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8

알라딘: 최명길 평전 한명기

지금 최명길을 읽어야 하는 이유
등록 :2019-12-06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919840.html


병자호란 전문가 한명기 교수, 화친 이끌어낸 최명길의 삶과 철학 재조명
나라 구했지만 ‘진회보다 더한 간신’ 비난…‘끼어있는 나라’ 운명 반추

최명길 평전
한명기 지음/보리·3만3000원

소설과 영화 <남한산성>을 통해 인간 최명길을 충분히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최명길 평전>을 읽어야 할 까닭이 있다면, 그건 이 책의 지은이 때문일 것이다. 한·중·일 사료를 두루 섭렵하며 두 번의 왜란과 두 번의 호란에 관한 한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끼어 있는 나라” 조선이 속절없이 휘말려 들어갔던 전쟁을 오래 연구해온 그는 왜 숱한 인물 가운데 최명길(1586~1647)에 주목했을까, 그가 본 최명길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궁금증이 이어진다.
한 교수는 병자호란 당시 목숨을 걸고 홀로 적진에 들어가 화친을 이끌어 냈던 최명길의 삶을 담담하고 명확한 문장으로 되살려 낸다. “왜소하고 병약한 볼품 없는 외모”에 “나이 마흔도 되지 않아 이빨이 반이나 빠져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했던 최명길은 어떻게 당대의 주류 척화론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을까. ‘지행합일’을 강조한 양명학 영향을 받은 건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지만, 한 교수는 최명길의 독특한 독서 경험을 추가한다. 어릴 때 집에 불이 나 역사책인 <좌전> 등 서너 권만 불에 그슬린 채 겨우 남아 있었고, 인조에게도 <서경> <춘추> 같은 역사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일화들이다. 광해군 조정에서 쫓겨나 가평 대성리에 은거할 때는 <주역>을 수천번이나 읽었다. 주자학 말고는 거들떠보지 않았던 이들과 달리 현실주의자의 면모를 띠게 된 배경이 드러난다.
영화 &lt;남한산성&gt;에서 최명길 역을 맡았던 배우 이병헌. 씨제이이앤엠 제공
영화 <남한산성>에서 최명길 역을 맡았던 배우 이병헌. 씨제이이앤엠 제공
적과의 화친을 강조했던 사람이니 늘 둥글게 살았을 것 같지만, 그는 인조반정의 주역이었다. 광해군을 ‘폐모살제’의 패륜아로 규정하고 일찌감치 역모를 논의했으며, <주역>에 통달한 역학자답게 점을 쳐서 거사일을 정할 정도로 깊이 간여했다. 반정에 성공한 뒤 김류와 이귀 등이 광해군 정권의 권세가 저택을 차지하는 등 제 잇속 차리기 바쁠 때 최명길은 광해군 정권의 평안도 관찰사 박엽을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잔혹한 성품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던 박엽이지만 청나라와 통하는 유일한 외교관이었던 그를 살려두어야 한다고 봤던 것이다. 하지만 박엽은 끝내 처형되고 만다.
한 교수가 최명길을 묘사할 때 강조하는 덕목은 ‘용기, 책임감, 희생정신’이다. 남한산성에서의 활약에 앞서, 청나라 군대 선봉이 서울 한복판까지 들이닥쳤을 때 홀로 적진에 들어가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도 최명길이었다. “사신들의 목을 친 뒤 나라의 존망을 걸고 청과 싸우자고 외쳤던 척화신들”은 “그저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하지만 역사는 최명길을 ‘진회보다 더한 만고의 간신’으로 깎아내린다. 진회는 남송을 금나라에 넘긴 희대의 간신이다. 반면, 명에게 의리를 지키기 위해 인조까지도 옥쇄(玉碎, 공명이나 충절을 위해 깨끗하게 죽음)해야 한다고 주장하다 낙향했던 김상헌은 ‘조선의 정사(正士)이자 영원한 사표’로 추앙받는다. 지은이는 이 기막힌 대비가 조선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시각’을 정확히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4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그때 못지 않게 사납고 복잡하다. 임진왜란 때 망해가는 나라를 살려줬으니 후금을 치는 데 앞장서라고 강요했던 명나라와, 그런 명나라를 위해선 임금의 목숨도 바쳐야 한다던 척화신들의 모습에서 누군가는 미국과 친미보수세력을 떠올릴 수 있다. 또 누군가는 한국이 분수도 모르고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시도했다가 본전도 건지지 못했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점이다. 최명길의 실리주의가 가리키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는 논쟁의 영역이지만, 명분과 의리를 앞세우며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자들의 말은 예나 지금이나 믿을 게 못 된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알라딘: 최명길 평전

최명길 평전  | 보리 인문학 1
한명기 (지은이)보리2019-11-25




최명길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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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668쪽152*215mm868gISBN : 9791163140979

책소개

보리 인문학 시리즈 1권. 

전작 《역사평설 병자호란》에서 병자호란이라는 참혹한 전쟁의 역사를 깊이 있게 풀어 낸 저자 한명기가 7년 만에 그 질곡의 세월을 살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냉철한 현실주의자이자 올바른 이상주의자였던 문제적 인물, 최명길.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저자는 17세기 초중반을 살았던 최명길이, 지금도 “역사로부터 수시로 호출되고는 한다”며 그 까닭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조건을 들었다. 동북아에서 강대국끼리 ‘힘의 교체’가 일어날 때마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한반도가 싸움의 희생물이 되어 왔다는 것이다. 병자호란은 “그 가운데서도 기존 패권국(명)과 신흥 강국(청) 사이의 갈등과 대결이 조선에 미치는 비극적 파장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 않던가. 2017년 사드 문제를 비롯하여 2018년, 2019년을 지나며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었고,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대한민국을 적대국처럼 대하는 일본에, 독도에 전폭기를 보내 존재감을 과시하는 러시아도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과 중러, 강대국들의 힘겨루기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명길은 바로 비슷한 혼돈의 시기에 “망국의 위기로 내몰렸던 조선을 극적으로 살려낸 지도자”였다. 그가 보여 준 용기와 유연함, 책임감과 실천력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더 나아가 새로운 해법을 우리에게 던져 준다. 다시 돌아오는 역사 속, 이 위기의 시대에 최명길을 읽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목차
책을 내면서 5

1장 격동의 시대에 태어나다
문제적 인물 최명길 21
약골, 과거에 합격하다 29
병약에 발목 잡힌 벼슬살이 39
주역에 통달하고 양명학을 접하다 47

2장 최명길에게 큰 영향을 남긴 사람들
아버지 최기남 65
장인 장만 77
절친 장유 91

3장 인조반정에 가담하다
짧았던 광해군 시절의 벼슬살이 105
재기의 기회가 찾아오다 112
인조반정에 참여하다 119

4장 반정 직후의 활약
최명길을 인정한 김장생의 편지 129
득의의 시절 137
박엽을 구명하려 애쓰다 146

5장 이괄의 난과 최명길의 분투
배금을 표방하되 실천은 유보하다 161
반란을 진압하려 고투하다 168
노출된 정권의 취약성, 높아진 최명길의 존재감 176

6장 개혁과 왕권 강화를 위한 노심초사
정치 개혁을 시도하다 187
사회 경제 개혁을 주도하다 196
원종 추숭에 앞장서다 208

7장 정묘호란과 최명길
‘시한폭탄’ 모문룡, 후금의 침략을 유발하다 225
돌격하는 후금군, 지리멸렬한 조선군 237
최명길, 화친을 주도하다 244

8장 전쟁을 막으려 고군분투하다
제국이 된 후금, 흔들리는 형제 관계 255
홍타이지의 칭제와 강화 파탄 267
홀로 황손무의 충고를 이해하다 279
척화신들과 격렬한 논전을 벌이다 292
최후까지 화친을 위해 부심하다 306

9장 병자호란과 최명길의 고투
목숨을 걸고 인조를 남한산성으로 들여보내다 319
춥고 배고픈 산성, 참수 대상자로 지목된 최명길 328
최명길은 항복 국서를 쓰고, 김상헌은 그것을 찢다 336
성하의 맹을 주도하여 종사를 지켜 내다 350

10장 전란의 상처를 치유하다
백성들의 고통, 인조의 사과 성명 367
인조를 위로하고 조정을 이끌다 375
‘소년 가장’ 최명길 383
다시 정치 개혁을 시도하다 392
약소국의 신하, 대청 외교의 일선에 서다 403
일본과 우호를 유지하려 부심하다 416

11장 피로인과 속환 여성을 보듬다
피로인의 참상과 속환 원칙 433
귀환 여성들을 보듬으려 했던 최명길 441

12장 명과의 밀통을 책임지다
명에 대한 부담감, 삼학사에 대한 미안함 453
독보를 보내 명과 밀통하다 460
밀통이 발각되어 청으로 소환되다 467
인조의 의심에도 인조를 보호하려 애쓰다 474

13장 김상헌과 화해하다
김상헌을 양주학이라 비판했으나 487
심양에서 김상헌과 화해하다 498

14장 귀환, 냉랭해진 인조, 그리고 죽음
청에서 귀환하다 517
인조와 관계가 다시 냉랭해지다 523
죽음 534

15장 최명길 평가의 우여곡절
진회의 죄인, 또는 매국노 543
‘정강의 변’과 진회 555
남송의 강화와 조선의 강화 차이 561
최명길의 재발견 567

책을 마치며 580

부록
최명길 연보 596
주석 610
참고 문헌 647
찾아보기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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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한명기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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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국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외국어대, 가톨릭대, 한신대, 국민대에서 강의했으며 규장각 특별연구원을 지냈다. 계간 《역사비평》 편집위원, 제2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위원, 동북아역사재단 자문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명지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다.
그동안 《임진왜란과 한중관계》(1999), 《광해군》(2000), 《정묘·병자호란과 동아시아》(2009), 《역사평설 병자호란 1, 2》(2013)를 썼고, 그 밖에 여러 저술이 있다. 동아시아 역사 속... 더보기
최근작 : <원치 않은 오랑캐와의 만남과 전쟁>,<최명길 평전>,<광해군 (리커버 특별판. 표지 2종 중 랜덤 발송)> … 총 41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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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새 그림자>,<월간 개똥이네 놀이터 2023.3>,<세밀화로 그린 보리 어린이 딱정벌레 도감 (보급판)>등 총 656종
대표분야 : 교육학 12위 (브랜드 지수 104,377점), 청소년 인문/사회 26위 (브랜드 지수 33,196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모두가 그가 연 문을 통해 살아남았다.
그리고 살아남은 모두가 그를 비난했다.”

세상 사람 모두를 살렸지만 그래서 세상 사람 모두의 비난을 받았던 사람.
하지만 꺾이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길을 걸었던 사람.
그 한 사람의 이야기, 《최명길 평전》.

사느냐 죽느냐 ― 명분과 실리, 또는 화친과 척화
나라가 위기에 놓여 있을 때 정말 중요한 것은 명분일까, 실리일까?
병자호란은 싸울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조선에게 재앙이었다. 청군은 얼어붙은 압록강을 넘어 단숨에 서울로 내달렸고, 놀라 달아난 임금과 조정은 남한산성에 고립되었다. 산성 밖에서는 날마다 백성이 죽어 나갔다. 화친 말고는 살길이 없는데 죽어도 오랑캐에게 무릎 꿇을 수 없다는 척화파들 속에서 최명길은 홀로 화친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다.
하지만 그 결정이 나라를 구했고 백성을 살렸다. 온갖 비난을 무릅쓰고 최명길은 끝내 화친의 문을 연다. 그리고 모두가 그 문을 통해 살아남았다. 최명길은 과연 누구며,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닫혀 버리기 직전 역사의 문을 열었을까?

김상헌이 남한산성에서 곧바로 귀향한 것은 지조 높은 행동이었지만, 그 또한 최명길이 열었던 문을 통해 나갔다.
그랬다. 최명길은 종사의 문이 닫히고 백성의 문이 닫히려는 순간 온몸을 던져 문을 열어젖힌 사람이었다. 훗날 박세당은 “조선 사람들이 편히 잠자리에 들고 자손을 보전한 것이 모두 최명길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최명길은 과연 누구였으며,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닫혀 버리기 직전에 역사의 문을 열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변변찮은 능력을 지닌 필자가 용감하게도 최명길 평전을 쓰겠다고 덤비게 된 동기다. (‘책을 내면서’에서)

최명길, 나라를 구한 외교관이자 백성을 살린 정치가
화친으로 나라를 구한 조선의 정치가 최명길. 그 삶을 오롯이 평전으로 엮었다.
최명길은 병자호란 때 청과 화친을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모두가 오랑캐에게 항복할 수 없다고 외칠 때 홀로 화친을 이끌어 나라를 구했지만, 그 때문에 척화파 김상헌과 내내 비교되면서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나라를 팔아먹은 자, 진회보다 더한 간신, 삼한을 오랑캐로 만든 자, 소인, 매국노…….
이 책은 그런 통념 너머 진짜 최명길의 모습을 되살린다. 이제껏 알지 못했던 뛰어난 정치가요, 개혁가요, 외교관인 최명길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모두가 죽음을 외칠 때 찢겨진 삶을 묵묵히 주워 맞추는 올곧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하지만 꼭 알아야 할 한 사람, 또는 한 시대의 이야기, 《최명길 평전》.

김상헌이 화친을 청하는 국서를 찢고 통곡했다. 최명길은 그것을 주워 다시 맞추며 말했다.
“국서를 찢는 사람이 없어서도 안 되지만, 국서를 주워 맞추는 사람도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최명길은 인조대 조정에서 시종일관 ‘찢어진 국서를 주워 맞추는 사람’이었다. 종이에 쓴 국서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하지만 흩어져 버린 종이 쪼가리를 다시 맞추기란 여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본문에서)

저자 한명기, 전쟁 속의 사람을 말한다!
전작 《역사평설 병자호란》에서 병자호란이라는 참혹한 전쟁의 역사를 깊이 있게 풀어 낸 저자 한명기가 7년 만에 그 질곡의 세월을 살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동안 저자는 최명길과 관련된 숱한 사료와 논저, 중국과 일본 자료들까지 훑으며 방대한 자료들 속에서 한 인간의 이야기를 길어 냈다. 최명길 집안에 내려오는 문헌들을 구해 읽고, 직접 최명길의 후손을 만나 선대의 이야기를 듣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바탕 위에서 저자는 최명길의 어린 시절부터, 영향을 받았던 스승과 벗, 유연한 사상의 바탕이 된 양명학과의 인연, 인조반정의 공신이 되어 개혁 의지를 다지던 시절을 거쳐,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전쟁 앞에서 꿋꿋하게 나라와 백성을 지켰던 한 사람의 삶과 고뇌를 간결하고도 힘 있는 문체로 적어 나간다.
이제껏 우리가 알았던 최명길은 버려라. 그 모습은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한 주화파를 넘어서 용기와 유연함, 희생정신과 책임감을 지녔던 최명길은 가장 전략적인 사고를 할 수 있었던 정치가이자, 헛된 명분보다는 나라와 백성을 먼저 생각한 외교관이며,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최선의 대안을 찾던 경세가였다.
냉철한 현실주의자이자 올바른 이상주의자였던 문제적 인물, 최명길. 그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다시 돌아오는 역사, 다시 읽는 해법
저자 한명기는 17세기 초중반을 살았던 최명길이, 지금도 “역사로부터 수시로 호출되고는 한다”며 그 까닭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조건을 들었다. 동북아에서 강대국끼리 ‘힘의 교체’가 일어날 때마다 그 사이에 ‘끼어 있는’ 한반도가 싸움의 희생물이 되어 왔다는 것이다. 병자호란은 “그 가운데서도 기존 패권국(명)과 신흥 강국(청) 사이의 갈등과 대결이 조선에 미치는 비극적 파장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 않던가. 2017년 사드 문제를 비롯하여 2018년, 2019년을 지나며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었고,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대한민국을 적대국처럼 대하는 일본에, 독도에 전폭기를 보내 존재감을 과시하는 러시아도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과 중러, 강대국들의 힘겨루기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명길은 바로 비슷한 혼돈의 시기에 “망국의 위기로 내몰렸던 조선을 극적으로 살려낸 지도자”였다. 그가 보여 준 용기와 유연함, 책임감과 실천력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더 나아가 새로운 해법을 우리에게 던져 준다. 다시 돌아오는 역사 속, 이 위기의 시대에 최명길을 읽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바야흐로 다시 시작된 미일과 중러 사이 패권 경쟁의 여파가 한반도로 마구 밀려오고 있다. 우리는 이 격랑을 어떻게, 무엇으로 넘어설 것인가? 오늘 우리는 또다시 최명길을 호출해서 그의 고민과 지혜를 반추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과거의 역사를 오늘의 현실과 곧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섣부르고 위험하다. 하지만 17세기 초반, 패권국 명과 신흥 강국 청 사이의 대결에 휘말려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하기 위해 고투했던 최명길의 생각과 행적들은 여전히 격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가 돌아보고 반추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책을 마치며’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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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에 이순신이 있었다면, 병자호란에는 최명길이 있었다. 최명길이 없었다면 조선의 역사, 나아가 우리 민족의 진로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최명길에 관한 책이 드문 상황에서 학자로서 저자는 학계와 국민들에게 큰 공헌을 했다고 생각한다. 필독을 권한다.  구매
삶의_지혜 2021-04-27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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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의 최명길은 지금 이 시대에도 간절히 요구되는 정치인이다. 냉철한 사리판단에 의거하여 인생을 걸고 행동하는 이가 100명 중 1명이나 될까. 지금이나마 위대한 인물 촤명길을 알아보게 되어 기쁘고, 이렇게 훌륭한 책을 내준 저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구매
양 2022-07-20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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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우리 말과 글을 쓰는 한국사람이 아니라 중국인이 되어있을 수 있습니다. 그냥 최명길이 잘나서 그랬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남과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의 실천에 노력하였는지 이해가 조금이나마 깊어졌습니다.  구매
흑마늘 2022-07-1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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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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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화와 주화 - 오늘에의 교훈 새창으로 보기
명분과 현실, 이상과 실제란 모든 인간이 처한 현실일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상을 위해 목숨을 거는 개인은 칭송 받을 수 있지만, 국가가 이상을 위해 온 백성을 거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이상을 얘기하는 것은 통쾌하고 선명하지만, 세상은 이상만으로 살 수는 없다는 지혜를 다시금 깨닫는다. "김상헌이 남한산성에서 곧바로 귀향한 것은 지조 높은 행동이었지만 그 또한 최명길이 열었던 문을 통해 나갔다." 병자호란이 끝난 뒤 이식이 했던 말이다. 



모두 현실에만 치우친다면 짐승들과 다름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지 않고 이상만 외친다면 그것도 참 난망한 일이다. 균형감, 전략적 사고가 더욱 필요한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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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0-03-28 공감(1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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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은 어떤 인물인가? 새창으로 보기
김상헌이 남한산성에서 곧바로 귀향한 것은 지조 높은 행동이었지만, 그 또한 최명길이 열었던 문을 통해 나갔다. 그랬다. 최명길은 종사의 문이 닫히고 백성의 문이 닫히려는 순간 온몸을 던져 문을 열어젖힌 사람이었다. 훗날 박세당은 "조선 사람들이 편히 잠자리에 들고 자손을 보전한 것이 모두 최명길 덕분"이라고 단언했다. 최명길은 과연 누구였으며,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닫혀 버리기 직전에 역사의 문을 열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변변찮은 능력을 지닌 필자가 용감하게도 최명길 평전을 쓰겠다고 덤비게 된 동기다. - '책을 내면서'... + 더보기
호시우행 2020-01-02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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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 평전 새창으로 보기
그 가운데서도 특히 주목되는 인물은 한찬남이다. 한찬남은 과거 합격 이후 광해군 정권에서 출세 가도를 달려 도승지,대사헌 , 형조판서 같은 관직을 역임했고, 대북파의 핵심 인물로 권력의 정점에 섰다.권신 이이첨 (1560~1623) 의 심복이었던 그는 1613년 (광해군 5) 계축옥사ㅅ가 발생하자 영창대군을 죽이는 데 앞장섰다.한찬남은 이아 '폐모론'까지 주도하면서 조정에서 남인과 서인들을 몰아내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36-)


반정 성공 이후 공신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불거질 것을 예측했던 것일까? 당시 충청도 연산에 머물던 서인의 원로 김장생이 편지를 보내왔다. 수신인은 이귀, 김류, 장유, 최명길처럼 모두 반정공신들이었다.김장생은 이들 네 명 모두의 스승뻘로 거사가 성공할 경우 반정공신들이 조정으로 가장 먼저 모셔 오려 했던 인물이다. (-131-)


'안민'과 '토적'을 위한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나라 전체의 인민과 토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다.그를 위해 최명길 뿐 아니라 당시 관인들이 강조했던 것이 바로 호패법,군적법, 양전을 실시하는 것이었다.호패법과 군적은 모두 백성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정책이었다.임진왜란과 광해군 정권의 실정을 거치면서 본래의 거주지에서 도망한 자들, 또는 죽은 자들로 말미암아 생긴 군대의 부족 인원을 보충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폑단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201-)


우리나라 사람들은 군사 기밀의 중요성을 알지 못합니다.전에 강화도에 있을 때 대감이 야간에 습격하는 일을 가지고 논계까지 했으니 정말 가소롭습니다.오늘의 일은 전하께서 심복대신과 더불어 은밀히 의논하여 결정하시되 승지와 내관도 듣지 못하게 해야 가능한 것입니다. (-300-)


연소한 척화신들이 천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병화를 촉진시킨 잘못은 있지만 청론을 통해 원칙을 지키려 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최명길의 입장이었다. 따라서 그들을 오랫동안 유배지에 둘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역시 환도 이후 심하게 분열되었던 조정의 화합을 도모하려는 조처였다. (-390-)


2020년이 밝았다.경자년 새해에는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다.국회의원이 되려면 그들은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정치적인 협상조건도 분명 필요하다. 법을 만들기 때문에 법과 정치를 함께 알아야 하며, 여기에 덧붙여야 하는 거이 역사에 대한 이해와 통섭이다.남들보다 더 멀리 보되, 먼저 앞서 나아가지 않는 것, 그 과정에서 함께 아우르면서 나아가야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인 그릇을 갖춰 나갈 수 있다.물론 그 과정에서 정적을 정리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권력의 정점에서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이들을 가감하게 쳐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그건 지금이나 과거 병자호란이 일어났던 인조 임금때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역사속의 주요한 사건, 인조임금과 삼전도 굴욕 하면 떠오르는 인물, 최명길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는 것은 작금의 현실로 비추어 볼 때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이다.


이 책은 인조의 반정공신 최명길의 일대기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 시대에 병약하고, 허약했햇던 최명길은 정치에 입문하여 임금의 곁을 보필하는 것보다는 학자로서 은둔하면서 공무하는 것이 체질상 맞았다.하지만 최명길은 예기치 낞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인해 전면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척화파와 주화파 사이에 끼여서 자신이 해야 할, 나라의 명운이 걸려 있는 외교적인 역할을 간과할 수 없었던 거였다.이 책을 읽으면서, 최명길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지금의 현실로 비추어 볼 때 병자호란과 같은 큰 전쟁에 일아날 거라고 생각할 때, 미국이 아닌 일본의 손을 잡는다면, 어떤 사단이 벌어질 지 뻔한 시나리오가 보여지게 된다.즉 인조 임금 때 지금의 미국이 명나라였고, 지금의 일본이 청나라였다.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청나라를 오랑캐라 지칭하고 있다. 임금 밑에 있었던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대부분 청나라를 오랑캐라 생각하였고, 명나라의 힘을 믿고 있었다.하지만 시대는 명나라에게 불리한 상황이었고, 최명길은 청나라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그건 20명의 신하중 19명이 명나라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할 때 최명길 혼자만 청나라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허공에 외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명나라와 손을 잡고 명분을 얻을 것인가, 아니면 청나라와 손을 잡고 나라를 살릴 것인가 갈림길에서 최명길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청나라와 화친을 맺게 되었고, 삼전도 굴욕이 있었지만, 조선이라는 나라는 소멸되지 않았고, 인조 임금은 더 큰 치욕을 감수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만약'이라는 하나의 가정을 늘어 놓는다. 최명길이 바라보는 역사적인 안목이 틀리고, 명나라가 청나라를 이겼다는 가정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안 봐도 비디오이다.최명길의 역사적인 사실은 소멸될 수 있고, 그들 ,즉 척화파의 말은 정답이 되는 거이다. 주화파에 서서,양명학을 공부했던 최명길의 남다른 안목은 빛을 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최명길의 생각과 외교적인 성과가 맞았고 나라를 위기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그 나머지 사람들, 즉 주화파가 아닌 척화파의 신하들 척화신이 최명길의 업적을 지우려 했던 것이다. 최명길에 대한 역사적인 편견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야만 척화파 자신들의 과오는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사는 반복되며, 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대판 최명길은 또 나타난다는 것이다.그럴 때 최명길을 보호해 주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역사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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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도리 2020-01-01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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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 평전 새창으로 보기
이 책의 저자 한명기 교수는 직접 강연을 들은 적도 있고 차이나는 클라스를 통해서도 접한 바 있어 친근한 느낌이 있다. 임진왜란에서 병자호란으로 이어지는 국제정세와 전쟁에 대해 주로 연구하고 활동하는 분으로 알고있다.

사드사태에 이은 미중 무역갈증 속에서 우리나라의 처지나 향후 택하여야할 입장의 선택을 위한 역사적 교훈으로 병자호란이나 광해군의 중립외교가 많이 언급되면서 이분의 연구결과나 강연이 무척 인기가 높아지는 것 같다.



영화로도 소개되었지만, 병자호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최명길이다. 국난에서 나라를 구한 중요한 인물이지만 유성룡이나 이순신장군에 비해 잘 알려지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승전하고 침략군을 격퇴한 임진왜란의 경우보다 패전 속에서 나라를 관리한 최명길의 노력이 더 중요하고 연구가 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안타운 면이 많았는데,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인 한명기 교수의 평전이 출간되어 무척 기대를 하고 읽게 되었다.



한명기 교수가 상당히 유머스러운 분이고 강연도 재미있지만 최명길 평전은 무척 담담하게 쓰여져 있다. 국난 속에서 홀로 나라를 무너지지 않게 노력한 인물이라 그의 이야기 속에 들어갈 여지도 없지만, 무척이나 외롭고 쓸쓰하면서도 고달픈 한 평생을 한 인물이라는 느낌이 무척 강하다.



영화 남한산성 등으로 척사와 화의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해야했는가에 대한 논쟁이나 두 방식이 서로 방향은 다르지만 각기 나라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이야기 많이 오갔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척사파의 생각은 국제 역학관계나 당시 조선의 현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몽상적인 사고일 뿐이며, 정확하게 현실을 파악한 사람은 최명길 한 사람뿐이었다고 생각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더욱 굳건해 졌다.



이 책을 통해 접한 국제정세 및 나라의 현실에 무지하면서 대의명분에 대해 고집하는 척사파의 모습은 2020년 오늘을 살아가면서도 볼 수 있다. 게다가 그 대의명부이라는 것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대의가 아니라 사대주의와 개개인의 이기심의 발로라는 점까지 바뀌지 않은 것을 보면 놀랍기까지 하다. 이 척사파들이 오히려 유학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국가와 백성을 위한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는데, 오늘날 잘못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무지하여 그릇된 판단을 한다기 보다는 빈약한 자신의 지식만을 믿고 꾸준히 변화하는 세계에 대해 눈을 뜨지 못하고 시야가 좁은 전문가나 지식인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울나라는 역사로 부터 교훈을 아직까지 얻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또한 그 시대의 지식인들이 스스로 대안이나 방향을 제시한다기 보다는 최명길의 생각이나 국정운영 등에 비판만을 한 위치에 섰다는 점도 오늘날 전혀 바뀌지 않은 점이다. 그 시대의 최명길만큼 현재 국정 운영도 무척 힘들고 외로울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것은 황손무라는 명나라 사람이다. 결국은 명나라의 이익을 위해 조선이 자주적인 외교를 하고 좁은 시각에서 나온 명나라의 전술에 휘둘리지 말 것을 충고하였는데, 자기 나라만의 이익만이 아닌 국제정세 속 각 나라의 상황을 꿰뚫어 본 날카로운 생각이라고 느껴진다. 물론 최명길의 생각이 이와 동일하였다는 점도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국제정세는 병자호란 이후 조선보다 어렵다고 생각한다. 당시 명나라는 이미 국운을 다하고 청나라가 강성하여 대의명분이 아닌 실리만 생각하였다면 판단은 쉬웠을 것 같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을 둘러싼 정세는 판단하기 무척 어려워 보다 많은 정보와 연구, 냉철한 판단이 모두 필요할 것이며, 최명길이 먼저 걸었던 그의 생각과 외교는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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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2020-01-27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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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화파 최명길 이야기 새창으로 보기
6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라 읽기 힘들까 걱정했는데 최명길의 일대기를 그린 일종의 이야기책이라 하루만에 금방 다 읽을 수 있었다.

평전은 어쩔 수 없이 지루한 것 같다.

너무 세세하게 주인공의 일대기를 사료에 맞춰 기술하고 또 주인공의 관점에서만 당시 정세를 판단하기 때문인지 냉정한 비판이 결여되어 찬사 일색이 되고 마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유홍준씨의 완당평전이 재밌으면서도 김정희가 동아시아 최고의 예인이 되고 마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의 전작 <병자호란>과 겹치는 내용이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최명길의 일생을 평가할 때 병자호란이 가장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일텐데, 그래서 약간은 지루했다.

얼마 전에 읽은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에서는 최명길을 비롯한 조선 측의 주화 노력에 대한 평가보다는 조선을 굴복시키러 온 청 태종이 급하게 강화를 맺고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자신들의 사정 곧 천연두의 위협을 중요하게 언급해서 대조가 된다.

구범진 교수는 저자가 인용한 나만갑 등의 책이 당시 전쟁 상황을 정확히 기록했다기 보다 과장과 전해 들은 말이 많다고 평가절하했는데 아무래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낀 점은 명분론은 한국인의 마음에 내재되어 있는 기본 심성인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패권국에 둘러싸인 오늘날의 한반도 사정을 걱정하면서 최명길처럼 현실적인 외교적 판단을 촉구했으나 여전히 명분론이 우세한 듯해서 안타깝다.

역사책에서 대명의리론을 읽을 때마다 깜짝 놀라는 것은, 조선 사대부들은 마치 명나라를 우리와 같은 한 나라로 생각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는 점이다.

책에도 김상헌을 비롯한 척화신들의 당시 발언들이 많이 등장한다.

명나라는 부모의 나라이고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해 줬으니, 지금 오랑캐의 침략에 결사항전 하여 안 되면 모두 옥쇄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런데 과연 자신들의 옥쇄까지도 염두에 둔 주장이었을까?

삼학사들이 심양으로 끌려가 처형당하긴 했지만 그 외 몇이나 죽었나 모르겠다.

기개로 봐서는 인조가 출성한 이후 전부 자결을 하던지 아니면 명나라로 망명해서 청과 싸워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인물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김상헌마저 위선적으로 자결하는 제스처만 취한 후 의리를 지키지 못한 군주를 위해 죽을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빠져 나간다.

물론 김상헌을 비롯한 안동 김문이 노론의 중심축이 되는 과정은 단순히 비아냥 거릴 수준이 아니라 당대의 성리학 관념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조선 사회의 인정을 받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이 있었는지 다른 책을 통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최명길의 후손은 소론이 되어 그 손자가 숙종 때 영의정까지 역임했으나 결국 주화파라는 비난을 받고 김상헌처럼 받들어지지 못했다.

그 역시 주자학을 익히며 대명의리론을 온 몸으로 받드는 성리학자였음에도 현실 정치에서는 실제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화합하고 협상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항복하는 국서를 찢기만 하면 결국 나라는 망하게 되니 붙이는 굴욕적이면서도 힘든 일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약한 나라가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 정말 맞다.

아마도 당시 조선인들로서는 청이 금나라처럼 일시적으로 흥기하다가 곧 망하리라 생각했을 것이고, 그 후 중국 전역을 통일할 뿐더러 중앙 아시아와 티벳까지 점령해 최고의 판도를 만들고 세계 최고의 문화 강대국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너무 강력한 상대를 만난 게 불행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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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20-04-20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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