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인터커드건축 + 보이드아키텍트 + 레스건축

윤승현, 이규상, 우준승
사진
남궁선
자료제공
인터커드건축
진행
김정은 편집장


종교 공간과 공공 공간 사이

윤승현(중앙대학교 교수), 이규상(보이드아키텍트건축 대표), 우준승(레스건축 대표)



조선 중기 이후 400여 년 동안 국사범의 처형장으로 이용되었던 서소문역사공원은 숱한 애환이 서린 장소다. 
특히 1801년 신유박해부터 1866년 병인박해에 이르기까지 많은 천주교인들이 처형된 천주교 박해의 장소였고, 이를 기려 한국천주교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장소다. 
이곳은 1973년 근린공원으로 지정되었지만, 경의선 철로와 서소문고가로 인해 접근로가 차단된 음지의 공간으로 전락했고, 공원 하부에 중구의 재활용쓰레기처리장, 공영주차장 등이 건립되어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냈던 장소다.

모두가 공유하는 장소는 모든 특성이 희석되어 무감각한 곳이 아니라, 특성적 가치가 느껴져서 모두 함께 그 독특한 분위기를 공유하는 자리다. 그러므로 한국 천주교의 성지인 이 땅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담아내는 일만이 천주교인들만의 성소뿐만 아니라 서울 시민 모두에게 가치 있는 장소로 거듭나는 가장 유효한 방법일 것이다.

1996년 지어져 활용되던 공영주차장 공간을 재편해 역사기념 공간을 건립하는 데 있어 지하와 지상의 관계는 중요한 건축적 개념의 한 축이었다. 현재의 공공적 가치가 발휘될 수 있는 기념공원과 그에 기반한 지하 역사박물관은 불가분의 관계이고, 그 관계는 땅 위아래를 넘나드는 공간의 흐름의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

공원 안과 밖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비워진 중앙부를 통해 장소의 기념성을 드러내고, 그곳에 시민의 다양한 활동이 담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즉 공원은 두터운 녹지로 둘러싸이되 지하의 역사박물관 광장 벽과 코어 벽이 드러남으로써 지하의 존재감을 암시하는 비워진 기념마당을 구상했다. 이 기념의 마당에 연접해 33m 높이의 기념탑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공원의 지반과 하늘과의 관계를 만들어 시선이 하늘로 향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 공원 바깥 바삐 움직이는 가로에는 풍부한 녹색 풍경을 제공하되, 기념탑을 통해 역사공원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경계부 녹지 공간은 시민들의 순환 산책로로 조성한다는 구성이다. 하지만 공사 시행중 여러 사정에 의해 기념탑이 시공되지 못하고 그와 짝을 이루던 기념마당이 잔디밭으로 무단 변경되어 그 성격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다.








기존 자하주차장의 구조를 일부 활용하다 보니, 주차 공간의 효율성만을 고려해 설정된 7.5×8m 모듈이 서소문 성지역사박물관 공간의 그리드 체계의 기준이 되었다. 이와 같은 135여 개의 단위 입방체 그리드는 2~3층의 다층적 구조로 연속되며 끊임없이 증식, 통합되는 형식으로 전개되도록 구성되었다. 또한 그 단위 그리드는 1.5×1.5m 십자기둥에 의해 독자적 위상을 갖춘 독립적 공간이 되었다.

장소의 고유한 위상에 기반한 공간 전개는 도합 300여 미터에 이르는 진입 램프길에서부터 박물관 내의 콘솔레이션홀을 에둘러 하늘광장에 이르는 경로와 다시 지상을 향해 길을 인도하는 하늘길까지의 경로를 통해 순례의 과정으로 극화되고 있다.

기둥과 보의 두께 30㎝ 노출콘크리트는 단위 공간의 고유성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구축적 재료다.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켜켜이 쌓여 공원 상부까지 올라가는 벽돌은 지상과 지하의 매개적 장치이자 각 공간의 고유성과 그 흐름을 유도해 분위기를 연속시키는 감성적 재료다. 이는 엄격한 그리드 체계의 단위 공간과 공간 전개 체계를 존중하는 순수한 공간과 재료의 조우로 정의된다. 반면 또 다른 천연의 재료인 철판과 나무, 그리고 석재는 콘크리트와 벽돌에 이에 공간의 성질이 강화될 수 있도록 덧대는데 쓰이는 재료다.

신념을 다한 위인들을 위한 기념의 공간은 25×25×10m 입방체 튜브로 땅속 14m 깊이에 어둠의 공간으로 존재한다. 이 공간은 경계는 분명히 드리우지만, 누구나 환영하며 두께 1.5m로 사방이 열려 2m 높이로 떠 있는 틈을 통해 자연스럽게 고개 숙이는 자세로 경배의 진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상했다. 그곳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지만 영롱한 빛 우물을 통해 홀의 바닥이 있음을 알린다. 그곳은 집회 공간으로 계획되었지만, 어둠의 빛으로 깊이를 알 수 없을 듯한 이 콘솔레이션홀 자체가 가장 소중한 이 박물관의 전시물이 되고 있다.

콘솔레이션홀 반대편에는 하늘로 향한 광장이 병렬하고 있다. 콘솔레이션홀을 거쳐 33×33×18m의 사방이 무표정한 벽돌벽으로 둘러싸여 하늘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유도하는 광장에 도달하는 것이다. 압도적인 규모에 자기 자신의 미약한 존재감이 각인되지만, 하늘과 교우함으로써 그 존재감은 빛나게 되길 기대하는 공간적 장치이고, 정점의 피날레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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