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 50%로 올려야, 노인 빈곤·전체 부담 줄어 [왜냐면]
소득대체율 50%로 올려야, 노인 빈곤·전체 부담 줄어 [왜냐면]
‘국민연금 개혁’ 제대로 톺아보기 ③
수정 2024-09-05 10:57
등록 2024-07-1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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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연합뉴스
오종헌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
노후에 한 달 생활비는 얼마나 있어야 할까? 2021년 ‘국민 노후보장패널 9차 조사’ 결과를 보면, 혼자 사는 경우 최저 생활비는 월 124만원, 적정 생활비는 월 198만원이라고 답했다.
노인 빈곤율의 기준인 ‘상대빈곤선’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세후소득)을 기준으로 모든 국민을 한 줄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이 가진 소득(중위소득)의 절반(50%)으로 정의한다. 2022년 기준 상대빈곤선은 월 144만원이다. 다시 말해서 자녀들의 용돈 등 사적 이전소득, 노동소득, 연금소득 등 노인의 모든 소득을 탈탈 끌어모아도 월 144만원이 되지 않는다면 소득 빈곤층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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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노후보장패널 9차 조사’에서 한국 사회 노인들이 요구한 노후 최저 생활비와 적정 생활비의 중간에 상대빈곤선이 있다는 점에서, 노후소득 보장제도에서 상대빈곤선은 유의미한 수치다.
노후소득의 목표와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2024년 3월 기준 665만명이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등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 유족연금 수급자 약 100만명은 월평균 35만원을 받는다. 약 556만명인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는 월평균 55만원을 받는다. 국민연금 노령연금 월평균액이 64만원이라 알려져 있지만,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 5분의 1에 달하는 특례연금 수급자(약 115만명)와 분할연금 수급자(약 8만명)가 월평균 24만원을 받고 있는 부분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실제 월평균액은 5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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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많은 분들이 국민연금을 받더라도 빈곤 상태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2022년 특례·분할연금을 제외한 국민연금 노령연금 월평균액은 58만원이었다. 상대빈곤선 144만원을 넘으려면 추가로 86만원 이상의 소득이 필요한 셈이다. 문제는 현재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자 다수는 55만원도 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 665만명 가운데 40만원 미만을 받는 수급자가 51%이고, 60만원 미만을 받는 수급자가 72%에 달한다. 100만원 이상 받는 수급자는 전체 수급자의 대략 10분의 1에 불과하다.
가입기간이 늘어나고 있지만, 미래 국민연금액 수준은 더 낮아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내년 국민연금 신규 수급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19.2년이고, 이를 반영한 소득대체율은 27%이지만, 1975년생이 연금을 받는 2040년에는 평균 가입기간은 22.1년으로 3년이 늘어남에도 소득대체율은 26%로 지금보다 줄어든다. 2007년에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대폭 삭감한 후폭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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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을 활용하면 되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구체적 연금 현실과 괴리된 주장이다. 2005년에 도입한 퇴직연금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중상위 계층의 일부만 가입해 포괄성에 한계가 있고, 조기 퇴직과 부족한 실업급여, 불안정한 노동시장 문제 등 총체적 문제를 안고 있다.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하는 50대부터 국민연금 수급 개시 전까지 약 10년 동안의 소득절벽을 버틸만한 가교연금의 역할도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2021년 통계청 연금통계에서 퇴직연금 수급자는 노인 중 0.1%인 9천명에 불과했다. 노인 인구의 70%를 대상으로 하는 기초연금도 인구 고령화라는 항구적 변화 앞에서 재정적 지속가능성이라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국회의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 500명의 시민대표단 다수가 학습하고 숙의하며 내린 선택은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이었다. 40년 가입 기준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인상하자는 것이었다. 상당수 노인이 일정 수준의 연금을 받는 사회에서 노인빈곤을 줄이기 위한 추가 부담을 논하는 것과, 상당수 노인이 소득이 없다시피 한 사회에서 노인빈곤을 줄이기 위한 추가 부담을 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국민연금으로 노후소득의 상당 부분을 채워놓아야 탈빈곤을 시도할 수 있고, 탈빈곤을 위해 필요한 조세기반 추가급여의 부담도 감당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 보장성 강화는 국민연금을 넘어 전체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노인빈곤을 예방할 수 있는 정공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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