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안 낳으려던 한강, 마음 바꾸게한 남편의 한마디…누리꾼 "감동·낭만"
채태병 기자2024. 10. 13
소설가 한강(54)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운데, 누리꾼들이 출산에 부정적이었던 한강의 마음을 바꿨던 그의 남편 홍용희 평론가의 말을 재조명하며 "낭만적 일화"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에는 '애 안 낳으려고 했던 한강작가가 설득된 말'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공유됐다.
이 게시물에는 2000년 문예지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한강의 자전소설 '침묵'의 일부 내용이 담겼다.
소설 '침묵'에 따르면 한강은 홍용희 평론가와 결혼한 지 2년쯤 됐을 때 자녀 계획을 주제로 남편과 대화를 나눴다.
당시 한강은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의 인생에 이르러 성취하겠다는 식의 소유욕에 염증을 느꼈다"며 "잔혹한 현실의 일들을 볼 때면 고민 없이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이런 생각을 가졌던 한강에게 남편은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잖아? 그렇다면 한 번 살아보게 한다고 해도 죄짓는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한강은 "그 아이가 이런 생각에 이를 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라며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몫도 결코 아니고…어떻게 그것들을 다시 겪게 하냐"고 우려했다.
그러자 남편은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라며 "여름엔 수박이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아"라고 했다. 이어 "그런 것 다 맛보게 해 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 주고 싶지 않냐"고 되물었다.
남편의 말에 느닷없이 웃음이 나왔다는 한강은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건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다"며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을 잃었다"고 회상했다.
이 일화에 대해 누리꾼들은 "너무 감동적이고 낭만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삶을 고통으로 인식해 출산에 부정적이었던 작가님이 남편의 말에 자기 삶에도 진실한 즐거움이 있었다는 걸 상기하게 된 것 같아 좋다"고 댓글을 적기도 했다.
한강은 지난 10일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품에 안았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뒤 24년 만의 대한민국 역대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기도 하다.
수상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한강은 아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끝낸 참에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정말로 놀랐고 오늘 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강은 아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책방오늘'을 운영하고 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진 뒤 책방오늘의 앞에는 시민들이 보낸 축하 화환과 현수막 등이 놓였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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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일 · Follow
a day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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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기까지만 알고싶은 이야기가 있다.
"빗소리, 수박 맛 알려주고 싶지 않아?"... 아이 안 낳으려던 한강 작가 설득한 남편의 한마디
소설가/한강 이야기다.
소설가 한강이 아들과 저녁밥을 먹던 중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그가 계획에도 없던 출산을 결심하게 된 남편과의 일화가 재조명받고 있다.
한강은 지난 2000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자신의 자전소설 <침묵>에서 계획에도 없던 출산을 결심하게 된 까닭을 밝힌 바 있다.
해당 도서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한강은 '세상에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많고 살아갈 만하지만,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이를 느낄 때까지 대신 살아줄 수 없다'는 현실에 고민하고 있었다.
한강을 설득시킨 남편의 한 마디
한강은 "아이가 그 생각에 이를 때까지, 그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라며 아이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전까지, 혹은 이를 느끼지 못할 경우 평생 겪을 수 있는 고통을 상상하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한강의 이 같은 말에 그의 남편은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아. 그런 거, 다 맛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라며 "빗소리도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다.
남편의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는 한강은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것은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다"며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을 잃었다"며 아이에게 달디단 여름 수박의 맛을 보여주고 싶어졌다고 고백했다.
이 계획이 없던 한강의 생각을 단번에 바꿔버린 그의 남편의 말은 지난 10일 한강이 아들과 저녁밥을 먹던 중 수상 소식을 접했다는 일화가 공개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남편분도 너무 낭만 있으시다",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경험들에 가려진 소소한 행복이 더 많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이게 문학이구나...", "여름에 먹는 달콤한 수박의 맛은 정말 유니크한 경험이긴 하다", "표현이 기가 막힌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24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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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adimir Tikho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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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말 모르겠습니다. 한강 작가는 1970년생이시고, 저는 1973년생인데, 결국 같은 "세대"입니다. 1970년대초에 태어난 저희 세대는, 그래도 살만한 세상을 좀 맛봤습니다. 저는 소련에서 비록 권위주의적이었지만 그래도 당위적으로 "좌파"를 지향했던 정권 밑에서도 살아봤고, 무료 교육/의료 혜택도 받았고, 독서가 최고의 취미였던 분위기도 즐겼죠. 그나마 막차를 탄 거죠. 저보다 10년 뒤에 태어난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의식 있는 삶을 살게 될 때에 볼 수 있는 것은 마피아들끼리 싸우는 장이 된 소련의 폐허뿐입니다. 남한만 해도 최근까지 "성장"해온 사회인 만큼 재분배가 아주 좋지 않아도 그래도 적어도 "파이" 전체가 커지고, 또 1980-90년대에 억압이 강한 만큼 조직적 저항도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남한의 독서율이 43%에 불과하지만, 1994년, 즉 한강 작가 데뷰 쯤에는 87%나 됐습니다. 글을 써서 발표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분위기였죠. 한데 저희 자녀들은 전혀 다른 상황에서 살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기후위기로 여름철 살인 폭염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점차 망가져 갈 것이고, 미-중 패권을 다투는 시기인 만큼 세계 각처에서 전쟁들도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가면 갈수록 더 고립되어 가는 인간들의 대부분은 구조적으로 가난해질 것이고, 생존을 위해 하루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것이고 더 피곤하게 살 것입니다. 그들이 파김치가 돼 집에 오면 그들을 위로하게 될 것은 아마도 독서도 아닌, 휴대폰으로 보는 넷플릭스 정도일 겁니다. 저는 두 자녀를 갖고 있지만, 자녀를 낳는 결정이 맞는 결정이었는지, 지금 나락으로 가고 있는 세계를 보면서 계속 회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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