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1

알라딘: [전자책] 만년의 집

알라딘: [전자책] 만년의 집


[eBook] 만년의 집 -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는 강상중의 조용한 각오  epub 
강상중 (지은이),노수경 (옮긴이)사계절2020-01-06 



만년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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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제공 파일 : ePub(53.89 MB)
TTS 여부 : 지원 
종이책 페이지수 248쪽, 약 9.2만자, 약 3만 단어
가능 기기 : 크레마 그랑데, 크레마 사운드, 크레마 카르타, PC,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폰/탭, 크레마 샤인
ISBN : 9791160945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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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특별 선물! 본투리드 폰지 3단 우양산+파우치(이벤트 도서 포함, 국내서.외서 5만원 이상)
책소개한일 양국에서 14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고민하는 힘>의 출간 10주년을 맞아 쓴 강상중 교수의 가장 사적인 에세이. 40~50대에 부와 명성을 얻은 한편 소중한 사람들을 잃기도 했던 도쿄 근교를 떠나, 나가노현 가루이자와 고원지대의 작은 집으로 거처를 옮긴 저자는 꽃과 채소를 가꾸며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고, 이웃을 사귀고, 고양이를 기르며 60대 이후의 날들을 채워가고 있다.

도시에서는 무심코 지나쳤던 생활의 작은 부분들에 주목하면서 그는 지난 세월 자신을 지탱해준 것이 무엇이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젊은 날을 가득 채웠던 고민과 신념, 기쁨이면서 또한 아픔이기도 했던 사람들, 무엇보다 건강한 음식과 강인한 생명력과 삶의 지혜를 전해준 어머니가 70년 인생길의 단단한 지지대였다.

돌고 돌아 생의 마지막 집에 이른 저자는 고독한 가운데서도 작은 소란스러움이 이어지는 고원에서 인생의 겨울을 준비한다. 아내와 함께 일궈가는 고원 생활의 면면을 속속들이 기록한 이 책에는 강상중 교수의 가장 내밀하고 솔직한 심경이 담겨 있다.
목차
들어가며 - 4
서문 | 산에 살자 - 12

제1장 하늘을 우러르면 언제나
봄 하늘 - 21
운명의 여름 - 31
자작나무 너머, 러시아 - 39
고독한 골프, 잎갈나무 낙엽 - 48
겨울 벚꽃, 오리온자리 - 52

제2장 사람은 걸어 다니는 식도
아버지와 정원 가꾸기 - 63
두릅과 장모님 - 68
장모님에 관하여 - 75
아버지의 치아에 관하여 - 79
소세키와 준베리 - 83
땅일구기 - 89
모종 심기 - 97
시든 토마토 - 104

제3장 꽃의 빛깔
영원한 행복 - 109
작은 천사 - 119
노란 꽃 - 126
한국전쟁과 진달래 - 134
조팝나무와 공조팝나무 - 140
김대중 대통령 - 144
초여름의 장미와 혹한의 영국 - 149
클레머티스 같은 나라 - 160
백작약 - 166
흰 백합 - 169
명랑하게 겨울을 보내다 - 173
말기의 꽃 - 185

제4장 우리는 고양이로소이다
루크의 등장 - 191
나는 수수께끼로소이다 - 203
파트너 - 209
나의 파트너, 다시 한 번 - 214

제5장 고향에 관하여
조용한 각오 - 231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곳이 고향이다 - 236

나오며 - 239
옮긴이의 말 -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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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첫문장
아침에 일어나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바로 하늘의 빛깔이다.
P. 23~24 국가란, 국적이란 땅끝까지 달라붙어 따라오는 것인가
분단국가는 제아무리 풍요롭다 해도, 언뜻 보아 평화로운 듯해도 그 안에는 항상 폭력의 불씨가 숨어 있다. 독일적군파의 동향이 현지에서 보도될 때마다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음을 새삼 느꼈다. 나는 베를린장벽 앞에서 그 정체를 실제로 경험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 더보기
P. 81~82 강인한 치아, 아버지와 어머니가 물려주신 유산
아버지가 음식을 씹을 때 내는 소리가 어찌나 경쾌하던지 어린 내 마음에도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리듬감 있는 턱의 움직임과 씹는 소리는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내게 말없이 알려주었다. 그리고 문득 나 또한 아버지와 똑같다는 것을, 아버지를 반복하고 있... 더보기
P. 121~124 변해야 한다, 다시 태어나야 한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깊은 슬픔에 잠겼던, 아니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했던 나는 공허함을 곱씹으며 비극을 봉인한 채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만 신경을 썼다. 그런 내게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참사는 영혼을 뒤흔드는 충격이었다.
…… 그저 풍요로움을 얻기 위해 매진하고, 과학기술의 빛나는 미래를 믿었으며, 열에 들떠 경제성장을 향해 달려온 전후 일본. 나 또한 그렇게 반평생을 살았다.
민족적 소수자를 따라다니는 핸디캡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나는 분명 그 상승 기류에 올라탔으며 혜택을 누렸다. 내가 누린 혜택은 분명히 다음 세대로도 흘러넘치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들조차 구하지 못한 풍요로움이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내가 믿어온 과학기술이 가져온 생산력이란 또 무엇이었을까? 이와 같은 물음을 거대한 규모로 백일하에 드러내 보여준 것이 동일본대지진과 원전 폭발 사고였다.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 사회의 존재 방식, 낙관적인 과학기술론이 ‘근본적인 회의懷疑’라는 체에 걸러졌다. ‘변하자, 변해야 한다’, ‘다시 태어나자’는 마음이 나를 움직였다.  접기
P. 127~129 한국적 카테고리에 속하자
38선 북쪽의 나라를 ‘지상낙원’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남쪽의 군사독재에도 찬성할 수 없었던 우리는 강한 반발심을 느끼면서도 ‘한국적 카테고리’라 불리는 쪽에 머물며 그 안에서 한국의 자유와 인권, 민주화를 부르짖었다. 그것이 우리의 거점이었다.
…… ‘한국적인 카테고리’란 북한을 ‘적색 독재(김일성 주석)’로, 남한을 ‘백색 독재(군사독재)’로 간주하고도 굳이 한국(남한) 국적을 선택해, 일본에서 살아가면서도 한국의 학생과 지식인, 종교인과 언론인, 노동자와 민중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연대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일본에 있는 우리는 이 투쟁에서 결코 ‘전위’가 될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후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후위’라 하더라도 ‘영광스런 후위’이고 싶었다. 이것이 학생들의 젊은이다운 바람이었다.
일본의 한편에서 한국의 민주화를 부르짖는 학생들. 그들이 바로 우리였다. 하반신은 풍부한 물자와 자유를 만끽하는 풍요로운 사회에 푹 잠겨 있으면서도 심장과 머리는 군정 아래의 사회를 살아간다. 몸과 마음, 머리가 따로따로 노는 모순 속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었다. 이것이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붕 뜬 채 살아가는 젊은이의 자기만족, 나르시시즘이었다고 해도 나는 연교처럼 의기왕성했다.  접기
P. 194~197 ‘강아지파’에서 ‘고양이파’로
내 삶에 고양이가 들어온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내가 아내의 공작에 완전히 속아 넘어가 고양이-성묘가 되면 7킬로그램가량이 된다는 장모종 래그돌을 키우게 된 것이다. 마치 턱받이를 한 듯 북실북실한 가슴털이 난 털북숭이에 덩치 큰 고양이가 우리 집 안을 제 집인 양 돌아다니는 광경을 본다면 아마 우리 어머니는 놀라서 까무러치셨으리라.
…… 시험 삼아 데려와 보는 건 어떠냐는 어정쩡한 아내의 말에 속아서 그만 고양이를 집에 들이게 되었다. 시험 삼아 데려와 본다는 말은 그저 말뿐으로 아내는 이미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여러 가지 사항들을 기정사실화했으며, 되돌릴 수 없도록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 개는 먹이를 주면 살랑대며 가까이 다가오고, 머리를 쓸어주면 기뻐하며 꼬리를 흔들어 애정을 표현한다. 그런데 이건 뭐냐고. 고양이는 억지웃음조차 지어주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경계심을 드러내며 부리나케 도망가서는 숨어버린다. 개와 고양이의 이런 차이에 나는 새삼스레 놀랐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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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강상중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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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재일 한국인 2세로 태어나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전후戰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펼치며 시대를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자리 잡았다.
재일 한국인으로서 일본 이름을 쓰고 일본 학교를 다니며 자기 정체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고, 와세다대학에 다니던 1972년 한국 방문을 계기로 “나는 해방되었다”라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후 일본 이름을 버리고 ‘강상중’이라는 본명을 쓰기 시작했다.
뉘른베르크대학에서 베버와 푸코, 사이드를 파고들며 정치학과 정치사상사를 전공했다. 재... 더보기
최근작 :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만년의 집> … 총 39종 (모두보기)
인터뷰 : 고민, 다들 하고 있습니까? - 2009.05.06
노수경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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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브래디 미카코의 『아이들의 계급투쟁』과 강상중의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만년의 집』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위험하지 않은 몰락』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구원의 미술관』 등을 번역했다.
최근작 : … 총 18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청춘의 방황과 결기, 중년의 성취와 상실, 노년의 자족과 관조
이 모든 것을 품은 내 인생의 마지막 집

일본어에 종활終活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을 잘 끝내기 위한 활동’이라는 뜻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나 긴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등장한 신조어다. 단지 장례 절차나 유산 처리 방식을 결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소중한 사람들과 어떻게 이별하고 싶은지, 남은 날들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등 인생 전체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일련의 활동을 가리킨다. 1950년생으로 일흔을 앞둔 강상중 교수도 오랫동안 도시 안에서만 움직이던 삶의 궤도를 바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고원지대로 거처를 옮겼다. 그곳에서 생활의 작은 습관과 규칙까지도 새로 마련하면서, 달라진 시각으로 70년의 인생을 돌아본다.

한쪽 발은 생생한 하계의 삶에 담가두고 다른 한쪽은 고원의 녹음에 숨긴 채 세상을 뒤흔드는 사건들을 응시한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바라 마지않던 세상과의 딱 좋은 거리감일지도 모르겠다. …… 나는 지금 어머니가 몸소 보여주신 가르침 덕분에 스스로에게도, 세상에도 절묘한 거리를 둘 수 있는 장소에서 인생의 가을, 그 끝 무렵을 보낸다. - 7~9쪽

고원의 집에서 맞는 계절의 변화는 각 계절에 얽힌 인생의 모든 장면을 소환한다. 하이델베르크 대학가 카페에 앉아 연행되는 광주 시민의 사진을 보았던 1980년의 봄. 일본 이름을 버리고 ‘강상중’으로 살기로 결심한 1972년 서울의 여름, 고원의 가을 하늘에 흔들리는 자작나무처럼 푸른 하늘을 향해 뻗은 하얀 자작나무가 좋았던 영화 〈닥터 지바고〉와 러시아에 대해 품었던 알 수 없는 낭만, 벚꽃처럼 눈송이가 흩날리는 군사경계선 양쪽의 남북한 병사들을 그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분단의 비극. 계절마다 확연히 다른 고원의 풍경처럼, 저자의 인생에도 예상치 못한 변화와 굴곡이 있었다. 이제 그는 고원의 집에서 이 모든 것을 돌아보며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 그리고 간단히 풀리지 않는 역사의 문제에 대해 생각한다.

서울은 마치 피부가 벗겨져 혈관과 신경이 밖으로 다 드러난 채 발버둥치는 생물처럼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의 커다란 목소리와 진지함에 압도되었다. 그 박력에 튕겨나갈 듯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가는 곳마다 그리운 광경이 이어지던 서울이었다. 속마음을 감추지 않고 전부 다 드러내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을 받아주는 거친 솔직함에 움찔움찔 놀라면서도 가면과 두꺼운 의상을 벗어던지고 본성 그대로 있는 편안함을, 나는 난생처음 몸으로 느꼈다.
…… 나는 모순덩어리처럼 느껴졌던 어머니를 낳은 근원에 도달한 듯했다.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내 안에서는 어떤 결심 같은 것이 천천히 싹트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키운 이 세계를 전부 받아들이자. 그리고 운명처럼 이 세계를 스스로 선택해 보이자.
…… 여름은 내가, 바로 내가 된 계절이다. - 34~35쪽

인생의 겨울을 함께할 세 동반자
어머니, 아내 그리고 고양이

큰 사회적 성취를 이룬 중장년기에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그저 추억의 실마리나 ‘옛날 물건’처럼 여겼던 저자는 노년에 접어들면서 점차 자신의 건강한 몸과 낙관적 태도, 깊은 절망 속에서도 다시 삶 쪽으로 방향을 트는 강인한 생명력이 어머니에게서 온 것임을 깨닫는다. ‘사람은 걸어 다니는 식도食道’라고 믿었던 어머니는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다 입으로 넣어서 뒤로 빼는 거라 안 카나”라며 차별당했던 나날에 대한 울분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소했다. 모든 사람은 다 똑같다, 그러니 사람 사이에는 정情이 있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인간관은 지식과 학문의 세계에서 ‘리理’만 잔뜩 키운 아들이 그나마 균형감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이끌었다.

가장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극 앞에서 나는, 내가 태어난 날을 저주하고 싶었다. 검은 태양으로 닫힌 세계에서 나는 반만 살아 있는 껍데기였다. 죽음이 삶을 침식해가는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그런 느낌 속에서도 삶이 죽음에 승리했음을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너무 슬퍼 물 한 방울, 쌀 한 톨 삼킬 수 없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이미 먹고 있었다. 살아가는 기력을 잃었음에도 입을 움직이고 이로 씹으며 질긴 섬유질 음식마저도 목구멍 안쪽으로 삼켰다.
“인간은 어떤 때라도 묵어야제. 살아 있으마 마 묵는 기라. 묵으마 뒤로 나오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살아 있으마 그런 기라.”
마치 귓전에서 속삭이듯, 어머니의 가르침이 되살아났다. 의기소침한 내가 어머니에게는 한심하고 불쌍해 보인 모양이다. 내 인생 처음으로 이런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는 내 안의 교만과 긍지가 안개처럼 사라지고 그저 불쌍한 아버지가 되었음을 뜻했다.
그럼에도 나는 먹기를 멈추지 않았다. 배설 또한 멈추지 않았다. 삶의 의욕이 죽음에의 유혹을 이겼다. - 240쪽

몸과 마음의 바탕이 된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저자와 인생의 마지막 집을 함께 지키는 건 아내 그리고 두 마리 고양이다. 저자는 식성도, 취향도 다른 아내와 수십 년 고락을 함께하며 어느새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가 되었음을 느낀다. 아내와 살면서 머윗대조림과 두릅튀김의 맛을 알게 되었고, ‘강아지파’를 고수했던 일평생이 무색할 만큼 어느새 고양이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아첨을 하는 ‘고양이파’가 되고 말았다. 이 책에서는 아내와 도란도란 땅을 일구고, 맛있는 음식에 군침을 흘리며, 도도한 고양이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는 강상중 교수의 색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비판적 지식인’이자 ‘우리 시대의 사상가’는 어딜 가고, 어리숙하면서도 다정다감한 남편이자 ‘집사’로 등장한 그의 모습에 절로 웃음 짓게 된다.

인간과 역사의 문제를 해명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 것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갈 담담한 각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의 뜨거운 여름에 태어난 저자는 “살육의 해, 통곡과 비탄의 계절에 생명을 허락받았다는 사실에 나는 줄곧 집착해왔다.”(138쪽) 그리고 마치 자신의 운명이 한반도의 평화와 긴밀히 얽혀 있기라도 한 것처럼 줄곧 남북 화해와 통일 문제에 주목해왔다. 노년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린 이 책에 김대중 대통령 이래로 이어진 남북정상회담과 최근의 북미정상회담, 한국전쟁의 종결 가능성 등에 대한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이유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그것을 이끌어낸 북미정상회담. 이는 단순한 국제정치 사건에 머물지 않고 좀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내 일생의 의미와 관계가 있다. 한국전쟁의 해에 태어나 그 전쟁의 종결을 이 눈으로 확인한다면 나는 전쟁과 평화 사이를 산 것이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조용한 고양감이 내 안에서 퍼져 나가는 걸 느낀다. 이는 눈을 감는 그날까지 ‘시시포스의 굴레’가 계속되리라는 달관을 동반한 각오 같은 것이다. - 235쪽

남북 관계에 대해 줄곧 ‘신중한 낙관론’을 펼쳐온 저자에게 사람들은 “아주 머릿속이 꽃밭이시네요” 하고 야유를 보냈다. 그러나 그는 한 사람의 인생이든, 한 나라의 역사든 도저한 낙관을 품고 해결해나가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비관하는 자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지만, 끝끝내 낙관하는 자는 그 낙관의 실현을 보기 위해서라도 무엇인가를 계속 하는 수밖에 없다. 고원의 마지막 거처에서, 최후의 날을 준비하는 지금도 그는 세상의 부름에 부지런히 응답하며 인간과 역사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은 하나의 수수께끼이며 그 삶의 집적인 역사 또한 하나의 수수께끼다. 이 수수께끼에 정해진 해답은 없다. 그렇다고 ‘사람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역사란 결국 그런 것이다’라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모든 것을 상대화하지 말 것. 그리고 그 수수께끼를 해명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 것. 거기에 인간의 존엄이 깃들어 있다.
나는 그렇게 여겼다.
일본과 한반도가 안은 역사적 갈등과 질곡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단칼에 딱 잘라 해결할 수는 없다. 이 어려운 문제를 감히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한 대담한 방법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단 한 사람의 인생조차도 그렇게 되지 않는 것처럼.
그저 포기하지 않고 인생과 역사의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밝히기 위해 노력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야말로 삶의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 87~88쪽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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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아올 시간들 또한 이러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지혜와 온정으로 익어가는 삶... 
shymoon 2020-01-26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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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나이에 도시를 떠나 숲과 나무와 그리고 채소들과 함께 하는 삶을 통해 그간 도시에서 상실해야 했던 것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또 이웃들과도 같이 하는 생활들이 수록되어 있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라라라 2020-01-26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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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년은 어떨까 생각해 보게 하네요. 지나온 세월을 담담하게 기억하고, 단단하게 하루하루 보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생각하게 만드네요. 
ciel22 2020-01-27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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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의 집 새창으로 보기
저자는 오랜 도시 생활의 삶을 훌훌 털고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고원지대로 삶의 거주지를 옮기며 자연을 통해 자신의 70년의 지나온 삶의 흔적을 그린 작품이여서 정말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지나온 자신의 청춘의 방황과 중년의 성공, 노년의 모습을 사회의 흐름과 역사를 같이 연결하여 그려내고 있어 보는 내내 보다 실감나게 저자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나이듦에 대해 두려움이나 허무감을 느끼기보다는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해주는 시간이 되는 기회였습니다.
rabbitlove 2020-01-27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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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가르쳐 준 새창으로 보기
일본은 출판강국이다.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의 1면 하단에 늘 책 선전광고가 붙을 정도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굳이 책으로 만들 필요조차 없는 잡담류가 넘쳐난다. 저자가 약간의 유명세를 타고 있다면 당연하다고 할 정도로 책을 내자는 러브콜이 이어진다. 강상중도 그 중 한명이다. 재일교포 최초로 동경대 교수가 되어 유명해진 그는 일본에서도 꽤 잘 나간다. 문제는 자기 전공 밖의 분야까지 슬금슬금 영역을 넓힌다는 점이다. 에세이가 대표적이다. <고민하는 힘>은 꽤 팔렸다. 딱히 대단한 내용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여하튼 거기까지는 그래도 신변잡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만년의 집>은 완전한 헛다리다. 정직하게 말해 책 제목에 끌려 읽었다. 은퇴를 앞둔 학자가 마련한 집은 과연 어떨까라는 호기심이 확 생겨서다. 정작 책을 읽어보니 집 이야기는 극히 일부고 거의 대부분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다. 이미 같은 주제로 단행본까지 낸 사람이. 여기저기 쓴 글을 모아 내다보니 그럴 수 있다 싶지만 이건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최소한 집 사진이라도 실어야 하는 게 아닌가?



덧붙이는 말



혹시나 해서 원제목을 보았다. 어머니가 가르쳐준 것. 그래, 이게 맞는 타이틀이지? 괜히 우리나라에서 뭔가 그럴 듯한 제목을 찾아 붙인 게 뚱딴지같은 만년의 집이라니. 한 가지 더. 그가 한국사회를 보는 시각은 매우 편향적이다. 감안하고 읽으시길.

- 접기
카이지 2020-10-07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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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살롱과 '만년의 집'에서 봄을 나누다. 새창으로 보기
사계절에 독서모임 지원을 받고 회원들과 독서토론 모임을 온라인을 가졌다. 발제문을 단톡방에 공지 후 각자의 느낌을 서로 나눴다.

1. 1장부터 5장까지 괜찮았던 장을 소개해주시고 이유를 적어주세요.
2. 1에서 각자 소개한 장 중에 괜찮았던 작품 한 편 소개해주시고 이유를 적어주세요.
3. 괜찮았던 문장 손글씨로 쓰셔서 사진 올려주세요.
(선택사항)

#화경
내가 기억에 남는장은 제3장 꽃의빛깔이다. 알지도 못했을 수많은 꽃들을 사람과 인생에 비유한다는게 멋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중에 선거가 한창인 요즘시국을 보여주듯해 한 작품을 꼽아보자면 명랑하게 겨울을 보내다이다. 고김대중 대통령을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꽃을 피우는 인동덩굴 또다른 이름 금은화로 비유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보여주고자했음이 인상적이었다.그중에 기억에 남을듯한 글을 손글씨로 남긴다

#영란
한적한 삶을 기대했다. 현실의 삶과는 전혀 다른 책 속의 한적한 삶을 기대했다. 그 속을 들여다보니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쟁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하니 정치판이 난리고 검찰들이 국민들에게 칼을 겨눈다. 이제 좀 그 칼을 뺏을 수 있으려나 했는데 역병이 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 책은 한줌의 희망이요,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라 하거늘.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장은 '꽃의 빛깔'.
영롱함을 기대했고 자연 속에 더불어 살고 있는 지은이를 상상했다.
막상 그 장엔 두려움이 있었고 한이 있었고, 분노와 안타까움이 들어있었다.
먼저 하늘로 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읽다 나도 울컥해졌다.

#은영
제1장 하늘은 으러르면 언제나 생각을했다.
봄하늘.
우리에게 말은 필요없다. 그저 둘다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음을알면 그걸로 족하다"
운명의 여름.
사람이 태어나서 사는 것. 그 자체가 축복이다"

제2장 사람은 걸어다니는 식도
두릅과 장모님.
부부는 함께 지내는 세월동안 그 차이를 느끼면서도 어느새 같은 느낌을 공유하게 된다고들한다"
재일한국인으로 태어나 평탄치만은 않은 인생을 산 주인공이지만 그의 고원의 작은집에서 세상과의 딱 좋은 거리감을 가지고 아내.고양이 두마리와 행복한 인생의 겨울을 준비하는 주인공이 부럽다.
나도 내 옆에있는 그분이랑 이렇게 쭉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가끔 마주도보고 정말 열심히 살았다. 애썼다. 아주 수고했어. 하며 살고싶다.

#형정
내가 가장 공감하며 읽었던 부분은 '2장.사람은 걸어다니는 식도' 였다.가장 잘 읽혔고 여러가지 부분에서 공감이 가장 많이 갔다. 두릅튀김, 머윗잎, 머윗대...등등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공복에 읽어서 일까? ^^ 저자인 강상중씨 처럼 나도 처음 접하거나 눈으로 보기에서 괴이한 음식은 처음부터 손이 안 가는 편인데... 아이에게는 먹어보지도 않고 안 먹는다고 화를 낼 때가 종종 있다. 읽으면서 조금은 되돌아 봤던것 같다.^^ 2장에서도 가장 괜찮았던 부분은 2장의 제목이 실려있던 '장모님에 관하여'였다. 마지막 부분에 장모님은 누구보다도 '사람은 걸어다니는 식도'라는 철학에 충실했기 때문에 장수 할 수 있었다고 나는 믿는다. 이 부분이 좋았다. 제철에 나는 음식이 몸에 좋다는 사실을 알아도 참 못하고 사는데... 일본에 가서도 자식을 위해 제철 재료로 음식을 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련히 떠올랐다.
5장의 고양이 루크 이야기도 좋았지만 역시나 2장이 더 강렬했다~~^^

#원정
<제1장 하늘을 우러르면 언제나>
제목부터 와닿았다. ‘우러르다’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속으로 공경하며 떠받들다’이다.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는 요즘 맑은 하늘을 자주 바라보게 된다. 가을보다는 높지 않지만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하늘을 바라보기만 하다가 하늘을 우러르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게 되며 읽게 되었다.
계절별 작은 파트를 나누어 있어서 읽으면서 글에서 그 계절의 내음이 느껴졌다.
<봄 하늘>
봄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며 따뜻한 봄을 기다려서 맞이한 봄인데 익살스러운 봄은 지구촌 곳곳에 무시무시한 바이러스와 함께 찾아왔다. 단단히 봄을 즐기겠노라 벼르고 있던 사람들이 실망감을 감추며 각자 나름대로 집안에서의 봄을 만끽하고 있다.
마마보이였던 작가의 어머니가 말씀하신 부분에서 눈길이 와닿았다.
“봄에는 마, 뭐든지 새로운 기라. 봄나물에는 영양이 많데이. 봄에 좋은 걸 많이 묵으노마 여름을 안 타는 기라. 많이 묵으두시오.”
나의 어머니에게도 듣던 말이다. 어렸을 적은 그냥 풀맛이고 무슨 맛으로 즐겨야할지 몰랐던 봄나물이나 봄의 제철 음식 재료들이 이제는 날 봄을 기다리게 한다.
시장에서의 재료들을 보며 봄이 가는걸 아쉬워하게 한다. 이런 기분을 작가와 함께 느끼며 읽게 되어 더 와닿는 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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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책방 2020-04-19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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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의 집을 읽고 새창으로 보기
<만년의 집>는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었을 법한 바로 그 생활을 정면에서 다루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치열하게 일하면 생활을 마무리짓고, 고즈넉한 곳에서 나만의 집을 짓고 느긋하게 살아가는 것.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이미지가 연달아 떠오른다. 하지만 그림 속에서 나올 법한 풍경이면서, 동시에 그 단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막연히 전원적인 생활이란 여유롭고 멋질 것 같다는 동경 차원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막상 정말 그런 생활을 해 본다는 생각만 해도, 도시에서 더없이 익숙해진 갖가지 편리한 시설이 그런 곳에서는 없거나 적어서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만 해도 아예 손사래치는 경우도 많다.



<만년의 집>은 그런 생활을 동경하는 것도, 무작정 기피하는 것도 아니라, 말 그대로 관조하듯이 느긋하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런 삶을 살면서, 도시에서 일하던 시절에서는 느끼지도 못했던 것들,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 생각하지 않았거나 생각이 미처 미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체적으로 담담한 에세이풍의 글이면서, 그 담담함을 밋밋함이 아니라 잔잔함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하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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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시아 2020-01-27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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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의 집 새창으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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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선생님께

 

  우연히 선생님이 나쓰메 소세키의 열혈 팬이라는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면서 관심작가가 되었습니다. 일종의 친밀감에 이끌려 편지를 써 봅니다. 만약 나쓰메 소세키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선생님과 함께 얼마나 훌륭한 이야기 친구가 되었을까 엉뚱한 상상도 했답니다. 작고 얇은 사이즈의 책을 받고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있을까 몹시 궁금했습니다. 책 표지의 노부부와 고양이 두 마리가 고원 숲 속 오솔길을 걸어가는 장면은 참 평화로워 보입니다. 부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일본의 알프스로 불리며 여름의 휴양지로도 각광을 받는 곳이라는 얘기를 듣고 전부터 가보고 싶었거든요. 서문과 역자 후기를 읽어보다가 다 읽고 말았네요.

 

  서문에서 마마보이라는 단어를 접하며 웃음이 났고, 어머니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먹먹해졌습니다. 재일교포 1세의 삶에 대해서는 시대극이나 책에서 접한 정도입니다. 경험하지 못한 것은 차마 짐작도 할 수 없겠지요. 입에 풀칠하기 위하여 수집한 고철이 조국의 형제들을 살상하는 탄약으로 바뀌는 아이러니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밤에는 눈물 흘리며 친척을 걱정해야 했다는 부모님의 삶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아렸습니다. 당시 수많은 재일교포들의 삶이기도 했겠지요. 이런 혹독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사람은 걸어 다니는 식도’라는 신념으로 가족들을 위해 제철음식을 마련하는 과정은,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생명력을 나눠주신 어머니 덕분에 건강하게 살고 계시다고 하셨지요.

 

“사람은 말이데이, 알몸으로 태어나가 알몸으로 죽는기라. 너거 아부지도 그랬고 나도 그렇데이.”

글자를 읽을 수 없었던 어머니가 남긴 말과 표정은… 아니, 어머니에 관한 모든 기억은 1만 권의 책 이상으로- 비유하자면 나쓰메 소세키나 막스 베버 이상으로- 지금의 나를 지탱한다. 닥쳐올 겨울을 어떻게 대비할지는 어머니에게 배우면 되는 것이다.(P9)

고난 속에서도 어머니의 헌신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전에 읽은 선생님의 저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통해서 아들을 잃은 슬픔을 겪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역시나 이 글 곳곳에도 그 슬픔의 얼룩이 가득했습니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하지요. 기억도 나지 않는 언니가 있었다는 것을 철든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잊을 만하면 한번 씩 들렸던 엄마의 통곡소리가 떠올랐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슬픔이 자식을 가슴에 묻은 슬픔이 아닌가 합니다.

 

  한 땅에 온전히 발을 딛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이쪽과 저쪽에 발을 걸치고 마음이 분산되는 삶, 고단하신 삶을 살아오셨구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20대 독일 유학중에 무고하게 희생되어 죽어가는 광주시민을 보고 마음 저리며, 이러저런 상황에 맞닥뜨렸던 차별을 견뎌야 했던 삶, 정치인들의 보복이 되풀이되는 한국의 현실을 마음 아파하고, 한일관계, 남북관계 악화의 분위기에서도 마음을 졸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평생을 살얼음 위를 걷듯 살아오신 인생이 아닌가, 평범한 우리로서는 나라 걱정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으면서도 나만 힘든 것처럼 무사안일하게 살고 있었구나 싶어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마치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틈에서 눈치를 보며 갈피를 못 잡는 어린아이의 심정을 보았다고 해야 할까요. 선생님을 비롯하여 고국의 안위를 걱정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이 만큼 사는 나라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나쓰메 소세키와의 인연이 되었던 이야기는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소세키가 교직생활을 했던 제5고등학교(현 구마모토대학)에서 놀았고 산시로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연구실에서 15년을 보냈으며 같은 안과까지 다녔다니요. 저도 작년에 도쿄 대학의 산시로의 연못과 소세키의 산방 기념관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의 흔적이 남겨진 장소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까운 존재가 되는 것 같아요. 중학교 친구들과 가출하여 도쿄를 보고 『산시로』에 묘사된 것과 비슷한 느낌을 경험하며 환희를 느끼고, 그리하여 소세키가 그린 주인공들과 동일시하면서 위안을 찾고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하셨지요. 구마모토의 오아마 온천을 무대로 했다는『풀베개』를 어렵게 읽은 적이 있는데 역시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라고 인정해주시니 읽었다는 자체만으로 뿌듯한 마음이 됩니다.

 

  고원의 풍경 중 떠오르는 하나가 하얀 안개로 둘러싸인 몽환적인 세계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짙은 안개를 싫어했는데 나중엔 안개 끼는 날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언론매체의 난도질을 피해가지 못했던 거죠. 세상은 이미 관음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타인의 아픔을 헤아리기는커녕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보도에 아까운 생명이 스러지는 경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한편 고원의 숲 속에 살게 된 이유도 알고 보면 마음 아픈 일을 겪고 나서 비롯되었다니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모든 것을 감싸주는 안개의 속성을 생각할 때, 마음의 피난처를 찾고 싶었던 선생님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고원에 살면서 도심 속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박하게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면서 사유하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선생님을 통해서 클레머티스라는 꽃을 처음 알았습니다.

 

 ‘장미처럼 가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커다란 꽃을 피우지만 결코 자신의 존재를 내세우지 않으며, 그윽하고 고상하다. 그러면서도 나름 존재감이 분명하고 사람의 마음을 달래준다. 클레머티스는 실제로는 꽃잎이 없는 모양인데 그럼에도 변형된 꽃받침이 마치 꽃잎처럼 보이는 점도 내게는 매력적이다. ‘여행자의 기쁨’이라는 꽃말은 현대식으로 보자면 이민과 난민을 비롯해 자신의 처소를 방문하는 ‘에트랑제’, 즉 이방인을 따뜻하게 반기며 위안을 준다는 뜻이라고 할까.’(P161)

 

  꽃을 보면서도 사람이 사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여행자의 기쁨’이라는 꽃말처럼 이민과 난민들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이상적인 국가를 꿈꾸고 있었습니다. 세계는 급변하고 몰려드는 이민과 난민들로 인해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정착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처지와 받아들이는 쪽의 조건 사이에 갭이 크기 때문에 팽팽한 형국이지요.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듯이 국적의 문제도 마찬가지겠지요. 살아오는 동안 겪어야만 했던 차별에 대한 아픔이 아련하게 전해집니다. 아첨하지도 않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시치미를 떼지도 않는, 그저 가느다란 덩굴에서 하늘을 향해 담백하고 커다란 꽃을 피워낸다는 클레머티스처럼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그런 나라는 요원한 걸까요?

 

“강상중 씨, 꽃이 왜 피는지 압니까? 인간이 10만 명이 죽든 100만 명이 죽든, 꽃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피어날 거예요. 이렇게 아름다운 색으로 말이에요. 이렇게 아름다운 색깔로 사람들을 위로해준단 말이에요. 그저 그것만으로도 사는 의미가 있어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도 꽃은 피는 거예요.”(P186)

……

꽃은 핀다.

그저 사람을 달래기 위해 꽃은 핀다.

말기의 눈에 보이는 것. 그것이 꽃이라면, 게다가 우리 집 뜰의 꽃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고원에 살다 보니 점점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정원 한구석에 뼈가 되어 흩어져 꽃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면….(P187)

 

  꽃이 피는 이유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아무리 힘든 고난을 겪었더라도 온 인생이 고난 자체인 삶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은 평범한 우리에게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큰 힘을 주는 말인 것 같습니다.

 

  아내와 채소를 가꾸며 땀을 흘리고, 커피를 마시며 함께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평화로운 정경이 보기 좋았습니다. ‘강아지 파’였던 선생님이 고양이 루크를 받아들이고 적응해 가는 과정은 마음 따뜻해지는 한편의 동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소세키의 작품에 나오는 그 고양이의 후손이 아닐까하는 재미있는 상상도 해 보았습니다.

 

  사람은 떠났어도 산 사람의 마음을 통해 살아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고 상기하는 것으로 영원한 삶을 누린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그런 걸 생각하면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자세를 곧추세우게 됩니다. 어쩌면 치열했다고 할 수 있는 삶, 잘 견뎌내며 훌륭하게 살아오셨습니다. 선생님의 70여 년의 삶을 돌아보는 여정에서 우리 어머니, 할머니 세대의 지난한 인생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인생의 겨울이라고 하셨는데, 그런 표현은 당치 않으십니다. 지금은 100세 시대이며 정신적인 지주이셨던 어머니 덕분에 건강한 몸을 물려 받으셨으니 선생님의 제2의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요? 아름다운 자연으로 둘러싸인 숲 속의 보금자리 ‘만년의 집’에서 앞으로가 더욱 행복하고 편안한 삶이기를 기원합니다.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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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1-01-23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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