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쌀, 재난, 국가 | 이철승 | 알라딘[eBook] 쌀, 재난, 국가
이철승 (지은이)
문학과지성사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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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종이책 15,300원전자책정가
빈곤/불평등문제 주간 16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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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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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불평등의 기원 추적"
불평등에 대한 수치, 르포, 고발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철승 교수는 이번 책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적 불평등을 분석한다. 그가 주요 분석틀로 택한 것은 '쌀'이다. 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연결이지만 그가 차근차근 이어내는 관계를 읽을수록 점점 몰입하게 된다.
그는 한국적 불평등의 구조와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 벼농사 체제로부터 빚어진 것으로 파악한다. 이 긴 거리 사이에 그는 밀 농사와 벼농사의 근본적인 차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벼농사 체제에서의 인간관계, 재난을 대비하는 국가의 형태 등에 대한 설명을 채워 넣는다. 탄탄한 논리의 받침 위에서 그는 현재의 세상에 과거의 룰이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말하며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까지 나아간다.
전작 <불평등의 세대>로 불평등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 이철승 교수는 이번 책으로 더 넓고 입체적인 해석을 이어간다. 3부작 '불평등' 시리즈의 마지막, 다음 책도 기대된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2021.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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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19년 한국 사회에 세대론과 불평등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으며 언론과 학계, 정계, 일반 대중에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불평등의 세대』의 저자 이철승의 신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쌀, 재난, 국가―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가 그것.
저자 이철승은 전작 『불평등의 세대』에서 ‘세대’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위계 구조가 어떻게 세대와 맞물리며 불평등을 야기해왔는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펼쳐 보였다. 그의 전작이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여전히 위계와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가”에 대한 동시대적인 분석이라면, 이 책은 제목이 나타내듯 ‘쌀’ ‘재난’ ‘국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러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경쟁/비교의 문화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역사적 분석을 시도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드리운 불평등의 ‘깊은 구조’를 이해하려면, 동아시아 사회와 국가가 반복되는 재난에 맞서 싸우며 먹거리(쌀)를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 만든 사회제도와 습속―협업과 위계, 경쟁―을 먼저 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프롤로그
이 책의 퍼즐들 | 이 책의 주요 주장들 | 벼농사 체제의 일곱 가지 유산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벼농사 체제의 출현과 재난의 정치
우리는 누구인가―쌀 이론의 수립
쌀에 갇힌 동아시아, 벼농사에 집착한 한국인
쌀과 밀의 대비
한반도 정주민의 쌀 사랑
쌀밥과 빵의 정치경제학
고대국가의 재난 정치
홍수, 물벼락의 정치
가뭄, 물 확보의 정치
고대 및 전근대 국가 최악의 재난―가뭄
조선왕조의 가뭄 대비책
복합재난―정치 변동의 촉매제
나가며―쌀, 재난, 동아시아의 국가
2장 벼농사 생산체제와 협업-관계 자본의 탄생
벼농사와 평등한 협업 시스템의 출현
벼농사의 공동노동 시스템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벼농사 문화의 지속
벼농사 마을의 비교, 질시, 행복
협업과 불신이 공존하는 벼농사 마을의 신뢰 구조
표준화와 평준화―벼농사 마을의 보이지 않는 손
벼농사 체제의 현대로의 이식―연공에 따른 숙련 상승 가설과 표준화 가설
동아시아 마을, 협업의 장인들
나가며―오리엔탈리즘을 넘어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
동아시아인들의 문화적 디엔에이―사회적 조율 시스템
동아시아 농촌의 성공 함수―협업-관계 자본
코로나 팬데믹의 국가별 양상
벼농사 체제와 코로나 팬데믹
밀농사의 개인주의와 벼농사의 집단주의
나가며―팬데믹과 불평등의 확대
4장 벼농사 체제와 불평등의 정치심리학―왜 한국인들은 불평등에 민감한가
벼농사 사회와 밀농사 사회의 불평등 구조
쌀 경작 사회의 불평등 기제―국가로의 접속
벼농사 체제와 과거제도는 어떻게 얽혔나
벼슬과 벼농사의 상호작용
평등화와 차별화를 향한 욕망의 공존
한반도 남단 정주민의 심리 구조―평등화와 차별화의 공존
밀 문화권과 쌀 문화권의 불평등 치유 노력
불평등 치유 노력의 역사적 기원
벼농사 체제의 유산―복지국가의 저발전
현대 한국인의 복지 태도―부동산과 복지국가
나가며―국가를 통한 불평등의 생산
5장 연공제와 공정성의 위기
청년 실업과 노동시장 이중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제도(연공)-주체(세대)-구조(인구)의 착종
연공 문화의 제도화―연공제
세대 네트워크와 한국형 패턴 교섭
인구구조의 변동에 따른 기업의 인구 구성 변화
연공-세대-인구 착종과 기업의 비용 위기
연공-세대-인구 착종과 청년 고용 위기 연공제와 노동운동
연공제와 여성
나가며―불평등, 현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6장 벼농사 체제의 극복
재난 대비 구휼국가에서 보편적 사회안전망 국가로
표준화를 위한 조율에서 다양성의 조율로
벼농사 체제와 청년 세대의 충돌
동료로서의 여성
직무평가 시스템의 도입―시험에서 숙련으로
연공급 대 직무급―어느 불평등을 택할 것인가
한국형 위계 구조의 개혁―연공제를 넘어서
나가며
참고문헌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동아시아인의, 한국인의 연결망은 효율적이다. 동아시아의 빠른 발전의 결과가 그 효율성을 실증한다.
P. 23 한국인에게 이 위계란 일상 자체다. 한국인만큼 협업을 잘하는 종족도 드물지만, 한국인만큼 위계를 따지는 종족도 드물다. 그 위계의 구조는 엄격할뿐더러 세밀하고 촘촘하다. 인간관계마다,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이 위계의 구조는 깊이 드리워져 있고, 우리의 아이들은 이 위계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법부터 배운다. 〔……〕 우리는 왜 이 위계 구조를 그토록 오래 강고히 지속시켜왔고, 얼마나 더 오래 이 위계 구조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 우리는 왜 그토록 ‘평등과 정의와 형평’을 갈망하면서, 동시에 위계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가? 왜 평등과 정의를 외치는 사람이 뒤로는 학벌과 직업, 연공서열 위계에 집착하는가?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책이 모든 질문에 다 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건드릴 것이다, 때로는 다소 도발적으로. (「프롤로그」) 접기

P. 35 이 연공 문화는 동아시아 기업 조직의 뼈대―연공제―로 재탄생한다. 동아시아 기업들은 입직에서부터 퇴직에 이르는 개인의 생애를, 동일한 임금 상승 테이블을 공유하는 세대들로 쪼개어 위계 구조를 만드는 동시에 세대 단위 협업 시스템을 창출했다. 동아시아 마을 공동체의 수직-수평 기술 튜닝 시스템은 동아시아 기업 조직에서 연공제를 매개로 재탄생하게 된다. ‘가족 같은 기업’ 안에서 부장님은 부모의 역할을, 선배는 이웃 어른들과 같은 역할을 했다. 입사 동기는 동년배 사촌들 및 동네 친구들과 다름없었다. 그들은 동아시아 마을 기업처럼 긴밀하게 엮인 공식?비공식 네트워크 안에서 협력과 경쟁의 쳇바퀴를 탔으며, 동아시아 마을 공동체의 협력 기제인 ‘표준화’를 생산공정과 관료제에 도입하여 ‘기민’하고 ‘긴밀’하게 작동하는 동아시아 기업 조직을 만들어냈다. (「프롤로그」) 접기

P. 68~9* 벼(과 식물들), 기후와 지형이라는 주어진 환경, 벼농사 경작의 주체와 제도라는 세 가지 요소는 이렇게 (진화적) 상호작용을 거치며 동아시아의 초기 농경국가 체제를 주조했다. ‘왜 하필이면 동아시아인들은 쌀을 먹게 되었는가’라는 질문과 ‘도대체 왜 동아시아의 국가는 다른 지역에서 발견할 수 없는 강력한 관료제(서비스)를 그토록 일찍부터 만들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은 사실상 같은 ‘연쇄 고리’의 답을 가진, 같은 질문인 것이다. 벼와 동아시아인 그리고 그들의 강한 국가는, 다윈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진화’한 것이다. 쌀밥과 강하고 효율적인 국가는 서로 다른 두 차원의 것이지만 상호 친화적이다. 단순화해 이야기하면 우리는 쌀밥을 먹으며 더 크고 강한 국가를 건설했고, 그러한 국가를 만들었기에 쌀밥을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다소 어색하더라도 동아시아 국가는 쌀 국가rice state라고 불릴 만하다.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 접기

P. 149~150 동아시아 기업의 연공제는, 두 가지 가정을 농촌 공동체로부터 이식했다. 〔……〕 이 두 가정은 현장에서 실제로 실현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에 대한 직무평가를 건너뛰는 것을 가능케 했다. 개인 간의 숙련도가 평준화될 것이라는 가정과 개인들의 숙련도가 동일한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가정이 결합하면, 같은 연차의 인력에게 동일한 보상을 주는 것이 가능해진다(정당화된다). 함께 일하며 조직의 목표를 함께 이루었으니 연차 그룹에 따라 보상을―불평등하게―나눈 후, 같은 연차 내에서는―평등하게―n분의 1 하는 것이다(고로 밥과 술은 연차 높은 사람이 산다). 따라서 연공제는 연차를 공유하는 노동자들 간에 연대 의식을 고양시켰고, 생산성이 집합적으로 향상되는 데 디딤돌이 되었다. ‘왜 같이 일 해놓고 나이 많다고 더 가져가’라는 불만은, ‘너도 기다리면 나처럼 보상받아’라는 미래에 대한 약속으로 덮였다. 이렇게 ‘지연된 보상’은 나이 많은 ‘충분히 기다린 세대’로부터 ‘아직 기다릴 날이 20년, 30년 남은 세대’에게 강제되었다. 연공제는 어찌 보면 기다리고자 하는 자, 혹은 기다릴 수 있는 자들(정규직)끼리의 ‘공모’다. (「2장 벼농사 체제의 협업-관계 자본의 탄생」) 접기

P. 173~174 결국 동아시아인들이 발전시킨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주요 축은 서로 간섭하고 싫은 소리를 해야 서로가 사는, 협업과 조율 시스템이다. 우리는, 동아시아인은 오랜 세월 동안 이 협업 시스템을 발전시켜왔고, 근대화 과정에서 이 시스템을 공장으로, 사무실로 이식시켰다. 부장님이 사사건건 일과 삶에 간섭하는 것에 숨이 막히는가. 집 안에서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간섭 권력’이 작동하는 곳이 동아시아 사회다. 추석에 집안 어른들로부터 듣는 싫은 소리에 넌덜머리가 나는가. 추석이란 무엇이냐고? 바로 씨족사회의 간섭 권력의 위계가 당신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집안 전체에 드러내고 평가하는 자리다. 동아시아는 개인주의자가 남 신경 안 쓰고 하고 싶은 일 하며 자유롭게 살기에 이상적인 곳이 아니다. 서로가 촘촘하게 엮여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지켜보고 감시하며 베끼고 잔소리하고 보폭을 맞춰가면서 서로 엇비슷해져가는 사회인 것이다.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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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이철승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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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복지국가와 불평등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2005). 유타 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를 거쳐 시카고 대학교에서 종신교수로 2017년까지 일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부편집장으로 일했다. 2011년과 2012년 전미사회학협회 불평등과 사회이동, 정치사회학, 발전사회학, 노동사회학 분야에서 최우수 및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Social Forces, Sociological Theory, World Politics, Comparative Political Studi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한국사회학』 『한국정치학회보』 『한국사회복지학』 등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9년 한국정치학회 학술상(저술 부문)을 수상했고, 2020년 한국사회학회 최우수논문상, 2021년 한국사회복지학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When Solidarity Work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6(『노동-시민 연대는 언제 작동하는가』, 박광호 옮김)과 『불평등의 세대』 『쌀 재난 국가』 등이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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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보기)출판사 제공 책소개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학벌주의,
연공서열과 여성 배제의 구조, 부동산 문제까지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이해하는 세 가지 키워드
쌀 / 재난 / 국가
2019년 한국 사회에 세대론과 불평등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으며 언론과 학계, 정계, 일반 대중에게까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불평등의 세대』의 저자 이철승의 신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쌀, 재난, 국가―한국인은 어떻게 불평등해졌는가』가 그것.
저자 이철승은 전작 『불평등의 세대』에서 ‘세대’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의 위계 구조가 어떻게 세대와 맞물리며 불평등을 야기해왔는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펼쳐 보였다. 그의 전작이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여전히 위계와 불평등으로 고통받고 있는가”에 대한 동시대적인 분석이라면, 이 책은 제목이 나타내듯 ‘쌀’ ‘재난’ ‘국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러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경쟁/비교의 문화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역사적 분석을 시도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드리운 불평등의 ‘깊은 구조’를 이해하려면, 동아시아 사회와 국가가 반복되는 재난에 맞서 싸우며 먹거리(쌀)를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 만든 사회제도와 습속―협업과 위계, 경쟁―을 먼저 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불평등 구조의 진화 과정을 한반도에서 고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훑어 내려오며 ‘벼농사 체제’라는, 동아시아 쌀 경작 문화권에서 발전한 제도들이 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제도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위계와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수많은 자료 수집과 데이터 분석에 근거하여 흥미진진하게 써내려간다. 무엇보다 저자는 특유의 통찰과 독창적인 분석 틀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학벌주의, 연공서열과 여성 배제의 구조, 부동산 문제 등 현대 한국 사회에 심각한 분열과 구조적 위기를 일으키는 많은 문제들이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음을 밝혀내며 독자들에게 특별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현대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제도에 걸맞은 새로운 제도를 통해 오래된 구조가 재구조화하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책은, 따라서 벼농사 체제의 구조 개혁 플랜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고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부터
코로나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한국 사회는 불평등해졌는가
『쌀, 재난, 국가』는 저자 이철승의 학문적 기획인 ‘불평등 프로젝트’의 두번째 책으로, ‘쌀’ ‘재난’ ‘국가’가 서로 조응하며 만들어낸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이 어떤 제도들을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에서 발현되고 또 우리 자신을 규정하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책이다. 그렇다면 수백, 수천 년을 지속해오며 한국인들의 삶의 양태를 결정짓고 현대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그 체제의 유산을 드리워온 어떤 제도와 문화가 오늘날 우리 삶을 규정하는가?
저자 이철승은 이 책에서 이러한 벼농사 체제의 긍정적・부정적 유산들을 일곱 가지로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재난 대비 구휼국가의 발전, 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시스템인 공동노동 조직, 그리고 표준화와 평준화의 기술 튜닝 시스템이 벼농사 체제의 긍정적 유산들이라면, 나이에 따른 연공서열 문화와 그것이 기업 조직에서 발현된 연공급 위주의 노동시장, 여성 배제의 사회구조, 시험(과거제)을 통한 선발 및 신분 유지와 숙련의 무시, 마지막으로 땅과 자산에 대한 집착 및 씨족 계보로의 상속이 이루어지는 사적 복지체제의 구조가 벼농사 체제의 부정적 유산들이다.
‘쌀’ ‘재난’ ‘국가’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진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은 산업자본주의 사회에 이르러서도 공장과 회사로 이식되어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룩하며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세계적 성공을 이끄는가 하면, 코로나 사태에 각 문명권이 어떻게 맞서고 있는지를 데이터로 분석해 보여주는 책의 3장에서 확인하듯 재난에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사회적 조율 시스템을 작동하며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을 글로벌 모범국가로 등극시켰다. 코로나 팬데믹에 효율적으로, 기민하게 대처하는 국가는, 동아시아인들의 오래된 미래인 것이다. 이러한 벼농사 체제의 유산들은 수백, 수천 년 동안 진화하여 오늘날 현대자본주의하의 ‘동아시아적’ 혹은 ‘한국적’ 제도로서 그 명맥을 유지 혹은 강화하고 있지만, 벼농사 체제의 강고한 지속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위기에 처해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이미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유산들 가운데 어떤 것들을 약화시키고 또 어떤 것들을 강화시켜야 할까?
“나이 많은 자가 세상을 리드하고 지배하는 룰이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은 세상이 도래했다“
청년 세대를 위한 벼농사 체제의 구조 개혁 플랜
이 책은 ‘쌀’ ‘재난’ ‘국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한반도의 고대국가에서부터 현대 지구촌 사회의 코로나 팬데믹과 복지국가의 역할까지, 오늘날 한국 사회에 드리운 벼농사 체제의 현존을 분석해 보여준다. 동아시아인들이, 한반도 정주민들이 삶의 준거로 삼는 여러 가지 원리가 있지만, 그중 가장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그것은 바로 ‘연공 문화’다. 경험 많고 나이 든 농부에게 중요한 의사 결정을 맡기는 벼농사 체제의 위계 구조가 현대 기업 조직의 연공 문화와 임금제도로 정착한 것이다.
저자 이철승은 전작 『불평등의 세대』에 이어 이 책에서도 연공서열의 위계에 대한 비판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연공제가 ‘세대 네트워크’와 ‘인구구조’와 착종・조응하여 오늘날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여성 배제의 구조를 초래하는지를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이 책은, 연공제 문제가 핵심적인 구체제의 유산임을 밝히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의 핵심에는 바로 이 연공제가 자리하고 있고, 저자 이철승은 이 책의 긴 여정을 통해 연공제 철폐가 구조 개혁 과제들 중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프롤로그」를 비롯해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동아시아 국가의 기원」은 한반도의 고대 및 전근대 국가 2천 년 동안 벼농사 체제하에서 재난 극복 및 구휼 시스템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나름의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한다. 2장 「벼농사 생산체제와 협업-관계 자본의 탄생」은 벼농사 체제의 협업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심리(경쟁과 질시) 구조가 탄생하는지를 다룬다. 3장 「코로나 팬데믹과 벼농사 체제」는 재난 시기 이 협업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여 재난을 극복하는지에 관한 사례 연구로, 현재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국가별 대응 시스템을 분석한다. 4장 「벼농사 체제와 불평등의 정치심리학」은 벼농사와 밀농사 체제하에서 불평등은 어떻게 형성되고, 불평등에 대한 인식 구조는 어떻게 다른지, 그에 따른 불평등의 결과가 서로 어떤 차이를 빚어내는지를 비교・분석한다. 5장 「연공제와 공정성의 위기」는 벼농사 체제의 가장 중요한 제도적 유산인 ‘연공제’를 분석하되, 이것이 어떻게 ‘세대 네트워크’ 및 ‘인구구조’와 착종・조응하여 오늘날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 차별, 여성 배제의 구조를 초래하는지를 이야기한다. 6장 「벼농사 체제의 극복」 연공제를 통해 청년 일자리 위기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안으로 마무리된다. 접기

===
<쌀, 재난, 국가> 마지막 장
나는 이번 책에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파헤치기 위해 '쌀'과 '재난'이라는 앵글을 사용했다. 동아시아의 사회 와 국가가 재난과 맞서 싸우기 위해, 벼농사 체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만든 사회제도와 습속-협업과 조율, 경쟁과 질시의 메커니즘-을 규명하지 않으면, 오늘날 현대 한국 사회 불평등의 '깊은 구조'를 이해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많은 내 (사회과학계의) 동료들은, 적당한 연차(연공제 사다리의 꼭대기)에 이르면 서구의 인식과 분석의 틀로 우리의 정 체성과 사회구조를 해석하는 작업에서 손을 뗀다. 그 작업이 도달하는 미망의 상태를 여러 번 겪어본 탓인 것이다. 하지 만 나는 아직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내가 습득한 언어로 할 작업이 남아 있다고 보았다. 그것은 마르크스나 베버나 부르 디외를 모셔오는 작업도, 공자나 맹자를 다시 읽는 작업도 아니다.
내 전작에서 보여주었듯이, 나는 이 책에서도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했다. 전작 『불평등의 세대』는 '세대'라는 앵글을 통해 동아시아의 '위계'라는 깊은 구조 위에서 어떻게 '계급'이 만들어지는지 분석했다. 이번에 내가 사용한 앵글은 '먹거 리-쌀'이다.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우리는 무엇을 먹는가'라는 질문으로 치환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전작이 기존의 세대론을 물질화시키는 작업이었듯이, 이 책에서 나는 '한민족은 누구인가'라는 질문 또한 이런 식으로 물질화시켰 다. 이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삶과 죽음의 순환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삶과 죽음의 갖가지 형태 및 행 태와 그 밑에 숨겨져 있는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먹거리와 재난에 대한 이해는, 그 구조를 드러내는 가장 빠른 길이라 믿는 다.
나는 비록 이 책에서 고고학과 역사학의 엄격한 사료 분석에 많은 빚을 지고 있지만, 궁극적인 관심은 역사학자들이 드러내기를 꺼리는 '구조 분석'에 있었다. 역사학자들의 관심이 '무엇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 의해' 일어났는지를 밝 히고 그 의미를 기술하는 데 있다면, 사회과학자의 관심은 그것들이 '왜' '어떤 구조와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했는지에 있 다. 역사학자들이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언제, 누가 쌀을 경작하기 시작했고, 언제, 누가 저수지를 축조했고, 언제, 누가 모내기를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당대의 배경과 맥락이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한다면, 나는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왜, 어떻 게 오늘날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문화와 제도, 국가가 만들어졌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바로, '한국형 위계 구조'의 기원을
'벼농사의 협업 시스템 으로부터 찾으려 한 것이었다. 따라서 나는 한반도 정주민들의 벼농사의 흔적과 기술에 대해 이미 축적되어 있는 역사학의 기존 연구들을 참조했지만, 결국 구조 분석의 결정적 증거들은 역사학자들의 사실 기술이 아니라, 사회과학자의 '메커니즘' 분석과 '메커니즘'을 드러내고 입증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수집한 데이터 분석에 기반하였다. 어 찌 보면-전작과 마찬가지로-이 책에 들인 노력의 대부분은 이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에 있다.
이 작업을 위해 나는 2천 년 전 고대국가의 재난 관련 통계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2020년 지구촌을 팬데믹으로 몰 아넣은 코로나 사태에 각 문명권이 어떻게 맞서고 있는지를 데이터로 분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쌀 문화권과 밀 문화권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 불평등 구조와 불평등에 대한 인식 체계가 만들어지는지도 분석하였다. 이 작업들의 말미에 나는 벼농사 체제의 가장 강력한 유산인 연공제에 초점을 맞춰, 기업의 임금제도를 해체하여 재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만들었을까. 물리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언택트 일상이 강제한 닫힌 시공 간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가 그렇듯 인간도 외적 환경에 맞서는 내적 동기가 있어야 일을 한다. 그것들 중 하나는, 『불평등 의 세대』 출간에 맞춰 했던 몇 번의 강연 중 만난 한 젊은이의 질문이었다. 선생님,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요." 울먹이며 묻는 그의 질문에 나와 좌중은 일순간 숙연해졌다. 그는 얼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벌써 여섯 번째인가 일곱번째 직장을 옮긴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언제 잘릴지 모르고, 정규직의 상승하는 연봉을 쳐다보며 자신의 고 정된 시급을 감내하고 있다고 했다. 그 촉촉한 푸념 끝에 나온,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끝내 답을 할 수 없었 다.
이 젊은이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가 왜 그 나이에 그 위치에 갇혀 있는지를 내가 가진 언어와 데이터로 해명 • 진단하는 것이다. 의사는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지만(그래야만 하지만), 불행히도 연구자는 동시에 정치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나는 좀더 잘 분석하고, 좀더 잘 진단하고, 좀더 잘 설명하는 일에 진력하기로 했다. 그것이 내가 좀더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
올해 나이 50이다. 벼농사 체제 위계 구조의 서열에 꽤 높이 올라와 있다. 예전 같으면 동네에서 이장 할 나이다. 나 는 내 동년배들에게 묻는다. 내가 강연에서 만난 젊은이는 우리의 남이냐고. 그렇다고 답할 친구들에게 또 묻는다. 우리 자 식들이 비정규직으로 살아갈 세상을 원하느냐고. 시험 잘 치게 해서 정규직 시키면 돼,라고 답할 친구에게 또 묻는다. 그렇 게 해서 이 마을이 쌀밥에 고깃국 계속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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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진: 일본과 너무 비슷한 한국
- 적어도 여기서는 <일제의 잔제>라는 개념은 나오지 않는다.
- 전자책이라서 귀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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