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5

"전교조도 민주노총도 될 때까지 해야죠. 변화는 반드시 올겁니다" < 현장 목소리 < 인터뷰 < 기사본문 - 노동과세계

"전교조도 민주노총도 될 때까지 해야죠. 변화는 반드시 올겁니다" < 현장 목소리 < 인터뷰 < 기사본문 - 노동과세계





"전교조도 민주노총도 될 때까지 해야죠. 변화는 반드시 올겁니다"
기자명이학선 기자 (대구본부)
입력 2023.02.08

[인터뷰] 김도형 전교조 대구지부 신임 지부장

전교조 대구지부 제21기 집행부가 임기를 시작했다. 김도형 지부장, 박소영 사무처장, 김봉석 정책실장이 조합원과 함께 지부를 꾸려가게 된다. 이들은 모두 40대로, 민주노총의 간부 중에 젊은 축에 속한다. 전교조가 법내노조 지위를 회복한 지는 햇수로 3년이 됐다. 2,507일의 어둠을 딛고 미래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다.

책임은 무겁고, 할 일은 많다. 윤석열 정권, 이주호 장관의 교육개악은 거침이 없다. 강은희 교육감과는 2015년 교섭을 작년에 타결했다. 올해는 교사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도 지나야 한다. ‘정규직 비정규직 갈등’은 이미 상수가 됐다. 냉정하게 성장은 더딘 상황이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지난 2일, 전교조 대구지부 사무실에서 김도형 신임 지부장을 만났다.





어쩌다 선생님이 되셨고, 무엇을 가르치시나요?

중학교 2학년 때, 국사선생님 수업이 재밌어서 국사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마음 먹었고,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교사가 되고보니, 재미난 옛날 이야기를 전하는 게 다가 아니었어요. 학생들이 세상을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지도하고, 세상을 살아갈 관점을 키워내는 게 ‘역사교사’의 책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교조에서는 언제부터 활동하셨나요?

저는 합법화가 되고 난 이후인 2002년에 가입했어요. 대학 다닐 땐 사회에 대해 별 고민 하지 않았어요. 과방 바로 옆이 사범대 학생회라서 “저런데가 있구나” 생각만 한 정도. 그러다 교직발령 받고서 가입하게 됐습니다.

한참 월드컵 열기가 뜨거울 때 ‘미선이 효순이’ 사건이 일어났고, 뒤늦게 알게된 데 대한 미안함과 분노로 처음 촛불집회에 나갔어요. 직원회의 때는 학교에 전교조 선생님이 소파 개정 서명을 받으시길래 ‘전교조가 이런 일도 하는구나’했고, 그 길로 가입했어요.

본격 활동을 시작하게 된건, 먼저 가입하고 활동한 아내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내 따라서 서울에 상경 투쟁을 갔다가, 선배들 눈에 띄었다고 해야하나?

손호만 선생님 지부장일 땐, 100% 타의로 정책실장도 해보고 (웃음) 교섭을 안받아주니까 혼자 가방 메고 교육청 국장실 들렀다가 중등교육과도 가고... 여러 가지로 경험하고, 공부하고 그러면서 점점 생각의 변화가 생겼습니다. 솔직히는 점점 중책이 맡겨지게 되니까 도망가고 싶었던 적도 있지만, 역사교사라는 책무감이 작용한 것 같아요.




아내 분은 지부장 한다니까 뭐라고 하셨나요?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지, 온 마음을 다해서 응원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당신이 하는 일이 옳다는 걸 인정한다’ ‘몸으로 응원해주지 못해도 마음속으로 항상 응원한다’ 그렇게 말해줬어요. 늘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예전에, 애들이 학교 입학하기 전에, 아내한테 “나 지금 이런 학교에 우리 애들 다니게 하고 싶지 않아”했거든요. 근데 벌써 큰애가 고3이에요...저나 전교조나 ‘학교는 이래야 한다’는 것들을 끊임없이 요구했는데, 여전히 학생들은 힘겨워하니, 답답하죠.









윤석열 정권의 교육 정책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반복해서 자율, 효율, 다양성 같은 말들을 하고 있습니다. 언뜻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핵심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시장에 맡겨서 차별과 격차를 정당화하겠다는 겁니다. 이제껏 집권했던 신자유주의 보수정권들의 정책으로 그대로 가져가는 모습입니다. 이주호 장관은 이명박 정권 때 일제고사와 자사고를 만들어 무한경쟁과 교육양극화를 부추긴 인물이기도 하고요.

나아가서 윤석열 대통령은 ‘교육을 국가가 독점하면 안된다’는 말까지 한 상황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소멸시키기로 한 특목고, 자사고 등 특권학교를 유지하려 하고요. 강은희 교육감이 강조하는 IB교육이나 고교학점제처럼 특권교육 정책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몇몇 학생에겐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질테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 학생들은 소외되겠죠.

동시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고등학교를 전부 절대평가로 바꾸겠다고 말합니다. 환영할 일처럼 보이지만, 특권학교가 그대로 있는 한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들어 일반고 1등급과 특목고 1등급의 격차는 더 벌어질거에요. 특권층이 모인 특목고에서도 내신 따기가 수월하니 상위권 대학 진학도 더 많이 할 거고요.

직업교육의 경우도, ‘취업률’이 교육을 비정상화시키는 상황입니다. 학교는 ‘맞춤형 소모품’을 찍어내고, 학생들은 ‘값싼 노동력’ 취급을 받지요. 심지어 직업계고 학생 15% 가량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현장실습을 합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가 산업인재 공급’이라 말합니다. 특성화고 학생의 교육권침해, 계급적 차별은 은폐될 수 밖에 없겠지요.

윤석열 정권은 특권교육을 정당화하고, 경쟁은 더 심화시키려 합니다. 이주호 장관은 온라인 비대면 교육을 전면화하려고 듭니다. 그러면 코로나 시기 경험했듯 교육 격차는 더 심각해지겠죠. 이주호 장관이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아시아교육협회가 에듀테크 기업으로부터 1억원 가량의 후원금을 받은 바 있어서, 이해충돌 논란도 있습니다.









강은희 교육감과 홍준표 시장 체제를 맞이한 현장 정서는 어떤가요?

강은희 교육감에 대해서는 교육자보다는 정치인이라 보고 계세요. 예를 들어 윤석열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 회계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에도 긍정적입니다. 교육 자치의 수장이면서 중앙 정부가 교육 자치를 훼손하는데 환영하고 나선 셈이지요.

강은희 교육감은, 정부여당이나 교육부가 하려는 정책이라면 가장 발빠르게 앞장서서 따라하고 있습니다. 다른 시도교육감들이 반대하는 법을 혼자 찬성하는 경우도 많아요. 따져볼 부분이 있겠지만, 중요한 건 ‘교육자치’에 가장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겁니다. 오로지 중앙정치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애쓰고 있죠. 지금은 국가교육위원회 교육감 대표로 들어가 있어요.

홍준표 시장에 대해서는 작년 연말 무상급식에 대해 대대적으로 감사한 걸 두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무상급식이 부패의 온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것 같다고. 당선되자마자 눈에 띄게 후퇴하는 것 같다는 걱정들을 하세요. 다만 일각에서는 ‘되게 나쁜놈인데 일은 시원시원하게 한다’는 정서도 솔직히 있는 것 같아요.









조합원 분들 인식의 정도도 다를 것 같아요

대중 조합이고, 숫자가 많다 보니 조합원들 인식의 정도가 다양하고 차이도 많이 납니다. 예전에는 교육 당국이나 관리자의 갑질을 주로 대응했다면 지금은 학교와 교사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이 많이 바뀌었고, 학교내 직종이 다양해지면서 학교 내 갈등 양상도 달라지고 있고,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에 요구하는 내용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고민이 굉장히 많습니다. 학교 구성원들의 인식 격차가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크더라고요. 우선은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민부터 출발하려고 합니다.

제 위의 선배들 같은 경우는 국공립 사범대를 졸업하면 교사자격증이 나오고 의무적으로 발령을 냈는데, 1990년대부터 교사가 되기 위해선 임용고사를 반드시 치르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임용고사를 쳐야 된다는 걸 알고 입학했어요. 그래도 임용고사 투쟁을 했던 선배들 통해서 임용고사가 정권에 입맛에 맞는 교사들을 추리기 위해서 시행된거라 교사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없다. 또 교원수급 조절 잘못한 책임을 우리한테 전가하는 거라는 교육도 받았어요.

하지만, 임용고사는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았고, 지금 교직에 나오는 후배 교사들은 엄청난 경쟁을 뚫고 어렵게 나온게 됩니다. 이 분들의 노력을 폄훼하는 건 아니지만, 다들 이 시험이 능력있는 교사를 선발해내는 공정한 방식이라는 인식이 굉장히 강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이른바 ‘시험능력주의’라는 거죠.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교원을 양성하게 되니 학교에서도 어떻게든 ‘바늘 구멍’을 통과해서 ‘상층부에 편입’하려는 욕망이나 욕구를 독려하는거 같아요. 대중 조합원들 중에는 이런 인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상당히 많다고 봐요. 비정규직을 바라보는 인식도 여기서 출발한 게 아닌가 합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업무는 늘어가는데, 인력 충원은 하지 않는 교육부나 교육청에 있다고 봐요. 당국이 갈등을 부추기고 방치하고 있으니 과도기적인 현장에서는 교사와 행정직, 공무직 사이에서 니 일이네, 내 일이네 갈등이 생겨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시기 전교조가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연대 성명을 냈다고 항의도 많이 들었습니다.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겠죠. 우리가 ‘노동자 집단’ ‘노동조합’이라기보다 ‘교육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더 나타내기를 바라시는 분들도 많고요.

그럼에도 전교조는 ‘모든 교직원의 노동조합’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교원노조법이라는 한계가 있어서 조합원 자격이 교원으로 한정됐으나. 사실, 정규직 교사를 비롯해 강사 선생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다 아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외 노조 투쟁 때 이렇게 된 바에 우리가 법내 노조로 다시 들어갈 때, 전교조의 이름에 걸맞게 조합원 자격 대상을 더 넓히는 것이 우리의 전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아쉬워요.









주로 젊은 교사들이 다른 노조로 많이 갑니다

여러 가지 과도기적 갈등이 학교에서 생겨나고 있는데, 그 흐름을 그쪽에서 잘 활용한 것 같아요. 학교 안에 노동자들의 직종도 다양해졌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와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진 조건이니까요. 이 가운데 젊은 교사들의 눈앞에 놓인 문제들에 대해 그 노조가 발 빠르게 움직인 부분도 있다고 봐요.

선생님들 입장에선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입은 교권 침해, 공무직과의 갈등과 같은 문제를 당장 해결하고 싶은데, 잘 맞아들었죠. 하지만 해당 노조의 활동 방향에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학교 안의 갈등 해소를 비롯한 여러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히 교사들의 권익만 세워갈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들이 생겨나는지 근본적인 질문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확장세가 눈에 띄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을 따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합원 수가 늘어나면 물론 좋겠죠.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교육과 노동의 문제를 대하고 해결해 갈 것입니다. 뾰족한 방법이 있냐 물으신다면 답하기는 어렵지만, 그러다보면 우리의 가치에 공감하는 분들이 우리에게 발걸음을 옮겨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사안에 따라 대구에서 만나 협력도 하라고 하는데, 저는 가치관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일단 이름부터가 우리는 ‘교직원노조’인데, 다르잖아요. 이 분들은 시작할 때부터 ‘교사들을 위한 노동조합’이라고 내걸고 만들었잖아요. 전교조가 걸음을 내딛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다루는 데 있어 신중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임기를 시작하는 마음이 어떠세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지

지부장 하면서 거창하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하는 겁니다. 어려운 결심이라 하시지만, 솔직히 깊이 고민하고 출마한 건 아니에요. 당장에 변화가 없다고 하지 않는다면, 이제까지의 명맥은 끊어지게 될텐데. 그럼 그 명맥은 어떻게 다시 잇고, 무너진 역사는 어떻게 다시 쌓겠어요. 일단 이어가자는 마음이에요.

언젠가 눈에 띄는 변화가 올 거라고 봐요. 전교조 조직도 크게 성장할 거고. 다만 그 순간이 제가 눈 감기 전에 오지 않을 수는 있겠죠. 제가 역사를 가르치다보니, 노동운동을 두고 독립운동 예시를 많이 드는데, 독립운동가들이 ‘해방이 될 거냐 안될 거냐’를 묻는게 아니라, 해방이 되어야 하니까 독립운동을 하셨잖아요. 전교조도 민주노총도 될 때까지 해야죠.

이대로 주저앉거나 물러날 수 없고, 버텨내겠다는 생각이에요. 이상적일 수는 있겠으나, 다들 이런 마음으로 노조활동, 노동운동을 길게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목표라면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 퇴행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전술들은 2월 전국대대를 앞두고 지혜를 모아가고 있어요. 지부 차원에선 새로운 활동가를 찾아내고, 조직 내에 서로 다른 입장이나 갈등을 잘 조율해서, 활동력을 복원해내고자 합니다. 사업적으로 말하면 토론회랄지. 더 많이 소통하는 장을 열고 싶습니다.









각오 다짐을 들려주세요

뻔한 얘기지만, 열심히 연대하겠습니다. 물론 저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고민도 걱정도 많이 됩니다. 제 개인의 생각은 물론 있지만, 조합원들과 함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요. 그럼에도 저희 전교조에 문 두드려 주시면 열심히 발품 팔고 다니겠습니다. 저희가 놓치는 것이 있다면 꼭 좀 알려주세요.

사실은 지부장 하면, 어디가서 마이크도 잡고 발언을 해야 하잖아요. 이걸 잘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제일 걱정입니다 (웃음) 끝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우리 선생님들한테, 노동조합이라는 게 보통 사람들도 할 수 있는 거라고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전교조가 당신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걸 계속 인식시켜드리고 싶고요.



전교조 대구지부 제21기 집행부의 출범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대한민국 질곡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관통해 지금까지 발전해 온 전교조다. 촌지로 얼룩진 학교를 바꾸고 미래를 만드는 주역이었다. 민주주의와 참교육을 실현하는 역사의 한복판에 전교조가 있었다. 김도형 지부장의 말처럼, 변화는 반드시 온다. 우리는 손 맞잡고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면 된다.

*위 기사는 민주노총 대구지역 기관지 '대구노동히어로'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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