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6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함께 봉사하며 기도하길 < 인人터뷰 < 인터뷰 < 기사본문 - 주간기독교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함께 봉사하며 기도하길 < 인人터뷰 < 인터뷰 < 기사본문 - 주간기독교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함께 봉사하며 기도하길
기자명 김태훈 기자
승인 2022.12.29 

전수미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 대표 변호사






최근 들어 방송에서 전수미 변호사를 자주 볼 수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국가배상 청구 공익제보센터를 만드는 등 전수미 변호사의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NGO 활동가 출신인 전 변호사는 약 20년간 북한인권 활동가이자 북한이탈주민 인권변호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하원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개최한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참여해 대북전단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였고, 화해평화연구소를 설립하여 법제개선과 연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세대 통일연구원, 법무부 통일법무과 사무관, 대한변협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수미 변호사를 만났다.



시민단체 활동 중에 밤새워가며 변호사 공부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명으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게 되셨나요?

시민단체에서 일하면서 탈북 여성들의 도움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정작 관련 단체에서는 여성들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일하는 여성인 저 또한 단체에서 인권 유린을 당하면서 소외되는 여성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게 되었고요. 단체 관련 변호사님들도 본인 생계로 바쁘셔서 실시간 지원이 힘들어지자 단지 활동가 중 한명이었던 저는 ‘아 그냥 내가 법을 공부해서 이 분들을 도와드려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법 공부를 했고, 무리해서 응급실도 여러 번 실려가면서 어렵게 변호사가 되었죠.




북한이탈주민 지원 공로로 작년에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하셨고, 변호사님께서 제안한 “북향민”이라는 용어도 인상 깊습니다. 북향민 지원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처음 인권활동가로 시작할 때 저는 북한에 대해 관심이 없었어요. 제 친구가 성범죄 피해로 세상을 떠나고, 친구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권활동가로 일하면서 사창가로 팔려 온 북한 소녀들을 만났죠. 외국인 친구가 왜 가까운 북한 사람에게는 관심 없냐는 이야기를 들으며 남한 사람인 내가 그들을 도와야 겠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작년에 창립하신 화해평화연대(화해평화연구소)는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오랫동안 북한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고 섬기면서 북한 이슈만으로 남남갈등, 남북갈등, 다른 국제 관계가 모두 연계된다고 느꼈어요. 이 이슈를 좀 더 평범한 일상으로 가져와서 나누는 장을 만들고 싶었고요. 정치적 맥락을 배제하고 북한 청년들과 남한 청년들이 교류하는 공간과 기회를 만드는 시도였죠. 그래서 북향민들과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단법인으로 만들었답니다. 남북한 출신의 청년들이 주기적으로 만나서 교류하기도 합니다. 남한 청년들이 북향민 청년들에게 컴퓨터로 파워포인트를 만들거나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 등을 알려주고, 북향민 청년들은 북한에 대한 이해를 돕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숭실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 교류협력센터장으로 활동하시는데, 주로 어떤 연구와 사업을 담당하고 계시는지요?

저는 국제인권법과 남북관계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어요. 특히 남북한의 정치와 외교 안보에 대해 연구하고 관련 논문과 책을 써왔지요. 연구 분야는 북한이탈주민이나 통일연구에서 시작하여 북향여성, 평화연구로 나아가고 있어요. 근래 저작으로 『린치핀 코리아』(공저), 『통일로 가는 보훈』(공저), “북향여성이 겪는 국가폭력에 대한 고찰”, “북향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법적 고찰”, “북한 인권법에 대한 소고” 등이 있습니다. 연구원 교류협력센터의장으로서 영국 대사, 통일부장관, 우크라이나 대사, 전 러시아 대사 등 한반도 문제 관련 전문가들을 모시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주제로 숭실평화통일포럼과 국제학술대회를 기획, 개최 중이예요.




10·29 참사 유가족분들을 위한 지원 활동도 하시는데요, 굿로이어스(Good Lawyers) 공익제보센터 활동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제가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 인권단체 내에서 자행되는 또 다른 인권 유린의 행태를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하고 외부에 알려서 재발을 방지하고자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공익제보란, 한 조직의 구성원이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림으로써,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동안 주로 인권단체에서 근무하면서 임금 착취, 성범죄 피해, 폭행, 횡령 등 사건에 대해 공익제보센터에서 제보를 받고 대리인으로서 단체의 감사를 요청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주로 조직 내에서의 피해는 조직에서 입막음을 하기에 인권유린 실태가 상당한데요. 그럼에도 용기를 낸 피해 당사자를 적극 보호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단체의 부당한 지점을 개선하도록 감사 요청이나 소송을 진행하여 사회 정의 실현과 피해자 권리를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강의를 들었던 제자의 요청으로 이번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어요. 북향민 가족과 외국인 친구들까지 제 주위에 피해자가 많아서 너무나도 가슴 아팠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 활동을 할 때 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계시는지요?

처음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요청으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애도의 기간과 방법, 강도를 정해버리고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국가에 대한 비판을 ‘죽음의 정치화’, ‘재난의 정치화’라는 이름으로 침묵을 강요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국민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선제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죠. 막상 소송을 시작하자 응원의 메시지와 연락과 함께 욕설과 비난의 연락도 같이 받고 있는데요. 같이 함께 지원하시는 변호사님들에게 폐가 될까 죄송하고 걱정이 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대로 제가 해야 되는 일을 하려 합니다.



변호사님께서 하시는 여러 활동 가운데,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이 관심 갖고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먼저 한국 교회에서 북향민 사역에 대한 시각을 유연하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북향민들을 위에서 아래로 은혜를 베풀어야 하는 존재, 시혜받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동등한 인간, 한민족 당사자로서 그들을 진심으로 환대하고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또한 10월 29일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시고, 그날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야 했던 꽃다운 청년들을 안타깝게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유가족의 눈물을 함께 닦아 주고 온 마음을 담아 응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기독교인으로 활동하시면서 느끼시는 점이 궁금합니다. 한국사회에서 기독교인의 위상이나 기대하는 점 또는 기독교인이 더 잘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사회에서 기독교는 순수한 종교로서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기 보다는, 정치와 이념으로 기독교 내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고 여러 개로 쪼개어져 화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하나님이 바라보신다면 얼마나 슬퍼하실까요.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인의 전도는 기독교인 스스로가 일반 사람들에게 ‘아 정말 기독교인이란 멋지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감화 속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가 한국사회에서 가장 모범을 보이고, 가장 낮은 곳에서 온 마음과 진심을 다해 한국 사회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봉사한다면, 어느 순간 우리 주위 분들이 우리와 함께 봉사하고 기도하며 하나님을 섬기는 형제와 자매로서 함께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또한 제가 북한 인권 활동과 사역을 20년간 하면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기독교 신앙 덕분이예요. 신앙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런 활동들을 한다고 제게 어떤 보상이 있지 않기 때문이죠. 하나님이 맡겨주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동안 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활동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특정 영역의 이익이 아닌 한반도, 북한, 탈북민의 보편적인 인권을 지키는 일에 힘쓰려고 합니다. 적어도 저에게 신앙과 기도는 앞으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 같아요.



김태훈 기자 cnews19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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