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g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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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째 선잠을 잔다.
금강경의 사구게(四句偈) 등을 떠올리며 잠을 청하곤 한다.
나는 이상주의자이면서 현실주의자다.
노년에 만난 공자에게 마음이 끌렸던 것도 그런 성향 때문이었다.
지금 겪고 있는 정치 상황을 격동(激動)이라기보다 격랑(激浪)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내 심정이 잠을 못 이루게 한다.
이렇게 된 인과(因果)의 연쇄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향으로 격동(激動)하기를 바라지만, 그 전망보다는 그저 격랑(激浪)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국민의 집단지성보다는 ‘이성(理性)의 간지(奸智)’나 ‘하늘의 섭리(攝理)’에 더 기대할 수 밖에 없는 답답함이다.
윤석열의 하야(下野)가 ‘탄핵소추에 의한 직무정지’보다 더 낫다고 본다.
격랑(激浪)의 기간이 짧아지는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대통령의 궐위 상태가 짧다는 것 이상은 어떤 보장도 없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오늘 같은 정치적 퇴행을 가져온 87체제를 끝내고 제7공화국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연합정치나 협동정치를 어렵게 하는 승자독식의 ‘제도’와 서로 물고 물리면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해온 ‘사람들’을 교체하는 것이다.
대통령 궐위 기간에 거국내각이든 또는 무엇이라 하든 헌법을 개정하여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새 공화국을 탄생시키는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 상황과 정치문화 그리고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런 전망이 실현되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
아마도 대통령 선거를 가까운 시간에 치르게 될 것이다.
지금 같은 퇴행적 편가름과 보복의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제7공화국을 위한 개헌과 실질적 연합 정치를 약속하는 후보(候補)에게 표(票)를 던지는 선택 앞에 서게 될 것이다.
내가 정당(政黨)을 이야기하지 않고 후보(候補)를 이야기한 뜻을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우리 국민들이 우리 역사를 관통하는 가장 큰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자주적이고 집중적으로 숙고(熟考)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지금도 우리에게는 행운이 따르고 있다고 믿는다.
살상(殺傷)을 수반하는 폭력이나 내란 상태를 피할만큼은 되었다.
우리는 세계가 경탄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국민들이다. 한발 더 나아가 위대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저력을 가진 국민이라는 믿음을 갖자.
큰 꿈을 함께 꾸는 것은 여러 중첩된 갈등들을 풀어가는데 가장 중요한 힘으로 된다.
부디 이 격랑의 세월이 대전환의 서사로 기록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돕자.
스스로 도울 때만, 천우신조(天佑神助)가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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