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8

서평 이찬수의 [메이지의 그늘] by 전철후 (원광대학교 교양교육원)




서평 이찬수의 [메이지의 그늘]

전철후 (원광대학교 교양교육원)

메이지유신과 이후 근대 일본의 역사 전개에 대한 현대일본의 주류기억'비서구권에서 유일하게 근대화 에 성공한 국가'임을 자부한다. 이러 한 주류기억은 밖으로는 서구권에 나타난 '산업유산'이 유네스코를 중심 으로 확산되는 '세계유산'과 얽히게 되고, 안으로는 산업유산을 '근대화 유산으로 만들어가면서 강화되고 있 다. 

  • 성공한 근대화'라는 기억이 상대 적으로 큰 갈등 없이 일본사회에서 주류기억으로 자리 잡아갔다면, 
  • 제2 차 세계대전, 아시아 • 태평양전쟁, 식민지배와 관련된 기억은 정치적, 사회 적, 문화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전후일본'의 균열을 지속시키고 있다.

필자는 도쿄의 국립박물관에서 '일본의 근대화'를 주제로 열린 전시회에 방문하면서 '성공한 근대화'의 상징이 제국주의 정책, 전쟁 등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의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에서도 정치적 인 이유로 걸리지 못하는 '욱일기'가  

걸려 있었고, 태평양 전쟁 말기에 자폭테러 전술로 알려진 '가미가제'는 영웅화되어 있었다. 전쟁 무기를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업과 철도, 항 만 등은 일본 근대화의 주요 전환점 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본의 성공한 근대화'는 곧 메이지 시대의 유산 이었고, 전쟁이 큰 이유였다. '일본의 근대화'의 전시회를 다녀온 이후부터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사실 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당시 일본의 총리는 아베 신조였다. 아베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일본 에도 시대 말기의 국사학자, 사상가, 교육자인 요시다 쇼인이다. 그의 문하 에서 배출된 다카스기 신사쿠, 이토 히로부미 등은 메이지 정부의 제국주의 정책을 펼치기도 하였다.

메이지 유신의 제국주의 정책은 여전히 살아서 진행중이었다. 『메이지 의 그늘: 영혼의 정치와 일본의 보수 주의」일본의 밖에서, 특히 한국이나 중국 등의 역사적 시각에서 봤을 때는 이해할 수 없는, 하지만 일본 안 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국가적 정체성 을 지니는 일본의 정치적 역학에 대해서 그 사유방식과 구조를 풀어서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책 뒷면의 추천서에서 "그늘은 어두운 그림자 뿐 만 아니라 시원한 그늘이나 보호막으로서의 그늘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고 이야기 한 부분이 마음에 닿았다. 일본에게 있어서 메이지 유신은 역사적인 어두운 그늘뿐만 아니라 국가와 정치권력, 일본인의 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보호막으로서의 그늘이 기도 하다.

저자는 일본에서는 메이지 정부 이래 호국영령을 국가적 담론의 주제로 삼고 국가와 국민의 제사 대상으로 재구성하면서 천황을 정점으로 수직적 통일국가 체계를 확립시켜 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한다. 강력한 천황제에 입각해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한반도를 포함한 대륙 침략마저 정당화하는 길을 걸어온 일본 정치의 역사에는 이른바 '영혼의 정치'가 놓여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영혼이 정치하는 나라'라고 한다. 이런 영혼과 제사의 정치적 역학 이 일본의 역사를 보는 근간이며, 메이지 시대의 그늘'을 읽어야 오늘의 일본이 보임을 강조한다. 고야스에 의 하면, 메이지 정부는 귀신의 영역을 정치의 내용으로 삼으며 정권의 정체성을 확보해 나간 시스템이다. 나라를 지키다 죽은 영혼, 즉 '호국영령'을 국 가적 담론 속에 살게 하고, 국가와 국민의 제사 대상으로 재구성하면서 천황을 정점으로 수직적 통일국가 체계 를 확립하려고 했던 것이 메이지유신의 핵심이라고 한다.

이러한 양의성을 지니는 '메이지의 그늘'처럼 '평화'를 이해하는 목적에서도 양의성을 지닌다. 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영화 영웅'이었 다. 안중근이 1909년 10월26일 하얼 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후 일제의 식민지배에 대한 부당함을 지 적하면서 죄상 15개 항목을 통해서 동양평화와 세계평화의 대의와 정당 성을 밝혀내고 있다. 영화 '영웅'에서 안중근과 일본인 검사와의 대화평화의 서로 다른 양면성의 그늘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본인 검사가 이토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서 묻자 안중근은

"대한제국의 자주적인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해서이다"라고 말한다. 다 시 일본인 검사의 동양평화가 무엇이 냐? 라는 물음에 안중근은 동양 모 든 나라의 자주적인 독립과 평화를 뜻한다"라고 한다. 이에 일본인 검사 는 "일본의 목적도 똑같다. 동양의 평화를 위해서이다"라고 한다. 안중근

은 "그것 이 진정 조선이 원해서 한 일인가? 일본이 원해서 한 일인가?"라고 반문한다.

오랫동안 평화학을 연구해 온 저자는 평화다원주의' '자기중심적 평화주의', '감폭력' 등의 평화가 이상적이지 않고 현실감 있게 다가오도록 평화담론을 제시하였다. 이 책 역시도 한국과 일본 간의 경계를 반일과 혐한의 '실선'에서 아픔을 치유하고 오해를 해소하는 소통의 '점선'으로 만들어 가는데 목적을 두면서 탈경계 사유로서 한일간의 화해와 평화를 강조한다. 그동안 저자가 제시하고 밝혀 놓은 평화학의 담론처럼 이상적이지 않고 현실에서 아래로부터의 공감대 를 확대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바로잡음> 본지 176호(2022년 12월31 일자) 9면 서평에 실린 「하나의 진리.도마복음」 의 출판사는 '동연' 이 아닌 '예술과영성' 이었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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