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5

인도의 대학교육 - 총동창신문 2004 - 서울대학교총동창회

특별좌담(7) 인도의 대학교육기사보기 - 총동창신문 - 서울대학교총동창회
[321호 2004년 12월] 뉴스  본회소식

특별좌담(7) 인도의 대학교육

대학 교육정책의 자율성 보장으로 IIT(인도공과대학) 키웠다
  

서울대를 세계 속의 초일류대학으로 키우려면 … 
●鄭彩星(85년 社會大卒)한성대 강사, 델리대 졸업 ●柳京姬(85년 大學院卒)서울대 강사, 베나리스 힌두대학교(BHU) 수학 ●金暻學(86년 大學院卒)전남대 인류학과 교수, 네루대 졸업 

●사 회 : 白佐欽(76년 法大卒)경상대 법학과 교수, 델리대 졸업  

본보는 지난 6월부터 교육의 평준화 정책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예측해 보기 위해 중국, 프랑스, 미국, 일본, 러시아, 독일 등 해외 유수 대학의 교육정책, 엘리트 교육 사례 등을 살펴보았다.  

이번호는 그 마지막 편으로 최근 IT산업을 중심으로 세계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인도의 교육제도에 대해서 현지 대학 졸업 동문을 통해 들어보았다.

평등을 지향하는 제도적 장치와 우수대학 중심의 엘리트 교육 병행

 사 회 : 휴대전화 입시 부정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 합니다. 대학입시에 모든 것을 걸어온 사회인만큼 수능 부정 파문이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한나절 시험으로 평생 따라다닐 등급표를 생산하는 학벌사회,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따지는 풍토, 부정행위를 미온적으로 처리하고 눈감아준 도덕불감증, 잇따른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교육당국의 잘못 등이 입시 부정에 주요 원인들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는 수능시험에서 한 단계라도 높은 등급을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중등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돼 무한 경쟁의 장이 되고, 나아가 대학이 취업 준비 기관으로 전락한 오늘의 한국 교육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한국의 교육현실의 문제점이 널리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자리에서 인도 교육체계의 전반적인 특징을 살펴보면서, 이를 한국의 교육제도와 교육내용과 비교해 보고 이로부터 우리가 배워야할 점을 점검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먼저, 인도의 교육체계 전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金暻學 : 인도의 초ㆍ중등 교육제도는 기본적으로 영국의 교육제도를 근간으로 이뤄졌습니다. 유치원 과정은 4세부터 5세까지 2년간 다닐 수 있으며, 대부분의 주들은 초등학교 1~5학년과정을 따르고 있지만 소수의 주들은 1~6학년 체제를 따르기도 합니다. 중학교 과정은 저학년 과정(6~8학년), 고학년 과정(9~10학년)을 다닌 후 졸업 인증 시험을 치릅니다. 이후 소위 고등심화교육과정(Senior secondary high school)을 11~12학년 2년간 다니든지 아니면 주니어 칼리지(Junior college)에 입학해 2년을 다닌 후 대학에 입학을 합니다. 12학년을 마친 학생은 고등학교 졸업 인증 시험을 통해 나온 점수를 토대로 대학에 진학하게 됩니다. 대학은 일반적인 학사학위 과정의 경우 3년입니다만, 공학ㆍ약학ㆍ치의예 등처럼 전문직과 관련된 학위과정은 4~5년입니다.  공학관련 대학과정을 위해서는 졸업 인증 시험 성적이 평균 75점~80점 이상을 획득해야 하고 필히 물리ㆍ화학ㆍ생물ㆍ수학ㆍ영어를 이수해야 합니다. 치의예ㆍ약학ㆍ건축ㆍ경영ㆍ공학 등 전문직 코스는 입학경쟁이 매우 심한 편입니다. 특히 인도 6개 지역의 인도공과대학(IIT)과 4개 지역의 인도경영대학(IIM) 그리고 델리와 찬디가르의 전국인도의과대학(AIIMS) 등은 경쟁이 매우 심한 대표적인 곳입니다.  

鄭彩星 : 대학을 자세히 살펴보면 인도의 대표적인 연합대학교로는 4대 도시들에 위치한 델리대학교, 봄베이대학교, 캘커타대학교, 마드라스대학교 등이 있으며, 그 밖에도 각 주마다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주립대학교들이 있습니다.  델리대학교(University of Delhi)를 예로 들어보면 이 대학에는 크게 두 개의 주요 캠퍼스가 있습니다. Old Delhi의 까믈라 나가르(Kamla Nagar)에서 킹스웨이 캠프(Kingsway Camp)에 이르는 일대에 위치한 주 캠퍼스(Main Campus), New Delhi 남쪽에 위치한 남부 캠퍼스(South Campus)가 그것입니다.  주 캠퍼스에는 14개, 남부 캠퍼스에는 6개 정도의 대학(College)들이 있으며, 이 두 캠퍼스 외에도 델리 시내 전역에 걸쳐 약 50여 개의 대학들이 있으니, 총 70여 개의 대학들이 델리대학교에 속해 있는 셈입니다. 가령, 주 캠퍼스의 대표적인 대학인 산스테판스대학(St. Stephen's College)사회학과에 다니는 학생의 소속을 정식으로 적을 때는, 델리대학교 산스테판스대학 사회학과가 됩니다.  델리대학교 소속 대학들 중 소위 명문으로 평가되는 곳들은 대부분 주 캠퍼스 내에 있습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산스테판스대학 외에도 힌두대학(Hindu College), 끼로리말대학(Kirolimal College), 람자스대학(Ramjas College), 칼사대학(Khalsa College), 미란다대학(Miranda College), 슈리람대학(Shriram College) 등이 명문으로 꼽히는데, 이런 명문대학 출신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델리대학교 졸업생이라 하지 않고 산스테판스대학 출신이라거나 힌두대학 출신이라고 하는 식으로 자신의 소속 대학을 먼저 앞세웁니다. 반면 별 이름 없는 대학 졸업생들은 소속 대학 이름은 빼고 그냥 델리대학교 출신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요.  

일년을 두 학기로 나눠 운영하는 한국의 대학교들과는 달리, 델리대학교의 학기는 일년 과정으로 운영됩니다. 또한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하는 것은 각 과목 수업을 담당한 교수들의 몫이 아니라, 대학교 본부와 각 대학들이 협의하여 구성한 출제위원단과 채점위원단의 몫입니다. 일 년에 한 차례의 시험을 통해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시험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은 굉장합니다. 과목 당 두 시간씩의 시험시간에는 그간 외워 놓았던 내용을 숨쉴 겨를도 없이 옮겨 적는 식으로 시험을 치르는데, 20쪽 이상의 답안지를 채우는 것이 보통입니다

  사 회 : 전반적인 인도 교육제도와 델리대학교을 중심으로 대학제도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그렇다면 우리 나라 교육과 비교해 제도나 운영측면에서 다른 점은 무엇이 있는지 말씀해 주시죠.  

鄭彩星 : 인도의 대학제도 중에서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대학교의 정원 중 일정 비율이 특정한 카스트 출신들에게 미리 배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Reservation Policy'라 불리는 이 제도는 오랜 세월 동안 상층 카스트의 지배와 억압을 받아온 하층 카스트, 특히 불가촉천민(untouchable) 카스트들과 부족민들에게 공평한 경쟁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인데, 대학교 외에도 하급 공무원 채용,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나 기업 등에도 적용됩니다.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최하층 카스트와 부족민들의 목록이 인도 헌법 부칙(Schedule)에 기록돼 있기 때문에 이들을 Scheduled Castes(SC)와 Scheduled Tribes(ST)라고 부릅니다.  SC와 ST에게 배당된 정원은 각각 15%와 8% 정도로서, 이 정원 내에서는 이들끼리만 경쟁을 하기 때문에 다른 일반 입학생들에 비해 성적이 떨어지는 SCㆍST 학생들이 좋은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한 셈이지요. Reservation 제도를 통해 대학교를 다닌 SC-ST 졸업생들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괜찮은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중산층 이상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을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카스트 제도로 인한 불평등을 약간이나마 완화시킬 수 있는 효과를 거둘 것입니다.  

柳京姬 : 학교를 운영하는 주체의 측면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차이를 지적하자면 정부의 공식 교육기관과는 별도로 비정부 단체 특히 종교 단체나 기관이 교육의 상당 부분을 떠맡고 있다는 점이죠. 문맹률이 높은 인도에서 교육은 인도 사회의 변화와 발전 그리고 진보를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어 왔고 따라서 사회개혁적인 성격을 띠는 종교단체들이 19세기부터 나름의 교육 이념을 토대로 하는 많은 수의 학교를 세우고 운영해 왔습니다.  일례로 종교ㆍ사회 개혁 조직인 아리야 사마즈가 세운 DAV(Dayanand Anglo Vedic College Trust & Management Society)는 모든 종류의 교육활동을 포괄하고 있는 가장 큰 비정부 교육조직으로 6백67개의 산하 단체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50개의 칼리지(인문, 과학과 상업), 7개의 교육대학, 4백97개의 퍼블릭 스쿨, 82개의 장애인 학교, 경영과 직업연구를 포함하는 일련의 기술기관, 아유르베딕(전통 의학)칼리지와 DAV Pharmacy, 두 개의 치과대학과 하나의 로우 칼리지, 물리치료연구소, 간호연구소와 병원, 베다연구소, 엔지니어링과 기술 칼리지 등을 운영하고 있고 교육기관의 수(2천여 개 이상)가 정부가 운영하는 학교 수 다음으로 많습니다.  이들 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교육기관은 일반교육만을 담당하는 인도 내 다른 교육기관과는 달리 다양한 사회 개혁, 복지 및 구호 프로그램을 함께 실시하고 있고 인도의 전통적인 교육제도 및 이념과 현대 교육을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사 회 : 사회적 신분이동이 엄격히 제약을 받아온 인도에서 근대 이후 카스트의 경직성이 완화 내지는 해체되면서 교육이 경제적 부와 함께 사회적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는 주요 통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낮은 계급의 사람과 여성의 경우에 두드러지고 있는데요, 인도에서 대학교육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鄭彩星 : 인도에서 대학생이 된다는 것은 10억 이상의 사람들 중에서 소수의 혜택받은 집단에 소속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명문대학교로 꼽히는 곳의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성공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사회적 특혜입니다. 자식을 어려서부터 좋은 사립학교에 보낼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지에 따라 장차 델리대학교 소속의 명문대학들에 입학할 수 있는지 여부가 상당 부분 정해진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뿐 아니라 가족의 전반적인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9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실시된 경제개방정책 덕분에 새로운 고소득 일자리들이 급격히 늘어나기는 했지만, 아직도 인도 대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은 각종 공무원 시험(Civil Service Examsㆍ우리 나라의 고등고시에 해당)을 치러 선발되는 공무원입니다. 행정고등고시의 경쟁이 가장 치열해 매년 수백명을 뽑는 시험에 수십만명이 지원하며, 그 외에 외무고등고시, 경찰고시 등도 인기가 높습니다.  공무원 시험뿐 아니라 소위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이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명문대학교 소속의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은 매우 치열할 수밖에 없지요. 델리나 봄베이, 캘커타, 마드라스 등의 대학교에는 전국 각지에서 지원자들이 몰려들고, 이들은 대학을 다니는 동안 수많은 network를 형성하여 졸업 후 온갖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사 회 : 최근 들어 인도하면 떠오르는 것 가운데 하나가 IT산업입니다. 세계 유수 IT업체의 대표가 인도공과대학을 졸업할 정도로 IT교육에서 막강한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데, 인도의 공과대학 교육시스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金暻學 : 인도의 IT산업 발전의 원동력 중에 하나는 인도공과대학(IIT)과 같은 세계적인 명문대학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이 인도에서 배출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기업을 이끌고 있는 라자굽타 그룹의 맥킨지 회장과 US 에어웨어스 사장인 라케쉬 강왈 사장 등이 대표적인 인도공과대학 출신들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핵심 인력의 상당수가 인도공과대학 출신이며 야후, 시스코,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세계 거대 IT기업의 핵심 부서에는 예외 없이 인도공과대학 출신자들이 포진돼 있습니다.  인도공과대학은 7개의 캠퍼스 즉 델리, 깐뿌르, 카라그뿌르, 첸나이(구 마드라스), 뭄바이(구봄베이), 구와하띠, 루끼의 7개 캠퍼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체 약 2천5백명의 학생을 선발하는데 17만여 명이 응시하여 입학경쟁이 매우 심하며, 교수 1인당 학생 8명의 비율로 수업을 진행하고 학점관리 및 수업관리가 철저해 교육환경과 교육의 내실화가 잘돼 있습니다. 현재 나스닥에서 높은 주가를 내고 있는 인도의 최고 소프트웨어 기업 회장들이 인도공과대학출신이라는 점이 이들의 탁월한 실력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IIT 출신 인재 세계 IT산업 주도 교수 한 명이 학생 8명만 가르쳐

 柳京姬 : IIT의 학생선발 과정을 부연 설명하자면 우선 선발 과정부터가 일반 대학과 다릅니다. IIT 학생선발을 위해 JEE(Joint Enterance Exam)로 불리는 시험이 따로 마련돼 있는데 예비시험과 본시험으로 이뤄진 JEE의 시험과목은 수학ㆍ물리ㆍ화학, 단 세 과목입니다. 3시간 동안 진행되는 객관식 예비시험에서 걸러진 학생은 과목당 2시간씩 6시간에 걸쳐 논술형 본시험을 통과해야 입학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인도에서 가장 우수한 17만5천명의 학생이 응시해 2만5천명 정도가 예비시험을 통과하면 본시험에 최종 합격하는 학생은 2천5백명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하지만 입학생 중에서도 졸업하는 학생은 2천명 뿐입니다.  

사 회 : 인도에서 공과대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수학교육을 강조하는 교육시스템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중ㆍ고교 교과과정의 50%를 정보기술(IT) 관련 과목으로 구성하고 11~12학년 과정에는 최신 컴퓨터프로그램 언어인 C, C+ 등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등교육뿐 아니라 인도의 초등학교를 방문하면 구구단이 아닌 17단을 외우고 있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죠. 보통 초등학교 4학년 정도면 20단까지도 술술 외울 수 있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이쯤해서 우리가 인도를 통해 배울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는지 말씀해 주시죠.  

金暻學 : 인도는 문맹률이 40%에 달하지만 여전히 대중교육이 아닌 엘리트교육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부유층의 자녀들은 대부분 사립학교로 가는데 이들의 절대 다수가 자연스럽게 이공계를 선택하고 졸업 후에는 인도 사회의 주류를 형성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말에 진급시험을 거쳐 이공계로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은 2학년부터 본격적인 전공수업에 나서는데 교과서의 수준은 이미 우리 대학의 1~2학년 과정을 능가할 정도입니다.  우리 고등학교가 단순히 인문계와 자연계로 나뉜다면 인도는 자연계에서도 메디컬이나 컴퓨터, 엔지니어링, 사이언스 등 6~7개 분야로 특화 및 세분화하는 점도 다릅니다. 이공계 전공자들의 지식수준은 상당히 높아 우리 나라 행정고시격인 IAS시험의 60~70%는 이들이 차지합니다.  또한 교육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인도 내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인도공과대학과 인도경영대학 등은 학생선발과 교육과정 등 일반적인 교육정책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기 때문에 학교가 특정한 분야로 자신들의 학교 교육을 특화해 교육시킴으로써 세계적 수준의 학생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鄭彩星 : 앞서도 말했듯이 인도의 교육제도에서는 사회적인 불평등을 제도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하여 수십 년째 시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Reservation 제도가 실제로 얼마만큼 불평등을 완화했느냐에 대한 평가에서는 여러 가지 입장들이 엇갈리고 있지만,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들에서 평등이라는 전체 사회의 공적인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정신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명문대학의 입학생들이 서울의 강남지역에 편중되는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 명문대 입학 정원 중 일정 비율을 지역별로 혹은 계층별로 할당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Reservation 정책을 오랫동안 시행해 온 인도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등을 지향하는 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우리가 참고할 만한 점이라면, 국가 차원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엘리트들을 선발하여 최고 수준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IIT나 AIIMS 등의 사례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도정부는 전국의 인재들을 모아 특별 교육을 시키는 제도를 시행해 왔으며, 이 기관의 출신들이 현재 인도의 첨단과학기술 분야와 IT를 비롯한 여러 분야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평등 지향과 엘리트 중심 교육이 언뜻 생각하기에는 서로 모순되는 것 같지만,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고 전체 인구의 절대다수가 아직도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한편으로는 평등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전체 사회의 개선을 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 특별한 기관들을 설립하여 첨단 과학과 기술ㆍ경영 등에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길러 낼 필요가 절실했다는 것이죠.  

사 회 : 마지막으로 서울대가 세계 속의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점에 대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金暻學 : 서울대가 세계의 유수 대학들과 경쟁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미국 등 소위 서구 선진국 대학과의 교류도 중요하지만 인도, 중국 등 제 3세계의 대학들과의 긴밀한 교류관계를 넓혀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인도는 한국보다는 훨씬 오래 전부터 세계사의 한 복판에 있었던 국가이고 미국과 영국 등 구미 선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도출신 교수들의 50% 이상이 인도의 대학에서 학부를 마치고 유학했거나 아니면 인도에서만 박사학위과정까지 끝낸 사람들입니다. 이것은 인도의 교육이 오래 전부터 세계를 지향하고 있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서울대가 명실공히 세계적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서구뿐 아니라 인도처럼 세계지향적 교육을 하고 있는 명문대학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증진시켜야 할 것입니다.  

柳京姬 : 서울대에서 강의를 해오면서 근래에 학생들의 지적 수학능력과 학문적 열정이 상당히 저하되고 있다고 느낍니다. 물론 이를 학생들만의 잘못으로 돌릴 수는 없고 일관성 없는 교육제도와 정책, 시대적 변화에 유연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대학 교과과정과 교육내용, 학생들의 상당수가 취업중심의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 기술적이고 행정적인 개혁과 개선도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보다 중시해야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학문에 대한 열정과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교과과정과 교육내용이라 생각됩니다. 

학문의 토대가 되는 기초학문분야는 시대적 유행에 흔들리지 말고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면서 보다 유연하고 시의 적절한 교과과정과 교수법의 개발이 필요해 보입니다. 교수법개발과 관련해서는 현재 서울대가 교수학습개발센터의 활동을 통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여러 면에서 자율성과 다양성을 허용하면서도 교육과정이나 학생평가에 적용되는 기준은 좀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상당히 느슨해졌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또 대학이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 전공과 관련지어 실제적으로 사회에 참여해 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었으면 합니다. 이 점에서 인도의 비정부 교육기관의 사례는 제게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정리=金南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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