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1

Park Yuha - 김별아 가미가제 독고다이 2010

Park Yuha - 김별아 가미가제 독고다이

입담, 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 거 아닐까 싶었다. 요즘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맹활약을 하고 계시는 작가 김별아선생 책 얘기.
타고난 스토리텔러일 뿐 아니라 표현들도 독특하고 구성져서 30년 전에 접었던 작가의 꿈을 다시 한번 접었을 정도. 여기저기 박혀 있는 일본에 관한 지식에도 감탄했고.
일본이 주도하는 전쟁에 조선인으로서 나가, 그야말로 목숨을 벚꽃처럼 가볍디가볍게 던지게 되는 청년의 가족사가, 굳이 비장하게 쓰지 않으려 했던 작가의 의도대로 유머러스한 필치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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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인공의 경우 ‘우연히’ 특공대로 나가게 된 것이니 특별한 사명감이 있었을 리 없고 작가는 그 상황을 “황당한 필연”으로 묘사하는데,
동시대를 경험힌 작가 이병주도 자신들이 학도병으로 나가게 된 건 그저 ‘운명’이라고 했었다. 왜 나가느냐는 질문에 “달리 할 일이 없어서“ 라고 대답한 친구의 말도 덧붙여서.

그러니 징병이라는 사태는 후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천황을 위해서이거나(뼛속까지 친일파), 반대로 그저 강제로 끌려갔다기보다는, 그 중간 어디쯤의 사태였다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말하자면 친일파라며 침을 뱉는 것도(실제로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은 그들을 그렇게 대접했다), 출세욕망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옹호인지 폄훼인지 알기 어려운 대접을 하는 것도, 생각만큼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

좀 더 깊숙한 그들의 내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역사를 관념으로만 이해하는 사람에게도,
반대로 정동으로만 이해하는 사람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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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전 책이라, 위안부 관련 언급이 당시 상식대로 쓰여져 있던 건 어쩔 수 없었을 듯 한데,
  • 일본어 표기에서 몇 군데 오류가 있었다.
  • 재판 내게 되면 나중에 알려 드릴게요, 김별아작가님.
대단한 책을 쓰셨습니다. 올미 할머니, 멋진 캐릭터였어요.
다시, 생일 축하합니다~



가미가제 독고다이  |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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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es Point : 483 
 8.9 100자평(7)리뷰(56)
364쪽

책소개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두루 인정받은 작가 김별아의 장편소설.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자를 좋아하는 내력'을 가진 한 모던뽀이의 심상찮은 사랑 이야기로, 시대의 큰 흐름 속에서 표류하는 한 인간의 삶을 유머와 위트가 버무려진 문장으로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작가가 <백범> <논개> <열애>에서 실존인물을 소재로 삼고 '역사'에 집중했던 것과 차별화하여 역사 속에 분명 존재했던 '조선인 가미가제'를 소재로 상상력을 극대화해 '시대'를 쓰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다. 1940년대를 전후한 혼란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암울한 현실을 그리기보다는 그 안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백정의 자식임을 숨기고 신분을 세탁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버지, 남편의 내력을 뻔히 알면서도 금전적 자유를 위해 결혼을 선택한 '신여성' 어머니, 희멀건 얼굴에 훤칠한 키로 누구보다 센티해 보이는 형, 그리고 열일곱에 이미 유년을 마감한 채 "모든 것이 다 귀찮고 허무하고 재미없는" 청춘이 되어 허랑방탕한 생활을 일삼는 주인공….

이들이 꾸리는 울트라 모던한 가정의 위선과 촌스러운 희극 무대와도 같은 모순이 냉소와 아이러니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콩가루 집안'으로 표현되는 한 집안과 인생의 가장 격정적인 스무 살을 지나온 청춘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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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올미꽃
진짜 아버지
홈, 스위트 홈
비밀
만남
그 여자
첫 키스
사육제
너의 마차를 별에 걸어라

작가의 말

책속에서
‘돈! 돈을 벌어 출세해야 한다!’
아버지는 고작 열일곱 살의 소년이었지만 무섭도록 빠르게 세상에 적응해 갔다. 청계천 거지굴에 기거하며 동냥밥을 얻어먹고 다니던 아버지는 때마침 건설 중인 한강 인도교 공사 현장에 잡일꾼으로 일자리를 얻었다. 그야말로 거지가 꿀 얻어먹듯 천우신조의 기회를 잡은 것이었으나 그 모두는 아버지는 자기부정에서부터 비롯된 일이었다. 아버지는 거지꼴을 하고도 자신이 거지라고 생각지 않았고, 막일꾼으로 등짐을 지고 줄다리를 숱하게 오르내릴 때에도 자신이 막일꾼으로 머물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1917년 가을에 마침내 다리가 완성되었을 때에는 자신이 인도교 준공의 총지휘자라도 되는 양 자부심을 느꼈다. 훗날 자가용을 뽑아 시승할 때에도 아버지는 기사에게 제일 먼저 한강 인도교를 건널 것을 주문했다.
“보라구! 이게 바로 내가 만든 다리야!”
―'진짜 아버지' 중에서  접기
“이 머저리야, 빨리 웃어!”
나는 뭔가를 잘못 들은 듯싶어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어머니는 여전히 입가에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로 오른팔을 뻗어 반바지 아래 타이즈를 신은 내 허벅지 안쪽을 모질게 꼬집었다. 아아, 얼마나 따갑고 아팠던지 순간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자, 다시 한 번 찍습니다. 어머님은 아이들과 몸을 좀 더 붙이시고, 꼬마 신사분들은 솜사탕을 한 입 크게 베어 물 때처럼 입을 벌려 웃으세요. 다 같이 여기 보시고요. 찍습니다!”
미처 눈물이 고일 틈도 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나는 어쨌거나 입을 벌씬 벌리고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사진에 찍혔다. 웃음이나 울음이나 어차피 받침 하나 차이였다. 잡지에 실린 가족사진에서는 내 아픔이나 놀라움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나는 순진무구 천진난만한 도련님의 모습으로 좀 멍하고 맹해 보일 뿐이었다.
―'홈, 스위트 홈' 중에서  접기
“가와모토 유지를 면회 왔습니다.”
“수감인과는 어떤 관계인가?”
“동생입니다.”
“가족 면회는 이 인까지 가능하다. 신청자는 일 인뿐인가?”
그렇다고 대답을 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내 옆구리를 꾸욱 찔러왔다. 화들짝 놀라 쳐다보니 난생처음 보는, 그러나 어쩐지 낯설지만은 않은 여자가 내 옆에 서 있었다.
“아니오. 이 인입니다.”
“수감인과는 어떤 관계인가?”
“……약혼녀입니다.”
사무적으로 서류를 작성하던 구치소 직원이 돌연히 끼어든 그녀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말단 직원이라지만 장소가 장소인지라 무언가를 정탐하는 듯한 눈빛이 매서웠다. 그때 옆구리를 찌른 뾰족한 물체(나는 왜 그걸 언뜻 ‘칼’이라고 생각했을까?)에 힘이 가해졌다. 어제 마신 술이 다 소화되지 않아 꿀렁거리는 배가 다시금 요동을 쳤다. 나는 얼결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왈카닥 게우듯 말했다.
“네, 맞습니다.”
― '만남' 중에서  접기
형이, 최형철이, 하경식이, 카와모토 유지가 전향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적’들은 의외의 지점에서 형을 무너뜨릴 비책을 찾았다. 아버지의 속물성과 천박함을 경멸하며 어머니 대신 손찌검을 받길 자청하던, 정작 어머니는 고까워하는 외가의 독립운동 내력에 그토록 큰 자부심을 갖고 있던, 어머니의 성씨와 항렬을 따라 가명을 만들 정도로 애착과 동질감을 느끼던 형에게 내가 바우 할아버지에게서 얼떨결에 들었던 ‘출생의 비밀’을 까발린 것이었다. (중략)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양반출신으로서는 자신만만하게 ‘해방’을 외치다가 백정 출신임이 밝혀지자 이마빡에 번갯불이라도 맞은 듯 안면을 바꾼 이유가 뭔가? 백정이라기엔 너무 똑똑해서 곤란한가? 백정이라기엔 너무 잘생겨서 곤란한가? 내 돌대가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짱구가 지끈지끈 아플 지경인데, 질펀한 술자리는 본체만체하고 화장실에 가기 위해 거실을 가로지르는 어머니를 향한 형의 눈길에서 뜻밖의 빛을 발견했다. 어머니를 바라보는 형의 눈빛이 아버지의 그것과 꼭 같았다. 혹시 형은 자신의 핏줄에 흐르는 것이 천한 백정의 피라서…… 창피하고 부끄러웠단 말인가? 열등감과 보상 심리를 느꼈단 말인가? 에이, 설마…….
― '형' 중에서  접기
현옥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 순간, 갑자기 삶과 죽음에 대한 분별심이 솟구쳤다. 죽기 싫어졌다. 맹렬하게 살고 싶어졌다. 나 자신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삶의 의지가 퐁퐁 샘솟았다. 물론 현옥을 위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은 변함없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입술을 꼭 깨물며 한 다짐은 아니지만(난 생겨먹기를 그렇게 진지하고 엄숙한 종자가 아니다)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느니 내가 대신하는 편이 분명히 나았다. 하지만…….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물거품을 뿜으며 달려드는 파도 앞에서 나는 거듭거듭 스스로를 향해 질문했다. 어느새 나도 형을 닮아 속말이자 참말을 함부로 발설하는 걸 주저하게 된 건지, 진짜로 부르짖고픈 말을 통역하자면 아마도 이쯤일까?
“빌어먹을, 난 죽고 싶지 않아! 내가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고 싶다고!”
― '첫 키스' 중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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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2010년 7월 24일자
조선일보 
 - 조선일보 Books 북Zine 2010년 7월 24일자
중앙일보 
 - 중앙일보(조인스닷컴) 2010년 8월 7일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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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전쟁이 말기로 치달으며 식민지의 비극도 끝을 향해가던 1940년 전후, 백정의 피를 씻어보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재산 축적을 최대가치로 둔 아버지는 족보를 구입하고 진짜 양반가 여자를 배필로 맞아 겉보기에는 완벽한 모던 가정을 꾸린다. 독립운동가의 자손이라는 이력을 가진 어머니는 쇼핑과 자녀교육에 몰두하며 겉보기에는 충분히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무엇에도 흥미를 둘 수 없어 그저 인생을 소비하는 나 하윤식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는 달리 결벽하고 귀족적이고 우아한 형을 숭배했는데, 어쩐 일인지 형을 대하는 어머니의 태도는 냉정하다 못해 증오의 눈빛마저 느껴져 의아해 한다. 어느 날 바우라는 노인이 집으로 찾아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고 이로 인해 아버지와 어머니는 심하게 다투고 그들의 사이는 냉랭해진다.
한편 철저하게 일본인들의 ‘개’로 부려지는 아버지는 나날이 번창하는 사업으로 기뻐 죽을 지경이다. 그와 대조적으로 어떤 일에도 심드렁해 하는 나는 허랑방탕한 생활로 시간을 죽이는 데 급급하다. 그러던 중 동경에 유학을 갔다던 형이 어느 날 ‘주의자’가 되어 잡혀오고, 나는 수감소로 면회를 갔다가 형을 숨겨줬다는 수수한 여자 현옥을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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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별아 (지은이)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실천문학》에「닫힌 문 밖의 바람소리」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2005년 장편소설『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데뷔 초기 사회 변화와 함께 불어닥친 혼란을 개인적 감성으로 써 내려간『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개인적 체험』을 발표했고, 소재의 다각화에 몰두한『축구전쟁』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 후 장편소설『영영이별 영이별』『논개』『열애』『가미가제 독고다이』『백범, 거대한 슬픔』등을 발표하고 ‘조선 여성 3부작’으로『채홍(彩虹: 무지개)』『불의 꽃』『어우동, 사랑으로 죽다』를 펴내는 등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으며, 원작을 복원한 ‘무삭제 개정판’『미실』, 한국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를 다룬『탄실』, 조선 뒷골목의 살인 사건에 세밀한 상상을 더한『구월의 살인』을 발표했다.
이외에 소설집『꿈의 부족』, 산문집『톨스토이처럼 죽고 싶다』『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가족 판타지』개정판)『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삶은 홀수다』『이 또한 지나가리라』『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스무 살 아들에게』『도시를 걷는 시간』『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등을 출간했다.
2016년 의암주논개상, 2018년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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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 2018년 허균문학작가상, 2005년 세계문학상
최근작 : <월성을 걷는 시간>,<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큰글자책] 그래도 행복해지기 > … 총 90종 (모두보기)


김별아(지은이)의 말
비극이다. 우리 근현대사를 쓴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비극에 맞대면하여 슬픔을 감내하는 일이다. 하지만 비장하고 엄숙한 방식만으론 그 비극 속에서도 징그럽도록 끈질기게 존재했던 인생을 온전히 그려낼 수 없다. 기실 소수의 큰사람을 제외한 평범한 인간들의 삶이란 너덜너덜한 일상을 가까스로 짜깁기한 남루한 누더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중략) 그리하여 결국 나는 그 비극 속에서 가장 희극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희극적일 수밖에 없어서 더욱 비극적이고, 인간적인.

출판사 제공 책소개

삼천만이 볼모가 되어버린 비극 속에서
희극적일 수밖에 없어서
더욱 비극적이고 인간적인 모던 청년 이야기

한일 강제병합 100년, 나라를 빼앗긴 후 권력을 좇을 것이냐 권력에 저항할 것이냐를 놓고 지식인이 고민하던 시절에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실상 어떠했을까? 식민지 백성이 추구해야 할 목표란 나라를 되찾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에 집중해, 다분히 좋거나 재미있는 것을 욕망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애써 외면해 오고 있었던 게 아닐까.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두루 인정받은 작가 김별아가 문학 인생 17년의 전기를 삼겠다는 포부로 세상에 내놓는 <가미가제 독고다이>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자를 좋아하는 내력’을 가진 한 ‘모던뽀이’의 심상찮은 사랑 이야기로, 시대의 큰 흐름 속에서 표류하는 한 인간의 삶을 유머와 위트가 버무려진 문장으로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올해 2월부터 인터넷 교보문고에 연재를 시작해 3개월 동안 독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이 소설은, 작가가 <백범> <논개> <열애>에서 실존인물을 소재로 삼고 ‘역사’에 집중했던 것과 차별화하여 역사 속에 분명 존재했던 ‘조선인 가미가제’를 소재로 상상력을 극대화해 ‘시대’를 쓰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다. “경박하고 천한 시대에, 돈과 협잡이 판치는 시대에, 망각과 배반이 횡행하는 시대에” 누가 역사를 읽는다고 과거를 이야기하는가 하는 자문에, 작가는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패배와 절망의 기록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며 지나온 날들을 되새길 것을 제안한다.
이 작품은 1940년대를 전후한 혼란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암울한 현실을 그리기보다는 그 안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백정의 자식임을 숨기고 신분을 세탁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버지, 남편의 내력을 뻔히 알면서도 금전적 자유를 위해 결혼을 선택한 ‘신여성’ 어머니, 희멀건 얼굴에 훤칠한 키로 누구보다 센티해 보이는 형, 그리고 열일곱에 이미 유년을 마감한 채 “모든 것이 다 귀찮고 허무하고 재미없는” 청춘이 되어 허랑방탕한 생활을 일삼는 주인공…… 이들이 꾸리는 ‘울트라 모던’한 가정의 위선과 ‘촌스러운 희극’ 무대와도 같은 모순이 냉소와 아이러니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작가는 ‘콩가루 집안’으로 표현되는 한 집안과 인생의 가장 격정적인 스무 살을 지나온 청춘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민족이나 이데올로기가 목숨이었다면 누군가에게는 돈이 목숨이었고 누군가에는 사랑이 목숨이기도 했다는 사실, 단순히 이분법의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개별적인 삶, 때론 모멸감을 느끼게 하고 위선과 무개념으로 인해 비난을 초래하는 삶일지라도 그것 역시 우리 삶의 한 모습임을 일깨운다. 추구하는 방향이 제각각이었기에 대의명분에 충실하던 ‘주의자’가 출생의 비밀이라는 아킬레스건이 꺾여 사상을 등지고, 마냥 방황할 것만 같던 주인공이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법한 고무신 한 짝에 인생을 송두리째 걸어도 개연성이 확보된다. 각자가 추구하는 목적이 요동치는 가운데, 살아남기 위해 아이러니하게도 삶을 등져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바닥으로 곤두박칠 치는 주인공처럼 무모한 현실 속에 인생을 고스란히 꼬라박으며 희생을 감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희극적일 수밖에 없어서 더욱 비극적이고, 인간적”이다.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킬 뿐 아니라 생생한 사람들의 이야기, 나아가 아련한 청춘의 기억을 되살리는 이 작품은 ‘헛헛한 삶에서 우리를 살리는 고귀한 가치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또다른 대답이 될 것이다.


등장인물

하윤식(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위선으로 콩가루가 된 집안에 무관심한 듯 냉소와 방탕한 생활로 일관하는 스무 살 청년. 형을 향한 동경 이면에 질투심도 가지고 있으나, 사랑 앞에서 순식간에 약해지고 만다.

하경식(형)
외모나 성적 모든 면에서 뛰어나 ‘나’의 우상이 된 인물로, 나라를 팔아먹는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며 ‘주의자’의 길에 들어서는 바람에 아버지의 애간장을 끓게 한다.

하계운(아버지)
백정의 자식이라는 신분을 속이며 과감히 신분세탁에 몰두하지만, 옛사랑에게는 어수룩한 그 모습을 고스란히 내보이고 마는 소심한 인간. 오직 돈만이 인간을 구원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재산을 축적하기 위해서라면 모욕이나 친일 행각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선(어머니)
독립운동가의 딸로 태어나 신여성으로 자리매김했으나 스키와 커피에 열광하는 30년대 ‘된장녀.’ 가난과 열등감을 벗어나려 사랑 없는 결혼을 선택하고 인생을 즐기는 일에 몰두한다.

현옥
경식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을 쌍방의 것으로 착각하는 사회주의자 여공. 낡아빠진 고무신 뒤축 하나로 한 인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매력의 소유자.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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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않고 후루루룩 읽어낼 수 있는, 그렇게 만드는 재주 넘치는 소설이다.  구매
sarah 2010-08-31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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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속에 살아가는 희극적 인물을 그린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  구매
자민 2011-04-02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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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의 단상

 가미가제 독고다이 말그대로 가미가제 특공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글을 이끌어 가는건 일제 시대를 살아간 3대의 이야기     백정이었던 할아버지 가난을 증오해서 돈을 벌기 위해 일제하의 동포를 착취하는 행동조차 꺼리낌없이한 아버지   그리고 부자 아버지밑에서 망나니로 자란 나 혁명에 몸담았으나 결국 친일파가 된 형 이들의 이야기   나는 부자 아버지를 두어 망나니로 살아는데 어느날 사랑에... + 더보기
재는재로 2011-08-06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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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사랑했기에...


어떡하나 이 작품 참, 붉고, 뜨겁고, 비리다.

킬킬거리며 재미나게 읽어서는 안 될 이야기지만 두어 번은 빵시레 터진 웃음으로도 모자라 배를 잡고 뒹굴었다. 웃겨서도 웃고, 웃기지도 않아서 웃고, 웃을 수 밖에 없어서 웃었다. 그러다 보니 작품이고 작가고 주인공이고는 온데 간데 없고 가슴이 도둑맞은 것처럼 헛헛해 졌었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떠나 보내는 심정과 비슷했다고나 할까. 애저녁에 흘러간 시간, 가버린 사람들 일텐데 미안함과 서글픔이 이렇게 뒤늦어도 되는 건지. 나도 그런대로 역사나 민족, 전쟁에 관한 이야기엔 그다지 호락호락한 독자는 아니건만 평소에 나름 쉬크한 시선은 어디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 한구석이 시크무레 짜르르 자려왔다. 김별아라는 작가를 알지 못했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영국시인 새뮤엘 존슨은 '작가의 가장 매력적인 힘 두 가지는 새로운 것을 친숙하게 만드는 것(new things familiar)이고, 친숙한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familiar things new)'이라 했던가. 내게는 무척이나 새롭고도 친근하게 느껴진 작품이니 위대한 작가의 말을 빌어 그녀에게 예를 표하고 싶다.

사투리나 비어, 속어, 은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문장이 참 찰지고 구수하다. 마치 무성영화 시절의 변사나 시골마을에 등장하던 약장수의 구렁이 담넘어가듯 하는 기막힌 말빨은 요소요소에 해학이나 풍자, 희극적 장치를 전문적으로 배치하는 그녀의 세련된 글빨로 포장되면서 무엇보다 읽는 재미, 즉 소설의 흡입력에 가속도를 더해준다 할 수 있겠다.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꼭 그 시대의 사람(작가)이 동시대의 사람들(독자)에게 마치 일이 발생한 그 당시에(실시간 중계처럼) 이야기 해주는 것 같은 현장감은 작가의 섬뜩 하리만치 놀라운 이야기꾼의 면모를 다시금 확인 시켜주었다. 새로웠지만 친근을 선사한 주요원인으로 생각한다.

또 하나,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라는 특수(?)가 문화, 예술 전반에 불어 닥쳐 역사, 전쟁이나 민족관련 컨텐츠를 넘치게 만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 나는 이 작품도 1940년대 태평양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터라 그 연장선상에 있는 비교적 친근한 서사를 예견했었지만 그 나물에 그 반찬 쯤으로 생각했었던 독자적 쿠리터분함에 작가는 시원하게 찬물을 끼얹어 주었다. 그 역시도 이미 익숙한 컨텐츠를 신선하게 엮어내는 작가만의 능력이었던 것이다.

『가미가제 독고다이』...가만히 제목을 두어번 읖조려 본다. 노랗게 뜬 보름달위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 보며 하얀 마후라를 둘러맨 청춘 위에 별처럼 떠있는 운명의 이름. 이 작품은, 아직은 일제 식민지였던 1940년대 태평양전쟁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하필 청춘이었던 한 젊은이가 어쩌다보니 일본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자살특공대원이 되기까지의 우연과 필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두어줄 되는 작품의 소재만 보아도 우리네 과거사가 늘 그래왔듯 참으로 기가 막히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한편의 비극영화 일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작가는 남의 나라, 남의 전쟁에 목숨을 바쳐야 했던 이 기구한 비극적 서사를 가장 남루하고 희극적인 인물을 내세워 누구보다도 인간적인 무엇보다도 희망적인 이야기로 만들어 간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면서 자주 웃는다. 우습고 웃기고 웃다가 울다가 그렇지만 웃을 수 밖에 없고 그러기에 더 눈물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결국 배경과 소재는 비극적 상황이었으나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피보다 진하고 뜨거웠다. 

이 작품은 어쩌면 '피'에 관한 이야기 일 것이다. '피'로 이어져왔고, '피'에 맞선 '피'같은 이야기...역사적으로는 식민지라는 피할 수 없었던 시대의 '피'를, 신분으로서는 천민이라는 혈통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주어진 '피'를 가지고 태어나기도 했고 살아가면서 생사를 가르는 전쟁이나 운명적 사랑과 같은 '피'를 마주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피'를 끝까지 부정하며 도피했고, 누군가는 물보다 진한 '피'를 인정하며 받아 들였고, 또 누군가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을 위해 자신의 '피'를 내놓는다.

운명으로 정해진 피와 운명처럼 마주한 피와 운명을 헤쳐가야 할 피는 모두 붉었고, 뜨거웠고 비렸다. 하지만 그렇게 슬플 것만 같았던 그들의 '피'도 우리 가슴에 '별'이 될 수 있다니. 붉은 피가 하얀 별이 되는 '가미가제 독고다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 별이 되어 돋을새김한 이야기니 사설이 길었다. 피같은 별을 이제 어떻게 간직할까나.

이 작품은 사실, 주인공 하윤식이라는 젊은이가 일본의 전쟁에 징집되어 군대에 입대한 후 어떻게 자살특공대의 역할을 맡게 되는지 보다는 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의 아버지, 어머니와 형, 그리고 그가 사랑한 여인과 관련해 먹이사슬 같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핵심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에 얽힌 가족史나 자신이 그 속에서 자라온 성장史에 포커스를 두지는 않는다. 물론 이야기 하는 화자는 가미가제독고다이가 되버린 '나' (하윤식)이지만 객관적인 시점에서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굉장히 깊고 예리하다. 즉, 인물 한명 한명에 대한 밀도 높은 묘사, 극적인 구성, 인물 분석에 대한 집중력과 통찰력 때문에 가족 구성원 이라는 연대감보다는 개별적 인물로서의 존재감이 더 부각되어 보였다. 이러한 배경은 하윤식이 천하의 날나리 난봉꾼 꼴통임을 아무리 자처해도 결국엔 모두를 위해 언젠가는 한방을 터뜨려 줄 것을 기대하게 되는 무의식적 기대감을 높이게 되고 마지막에 가서 그가 희생되더라도(희생된 사실을 확인하더라도)각오하겠다는 독자의 의지를 심어주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당연히 비극을 예상하고 울어줄 준비가 되어있는 독자들을 향해 또 한번의 반전을 시도하며 슬픔마저 계산적으로 준비하려했던 소심한 독자들을 향해 그래도 희망은 있는 것이라 돌이 아닌 '별'을 띄운다. 결국 우리는 울 준비를 하고 있던 차에 웃어야 할 상황이지만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배반아닌 배신감을 맞보며 희망을 가지지 않으려 했던 우리 자신에 패배감을 느끼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왜 ! 끝까지 살고자 하지 않았던가. 왜 희망을 찾지 않았던가. 웃기지도 않은 것들에는 그렇게 쉽게 웃어주었으면서 진짜로 웃어야 할 때 웃지 못하는 우리는 비겁하지 않았던가.

주인공이 살아 남아서 기쁘지 않은 최초의 작품이었다.

다시 피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쇠날이라는 이름의 할아버지가 백정이라는 천한 피를 결국 받아 들이게 되는 모티브가 된 것은 올미라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할머니와의 피섞인 입맞춤이었다. 이들은 소의 피를 보고 그 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있어 피는 부정할수록 삶이 두려워질 수밖에 없는 멍에인 것이다. 하지만 올미는 겁간을 당해 피를 쏟으면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다시 시작려는 의지를 다짐한다. 올미의 의연함은 피(상처)에 대한 자포자기의 심정이 아니라 아무리 천한 피로 태어났어도 무력과 권력으로 더러워진 피에만큼은 굴복하지 않겠다는 자의식의 표현일 것이다. 이러한 올미의 피를 나눈 쇠날이가 비로소 자신의 백정신분을 받아 들이게 되는 하나의 의식과도 같은 장면은 그들이 피를 섞어 낳은 아들이 훕시이고, 다시 훕시의 아들이 하윤식이 되는 것이니 만큼 면면히 흘러 내려온 호락호락하지 않은 민족으로서의 당당한 핏줄을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라 할 것이다. 하윤식은 이러한 쇠날이 할아버지를 이해하는 유일한 핏줄로서 훗날 현옥과의 입맞춤(쇠날이와 올미의 그것처럼) 이후 비로소 삶에 대한 공포가 아닌 붉고 뜨겁고 압도적인 생에 대한 희망으로서 그 유전자를 꽃피운다.

훕시는 어떠한가. 그는 만세운동 때 눈앞에서 뿜어 나오는 동족의 피에는 무감했지만 자신이 백정의 핏줄인 것은 평생토록 부정해가며 혈통과 신분을 세탁하는데 피터지는 노력을 쏟는다. 돈은 없지만 양갓집 출신 신여성의 피를 수혈 받아 백정의 피를 희석시키려던 노력은 그 시대와 잘 어울리는 이해 할만한 발상이었다. 하윤식의 어머니인 최씨는 '피는 못 속인다'는 진리 앞에서 자신의 피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던 가장 위선적인 인물이었다. 단지 시기와 열등감을 느끼던 베스트 프렌드와 사귀던 남자 하계운(훕시)의 계산적 구애를 받아 들이며 겉으로는 열정의 피를 쟁취한 것 처럼 보이는 주인공으로 자존심을 회복하려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는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신의 피(동맥)를 끊음으로써 수혈(결혼)에 대한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된다.

훕시와 최씨의 두 아들, 하경식과 하윤식을 보자. 훕시의 전처 아들인 경식은 자신의 혈통을 알기 전까진 고매하고 우아한 인격의 '주의자'로 허허로운 집안을 탈출하고자 했으나 자신의 피에 대한 비밀을 알고 부터는 오히려 자신을 기만하고 배반 하는 것으로 피를 자학한다. 혁명가로서 경식을 존경하며 위장부부로 행세해온 현옥에게 경식은, 아버지의 의처증과 폭력으로 얼룩진 가정에서 미치지 않기 위해 웃는 대신 새롭게 꾼 꿈이었다. 그녀는 경식의 아이를 임신하는 것으로 다음 세대의 희망의 피를 이어간다. 동생 윤식이 어린 시절부터 늘 자신의 별이었던 형의 여자 현옥을 사랑하게 된 것은 얄궂은 운명의 장난 이었을까. 우연적 필연이었을까. 열일곱살 때부터 인생의 폐허 속에서 자신을 부지기수로 망가뜨려온 윤식이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잠복해온 희망의 핏줄은 간절히도 갈망하던 핏빛과 다르지 않았다. 현옥과 형을 위해 죽으려 했지만 막상 죽음을 눈앞에 두고 미치도록 살고 싶어지는 그의 뜨거운 핏기(血氣)에 가슴이 홧홧해진다.

일본 군대에서 우연히 조우한 자칭 조선민족 대표선수 시메스케(장성우)의 특공대 출격날 화장실에서 그를 위해 불러준 아리랑이 나지막히 들려온다. 시메스케는 엷게 웃고 있지만 왜 그런지 눈물이 난다는 쇠날이의 아들 훕시의 아들 윤식이는 어느 나라 어느 민족, 누구집의 아들이었는가. 고려시대 거란을 막으려던 충신 하공진의 후손인지 임진왜란 때 우연히 백정의 집안에 흘러들어 양자가 된 혈족의 후손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그의 피도 우리처럼 누구보다도 붉었고 뜨거웠을 것이라는 것.

우연의 운명을 믿느냐 했다. 우연히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들의 어처구니 없고 생뚱맞고 기막힌 필연을 아느냐 했다. 우연적 필연이든 필연적 우연이든 피로 이어진 인연은 의미없는 피로 끝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비장함이 생겨난다. 아비 없이 홀로 이 세상에 떨어진 사람도, 태어나 마주해야 할 운명이 없는 사람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품이 내게로 다가온 우연은 어떠한 필연으로 꽃피려나.

마음이 망망하다. 문득 윤식이 현옥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사한 연꽃 무늬에 쌓여있던 고무신이 향내롭다. 그녀처럼 우리도 포기 없는 삶을 지르밟고 한걸음 한걸음 비록 지옥같은 세상 일지라도 발걸음은 떼어봐야 하는 것일까.  

죽기직전까진, 삶과 죽음의 복불복이 끝나는 그 순간까진 멈추지 말고 걸어는 보아야 하지 않겠나.


※ 작가의 능수능란한 의태어, 의성어 구사 솜씨가 참 신기하고도 매력적이어서 적잖이 흉내 내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몇 번이나 사전에 검색해 봤다. 그동안 내 국어 실력이 형편없었음을 새삼 알게 되었고 덕분에 새로운 단어를 알게 된 점 꾸벅 인사는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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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 2010-08-07 공감(3) 댓글(0)

     
가미가제 독고다이

<미실>의 작가 김별아! 그저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눈길을 끈다. 최근 그녀의 신간 <채홍>의 소식을 듣고 나니,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가미가제 독고다이>를 펼쳤다. 역사에 실존하는 인물중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허구적 인물 ‘하윤식’을 필두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역사적 사실성의 억압, 도덕적 이상주의의 강요에서 벗어나 훨씬 자유롭게 그려낸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진정성이 있었다.

 

우리는 항상 ‘독립’에 초점을 맞추어 지난 일제 식민지를 바라보게 된다. 어쩔 수 없는 필연임을 알면서도 뭔가 석연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모든 이에게 과연 ‘독립’은 지상최대의 과제이자 유일무이한 삶의 당위성이었을까? 그 이외의 삶, 분명히 살았을 이면의 삶을 지금껏 바라보지 못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과연 나는 독립투사처럼 그 시대를 살았을까? 나는 어느 곳에서 내 삶의 몫을 살아냈을까? 말뿐인 말을 하기는 아주 싶다. 그저 무책임하게 다른 이를 비난하는 것 역시 손쉽다. 당장의 나의 현실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분명 그들의 삶을 ‘지금이야’ 나라를 팔아먹은 졸부, 콩가루 집안이라며 쉽게 손가락질할 수 있을지라도, 주어진 삶의 본능에 충실하게,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낸 인물들의 모습은 그간의 비극을 더욱 극대화하면서 몰입하게 만들었다.

 

역사 속에서 한 개인의 삶, 보통의 우리들의 삶은 그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다각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가 바로 <가미가제 독고다이>다. 역사적 상황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손아귀에 쥐고 뒤흔드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은 어떤 모순과 어떤 희극을 낳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톡톡 터지는, 결코 유쾌할 수만은 없는 웃음 속에! 그렇게 지금껏 외면했던 뭍사람들, 흔히들 민초라 불리는 이들의 삶이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그네들의 삶의 내밀한 속살은 암울한 식민지의 모습을 오히려 아무런 여과 장치도 없이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비위가 상하는데 외면할 수 없고, 두 눈에 들어와 박혀버린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나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속물이라는 것이다. 한 해, 한 해가 갈수록 나는 더욱더 이기적이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좌절하기보다는 그저 그렇게 현실에 충실(?) 하고픈 욕망으로 들끓고 있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결코 내 힘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현실이란 높은 벽에 속수무책, 웅크리며 조바심치면서, 결코 ‘쿨~’하지도 못하면서! 소시민적 삶의 냉소에 길들여진 탓일까? 뭐~ 대단한 것을 꿈꾸기보다는 하루하루가 치열한 현실에서 작은 행복에 자족하는 것조차 씁쓸한 뭔가가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바로 지금, 이곳이 왠지 모르게 <가미가제 독고다이>에 투영되는 것은 왜일까? 지난 식민지적 상황에서 한 개인의 그렇고 그런 삶을 엿보았는데 비극적인 시대극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오늘이었다. 그렇다면, 내일의 꿈은 말 그대로 꿈속에서나 가능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암울한 비극 속에서도 ‘No'라고 외치게 된다.

비극적 상황 속, 희극은 진저리쳐지도록 비극이었다. 헛웃음, 실소의 혀끝은 씁쓸하니, 쓰디 쓸 뿐이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내뱉을 수도 없어 입안에서 맴도는. 그럼에도 무심하게, 심드렁하게 풀어내는 이야기에 자꾸만 구미를 당겼다. 아리고 쓰린데 한 번 쥔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끝없이 비극으로 치닫고 있는 결말 속에서 뭔지 모를 희망을 온몸으로 오롯이 품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삶의 본능이고, 욕망일까? 바로 너무도 인간적이기에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윤식처럼!

어처구니없는 상황의 연속들, 냉소와 무기력 속에서, 죽음의 수렁에서, 지옥 같은 삶 속에서 우리를 끄집어내는 것은 이러쿵저러쿵 수많은 단어를 풀어내더라도 결국은 ‘사랑’이었다. 아니, 사랑이라니? 우리가 희망을 품고, 내일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사랑’이라니! 순간 모든 상황들의 엉킨 실타래가 맥없이 풀리고, 암담한 비극적 상황들이 그저 소설 속 하나의 장신구처럼 ’사랑‘으로의 귀결은 김이 새는 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뻔한, 뻔뻔한 필연과 당위적 결말, 그 사랑의 힘에 한없이 무릎을 꿇고 싶다. ‘윤식’처럼 나 또한 그 뜨거운 사랑에 옥죄이고 굴복하고 싶어진다.

바로 <가미가제 독고다이>가 궁극적으로 외치고 싶은 단 한마디는 ‘사랑’이었다. 그 사랑의 진정성을 우리로 하여금 다시금 뒤돌아보게 한다. 잃어버렸거나, 사라진, 또는 몰염치로 일관하는 오늘, 우리가 말하는 사랑에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끝내는 여지없이 ‘사랑’에 목말라하는 우리를, 그토록 갈구하던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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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찬란 2011-12-30 공감(2) 댓글(0)
     
심각하면 지는거다

김별아 작가의 신작 <가미가제 독고다이>는 무엇보다 서사의 힘이 얼마나 큰 소용돌이를 몰고 오는 지를 보여주는 단단한 장편이다. 크고 작은 응집된 이야기들이 독자의 눈과 귀를 홀리고 이게 피맛인지 달달한 맛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매력을 가졌다.  

삼대에 걸쳐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의 지난한 역사를 되짚는 <가미가제 독고다이>는 당시민들의 자취를 독자로 하여금 역사책 밖의 이야기로 이끄는 점이 흥미롭다. 아마 장편소설 3권쯤 읽어낸 기분을 맛볼 수 있을 만큼의 풍부한 상상의 나래가 일품이다. 
또한 아무개의 사람들이 과감하게 '내 인생에 스포트라이트를 켜'라고 당당히 말하는 것은 분명 백범이나 미실, 논개 실재 인물들의 재구성인 상상력과는 또다른 맛이 느껴진다. 마음대로 상상해도 좋으니까, 혹시 범할만한 왜곡이란 장애물 없이 오롯이 솔직한 매력으로 승부한다.
'가미가제라 불리운 일본 자살특공대의 한국인...' 이 기막힌 한문장으로 부터 출발한 상상의 고리는 사내가 살아온 삶은 물론 한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며 과거로 거슬러 올랐다가 그 연원의 단서들을 설득해내고 아래로 휘몰아쳐 흐른다. 어떻게? 당돌하고! 화려하게!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역시 역사적 대업과 이어지는 가지치기로의 삶이라는 예상되는 방식을 보기 좋게 빗나간다는 점이다. 한 개인의 삶 안에서 역사를 엿보게 하는 의외성이 있다. 역사의 운명을 쥐고 흔드는 단 한명의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하다고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천하고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아주 천진하고 우스꽝스럽게 그려낸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과는 반대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어떻게 이 고난을 지나가는지 봐줘- 라고 당돌하게 말한다. 그것을 지켜보기란 숨죽이며 한장 한장 넘기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거 역사 속 영웅담 보다 더 재밌다.    

백정 마을의 정경이나 구수한 입담, 앙큼한 캐릭터를 보는 것 만으로도 과연이구나 싶을만큼 작가의 상상력에 입을 다물지 못할 것 같다. 대관절 이 백정의 삶이 '독고다이'란 제목과 무슨 상관이 있으려나 따위의 생각일랑 진작에 접어두고 푸줏간의 살코기마냥 덜렁덜렁 놓여서 이리저리 끌려다녀도 좋을 것 같다. 이어지는 하계운 세대로 넘어가는 게 못내 아쉽고 그곳을 떠나 소식이 끊겨버린 데에는 섭섭함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어쨌든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악착같이 돈을 벌면서 연줄에 매달리고 그 와중에 뿌리를 찾는다고 족보까지 사들이는 모습은 돌팔매질 대신 애처로운 눈길이라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모던보이 하윤식과 독립운동가에서 출신의 충격고백으로 돌연 앞잡이가 된 하경식 이야기까지, 평범한듯 보이지만 결코 순탄치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저 잘 살고싶은 욕심 하나로 버텨낸 파란만장한 인생이란 이들을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네들도 결국 역사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련한 삶이었다. 그래도 이들에게 보루 따위란 있을리 없다. 왜냐하면 지금의 그들은 다름아닌 그들의 선택인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가미가제 독고다이>에는 저마다의 '사랑'이 있다. 어떻게 보면 삼대 모두 '순정파'의 면모를 자랑하는데, 윤식이가 자살특공대 요원이 된 연유도 여기에 있지 않은가. 보는 내내 '이렇게도 살아간 사람이 있구나' 정도였지 별 동정이나 합리화를 해주고 싶지는 않았다만,(작가후기에도 그런 언급이 있는데, 말하자면 가장 어처구니 없는 사람들로 하여금 말하고 싶었단다) 기회주의적인 면모 가운데서도 '사랑'만큼에는 인간미를 느낄 만한 순정이 있더라. 
얄궂은 운명이 삶을 어긋나게하고 쌓아놓은 모든 것을 최악의 상태로 돌려놓았지만, 그렇더라도 '사랑'은 끝내 희망을 가리킨다. 순정남은 엉뚱하게도 이런데서 약점을 보인 것이다. 그래서 소설은 시대를 원망하고 '희생'당한 불쌍한 영혼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삶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저마다의 꿈으로 살아간 사람들 그리고 비극의 역사 그 뒤안길을 당당히 선택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런 윤식이라면 삶을 제대로 한번 살아볼 것이다. 처참한 낙오자의 모습이지만 풀밭의 폭신한 질감 만큼은 그를 당당히 흙을 털어내 일어나라고 힘을 준다. 그래서 그의 나중도 '심각하면 지는거다'라는 듯이 한바탕 막무가내 해피엔딩의 삶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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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iul 2010-08-27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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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과 희극이 반복 교차하는 질퍽한 파노라마

사실, 새색시마냥 얌전한 소설은 읽기에는 거부감이 없어 좋을지 몰라도 무언가 뇌리에 남는게 없을 때가 있다. 그런데, 얌전을 떨지않고 있는 그대로 생으로 언어적 유희를 펼쳐내며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과 실소를 자아내는 소설들이 있다. 여기 역사소설 <미실>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김별아氏의 신작 <가미가제 독고다이>가 그런 케이스다. 편견일지 몰라도 아니 여자분이 이렇게 입이 걸한 표현들로 초장부터 눈길을 끌다니.. 분명 김별아 작가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작가'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이번 소설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여기 소설 속 주인공 남자들이 그런 여자를 택했듯이 말이다. ㅎ

제목부터 눈길을 끄는 <가미가제 독고다이> 사실 모르는 단어는 아니다. 그렇다고 표준어도 아닐 것이다. 알다시피 '가미가제'는 2차 세계대전당시 일본의 마지막 결사항전으로 적 함대를 향해 내리꽂은 이른바 '자살폭격기'를 가리키는 별칭이다. 그리고 그 방식은 '독고다이'식이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주인공은 우리 조선인이다. 그런데, 여기 주인공 청년인 '모던뽀이'가 심상치 않은 놈이다. 어찌보면 일제시대 삼천만이 볼모로 잡힌 비극적 상황속에서 그는 대단히 희극적이다. 아니 인간적이라고 해야할까.. 여튼, 그 모던뽀이 가족사는 지극히 친일파에 '콩가루 집안'의 파노라마가 펼쳐져 비극과 희극이 교차되고 있으니 그 이야기속으로 잠깐 빠져보자. 

먼저, 이 소설은 각 장마다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물론 그 에피소드는 이어져있다. 화자는 바로 '모던뽀이' 하윤식.. 하씨 집안의 막내로 1920년대에 태어난 뺀질이다. 그 모던뽀이가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먼저 첫장 '올미꽃'에서는 자신의 조부 쇠날이 할아버지와 올미 할머니의 러브스토리가 나온다. 그런데 이들의 러브스토리가 당차다. 아니 질퍽함은 물론 강도가 좀 세다. 특히 이 집안의 내력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여자를 좋아한 것처럼 올미 할머니는 대찬 여자였다. 반대로 쇠날이 할아버지는 백정집안의 아우라를 잇지 못하고 피 한방울에도 숨죽이는 그런 남자였다. 그렇다. 여기 하씨 집안은 대대로 내려온 백정 집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건 하씨 족보도 돈주고 샀다는 사실, 당시는 그게 일상다반사였다고 한다.

여튼, 쇠날이와 올미가 낳은 모던뽀이 아버지 '하계운' 그가 바로 제대로 된 친일파였다. 한일합방이 되던 시절 그에게 민족이나 애국은 지나가는 개나 주는 그런 거였다. 오로지 돈이면 다 되는 세상, 10대 후반에 상경에 일본인 하수인 노릇을 하며 승승장구하며 자수성가해 입지를 굳힌다. 그리고 호락호락하지 않을 신여성을 만나 가정을 꾸리지만 녹녹치 않다. 둘은 동상이몽 스타일이였다. 그래도 자식 둘을 키우며 나름 잘 살고 있었는데.. 주인공 하윤식의 형 경식.. 어렸을때부터 윤식에게 있어 다섯 살이 많은 형 경식은 선망의 대상이자 일종의 종교였다. 그런 형이 배다른 형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잠깐 흔들렸지만 그래도 그는 형을 좋아했다. 그런데 이런 형이 커서는 '주의자'로 빠져 항일 사상과 이념에 물들어 옥고를 치르게 된다. 그리고 그를 면회온 형의 애인 현옥..
 
장차 형수될 사람일지도 모를 그 여자를 보고서 우리의 '모던 뽀이'는 뽕간다. 처음에는 어떻게 좀 해볼려는 음험한 생각도 들었지만 그녀와 함께 형을 면회하면서 그녀의 사상과 이념을 알게 되면서 더욱더 빠져들었다. 아니 더욱더 어지러워했다. 여기 모던뽀이 청년은 아버지를 닮아 애국이니 민족이니 하는 고차원적 사상과 이념은 밥말아 먹은지 오래라서 그런쪽에는 일자무식 관심도 없는 청년이었다. 오로지 술과 여자로 점철된 10대 후반의 미워할 수 없는 빤질한 난봉꾼이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뜨거운 사랑이 찾아아왔으니 그게 바로 형의 애인이었던 것이다. 소설 중반에 '만남, 그 여자, 형, 첫 키스'장까지 100여 페이지 넘게 모던뽀이의 참지못할 사랑앓이가 펼쳐진다. 이 역시 질퍽한 연애담이다.

그런 가운데 윤식의 형은 감옥에서 나온다. 바로 전향을 한 것이다. 아버지가 참다못해 수완을 부려 아들을 빼내는 조건으로 말이다. 그리고, 전향과 동시에 당시 급변하게 돌고있던 대일본제국이 참전중인 전시에 참전하라는 통지.. 청천벽력같은 일이지만 돈만을 쫓아 살아온 친일파 아버지로 인한 인과응보인 셈이다. 하지만 반전 아닌 반전이 있다. 그 참전을 형이 아닌 동생 모던뽀이 하윤식 아니 일본이름의 '가와모토 진'이 나서게 된다. 누가 떠밀어서? 아니다. 바로 스스로 형대신 자원한 것이다. 왜? 바로 자신의 첫사랑 형의 애인 '현옥'을 위해서 말이다. 이 무슨 사랑의 세레나데인지 모를 일이지만, 눈물 겨우면서도 모던뽀이의 작태를 생각하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단순무식한 스타일인지라..ㅎ

여튼, 모던뽀이 하윤식 아니 '가와모토 진'은 일본의 육군항공부대로 들어가 일반 조종사 훈련을 받는다. 바로 제목 <가미가제 독고다이> 가 나오는 순간이다. 이 이야기를 그리기 위해서 앞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유기적인 파라노마처럼 펼쳐진 것이다. 끝의 두장 '사육제'와 '너의 마차를 별에 걸어라' 에서 백여 페이지에 가깝게 일본군대의 이야기가 아주 리얼하면서도 재미나게 펼쳐진다.더군다나 남자들의 전유물인 군대 이야기를 여자 작가가 이렇게 또 질퍽하게 그리다니 참 기묘한 맛이 느껴진다. 여튼, 모던뽀이는 점차 가미가제 자살특공대로 키워진다는 사실에 놀라고 처음과는 다르게 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아니 애국이나 민족의 개념도 없이 막산 내가 왜 남의 나라의 총알받이로 죽어야 하는지 마지막 후회막급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리고 출격을 앞둔 그날.. 그는 과연 어떻게 됐을까.. 마지막 결말이라 언급을 피한다.



이렇게 이 소설은 마지막 이야기처럼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조선인 청년 10여명이 희생된 '가미가제 특공대'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소설 아니 시대소설이다. 작가가 이 소설은 '역사'가 아닌 '시대'를 쓰기 위한 첫 시도라 말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 바로 시대.. 우리 근대사에 암울했던 일제시대를 다룬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가 일제시대하면 비극과 암울이 점철된 시대에 항일과 독립을 외쳤던 어떤 비장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가 견지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김별아 작가는 여기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왜 일제시대 이야기는 꼭 비극적이고 암울해야만 하는가.. 좀더 밝게 아니 밝지 못해도 이런 비극적 식민지 상황에서도 가장 희극적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을 그려보고자 했던 작가의 바람에서 출발한게 이 소설의 얼개다.

그래서, 이 시대소설은 지극히 희극적이다. 초장부터 대놓고 질퍽하게 언어적 유희를 펼친다. 어디서 처음 들어보는 듯한 방언인지 아니면 순수한 우리말인지 모를 듯한 언어들이 전면을 휘감는다. 예를들면 지청구, 쏠라닥질, 마구발방, 서름하다, 엉두덜거리다, 스멀스멀, 주억거리다, 무람없이, 가뭇없이, 퉁바리, 울가망까지.. 읽는내내 부족한 내 어휘수준에서 모르는 단어들은 이렇게 메모를 해둘 정도였다. ㅎ 여튼, 이 소설은 일반 소설과는 궤를 달리한다. 이런 낯선 표현은 물론 질퍽하면서도 페이소스를 담아내는 매 에피소드마다 재미를 선사한다. 그것은 아마도 이야기의 주인공 '모던뽀이'의 성정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라를 팔아먹은 졸부의 아들로 태어나 형을 존경했지만 그의 아우라속에 삐닥선을 타며 아버지를 미워하고 술과 여자에 빠져지내는등 냉소와 번민으로 몸부림치는 '모던뽀이'의 삶.. 그것은 일제시대가 주는 비극적 상황속에서 마지못해 시대의 흐름에 온몸을 내던져야 했던 청년과 신분 세탁을 필두로 한 친일파 '콩가루 집안'의 가족사가 교차편집돼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비극이 아닌 희극처럼 아니 어떻게 보면 희극이 아닌 비극처럼.. 서로 맞물리듯 인간적으로 그려내며 우리네 심상을 자극시킨다. 바로 일제시대의 비극적 아픔이 주는 묵직함대신 그렇다고 가벼움이 아닌 주인공 '모던뽀이'처럼 모던하면서도 질퍽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 

그래서 그 파노라마 속으로 '모던뽀이'를 만나보길 추천하며..
여기 똘끼로 충만하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그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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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강호 2010-08-27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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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별아 장편 '가미가제 독고다이'/ 친일파 가족의 뒤틀린 욕망으로 그려낸 근대의 역사
입력 2010.07.25, 이훈성기자, 한국일보

소설가 김별아(41)씨가 장편 (해냄 발행)를 펴냈다. 태평양전쟁 말기 구식 전투기를 몰고 미국 전투함을 들이받아 자폭하는 일본군 가미가제 특공대에 차출된 친일파 집안 출신의 ‘모던뽀이’ 하윤식을 주인공으로 한 김씨의 여섯 번째 역사소설이다.

(2005) 이래 줄곧 실존 인물에 관한 역사소설을 써왔던 것과 달리 김씨는 
이 소설에서 허구적 인물들을 내세워 고증에 얽매이지 않는 역사적 상상력을 펼친다. 

그는 “역사가 아닌 시대를 쓰기 위한 첫 시도”라며 
“역사의 중압감에 억눌리지 않고 개인적 캐릭터가 분명한, 그러나 역사와 호응하는 풍부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번 소설에서 때론 상스럽기까지 한 직설적 표현, 경쾌하고 빠른 전개 등 한결 현대물에 가까운 스타일을 구사한 것도 이런 이유라 하겠다. 다만 광기 어린 군국주의의 표상으로 역사에 기록된 가미가제 특공대의 실상만큼은 작가의 꼼꼼한 문헌 고증을 토대로 묘사됐다.

구한말에서 출발하는 이 소설은 백정 집안이던 하윤식의 가족사를 할아버지 대부터 펼친다. 윤식의 할머니는 양반집 자제들에게 윤간을 당한 사실을 숨기려 자신을 짝사랑하던 어리숙한 동네 청년과 혼인한다. 이들 부부의 장남은 스스로를 백정이 아닌 반갓집 후예라 여기며 일본인들에게 빌붙어 출세를 도모한다. 사채업으로 자수성가한 그는 양반 족보를 사들여 하계식으로 개명, 신분을 세탁한다. 그리고 조강지처를 숨겨두고 몰락한 명문가의 허영심 많은 규수와 혼인, 배다른 두 아들 경식 윤식을 둔다.

흠잡을 데 없는 모범생인 형 경식과 달리, 윤식은 학창 시절부터 기생집을 전전하며 방탕하게 산다. 약삭빠른 처세로 재산을 불려가는 데만 골몰하는 아버지 계식과 상류층으로 살려는 욕망 하나로 불행한 결혼 생활을 견디는 어머니 정선까지, 이들 ‘모던 패밀리’의 곪은 속내는 오늘날에도 낯설지가 않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경식이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 불령선인(일제가 ‘불온한 조선인’을 일컬었던 말)으로 낙인찍히면서 화려한 시절을 구가하던 이 집안에도 위기가 닥친다.

 계식은 경식을 태평양전쟁에 참전시키는 것으로 가문을 보전하려 하고, 윤식은 형을 대신해 학도병을 자원한다. ‘귀찮고 허무하고 재미없는’ 청춘을 기생집에서 소일하던 그의 텅 빈 마음을 채운 것은 사랑, 그것도 형을 짝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기구한 짝사랑이었다. 

김씨는 “식민지 조선에 기형적 근대가 이식되면서 노골적으로 발현된 천박한 물질주의적 욕망과 더불어, 예전과는 전혀 다른 욕망을 지닌 ‘근대적 인간’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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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 독고다이) 비극적이지만 희극적인 | 2010-08-29 
https://blog.yes24.com/document/2537603

[도서]가미가제 독고다이

김별아 저
해냄 | 201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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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가제라는 뜻은 옛날 일본 자살특공대? 라고 알고 있었는데
책을 펴자마자 백정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이 책은 왜 제목이 이럴까 라고 생각했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이야기가 전반부에 나오고
훕시의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이야기가 전개되었는데

상식적으로는 친일파라고 느껴졌지만 내가 그 시대에 살았어도

그렇게 타협하며 살았을 것 같다.


맹목적인 부를 향한 훕시의 인생때문에 초반에는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지만 요즘 사회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그렇게 사는것이 똑똑해 보이기도 했다.

 

톡톡 쏘는듯한 문체의 글은 처음엔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읽다보니

할머니의 옛날 사투리같은 느낌이 들어 점점 빠져들었다.

글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결코 해피엔딩이 아닌..
어두운 일제 시대의 일상을 잘 표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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