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1

‘햄리-나이 보고서’가 나왔습니다…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는 어찌될까요? : 외교 : 정치 : 뉴스 : 한겨레

‘햄리-나이 보고서’가 나왔습니다…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는 어찌될까요? : 외교 : 정치 : 뉴스 : 한겨레


‘햄리-나이 보고서’가 나왔습니다…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는 어찌될까요?

등록 :2021-03-25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시작된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이 끝나갑니다. 미 백악관 고위 당국자 2명은 23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우리는 재검토 작업의 마지막 단계(final stage)에 있다. 다음 주에 일본과 한국을 초청해 그 결과(the outcomes)와, 다른 이슈에 대해 토의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의 미국 방문 일정을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들은 25일치로 기타무라 시게루 국가안전보장국장이 다음 주 후반 미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직후인 4월8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도 예정돼 있습니다.

앞으로 4년 동안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대북정책 재검토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이를 추정해 볼 자료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한-미-일 3개국의 국가안보보좌관이 내주에 미국에서 회의를 한다는 내용을 전하는 <아사히신문> 25일치 보도첫번째는 23일 이뤄진 미 백악관 고위 당국자 2명이 인터뷰를 통해 단편적으로 공개한 내용입니다. 먼저 이를 살펴볼까요?

백악관은 대북 정책 재검토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시절 대북 정책을 담당했던 당국자들은 물론 1990년대 이후 대북 외교에 관여했던 모든 인물들, 미 행정부 내 여러 부처들, 한·일 등 동맹들을 상대로 의견을 광범위하게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이는 이례적으로 철저한(extraordinarily thorough) 과정”이라 했으니 정말 광범위하고 세밀한 재검토가 이뤄진 듯 보입니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 내의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예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정책 조정관으로 북한과 관계해 왔고, 성 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유산인 2018년 6·12 북-미 정상회담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미국 쪽 실무 당사자였습니다. 말 그대로 대북 외교의 ‘선수’들이 들어와 지난 30년 동안 이뤄진 미 행정부의 대북 외교를 찬찬히 그리고 집요하게 들여다 본 것입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여러 눈에 띄는 발언들을 모아보겠습니다.

• “우리는 우리 앞에 있는 이 임무의 어려움에 대해 어떤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북한과 외교에서 실망해 온 긴 역사를 갖고 있다. 기대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똑같았다. 우리는 실무모임(working group)도 해봤고, 가장 높은 레벨, 정상 레벨로도 노력했다.”

• “우리는 (지난 3월18~19일 앵커리지에서 중국과) 북한에 대해 토의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대화(외교)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재검토를 진행 중인 우리 입장을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물론 우리의 (재검토) 결과에 대해 중국의 입장을 듣도록 관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첫 걸음은 이 과정에서 우리의 동맹이나 친구와 연계하는 것이다.”

• “우리는 그런 외교(대북 외교)를 할 때 한국, 일본, 그리고 솔직히 말해 중국과도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이것이 북핵 문제와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이익이 된다.”

• “필요한 훈련을 하지 않기 위해 이뤄진 이전의 일부 노력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안정을 유지하려는 수호자로서의 우리 입장과 상반된(antithetical)다.”

• “우리는 (미국이) 대화에 열려있지 않다고 (북한이) 인식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동북아시아에서 우리의 핵심적인 파트너와 북한을 상대로 계속 관여정책을 펼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명확히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점이다.”

• “예를 들어 일본은 납치 문제에 매우 집중하고 있고, 한국은 남북 경협에서 무엇이 가능할지 민감한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를 조심스럽게 듣고 고려할 것이다. 우리는 진지한 토론을 했고, 우리가 가려는 방향을 알려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추정할 수 있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할 것이지만, ‘쓸데 없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으며, 한·일은 물론 중국도 포괄하는 다자적 접근을 추진하면서도, 전임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달리 북한을 달래기 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줄이거나 연기하진 않을 것이란 사실입니다. 그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중시하는 남북 경협에 대해 일정 정도 배려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22일 공개한 ‘한반도에 대한 CSIS 위원회-한미동맹을 위한 제언’ 보고서.두번째 자료는 무엇이냐고요?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22일 공개한 한-미 동맹에 대한 보고서 ‘한반도에 대한 CSIS 위원회-한미동맹을 위한 제언’입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2000년 이후 다섯 번에 걸쳐 미-일 동맹에 대한 제언집을 발표했습니다. 이 제언집을 주도한 인물이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 부장관과 조셉 나이 하버드대 특별공로교수 등 2명이기에 이 보고서엔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한-미 동맹에 대한 제언을 담은 이번 보고서의 좌장은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소장과 나이 특별공로교수 두명이니, 이 보고서엔 ‘햄리-나이 보고서’란 별칭이 붙을지도 모르겠군요. 미국의 외교정책은 한두사람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정부 당국자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등 저명한 싱크탱크의 끊임 없는 토론과 소통 과정을 통해 만들어져 갑니다. 이 때문에 이 보고서에 담긴 대북 정책에 대한 조언이 이번 재검토 결과에도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그럼 내용을 볼까요. 햄리-나이는 이 보고서에서 북한이 “20~30개의 핵탄두와 핵탄두 수십개를 더 만들 수 있는 핵분열성 물질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면서 북한을 다루는데 ‘완벽한 접근법’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 대해 환상이 없다는 백악관 당국자와 같은 의견인 셈입니다. 그러면서 일곱가지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첫째,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달성하는 게 단기적으로는 어려워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목표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만약 미국이 CVID를 포기하는 순간,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지탱해 온 세계적인 비확산 체제가 무너지고, 장기적으로는 한·일의 핵 무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본의 재무장은 중국의 핵무력 증강을 불러올 게 뻔합니다. 동북아시아에 핵경쟁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미국 입장에선 반드시 막아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둘째, 한-일 양국과의 긴밀한 협조입니다.

셋째, 비핵화의 ‘단기 목표’로 북한 핵 프로그램의 성장을 막는데 집중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즉, 비핵화의 첫 목표를 ‘동결’로 삼자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영변과 그 주변의 플루토늄 생산과 우라늄 농축의 ‘동결’을 출발점으로 하는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며, 이 로드맵에는 돌이킬 수 없는 (핵 시설의) 불능화와 해체를 이끌어 내는 다음 단계 협상을 위해 북-미 간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전망, 실험 금지, 위협 감소 프로그램, 평화 체제 등의 내용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 7월25일 원산 북쪽 호도반도 일대에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 장면을 지켜 보고 있다. 연합뉴스넷째, 이 과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와 유엔 회원국들의 독자 제재는 유지되어야 하며,

다섯번째, 북핵뿐 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여섯번째는 이 과정에서 남북의 관계 개선 노력, 특히 인도적 분야의 협력을 지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마지막 일곱번째 강조점은 중국입니다. 중국이 북한에 더 많은 압력을 넣도록 해야 한다는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런 내용을 보면, 전반부에 소개한 백악관 고위 당국자의 발언과 햄리-나이 보고서의 제언이 강조점만 다를 뿐 거의 같은 인식 기반 아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미국은 북한과 CVID를 장기 목표로 대화할 것이며, 이 가운데 유엔 안보리 제재 등을 유지하려 할 것입니다. 또 한-일 동맹은 물론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려 들 것입니다. 남북 경협과 관련해선 전반적으로 문을 열어주진 않겠지만, 인도적 분야의 협력은 허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만족하는 수준은 아닐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이런 접근에 북한은 호응할까요? 단기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북한은 21일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데 이어, 25일엔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발사체를 쏘았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최근 성명을 통해 미국과 대화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분간 북-미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도를 넘는 도발(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나 7번째 핵실험)을 감행해 2017년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되돌아갈지, 아니면 ‘잽’을 교환하는 장기 대치로 나아갈지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2017년처럼 판을 뒤엎을 정도의 엄청난 도발을 할 것이라 생각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당분간은 지금 같은 저강도 도발을 이어가면서 자신들이 밝힌 ‘자력갱생’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화 조건이 만들어진다면, 다시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 있습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988171.html?fbclid=IwAR2j6N2tjkCnzN5fc4X3Hus2CEIFdYyrYCtZhdr2_LjXdWyMHxAtMMZMl0c#csidxef061b697a9332ca17d3d81c81c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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