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2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때를 놓쳤다” - 경향신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때를 놓쳤다” - 경향신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때를 놓쳤다”

전문가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시장 상황을 조절하기 위한 단기 처방뿐, 철학이나 근본정책이 없어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향후 정부가 개혁 기조를 유지한다면 무주택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때 논의됐으나 여론의 장에서 사라진 토지 공개념 개헌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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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중후반부로 접어들고 있다. 정부가 애초 설정한 목표 등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나.

“외형적으로만 봐도 잘 안되고 있다. 처음에 내건 목표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이른바 세바퀴 경제론이었는데,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당시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만 내실을 갖고 꾸준히 추진했어도 개혁정부의 정체성을 지켰을 거라 본다.”

2021년에는 서서히 대선 정국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계열 후보와 보수진영 후보, 진보정당 후보가 어떤 의제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하나.

“야당이 부동산 문제를 들고 나와서 흥미로웠다. 국민의힘이 표어를 붙여놨던데, 부동산 관련 내용을 담고 있더라. 유승민도 부동산 얘기를 했다. 야권이 ‘여기를 파고 들어야 한다’는 동물적 감각을 발휘하는 거다.

생각해보면 부동산 문제는 야당이 들고나올 만한 소재는 아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거치면서 부동산 상황이 망가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상대방의 취약점을 잡은 것이니,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정부 반대 표어로서 유의미했다고 본다.”

2020년 12월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경기도 표준지 소재 아파트 67개 단지 6만 가구 시세변동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정택수 팀장, 김헌동 본부장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2020년 12월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경기도 표준지 소재 아파트 67개 단지 6만 가구 시세변동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정택수 팀장, 김헌동 본부장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잘 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부동산 정책엔 여러 층위가 있다. 철학, 근본정책, 단기시장조절정책, 주거복지 정책 등 크게 네 층위로 나눠 본다면, 제일 중요한 게 철학과 근본정책이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정책 철학이 뭔지를 모르겠다. 무엇을 목표로 정책을 펴는지가 안 보인다. 20여 차례 대책을 발표했는데 모두 단기 시장 조절정책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집값을 잡겠다는 발언 뿐이었다.

물론 이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고, 역대정부 모두 부동산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정부는 잘 할 거다’, ‘개혁정부로서 올바른 방향을 잡고 해결해 나갈 것이다’ 그런 기대가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집값이 폭등하니까 문제가 커졌다고 본다.”

‘집값을 잡겠다’는 것도 일종의 철학 아닌가.

“가격은 일종의 지표일 뿐이다. ‘보유세를 강화하겠다’, ‘투기적 과수요를 잡겠다’, 그런 정책을 내놓으면 결과적으로 잡히는 게 가격이다. 부동산 투자가 다른 투자처 대비 수익이 높다는 게 현재 문제다.

그런 기대감을 잠재울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했다. 불로소득을 줄이고, 국민들이 투기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했다. ‘집값을 잡겠다’는 건 ‘어떻게 잡겠다’가 빠진 거다. 앞뒤가 뒤바뀐 대처였고, 막상 집값도 못잡았다.”

 2020년 9월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모습. / 연합뉴스 ’

2020년 9월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의 모습. / 연합뉴스

집값 상승, 전세난 등 시민 불안이 큰 상황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너무 늦었다고 본다. 시기를 놓쳤다.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데엔 국민들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고 그게 바탕이 돼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신뢰를 다 잃어버린 것 같다. 무슨말 해도 안믿는 지경이 됐다.

엉뚱한 방향을 제시한 것이 문제였다. 보유세 강화 등 근본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면 사람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이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생각이 없구나. 적당히 관리하면서 폭등만 막으려고 하는구나’하고 민첩한 시장참가자들은 다 읽는다.

과잉유동성 등 운이 없기도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처럼 근본적인 차원에서 개혁 정책을 펴다가 결과가 안좋았던 게 아니지 않나. 전문가들도 방어해주기 어렵다.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 이를 위한 근본대책으로는 이런 것들이 있다’ 이런 메시지를 내놨다면 지금의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2021년 한국 사회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의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토지공개념. 부동산 관련 철학 층위의 문제다. (2017년) 대통령 개헌안에 포함된 의제였는데, 당시 찬성 칼럼도 썼다. 하지만 어느새 사라졌다. 개헌안에 넣어놓고는 국회 심의도 안하고 그냥 쏙 들어갔다. 논란만 잠깐 일었을 뿐, 그 정신을 살리기 위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헌법에 담겨있긴 한데, 명시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다. 토지·부동산 문제가 우리 사회 발목잡는 최대 질곡이라고 본다. 사람들은 땀흘려 열심히 일하고, 기업은 생산을 잘하고 그렇게 돌아가야 경제가 효율적이고 정의롭게 된다.

부동산에서 계속 불로소득이 생기면 사람들의 관심이 다른 데 쏠리고 생산은 외려 등한시하게 된다. 공정경제를 해치는 요인이고,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시장친화적인 토지공개념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시급히 논의되어야 하지만, 정치권이나 여론의 장에서 외면받는 의제가 있다고 보나.

“역시 토지공개념. 이번 정부가 역량을 집중했어야 하는 사안인데 그렇지 못했다. 다음 정부가 들어설 때는 중요한 개혁과제로 취급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됐으면 한다.”

실질적인 중요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과도하게 논의되는 의제가 있다고 보나.

“검찰개혁이 상대적으로 과도하게 부각됐다. 우선순위를 잘못잡은 거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중요한 의제지만 국민 생활과 관련해서는 경제개혁이 더 중요하다.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개혁 기조가 거의 실종된 것 같다. 초반에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며 최저임금을 급히 끌어올린 것 말고는 없지 않나. 경제적으로는 개혁정부가 아닌 거다.”


									2019년 11월 대입 공정성을 넘어 특권 대물림 교육 체제 중단을 촉구하는 국민 일동’이 시국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영민 기자 class=

2019년 11월 대입 공정성을 넘어 특권 대물림 교육 체제 중단을 촉구하는 국민 일동’이 시국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영민 기자 ’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입 등의 문제를 두고 ‘공정’이 화두였다. 한국 사회가 공정하다고 보나

“공정이란, 땀흘린 사람은 잘살고 게으른 사람은 못살게 되는 것이다. 이게 무너져서, 빈둥거리는데도 잘사는 사람이 있고, 밤낮 일해도 제대로 생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게 불공정 아닌가.

지금 한국은 불공정이 심하다. 청년들이 희망이 없다고 한다. 취직하기도 어렵고, 어느 나이까지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없다. 문제는 이게 그 사람들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에는 불공정상태를 악화시킨 정치 세력들이, 다른 한편엔 그걸 개선하리라 기대 모았던 세력의 무능이 있었다. 양쪽 다 책임이 있다.

정부 책임이 크다. 개혁이라는 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집값과 관련한 시민들의 인식엔 양면적이고 모순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누가 자기 집값을 건드리면 공격적이 되면서도, 다른 데서 집값이 폭등하면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 고질적인 투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데 세금을 좀 올려야 한다, 그러면 정부가 솔직하게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했어야 한다.

정책이 나와야 국민들이 그에 따라 반대도 하고 지지도 할 것 아닌가. 이번 정부는 어디서 뭐 싫은 소리가 나올까 벌벌대기만 했다. 그 결과 모든 국민들을 억울하게 만들고 참담한 상황이 됐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집단은 누구라고 보나. 혹은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발휘되지 않는 집단은 누구라고 보는가.

“무주택자다. 원룸 등에 주거하고 있는 사람들. 정부가 1주택자를 상대로 6억 이하 주택에 대해 재산세 세율을 낮춰준다고 한다. 하지만 1주택자만 해도 상황이 좋은 편이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무주택자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정부가 의도적으로 배려해줘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너무 시야가 좁다. 주거복지 정책으로 신혼 주택 등 얘기도 하는데, 진정 주거복지를 하려 한다면 장기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공급했어야 한다. 정작 이런 데선 미지근하다.”

표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건 정치공학이다. 그게 필요하다는 걸 부정하진 않는다. 선거를 이기는 건 중요하다. 다만 그것이 철학과 방향을 훼손해선 안되지 않나. 정치공학은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공학 때문에 이상과 목표를 다 무시한다면 그게 무슨 개혁정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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