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5

책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김성경

[eBook]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김성경 (지은이)
창비2023-02-08






































Sales Point : 60

9.6 100자평(1)리뷰(15)

종이책 페이지수 : 256쪽


책소개

남북이 분단된 지 어느덧 78년이 되었다. 분단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생을 다할 때가 되었으며, 한국 현대사에 깊게 드리워져 있던 북에 대한 적대감보다 북에 대한 거리감이 훨씬 더 압도적인 감정이 된 지도 오래되었다. 이북의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마음’이라는 키워드로 분단의 문제를 탐구해온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은 북에 대한 무관심은 남한사회의 역사적 중층성에 대한 무지로 이어진다며 그들이 사실은 우리의 거울상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에서 저자는 전통적인 학술적 글쓰기에 갇히지 않고 산문, 소설, 편지 등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함으로써 북조선 여성들의 역동적인 삶을 복원해낸다. 사회과학적 연구와 통찰에 기반한 상상력을 덧입혀 소개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서사는 전쟁, 분단 등의 역사적 파고 속에서 한 여성의 삶이 어떠한 궤적을 그렸는지 추적하는 곡진한 기록이다. 여성 한명 한명의 삶은 분단체제가 압도하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폭로하고, 국경을 초월해 작동하는 가부장제의 민낯을 파헤친다. 한편으로 전쟁과 같은 일상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한 구조를 극복하는 여성들의 실천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이 책은 분단이라는 한반도적 사회구조를 여성의 경험, 인식, 감정의 층위에서 분석한 “북한 연구의 절경”(정희진)이자 국가와 이데올로기라는 강건한 억압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려 노력했던 여성들의 기적적인 삶에 존경을 표하는 연구자 김성경의 절실한 마음이다.


목차


들어가며

1부 북조선의 살아남은 여자들

1장 길건실-길확실
2장 만자, 혜원
3장 수련

2부 경계에서 만난 여자들
4장 연길
5장 어머니라는 이름의 안팎
6장 조선적 자이니찌와 재일 탈북여성

3부 분단, 북조선 여자들, 그리고 나
7장 숨겨진 분단
8장 경계인, 연구자

에필로그



책속에서


P. 246이제야 비로소 북조선 여성들의 삶과 꿈을 본다. 그녀들의 일상 속 작은 실천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균열을 마주한다. 식민, 해방, 전쟁, 분단이라는 역사적 경로에서 발현된 북조선 여성들의 다양한 행위주체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감각한다. 국가와 이데올로기라는 강건한 구조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만들어낸 북조선 여성들의 분투기는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철옹성 같아 보이는 권력과 이데올로기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해방적 실천을 통해서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을 북조선 여성들이라는 존재가 증명하고 있다. 접기 - tpfnzl2727

P. 9북조선에 대한 적대감은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거리감을 만들어냈다. 그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과 미래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북조선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은 남한사회의 역사적 중층성에 대한 무지로 이어진다. 그들이 사실은 우리의 거울상이라는 것, 그들의 고단한 삶의 경험과 의식에 남한 사람들도 깊게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접기 - tchai96

P. 10남한사회는 북조선 사람들에 대해 무지하다. ‘북조선’이라는 국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이들의 행위주체성의 다면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분단을 가로질러 이주하면서 탈분단적 정체성을 구축하기도 하고, 국경을 넘나들며 코즈모폴리턴적 주체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 tchai96

P. 15아무쪼록 분단 같은 것은 이제 별 의미 없다고, 북조선은 우리와 별 상관 없는 타자라고 외치는 대부분의 남한 사람들이 그녀들의 이야기에 좀더 귀기울였으면 한다. 단순히 그들의 삶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함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녀들의 전쟁과 같은 일상을 통해서 여전히 분단에서 자유롭지 못한 남한사회를 한번쯤 되짚어보는 기회로 삼도록 하기 위함이다. 접기 - tchai96

P. 47사실 난 ‘인간개조의 선구자’라는 칭송이 어색했어. 길건실이라는 이름이 어느날 갑자기 길확실로 바뀐 것도 어리둥절했단다. … 내가 열심히 일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혁신을 이뤄낸 것도 아니었거든. 작업반을 잘 이끌어야겠다는 다짐이나 의무감은 분명히 있었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투철한 사명감으로 나를 희생하면서 작업반장 노릇을 한 것은 아니었어. 접기 - tchai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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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성경 (지은이)


영국 에섹스대학교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성공회대학교, 싱가포르국립대학교를 거쳐 현재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북한 사회・문화, 이주, 여성, 청년, 영화 등을 주요 연구주제로 삼고 있다. 저서로 『갈라진 마음들』, 공저로 『분단 너머 마음 만들기』 『한(조선)반도 개념의 분단사』(문학예술편 3, 6~8) 『분단된 마음의 지도』 『탈북의 경험과 영화 표상』 등이 있다.

최근작 :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사소한 것들의 현대사>,<새로운 북한 이야기> … 총 2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떠나온 여자들은 뒤돌아보지 않고 각자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전쟁과 분단의 격랑 속에서 여성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는가

남북이 분단된 지 어느덧 78년이 되었다. 분단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생을 다할 때가 되었으며, 한국 현대사에 깊게 드리워져 있던 북에 대한 적대감보다 북에 대한 거리감이 훨씬 더 압도적인 감정이 된 지도 오래되었다. 이북의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마음’이라는 키워드로 분단의 문제를 탐구해온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은 북에 대한 무관심은 남한사회의 역사적 중층성에 대한 무지로 이어진다며 그들이 사실은 우리의 거울상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에서 저자는 전통적인 학술적 글쓰기에 갇히지 않고 산문, 소설, 편지 등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함으로써 북조선 여성들의 역동적인 삶을 복원해낸다. 사회과학적 연구와 통찰에 기반한 상상력을 덧입혀 소개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서사는 전쟁, 분단 등의 역사적 파고 속에서 한 여성의 삶이 어떠한 궤적을 그렸는지 추적하는 곡진한 기록이다. 여성 한명 한명의 삶은 분단체제가 압도하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폭로하고, 국경을 초월해 작동하는 가부장제의 민낯을 파헤친다. 한편으로 전쟁과 같은 일상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한 구조를 극복하는 여성들의 실천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이 책은 분단이라는 한반도적 사회구조를 여성의 경험, 인식, 감정의 층위에서 분석한 “북한 연구의 절경”(정희진)이자 국가와 이데올로기라는 강건한 억압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려 노력했던 여성들의 기적적인 삶에 존경을 표하는 연구자 김성경의 절실한 마음이다.

북조선의 살아남은 여자들
인민의 전형으로부터 실제의 삶을 복원하다

1부에서 저자는 북조선 매체에서 ‘선전’을 목적으로 소개한 북조선 여성들의 삶을 재구성한다. 저자는 북조선체제가 구현하고자 하는 ‘인민의 전형’인 이들이 여느 북조선 여성과 같은 삶을 살아갔다면 겪게 되었을 경험과 감정을 인터뷰 데이터에 기초하되 작가적 상상력을 덧붙여 서사화한다.

1장 ‘길건실-길확실’에서는 
천리마시대(1956~1972)를 대표하는 노동영웅인 길확실의 수기 『천리마 작업반장의 수기』에 나온 인물과 내용을 여성주의적 독해를 통해 재해석한다. 길확실은 김일성 시대부터 김정은 시대까지 미디어와 문학예술을 통해 지속적으로 활용되는 ‘대중영웅’이다. 북조선 선전물에서는 그녀가 작업반장으로서 갖춘 의식과 행위에 초점을 맞추지만, 저자는 전후시기에 갑작스레 노동자로 내몰린 젊은 북조선 여성이 경험하는 내적 갈등에 주목한다. 

2장 ‘만자, 혜원’에서는 
옷과 가방을 만드는 부업을 하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맞아 난관에 부딪힌 엄마 만자를 도와 의복공장을 세워 시장에 뛰어든 혜원이 화폐개혁으로 재산의 대부분을 잃고 탈북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시장화와 함께 등장한 여성의 주체화 과정, 그럼에도 유지되는 가부장제의 억압이 복합적으로 재현된다. 

3장 ‘수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극찬했다고 알려져 있는 영화 「한 녀학생의 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과 서사를 재구성한 것이다. 평범한 과학자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인민들의 행복과 청년세대의 이상 등을 다룬 명작으로 평가받은 이 영화에서 딸 수련이 결국 과학자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는 것과 달리, 이 책에서 재구성한 수련은 아버지와 갈등 끝에 해외파견 노동자로 일하면서 경제적 안정과 일상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지낸다.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에서 
그리는 북조선 여성들의 모습은 우리가 손쉽게 떠올리는 북조선 여성들의 이미지나 서사와는 사뭇 다르며, 북한에서 선전하고자 했던 영웅적 삶과도 거리가 있다. 저자는 소설, 영화, 다큐멘터리 등 기존의 매체를 활용하면서도 텍스트와 비평적 거리를 둔 채 그 속에 암호화되어 있는 실제의 삶들을 충실하게 복원해냈다.

경계에서 만난 여자들
국경을 넘나들며 재탄생하는 다면적 주체

2부에서 저자는 북한학을 연구하면서 접한 조․중 접경지역의 북조선 여성과 조선족 그리고 일본에서 만난 자이니찌(在日)와 탈북여성을 소개하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경험한 저자의 감정적 변화를 산문, 기행문 등의 형식을 활용하여 전달한다. 
남북이 공유하고 있는 가부장적 체제에서 ‘어머니’ 역할에 골몰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어떤 이들은 좀더 자유롭고 독립된 주체성을 체현하기도 한다. 수많은 얼굴로 존재하는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남한사회와 사람들의 정체성에 깊게 내재해 있는 분단을 반추할 기회이기도 하다.

4장 ‘연길’은 
저자가 연길에서 만난 조선족에 관한 이야기다. 
연길 출신의 사업가인 박사장과 그의 부인인 혜자 아주머니, 조선족 대학원생 영철, 40대 중반의 조선족 여성 은정 등의 에피소드를 통해 연변 지역이 지닌 접경으로서의 역동성과 조선족이라는 커뮤니티가 봉착한 위기의 상황, 자신의 곁을 조용히 내주는 이웃들의 면면을 복합적이고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낸다.

5장 ‘어머니라는 이름의 안팎’에는 
저자가 조․중 접경지역에서 만난 북조선 여성들이 등장한다. 조선로동당원이라는 자부심으로 북조선 여성들의 일자리와 쉼터를 알선해주던 순영 할머니, 한족 사업가의 식당을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을 하는 옥경, 조선족 노인을 하루 종일 돌보며 함께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레 사실혼 관계를 맺고 있는 정희 할머니 등이 그들로, 이들 대부분은 ‘어머니’이다. 이들은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고 입히기 위해서 중국으로의 이주를 감행했지만, ‘어머니 노릇’이라는 것은 끝이 없는지라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도 북조선 여성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6장 ‘조선적 자이니찌와 재일 탈북여성’에서는 
2017년 겨울 오오사까의 어느 선술집에서 만난 인연을 통해 조선적 자이니찌 커뮤니티란 정치적 집단이나 국적으로 작동하기보다는 일상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남한의 고모를 찾는 재일 탈북여성과의 만남을 회상하면서 세대를 넘어선 이주와 이산의 경험을 조명한다.

분단, 북조선 여자들, 그리고 ‘나’
가장 낮은 곳의 여성들이 보여주는 전복성과 해방성

마지막 3부에서 
저자는 자아문화기술지의 형식을 빌려 사회학과 북한학 사이에 존재하는 연구자 ‘나’를 성찰적으로 분석하면서 북조선 여성의 삶에 매료된 이유를 추적한다. 또한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연구자로서 사회학적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 과정을 반추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자신의 연구가 스스로의 위치성과 서사를 재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7장 ‘숨겨진 분단’은 
저자가 결혼한 지 10년이 되어서야 시어머니의 과거를 알게 된 데 대한 먹먹함에서 출발한다. 전쟁에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눴던 경험, 눈앞에서 친구와 친지가 목숨을 잃는 모습을 지켜본 경험, 가족이 이념에 따라 뿔뿔이 흩어진 경험을 잊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이므로, 몸에 새겨진 감각이 시간의 풍파를 겪어 완고해진 것을 노년층의 고집으로 단순히 매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뭉클하게 펼쳐진다. 무엇보다 그들이 경험한 역사는 현재를 규정짓고 미래로 전수될 것이기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8장 ‘경계인, 연구자’에서는 
저자의 연구자로서의 삶을 위치성의 맥락에서 되돌아본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유학을 떠난 저자에게 영국에서의 삶은 지독한 열등감과 불안감에 괴로워한 시간이었다
젠더적이며 식민주의적인 위치로 인한 권력의 작동을 절감한 저자는 한반도라는 맥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현상을 탈식민주의와 젠더라는 키워드로 읽어내는 것으로 연구 방향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식민과 분단 구조에서 가장 힘겨운 삶을 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북조선 여성, 조선족 여성들이 보여준 행위주체성은 저자에게 전복과 해방의 실마리를 안겨주었다
중심만을 지향하며 살아왔다고 고백하는 저자가 가장 낮은 서열에서 자매애와 가족애를 실천하는 여성들을 통해 자신의 변화를 실감하는 장면은 먹먹한 울림을 준다. 김성경은 이러한 진솔한 고백을 통해 ‘타자와의 만남’이 가져다준 놀라운 경험의 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국경이나 체제 경쟁과 같은 견고한 틀을 소위 가장 약하다는 여성, 그것도 자본주의적 기준에서는 가장 가난한 북조선 여성들이 넘나들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는 저자의 질문을 우리 사회가 함께 숙고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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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분포

9.6



우리 사회에서 결핍된 ‘너‘에 대한 감정과 감각을 되살리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다. 분단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다정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또한 저자의 「갈라진 마음」을 읽은 독자라면 확장된 질문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lsk9504 2023-02-17 공감 (0) 댓글 (0)



마이리뷰

전체 (15)


분단국가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까이에 있는 북한이지만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나의 빈 공간을 조금이라도 채우기 싶었기 때문이다. 남북이 분단된 지 78년이 지났지만 분단 전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이제 대부분 사라졌고, 지금의 사람들은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생존하며, 무슨 미래를 꿈꾸는지 궁굼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사회와 군사쪽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항상 북한과 연동되어 있다는 것이 우리사회가 예민하게 다루고 알아야 하는 사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저자 역시 이것에 대해 책의 첫머리부터 단단하게 짚어간다.


그들이 사실은 우리의 거울상이라는 것, 남과 북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해야 자신을 온전히 반추할 수 있으며 분단으로 인한 사회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들어가며 9p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놀란점은 북한 사람들의 다면성이었다. 다큐멘터리나 방송에서 일명 '선전'을 목적으로 소개한 이들을 보면 국가와 수령은 자신과 가족보다 귀하게 여기는 것을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1부에서 나오는 길확실이라는 여성도 이런 인민의 전형, 인간개조의 선구자, 여성 노동자의 지향점이었다.



그러나 이후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대부분의 삶은 많이 달라보인다. 수동적이지 않고 국가의 강압에도 살아 남려는 강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점이 두 번째로 놀랐던 점이다. 뿌리 깊은 가부장적인 사회의 뒤에서 북한 경제를 이끌고 있는 시장의 주요 인물들이 바로 북조선의 결혼한 주부들이었다. 이들의 생활력과 높은 사업수완, 진취력은 두려운 국가의 개입과 억압되고 갇힌 사회 구조 안에서도 꿈틀대며 그 틈을 파고 들었다.



모든 살림살이가 다 여자들이 시장에 나서서 겨우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남자들은 당이 하라는 대로 쌀 1킬로그램도 사지 못하는 낮은 봉급을 받는 직장에 나가야 하니 먹고 살기 위해서는 북조선 여성들이 집안 경제를 맡아야하는 것이다. 머리트인 여자들이 없었다면 북조선 사람들은 다 죽었을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북한의 경제는 이제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활동하는 시장이 빠지면 안되는 구조가 됐다.



또 이 책의 매력 중에 하나가 서술방식이다. 50명이 넘는 북조선 여성들의 심층 인터뷰가 저자의 섬세하고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덧입혀져 탄생한다. 모든 사실들이 상상력이란 옷을 입고 소설처럼 몰입도 있게 읽혀진다. 학술적 글쓰기처럼 딱딱하지 않고 유연하게 북조선의 현 상태와 사회 분위기, 그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여성들의 삶이 잘 풀어져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런 전략은 매우 현명해 보인다. 무지했던 나 같은 독자도 자연스럽고 좀 더 밀착되어 읽었기 때문이다.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결국 한반도의 식민과 전쟁, 냉전과 탈냉전, 지역화와 세계화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면면들을 산출해냈는지 그 각각의 삶들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연구자였던 저자도 같은 여성으로서의 연대감을 느끼고 '나'와 마주하는 놀라운 경험까지 하게 된다. 이 경험은 글로도 잘 느껴진다. 북조선 여성들의 삶을 알고 이해하며 남한 사회에서 사는 나 자신의 위치를 되짚어보는 기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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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a502 2023-02-06 공감(2) 댓글(0)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살아남은여자들은세계를만든다 #김성경 지음

책에는 북조선의 여성의 삶
경계지역(중국)의 여성의 삶
숨겨진 분단의 피해자 자이니찌가 등장한다.




우리는 일제 해방과 한국 전쟁을 거치며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고
이제는 서로 다른 이념과 통치 체제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는 북조선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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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후 북조선(북한)은 여성의 노동력을
군수물자 지원 및 전후 복구에 사용함으로써
여성을 노동 혁명의 상징이자
국가의 인적 자원으로 활용했다.




이 때문에 북조선 여성은
출생과 동시에 생존 서바이벌이 시작된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의 일손을 덜어주는 딸로




일정 나이가 되면
나라에서 정한 노동 현장 노동자로




결혼하면 남편을 보필하며
자녀를 양육하면서 아내와 어머니로




가정이 궁핍할 때는
목숨을 걸고 거침없이
국경을 넘는 강한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국경을 넘는 순간
그녀들을 기다리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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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잊힌 사람들 #자이니찌

자이니찌는 해방 이후 일본에 남겨진
조선인들을 말하는데
조선이 분단되면서 남과 북 중에서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았으나
이들은 남과 북의 이념이 아닌
조선이라는 민족을 선택했다.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도 일본인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국적이 불분명하다는 의미다.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도,
하는 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쉽지 않은 가시밭길에도
이들은 민족성을 버리지 않는다.
이들에게 조선이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읽는 내내 전쟁과 여성.
국가가 보호해 주지 않는 삶.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해 보게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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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원 2023-02-08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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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란 이름의 내부자이자 외부자



탈 냉전 이후 북조선은 경제적, 정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핵개발'에 매달리게 되었고 남한은 이에 대응하기위해 미국과 안보동맹 강화 및 군사력 확장에 나서면서 '안보' 앞에서 대결과 적대의 관계가 반복적으로 되풀이되어왔다. 핵실험과 잦은 미사일 발사로 남한의 '안보'가 위협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남한사회에서 북조선에 대한 부정적인 감각은 증폭되어 갔으며, 적대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었으며, 경제주의적 사고가 사회를 완전히 장악하면서 경제적 실효성과 실익에 대해 따지는 통일 회의론까지 고개를 들며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점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작가 김성경은 군인인 아버지로 인해 군부대 안에서 자라오면서 누구보다 군대, 안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왔고, 결국 북한 사회문화와 이주민, 여성, 청년 등을 주로 연구 주제로 다루는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자리매김 하였다.

작가는 150명을 훌쩍 넘기는 북조선 여성들을 만나면서 비로소 한반도를 옥죄고 있는 분단의 현실이 책에서 배운것보다 훨씬 더 일상과 의식을 장학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녀들을 만나면서 분단 반대편의 존재가 아닌 '사람'으로 인터뷰가 가능하기까지 시간이 걸렸기에 그녀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산문, 편지, 소설과 영화의 재구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술하면서 가장 그녀들의 삶을 역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할 수 있었다.

식민과 전쟁, 분단, 냉전과 탈냉전, 지역화와 세계화가 개인의 삶에 어떻게 중첩되어 있는지, 이 역사적 소용돌이속에서 '남겨진 사람들도 뭐든 해야했다, 살아야지 어쩌겠는가'라는 선택이 아닌 필연적인 억척스러움과 절실함을 보여준다. 때문에 전쟁과 같은 일상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국가와 민족이라는 거대한 구조를 극복하는 여성들의 행동적 실천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분단 체제 앞에서의 한국사회의 모순을 폭로하기도 하고, 남북 공통으로 적용되는 가부장제의 민낯을 보여주기도 하며 노동자로 내몰린 여성들의 고된 경험과 국가와 이데올로기의 억압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고 자신의 존엄도 지키려 노력했던 여성들의 삶은 기적과도 다름 없었다.

남한 사회는 북조선 사람들에 대해 무지하다. 식민과 분단 구조에서 가장 힘겨운 삶을 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북조선 여성, 조선족 여성들의 모습은 우리가 손쉽게 떠올리는 북조선 여성들의 이미지나 서사와는 사뭇 다르며, 북한에서 선전하고자 했던 모습과도 거리가 있다. 가장 낮은 서열에서 자매애와 가족애를 실천하는 여성들의 행위주체성은 전복과 해방의 실마리를 안겨준다. 전쟁, 냉전, 분단 체제 속에서 살아남은 여자들의 역사는 현재를 규정짓고 미래로 전수될 것이기에 우리의 이해가 더 필요하며 우리 사회가 함께 숙고해야할 일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북조선과 마찬가지로 분단에서 자유롭지 못한 남한사회를 한번쯤 되짚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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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하다 2023-02-2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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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리뷰

김성경-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소설 편지 산문 등의 형식으로 북조선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분단 에세이이다.
작가는 연구를 위해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 북조선여성과 일본에 살고 있는 자이니치여성 또는 작가의 시어머니의 이야기까지 여러곳에서 분단을 직접적으로 경험 했던 여성들이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알려주고 있다.

이글을 읽으면서 솔직히 내가 분단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 사실로 인해서 우리는 분단이 되었고, 말은 한민족이지만, 분단 이후 우리는 북한의 도발로 인해 전쟁이라는 두려움도 여전히 염두해 두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전선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느라 한민족이면서 한민족이아닌 북조선의 사람들에 대한 의식을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태어난 여성들이 현재 각자 다른 곳에서 많은 차이나는 생활을 하고 있음은 안타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너무 무지한 말 같지만, 내가 살고 있는 분단 국가이지만, 내게 직접적인 탈북자와의 연관성이 없음에 내가 겪지 않은 세상을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모습으로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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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a4724 2023-02-06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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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아직도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알게 모르게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 것 같다. ‘동무’라는 아주 좋은 우리말도 사용해선 안 될 것 같이 느껴진다. 이것이 분단국가인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요즘 청소년이나 20대 대학생들에게는 북한이 또 어떤 의미일까? 통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많았다는 설문조사결과를 본 적이 있다. 분단되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통일에 대해서도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 책은 북한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이라고 한다. 북한대학원이라? 북한에 있는 대학인가? 여러 의구심이 들게 만드는 이름이다.ㅋㅋㅋ 저자는 오랫동안 북한 사회와 문화에 대해 연구했다. 중국의 조선족이나 일본의 자이니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탈북 여성을 만나왔고 인터뷰도 해 왔다. 그래서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북한의 모습과 그곳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북한 사람들은 무조건적으로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추종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북한의 경제 체제가 붕괴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둠의 경로를 통해 시장에서 물건을 팔아야만 살 수 있었다. 그 속에서 북한 여성들의 헌신과 희생이 눈물겹게 다가왔다. 가족을 위해 중국으로 가서 겪는 고초도 많았다. 북한이 멀리 있다고 느껴졌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은 가깝게 느껴진다.



이러한 책들은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우리가 가진 편견이 깨뜨려질 것이다. 그들도 사람이다. 그리고 그곳도 사람 사는 동네다. 우리는 그러한 사실을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북한의 현실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 힘겹게 살고 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그들의 삶이 좌지우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이 책, 꼭 읽어 보시길, 그들을 알고 이해해야 그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고 진정한 통일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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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억압 속에서도 각자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악스러운' 북한 여성들
한국일보 이혜미 기자  입력 2023.02.03
책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21년 게재한 백두산건축연구원 여성 설계사들의 사진. 신문은 "당의 건축미학사상이 철저히 구현된 건축설계를 내놓기 위해 지혜와 열정을 깡그리 바쳐가는 여성 설계사들"이라고 소개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돈을 번 혜원은 집안 살림을 모두 다 바꾸었다. (...) 남한에서 유행한다는 밥가마를 큰돈을 주고 들여놓고, 냉장고와 세탁기 그리고 정수기도 샀다. 아들 공부에 필요할 것 같아 컴퓨터도 얼마 전에 장만했다. (...) 아들 공부를 위해서 가정교사도 따로 고용했다."

'시장화'가 진전된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국영주유소의 기름을 빼돌리는 기름장사로 상당한 자본을 모아 세간살이를 첨단의 것으로 바꾸고, 경쟁 사회의 바로미터인 사교육에 골몰하는 '북한 여성'의 이야기라니. 생생해도 너무 생생하다.


북한 연구자 김성경 북한대학원대 교수의 신간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창비)'에는 전형을 깨고 살아남는 '북한 여성'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북한 매체에서 선전을 목적으로 활용한 영화, 신문기사, 다큐멘터리나 탈북민 출신 소설가의 텍스트에, 연구자의 심층 인터뷰 결과물과 연구 지식을 동원해 그 속에 담긴 여성들의 삶을 서사로 복원해냈다.


저자는 2006년 공개된 영화 '한 녀학생의 일기'의 주인공 모습에 착안해 수련이라는 인물을 창조해낸다. 과학자 아버지와 진로를 놓고 갈등을 겪던 딸 수련은 해외파견 노동자로 일할 기회를 얻어 중국의 북한 음식점에서 돈을 번다. 저자는 영화 스토리를 기반으로, 복수의 북한 출신 인물과의 심층면접 내용에 기반을 두고 서사적 상상력을 덧붙였다고 설명한다. 사진은 중국 옌지의 북한 음식점. 창비 제공

'천리마 노동영웅'으로 잘 알려진 길확실이 한 예. 그는 생산 활동의 질적 제고를 목표로 하는 '천리마작업반운동'에 참가해, 일터의 혁신을 이뤄낸 영웅적 인물. 그의 삶은 1961년 '천리마 작업반장의 수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노동자들이 읽고 학습하는 교재로 활용됐고, 2020년 조선중앙티비의 '천리마 시대의 녀성영웅들:인간 개조의 선구자 길확실'이라는 기록영화로도 제작됐다.

저자는 기존 사실에 자신의 젠더적 관점을 끼얹어 '대중 영웅'이 아닌, 주저하고 희생하는 여성 길확실의 면모를 재해석해낸다. 그간 연구자로서 150명 넘게 만난 북한 출신 인물들과의 심층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삶의 곳곳에 뿌리내린 젠더 관습은 그대로 남은 채 노동자라는 새로운 역할까지 하게 된 한국전쟁 전후 여성이 갖게 된 혼란과 두려움, 내적 갈등 등을 길확실의 삶에서 길어낸다.

책 속에는 저자가 실제 만난 북중 접경 지역의 북한 여성들과 조선족, 그리고 탈북민과 재일교포 등의 목소리도 풍성하게 담겨있다. 이 여성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다면적 주체로 거듭난다. 중국 옌지의 '순영 할머니'가 대표적인 예. 중국에서 태어난 뒤, 1962년쯤 북한으로 귀향한 뒤, 아들, 딸, 손자, 손녀에 이르는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다시 중국으로 나왔다. "우리 조선의 여성들은 어떻게 든 살아남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꼿꼿한 성정의 그는, 취약한 신분 때문에 성산업에 내몰리기 쉬운 북한 여성에게 일자리와 쉼터를 알선하는 일을 병행한다.


저자인 김성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책의 말미에서 자신의 위치성을 성찰하며 "단순히 그들의 삶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북한 출신자에 대한 연구 태도를 분명히 한다. 창비 제공

'왜 한반도의 여성들은 국가를 위해서, 혹은 '아내'와 '어머니'라는 이유로 그토록 고된 삶을 감내해야만 했나.' 개별 여성의 삶이 보여주는 주제의식은 이같이 요약된다. '이악스럽다(억척스럽다의 북한말)'로 대변되는 생존주의적 의식과 실천이 북한 여성들의 삶에 아로새겨진 데에는, 여성들의 주체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와 국가 이데올로기가 존재했다는 것. 그러나 이들은 강건한 억압 속에서도 돈을 벌고, 가족을 부양하고, 욕구에 솔직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자기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저자는 "아무리 고단한 상황이나 혹독한 운명 앞에서도 나름의 행위주체성을 발휘하려는 여성들의 힘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한다.

하나, 허구와 실재, 1인칭과 3인칭을 분방하게 넘나들며 '있을 법한' 북한 여성의 삶을 재구성해낸 방법론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저자는 이를 두고 "북조선 여성들과의 인터뷰 내용에 작가적 상상력을 덧입혔다"며 "기존의 전통적인 사회과학적 글쓰기가 아닌 '산문'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했다"고 설명한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곳, 거기서도 가장 아래에 있는 '북한 여성'이라는 존재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한 자구책이겠지만,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작가적 개입'으로 봐야 할지 의문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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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빈곤의 국가 북한, ‘가장 낮은 서열’ 여성의 삶 [책&생각]
등록 :2023-02-03 
장수경 기자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김성경 지음 l 창비 l 1만8000원

정전협정 70주년.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정확히 북한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웅변하듯 내지르는 목소리, 열 맞춰 걷는 걸음걸이, 빈곤에 찌든 모습은 개인이 아닌 국가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북한 사람, 그 중 “가장 낮은 서열”인 여성의 모습은 어떨까.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식민, 전쟁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경계를 넘은 북한 여성의 삶을 다룬다. 책에 등장하는 북한 여성의 모습은 다면적이다. 경제난을 겪으며 국경을 넘어 주체로서의 삶을 살기도 하고, 가부장제를 온몸으로 마주하기도 한다. 북한 사람 150여명을 심층 인터뷰한 저자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인의 삶을 나열하지 않고, 산문·소설·편지의 형식을 빌려 북한 여성의 삶의 궤적을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1부 ‘북조선의 살아남은 여자들’ 편에선 북한에서 ‘인민의 전형’으로 내세운 여성들이 실제 북한에서 살아갔다면 겪었을 상황을 서사화했다. 전후 시기에 갑작스레 노동 현장에 내몰린 ‘길건실’과 남편의 직업을 이용해 도매업을 하다 화폐개혁 뒤 재산을 잃고 탈북한 ‘혜원’ 등 북한 여성들의 얼굴이 생생하다. 2부 ‘경계에서 만난 여자들’에선 접경지대인 연길에서 만난 여성이 만든 세계를 그렸다. 대부분 ‘어머니’의 얼굴을 했다. 3부는 북한 여성들을 인터뷰하며 분단이 자신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을 알게 된 저자의 고백을 담았다.
“북에 대한 무관심은 남한 사회의 역사적 중층성에 대한 무지로 이어진다.” 젠더 갈등 때마다 ‘여자도 군대 가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한국사회도 분단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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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조선 여성 150명 삶 들여다본 이 학자가 내린 결론 - 오마이뉴스


북조선 여성 150명 삶 들여다본 이 학자가 내린 결론
[인터뷰]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저자 김성경 교수
23.03.04
박정우(saxyma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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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할아버지는 북에서 오셨다. 대학 시절 할아버지를 모시고 금강산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곳에서 절경이 아니라 사람을 보았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가끔 웃기도 하던 그들은 우리가 무찔러야 하는 괴뢰 공산당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삶을 살아내는 사람이었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이전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이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종종 옛날 사진을 보여주며 어릴 때 이야기를 하셨다. 사진 속의 어린 고모는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먼 데서 오는 그리움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 나는 조금 아팠다. '저 사람이 내 고모구나. 피라는 것은 이토록 분명하구나' 생각했다. 할아버지와 고모와 내 아버지는 묘하게 닮아있었다.

언론을 통해 북에서 미사일을 쏘고 무인기를 보냈다는 뉴스를 들으면 그때 생각이 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구호는 이제 교과서에도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은 공식적으로 우리의 주적이 되었다. 미사일과 무인기와 통일이라는 구호와 주적이라는 선포 사이에 사람은 없다. 아마 살면서 북한 사람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할 가능성이 큰 내 아이에게 북은 점점 더 먼 나라가 될 테고, 북한 사람은 더욱 타자화될 것이다.


최근 출간된 김성경 교수의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는 북한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그간 정치적, 외교적인 차원을 넘어 마음과 감정의 층위에서 북한을 연구하고 조망했던 김성경은 이번 저작을 통해 북조선 여성을 이야기한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50명 이상의 북조선 여성을 인터뷰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산문, 소설, 편지 등의 형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함으로써 북조선 여성들의 역동적인 삶을 복원해냈다. 김성경은 이번 책에서 사람을 통해 체제를 드러내는 동시에 남한 사회의 모순을 비춘다.

그간 북한은 이 나라의 기득권 세력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는 온갖 적의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한 기존의 시각에 균열을 낸다. 이념과 증오를 거두고 냉정하게 바라보면 남북 관계에 있어 분명한 것 하나는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틀과 기존의 방식이 남긴 것이 고작 지금의 긴장과 불안이라면 그건 명백하게 틀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저 이 엄연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무리와 그 무리에 휘둘리는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에겐 이제 새로운 접근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어쩌면 이 책은 남북 관계라는 꼬일 대로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시작점인지도 모른다. 지난 2월 22일 김성경 교수를 만났다.

"북조선과 남한의 삶, 생각보다 많은 것이 연결돼 있다"


▲ 김성경 교수
ⓒ 김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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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군인이셨고, 군부대 안에서 자랐다고 했습니다. 편견인지 모르겠지만 보통은 북한에 대해 반감을 갖거나, 이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군인이 되겠다고 생각하기 마련일 것 같은데 교수님께선 북한 사회와 문화를 공부하고 연구하죠. 어떤 계기가 있을까요?

"군인이라는 (아버지의) 직업적 특성상, 분단에 대해 조금 더 많이 노출된 유년 시절을 보낸 것 맞습니다. 하지만 어떤 집단이든 하나의 모습만으로 존재할 순 없는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은 보수적인 측면이 있지만, 어떤 면에선 분단 문제에 대해 굉장히 열린 방식으로 사고하는 사람이었어요.

사실 유년 시절에도 그랬고, 어느 정도 자란 이후에도 북에 딱히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할 때도 북을 주제로 삼지도 않았고요. 제가 북한에 관심을 가진 건 우연히 북조선에서 내려오신 분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였어요. 이후에 생각해 보니 내가 예전에 남들보다는 좀 더 가깝게 분단을 경험했구나 하고 회고하게 된 것이죠."

- 최근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를 출간했습니다. 어떤 책인지 작가가 직접 소개한다면요?

"2011년부터 다양한 루트를 통해 북조선 여성들을 만나서 연구해왔어요. 보통은 탈북한 여성들을 통해 소개받는 식인데요. 일본을 비롯해 해외 출장을 갈 때나 조중 접경 지역에서 만나곤 했습니다. 이 작업은 저에게도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북조선 여성들에게 이런 모습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남한 사회는 북에 대해 관심이 없고, 통일이나 평화에 대한 인식도 크지 않은데요. 그런 만큼 북조선 사람들의 얼굴을 복원할 수 있다면 어떤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어떻게 알릴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사실 지금까지 우리가 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접근 방식은 하나같이 정치, 경제, 이념 중심적이었어요. 저는 이게 과연 얼마나 효용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어요. 이런 이성 중심주의의 접근법이 맞는다면 남북 관계가 진척됐어야 했겠죠. 그런데 지금 상황이 그렇다고는 볼 수 없잖아요. 그렇다면 결국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고리들을 이해하지 않고는 분단이나 북한에 대해 제대로 된 접근이 불가능한 건 아닐까요?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는 그런 생각들을 온전히 묶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왜 여성을 주제로 잡았나요? 만난 분들이 다 여성은 아니었을 텐데요.

"북조선 사람들을 만나면서 전쟁, 식민, 분단, 냉전과 탈냉전, 세계화 등 한반도가 겪어온 역사적 경로에서 여성들의 위치가 남성들과는 다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건 남한도 비슷한 측면이 있어요. 한반도의 역사적 궤적을 저희 어머니나 할머니 같은 여성들이 어떻게 경험했는가에 대해선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삶, 특히 여성을 통해 체제의 모순과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는 북조선 여성들의 삶을 보면서 남한에 사는 우리의 삶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드러낼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이걸 거울 상이라고 표현하는데요. 북조선과 남한의 사람들의 삶은 생각보다 많은 것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 관련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겠습니다. 북조선 여성인 길건실이 딸에게 쓴 편지에 이런 문장들이 있습니다. '죽도록 일을 해도 내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네가 의무만을 잔뜩 짊어진 채 살기보다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랐단다', '어찌 당과 국가, 수령님이 나보다, 내 가족보다 중요할 수 있겠니' 예시로 든 문장들은 당이나 수령님 같은 워딩만 조금 바꾸면 남한 사회를 이야기한다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실제로 북조선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런 내용들이 많습니다. 사회주의를 믿어서 열심히 일했는데 내 자식들은 밥도 못 먹더라, 대단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결국 남한에 내려와 있다는 얘기들이죠. 국가를 위해서 희생하고, 사회가 원하는 대로 살고, 치열하게 일했지만 정작 삶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본인은 어쩔 수 없지만 내 자식만큼은 나처럼 살지 않길, 좀 편한 삶을 살길 바라는 면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이런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는 과연 얼마나 다른가를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누구보다 오랜 시간 노동하지만 가난은 계속되고 가진 사람들은 계속 잘 먹고 잘 사는 공고한 구조 속에 있다는 건 남한이나 북한이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래서 북조선 여성 중에선 자식에게 과외를 시켰다는 분도 있고, 예전에는 중국어를 시켰지만 영어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제 영어를 시킨다는 분도 있었어요. 저는 책을 통해서 그런 여성들의 의식변화, 어떤 새로운 시도들에 대해서도 알리고자 했습니다. 그런 각자의 자리에서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지금 우리 세대의 여성들이 조금 더 나은 상황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남한이든 북한이든 말이죠."

- 현재 남한의 일반 대중들이 북한에 대해 갖는 생각은 대략 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무찔러야 하는 우리의 적 아니면 헐벗고 못 먹고 못 사는 사람들... 하지만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의지와 좌절 같은 복합적인 감정과 다양한 삶의 궤적이 가지런히 담겨 있습니다. 여기엔 저자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우선 첫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책은 일반적인 사회과학 도서와는 다르게 소설이나 에세이 형식을 차용하기도 했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을 기반으로 재구성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바탕은 인터뷰나 증언입니다. 그들에겐 흑백으로 보여지지 않는 너무나 다양한 모습들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말이에요."

- 이 질문 자체가 저의 편견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동시에 저의 편견이기도 했습니다. (웃음) 어쩌면 우리 모두의 편견이기도 하죠.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 저는 필드 노트에 못 먹고, 못 살고, 교육을 못 받았을 거라고 쓴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분들이 전반적으로 힘들게 사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런 모습만 있는 건 아닙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더 강한 부분도 있고, 아주 솔직하게 욕망을 드러내기도 해요. 그런 다양한 모습들이 있는데 우리가 보는 건 정해져 있습니다.

어쩌면 이게 <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첫 출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가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북조선 여성들은 이렇다는 어떤 고정관념을 깨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의도했냐고 물어본다면, 의도하지 않았다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저 제가 만난 분들이 그랬으니까요."

"다른 방식의 사유가 '분단 패러다임' 깰 수 있다"


▲ 김성경 교수가 찍은 연길서역
ⓒ 김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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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나오는 인물 중에서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이 책에 순영, 정희, 그리고 저희 시어머니에 대해서도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요. 세 분이 연세도 비슷하시고, 다 중국에서 태어나셨어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상황에서 태어난 세 명의 여성들이죠. 하지만 누구는 자신의 삶을 '내가 예전엔 자랑스러운 노동당원이었어, 북에서 어깨 펴고 살았었지' 하고 회상합니다.

어떤 분은 죽을 때까지 자식 걱정을 놓지 못하셨어요. 어떻게 하면 내 아이가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끝끝내 희생하는 삶을 살았어요. 또 어떤 분은 일생 동안 과거의 상처를 숨기고 살아야만 했고요. 결국 비슷한 태생을 가진 세 분의 삶이 해방과 전쟁과 분단을 경험하면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작동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북한을 우리의 주적이라고 하고, 저 나라의 통치자는 우리를 향해 무인기를 보내고 미사일을 쏩니다. 이런 걸 보면 현 정권의 대북 정책에 관한 옳고 그름을 떠나 북한과의 관계는 결국 정치적, 외교적으로만 풀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만이 가진 분명한 가치와 의미가 있지만, 교수님의 연구나 작업 방식이 남북 관계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보면 결국 '사소한 각주' 같은 것은 아닐까요?

"물론 그런 지적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주의적이고 탈 식민지적인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남북 관계를 정치나 구조적인 부분 혹은 국가 단위로만 접근하는 것이 남성 중심적이고, 주류적인 시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남과 북이라는 두 개의 국가, 국제 관계, 전쟁 같은 것만 존재하지요.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이제 전부인지 묻고 싶어요. 어쩌면 여기엔 정치와 국가와 전쟁과 이념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을 사소하게 생각하게 하는 힘이나 권력이 작동하는 건 아닐까요? 만약 이런 주류 담론이 정말로 유용했다면 지금 남북 관계가 훨씬 좋아졌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실상은 어때요? 지금까지도 분단은 너무도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했던 방식으로 접근하고 주류적인 시각을 해체해야만 가능한 건 아닐까요?

저는 북조선 여성들의 삶을 살펴보는 작업을 비롯해 다른 방식으로 사유하는 것이야말로, 평화적인 역량을 키워내고 분단 패러다임을 깨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분단과 통일에 관심이 없어요. 이런 방식을 계속 유지한다면 우리는 계속 분단된 사회에서 살아가야만 합니다. 국가의 문제라고 여기고 국가가 알아서 하는 방식만을 계속 고집한다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분단으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은 사소한 것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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