어, 두 가지 마음: 어느 식민지 일본인 2세의 패전 후』(1995), 『사랑하는 건 기다리는 거야: 21세기에 보내는 메시지』(1999, 여학교 동창이자 1989년 막사이사이상을 받은 김임순 거제도 애광원 원장에 관해 쓴 책) 등이다.
2008년에는 후지와라쇼텐에서 전집 『모리사키 가즈에 컬렉션: 정신사 여행』(전5권)이 출판되었다. 전집 출판에 즈음해서는 쓰루미 슌스케鶴見俊輔,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 강상중姜尙中 등 일본의 최일선에서 활약하는 연구자들이 추천사를 썼다.
이 책의 번역 과정에 대하여
이번에 한국에서 번역 출판을 하는 데 있어 특히 주목할 점은 텍스트에 그녀와 가족이 살았던 환경(대구·경주·김천)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배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구와 경주, 김천은 그녀를 만든 주형鑄型으로 한반도의 자연과 그곳의 사람들이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한반도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한국에서 번역 출판을 해보자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사실 그녀의 출생지인 대구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에서의 번역 출판이 이뤄지게 되었다. 2001년부터 도시에 남아 있는 물리적인 공간의 역사를 시민들이 직접 조사하고 기록하여 새로운 향토사를 만들어가려는
시민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의 자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만 이런 자료는 한국에서 구하기가 어려워 그 누락된 자료에 대한 아쉬움이 생겨났다. 그러다 보니 시민운동은 일본에 남아 있는 자료와 텍스트에 강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도시의 물리적인 공간을 해석하기 위해 그러한 이야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동번역자인 마쓰이 리에松井理惠는 2003년부터 모리사키의 출생지인 삼덕동(구 삼립정)에서 마을 만들기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삼덕동에는 일본식 가옥(적산가옥)이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에 관심이 생긴 마쓰이 리에가 앞서 언급한 시민운동을 접하게 된다. 일제강점기 대구에 대한 텍스트를 찾던 마쓰이 리에는 2006년에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리고 대구에 사는 지인들에게 책을 소개한다.
2007년 앞서 언급한 시민운동은 그동안의 현장 조사 성과를 『대구 신택리지』로 발간했다. 그리고 마쓰이 리에는 『대구 신택리지』를 모리사키 선생님께 전달해드렸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둘 사이에 편지 교환이 시작된다. 2008년에는 마쓰이 리에가 후쿠오카현 무나카타시에 살고 계신 모리사키를 찾아뵙기도 하면서 인연을 이어나갔다. 2013년에 시민사회와 대구광역시 중구청이 함께 해온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아 아시아 도시경관상(‘대구의 재발견에 의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을 받았다. 이때 후쿠오카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권상구 씨가 따로 일정을 잡아 무나카타로 모리사키를 찾아가게 된다.
책 번역 출판이 움직이기 시작한 직접적인 계기는 권상구 씨의 이무나카타 방문이었다. 그의 통역으로 동행한 마쓰이 리에가 모리사키로부터 한국어 번역 출판 허락을 받았다. 그 후, 앞서 언급한 ‘대구읽기모임’의 멤버이며 현재 민간 한일교류 거점 공간인 ‘대구하루’를 운영하는 박승주와 마쓰이 리에가 공동번역 형식으로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먼저 박승주가 초벌 번역을 하고 그것을 마쓰이 리에가 원저와 대조하면서 확인하고 다시 박승주가 번역 작업을 마무리했다.
또한 이 책에는 일제강점기 그림엽서와 사진, 지도가 많이 삽입되어 있는데 대구 자료는 권상구 씨가 약 15년에 걸쳐 수집해온 자료다. 모리사키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일제강점기의 한국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래서 번역자들도 한국 젊은이들에게 식민지 조선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었는데, 이러한 자료는 이번 번역 출판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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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는 1970년대에 대구 중구 삼덕국민학교를 다녔었다.
평점10점 | y****e | 2020-12-12 | 신고
원문주소 : https://sarak.yes24.com/review/13456345
그학교후문앞에는 일본적산가옥인 교장사택이 있었다.책을 보고 난 후 "맞아,여기" 라고 소리친 건 아마도 시간은 달랐지만 공간을 공유한 작가와의 교감이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그당시 내가 자란 지역의 문화와 사람들의 삶을 엿보게해준 감사한 책이었다.마치 한편의 역사같은 이책을 보고 일본인이었지만 생각은 그당시 한국사람들과 같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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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평점10점 | j*******o | 2020-12-21 | 신고
원문주소 : https://sarak.yes24.com/review/13513230
저자 모리사키 가즈에는 일제강점기 때 대구의 소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아버지 때문에 1927년 대구에서 장녀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대구, 경주, 김천에서 생활하다가 나이 만17세(1944년) 후쿠오카현립여자전문학교의 입학시험을 치르기 위해 한국을 떠날 때까지 경험한 일들을 담담하게 풀어낸 자전적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책 내용 중에
행렬을 향해 가슴께에 메고 있는 북을 두드렸다. 그 사람이 노래했다.
칭칭나네
다같이 이어서 불렀다
칭칭나네
빙글빙글 제 멋대로 춤추는 데도 흐트러짐이 없다 (P31)
어릴 때 어른들이 즐겨 불렀던 쾌지나칭칭나네를 연상하게 되고
이웃사람들이 보리문둥이에게 간을 빼앗긴 채 여자애가 죽었다며 멀리 뛰어가던 곳이 이 근처인가? (P32)
문둥병 환자를 보지는 못했지만 아이들 입으로 전해지면서 막연히 내가 문둥병 환자에게 붙잡혀 갈까 봐 걱정도 해 보았고
지나인(중국인) 아줌마는 전족을 하고 있었다. 작은 헝겊신을 신고 헤엄 치듯이 걷는다. 내 발보다도 작다 (P40)
남산동 남문시장 앞 대도극장 옆에 있는 중국집의 할머니 한 분이 가게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아 있는데 발이 아기 발과 같이 너무 작아 놀랬던 적이 있었다. 극장 앞에는 작은 리어카에 콩국과 단팥죽을 팔고 있었는데 시장 갈 때 따라가면 가끔 엄마가 사 주었던 달달 한 단팥죽 맛이 그리워 진다
동성로의 일본인 상점들(사진) (P50)
내 어릴 때 동성로뿐만 아니고 시내 곳곳에 이층으로 된 일본식 주택들이 많이 있었기에 전혀 낮 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작은 버드가지를 꺾어 껍질은 둘둘 돌려서 속을 빼내 버리고 삐 하며 좋은 음색을 낸다 (97)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는 시기가 되면 작은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버들피리를 만들어 하루 종일 삐 하며 불고 다니다 보면 나중에는 볼이 아팠던 추억도 되살리며
앞에 가면 도둑놈, 그 다음은 양반, 뒤에 가면 상놈 (P109)
초등학교때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많이 불렀던 노래다
나는 1958년에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기에 1945년 해방이 된지 십여 년 밖에 지나지 않아 내 어릴 적 대구의 풍경은 적산가옥 및 여러건물등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건물들이 많았고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과 사진들이 결코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특히 대구에서 생활한 이야기 부분에서 지금은 완전히 잊고 지냈지만 어릴 때 내가 직접 경험하고 봐왔던 아련한 추억거리를 불러내면서 파노라마처럼 눈 앞을 스치면서 기억저편에 잊어버린 내 어릴 적 그 시절을 추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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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여러 의미를 가진 책
평점9점 | w*********8 | 2023-05-02 | 신고
원문주소 : https://sarak.yes24.com/review/17934720
1. 재작년 아카데미가 코다를 조명했듯이 같은 궤의 '정체성' 이야기를 담고 있음.
2. 전쟁에는 피해자 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현재의 시국에서 시사점이 분명함.
3. 왜 이토록 일본 이야기는 차단되어야만할까? 어쩌면 컴플렉스는 아닐까 ?
오래된 책인지 몰랐다. 책이 더 유명해지지 못한게 안타깝다.
유튜브에 흔한 리뷰 하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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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chang Kim
모리사끼 가즈에가 소녀시절 식민지 조선에서 체험한 것은 '민중과 함께 숨쉬는 감수성' 과 '다름이 조화하는 혼합성' 이었다. 이 책엔 이를 통해 '일본 민중에게 조선문제란 무엇인가' 라는 근원적인 문제를 넘어서려고한 저자의 사상궤적의 원점이 그려진다. 재조선 일본인으로 나고 자란 '원죄' 를 짊어지며 경계를 넘느누연대를 추구한 모리사끼 가즈에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모리사끼 가즈에의 '향수' 에 대해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다.
(현무암 홋까이도대학교수의 글에서 퍼왔음).
오늘 저녁(2024. 9.10 화요일, 19:00-21:30)토호꾸대학 가다오까 류교수주관 함께 공공하는 생명미학을 함께 디자인하는 워크샵에서 역자 마쓰에 리에씨의 발제강연을 듣고 함께 모리사끼 가즈에의 경주-조선에의 깊진한 '향수' 에 대한 우리의 진솔한 응답을 시도 해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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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를 위한 이해의 출발점
기자명 국사학과 염복규 교수 승인 2022.09.01 08:04 댓글 0
이번에 소개하려는 『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는 모리사키 가즈에라는 일본 여성의 자전적 수기다. 오래전 이 책의 원서(『慶州は母の呼び聲』, 1984)를 접하고,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에서 일본 사람이 왜 경주를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라고 표현했을까 궁금해서 읽어봤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보통 악질 순사나 농민을 못살게 구는 지주? 독립군을 토벌하는 헌병 따위가 아닐까 한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이런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일본인 중에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물론 이들도 식민지인 조선에 가면 일본인으로서 돈을 벌고 사회활동을 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불순한’ 기대를 가지고 온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식민통치가 35년간 계속되면서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도 생겼다. 이 책의 저자도 바로 그런 사람이다.
모리사키 씨는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대구고등보통학교(현재 경북고등학교) 교사였다. 그녀는 1944년 일본의 전문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아버지의 임지를 따라 경주, 김천에서도 살았다. 아버지가 한국인 학교의 교사였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한국 학생과 만남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일본인끼리만 어울리는 보통의 일본인과 달리 식민통치의 잘못을 일찍부터 느끼게 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경주에 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기 때문에 더 특별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전문학교에 입학했을 때 계획은 아마 졸업하면 다시 ‘고향’인 조선으로 돌아가려는 것이었겠지만 당연히 그렇게 되지 못했다. 전후에는 시인이 됐다. 그냥 평범한 문학인이 된 것이 아니라 탄광 노동자나 가난한 여성 등의 처지를 대변하는 문학 활동을 했다. 훗날에는 한국에도 관심을 기울여 이 책 외에도 관련한 많은 글을 썼다.
2008년에는 그동안 쓴 글을 모아 전집을 출판하면서 “식민지 일본인 2세의 뒤틀린 원죄 의식을 바로잡고 싶어서 고뇌하며 살아온 나의 발자취”라고 자평했다. 평생 사회적 약자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온 삶의 출발점에는 식민지 조선에서 식민통치자의 한 사람인 일본인으로 살았음에 대한 뼈아픈 자각이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온통 죄의식이나 반성으로 채워져 있지는 않다. 그와 더불어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짙은 향수가 배어 있다. 이 책의 후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원체험인 조선을 직접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이후였다. 그리고 그것은 원체험 그 자체를 거론한다기보다도, 필터를 끼운 사진처럼, 패전을 계기로 내 마음이 되돌아본 식민지 조선이었다. 그 마음은 “아무것도 모른 채 좋아하게 돼버린, 사죄할 수도 없는 삶을 살았다”라는 것이었다. 그 땅에서 수백 년, 수천 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태어나면서 바로 체득한 것과 비슷한 기질을 나 또한 그 풍토에서 얻었다. 그렇지만 그것에 관해서는 내가 안이하게 입에 올려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에 자물쇠를 채우고, 나는 나의 본모습과 작별했다.
그리운 고향을 단순한 그리움만으로 떠올려서는 안된다는 저자의 고뇌가 잘 드러나 있다. 분명 한국과 일본은 20세기 전반 식민통치의 피해국과 가해국이었다. 그로부터 비롯된 역사 문제의 일부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영원히 마주 볼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두 나라 사이의 역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소중하다. 그것이 가해자 측의 진정한 반성에서 시작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한쪽에 반성을 요구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그와 더불어 상대의 여러 모습을 보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한 게 아닐까?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태어난 일본인의 반성과 향수를 담은 이 책은 그동안 잘 몰랐던 그 시대의 단면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끝으로 올해 6월 향년 95세로 별세한 모리사키 씨의 명복을 빈다.
제목| 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저자| 모리사키 가즈에
출판| 글항아리
중앙도서관 청구기호| 911.06 모443ㄱ
국사학과 염복규 교수
국사학과 염복규 교수 pres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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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우리가 모리사키 가즈에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문화부 jebo@imaeil.com
매일신문 입력 2019-07-25 11:36:10가가
정혜영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모리사키 가즈에(1927- 현존)
조선이 자신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일본인이 있다. 바로 작가 모리사키 가즈에(森崎和江)이다. 그녀는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나서 1944년 일본으로 귀국하기까지 17년간을 조선에서 살았다. 유년기와 청소년기 대부분을 조선에서 보낸 셈이니 조선을 고향이라고 부를 만하다. 일제강점기를 기억하는 한국인치고 모리사키 가즈에의 이 발언을 달가워하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그렇지만 모리사키 가즈에는 조선은 자기 존재의 근원을 이루는 원향(原鄕)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라고 말한다. 모리사키 가즈에의 에세이 '경주는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1984)는 고향으로서의 조선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다.
그 기억은 어린아이답게 담백하다. 중국인 식당과 러시아인 상점을 지나서 아버지를 만나러 대구공립고등보통학교로 뛰어가던,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는 열 살 소녀의 마음, 딱 그만큼이다. 그 마음에 제국과 식민지 간의 경계가 있을 리 없다. 글 속의 소녀는 아버지와 함께 강변을 산책하고, 어머니와 조선인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가 하면, 어머니가 만들어 준 치킨라이스를 먹고,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면 어떤 선물을 받을 것인가를 기대한다.
또한 그 소녀는 조선인과 일본인이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고, 조선인 학생은 학교에서 일본말을 사용하며, 일본군인들이 대구 땅을 마음껏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별다른 이질감이나 의문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태어나면서부터 봐온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선인 여자와 일본인 남자 간에 태어난 혼혈 아이를 보면서 불쾌감이나 저항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안온한 일상에 감추어진 식민지 조선인의 증오와 분노, 슬픔, 조선인이 당하는 차별에 대해 겨우 열 살을 넘어선 어린 소녀가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주는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가 이처럼 어린 소녀의 천진난만한 기억으로 채워져 있는 것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어른이 된 모리사키 가즈에가 유년기의 기억에 가하는 차가운 비판이 함께 들어있다.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누린 안온한 일상을 두고 "우리들의 생활이 그대로 침범인 것이었다"고 말한다. 식민지 조선 땅을 거쳐 간 일본인 그 어느 누구도 내뱉은 적이 없는 말이다. 또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서 죽어간 수많은 조선인들에 대해서 자신을 대신하여 희생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식민지 조선 땅에서 태어난 일본인 그 어느 누구도 내비친 적 없는 감정이다.
이러니 모리사키 가즈에에게 있어서 조선을 기억하는 일이 어떻게 행복하기만 할 수 있었을까. 그 기억의 과정은 따뜻하지만 고통스러운 것이었음에 분명하다. 일제 강제 침탈로부터 백 년도 더 지난 이 시기, 모리사키 가즈에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그 침탈의 역사를 기억하며, 글을 통해서 속죄를 이야기 하고 있다.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 자체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원죄(原罪)라고 말하는 그녀의 마음은 암울한 한일관계에 작지만 강한 빛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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