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고쿠분 고이치로 (지은이),최재혁 (옮긴이)한권의책201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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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기노쿠니야 올해의 인문대상 수상 도서. 자본주의가 전면적으로 전개되면서, 사람들은 여유로워졌고 한가함을 얻었다. 그러나 한가함을 얻은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알지 못한다. 무엇이 즐거운 것인지 모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자본주의는 이 틈을 파고든다. 문화산업은 이미 만들어진 즐거움, 산업에 유리한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이전 시대에는 노동자의 노동력이 착취되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노동자의 한가함이 착취되고 있다. 한가함의 착취는 자본주의를 이끌어가는 거대한 힘이다.
왜 한가함은 착취되는 것일까? 인간이 지루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가함을 얻었지만, 한가함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모른다. 그 상태로 한가함 속에서 지루해지고 만다. 그러므로 제공된 즐거움, 준비되고 마련된 쾌락에 몸을 맡기고 안도감을 얻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왜 인간은 한가함 속에서 지루해하는 것일까? 현대 소비사회가 인간의 소외를 불러오는 것이 인간의 근원적 고통인 ‘지루함’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인류학, 고고학, 경제학, 소비사회론, 동물행동학을 비롯하여, ‘지루함의 최고봉’으로 꼽고 있는 하이데거와 수십 명의 철학자들의 사유를 좇아가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다.
목차
머리말
서론 ‘좋아하는 것’이란 무엇인가?
1장 토끼 사냥을 하러 가는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원리론
파스칼이라는 인물 / 인간이 불행한 원인 / 토끼를 사냥하러 가는 사람은 토끼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 욕망의 원인과 대상 / 열중하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일 / 가장 어리석은 자 / 파스칼의 해결책 / 괴로움을 찾는 인간 / 니체와 지루함 / 파시즘과 지루함-레오 슈트라우스의 분석 / 긴장 속의 삶 / 러셀의 《행복론》 / 행복 속의 불행 / 놀랄 만큼 일치하는 러셀과 하이데거 / 지루함의 반대는 쾌락이 아니다 / 사람은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는다 / 열의? / 러셀의 결론이 가진 문제점 / 동양의 청년과 러시아의 청년들은 행복하다? / 열의가 가진 허점 / 스벤젠의 《지루함의 철학》 / 모두 똑같은 것은 싫어! / 스벤젠의 결론이 지닌 문제점
2장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졌는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계보학
지루함과 역사의 척도 / 인류와 유목생활 / 유목생활에 대한 편견 / 강제된 정착생활 / 정착과 식량 생산 / 유목생활과 식량 / 왜 1만 년 전, 중위도 지역이었을까? / 최근 1만 년 사이에 일어난 커다란 변화 / 청소 혁명. 쓰레기 혁명 / 화장실 혁명 / 죽은 자와 맺는 새로운 관계 / 사회적 긴장의 해소 / 사회적 불평등의 발생 / 지루함을 피할 필요성 / 부담이 만들어낸 쾌적함 / 1만 년에 걸친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이라는 과제 / 유목생활자와 정착생활자에 대한 주석 / 정착혁명의 철학적 의미에 대한 주석
3장 왜 ‘한가한 사람’이 존경받을까?: 한가함과 지루함의 경제사
한가함과 지루함은 어떻게 다른가? / ‘한가한 사람’이 존경받았던 시절 / 유한계급과 소유권 / 한가로움의 과시 / 과시적 한가함의 쇠락 / 베블런 이론의 문제점 / 아도르노의 베블런 비판 / 베블런 VS 모리스 / 한가롭게 사는 기술을 아는 자와 알지 못하는 자-‘품위 넘치는 한가함’ / 라파르그의 노동 찬미 비판 / 라파르그의 믿음 / 노동자를 이용해서 폭리를 취한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 포드주의의 혁신성 / 노동으로서의 휴가 / 그람시의 금주법 분석 / 관리받지 않는 여가? / “자신의 욕망을 광고회사로부터 배운다”-갤브레이스 / ‘새로운 계급’ / 일에 충실하기? / 포스트 포드주의의 여러 문제점 / 끊임없는 모델 교환을 강요하는 노동 형태 /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과 비정규직
4장 사치란 무엇인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소외론
필요와 불필요 / 낭비와 소비 / 인간은 무엇을 소비하는가? / 원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 / 낭비를 방해하는 사회 / 소비 대상으로서의 노동과 여가 / 〈파이트클럽〉이 그려낸 소비사회 / 타일러와의 만남 / 소비사회와 그에 대한 거부 / 타일러는 누구인가? / 현대의 소외 / 소외와 본래성 / 소외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 루소와 소외 / 홉스의 자연상태론 / 전쟁 상태에서 국가 형성으로 / 루소의 자연상태론 / 이기심과 자기애 / 자연상태론은 어떤 도움을 주는가? / 본래성 없는 소외 / 마르크스와 노동 / 마르크스의 소외론은 어떻게 읽혔는가? / 소외론자들의 욕망 / 노동과 일-한나 아렌트 / 마르크스의 텍스트를 왜곡한 아렌트 / 마르크스에게 있어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5장 도대체 지루함이란 무엇인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철학
철학의 감동 / 기분을 묻는 철학 / 근본에 있는 기분 / 지루함의 두 종류 / 지루함의 제1형식 / 지루함은 무엇일까? / 기분 전환과 시간 / 〈붙잡힘〉 / 〈공허에 방치됨〉 / 누구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느낌 / 기차역의 이상적 시간 / 지루함의 제2형식 / 기분 전환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 시가를 피우는 데 집중한 것이 아니라…… / 마침내 찾아낸 기분 전환 / 제2형식에서 ‘공허에 방치됨’과 ‘붙잡힘’ / 자라나는 ‘공허에 방치됨’ / 방임은 해도 방면하지는 않는 ‘붙잡힘’ / 제2형식에 의해 명확해지는 것 / 지루함의 제2형식과 인간의 삶 / 제2형식의 ‘정상적인 정신’ / 지루함의 제3형식 / 더 이상 허락되지 않는 기분 전환 / 제3형식에서 ‘공허에 방치됨’과 ‘붙잡힘’ / 제3형식과 제1형식의 관계 / 제3형식과 제2형식의 관계 / 해방과 자유 /
6장 도마뱀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인간학
해바라기 중인 도마뱀에 대해 생각하기 / 어떤 대상을 그 자체로 경험한다는 것 / 돌/동물/인간 / 진드기의 세계 / 흡혈의 과정 / 세 개의 신호 / 환경세계 / 놀랄 만한 진드기의 능력 / 시간이란 무엇인가? / 베타의 시간, 달팽이의 시간 / 시간의 상대성 / 환경세계에서 본 공간 / 사물 그 자체? / 꿀벌에 대한 하이데거의 논리 / ‘압도됨’과 ‘얼빠짐’ / 도마뱀의 환경세계, 우주물리학자의 환경세계 / 천문학자의 환경세계 / 인간과 동물의 차이 / 맹인안내견을 통해 생각하는 환경세계 이동 / 환경세계와 지루함 / 지루해하는 동물 /
7장 결단하는 것이 인간임을 증명하는가?: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인간과 자유와 동물에 관한 하이데거의 생각 / 눈을 감고 귀를 막아라! / 결단의 노예가 되는 것 / 결단 이후의 주체 / 제1형식과 제3형식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외의 관계 / 결단의 열차 여행 / 제2형식의 특수성 / 인간답게 산다는 것 / 코제브-역사의 종말, 인간의 종말 / 이미 다가온 역사의 종말 / 미국인은 동물 / 계속 인간으로 남는 일본인 / 코제브의 착각 / 제멋대로 이상화하기 / 테러리스트가 되기를 권유하는 것인가? / 습관의 역동성 / 담력시험과 습관 / 생각한다는 것 / 들뢰즈에게 있어서 ‘생각한다는 것’ / 하이데거가 살아왔던 환경세계의 붕괴 / 쾌락원리 / 인간다운 삶으로부터 멀어지는 일 / 인간적 자유의 본질
결론
첫 번째 결론 / 스피노자와 ‘이해한다’라는 감각 / 왜 결론만 읽을 수 없는가? / 두 번째 결론 / 즐기기 위한 훈련 / 일상적인 쾌락 / 다시 파티에 대하여 / 소비사회와 지루함의 제2형식 / 모리스, 예술, 사회혁명 / 세 번째 결론 / ‘동물 되기’의 일상성 / 즐기는 것과 사고하는 것 / 기다리는 것 /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의 다음 과제-한가로움의 ‘왕국’을 향해서
저자 후기
옮긴이의 글 철학 선생님의 명쾌한 ‘지루함 처방전’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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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P. 19 ‘풍요한 사회’, 즉 여유 있는 사회에서 여유는 여유를 얻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은 ‘바라고는 있었지만 이루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것이다. 애초에 우리는 여유를 얻은 순간 이루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는 것일까?
P. 22 문화산업은 이미 만들어진 즐거움, 산업에 유리한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이전에는 노동자의 노동력 착취가 한동안 이야기되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노동자의 한가함이 착취되고 있다. 고도 정보사회라는 말조차 사어가 될 정도로 정보화가 진행되고 인터넷이 보급된 지금, 한가함의 착취는 자본주의를 이끌어가는 거대한 힘이다.
P. 25 사람은 빵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러나 빵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빵만이 아니라 장미도 바라자. 삶은 장미로 꾸미지 않으면 안 된다.
P. 47 기아와 빈곤과 전쟁에는 확실한 외적 요인이 있고, 혹은 이를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 일상적인 불행은 외적 요인이 없다. 왠지 모르게 불행한데도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렇기에 도망치려해도 도망칠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불행을 더욱 견디기 힘들게 한다.
P. 57 불행을 동경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불행에 대한 동경을 만들어내는 행복론 역시 옳지 않다.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을 구상하려면 특히 이런 점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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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고쿠분 고이치로 (國分 功一郞)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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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일본 지바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교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하고, 파리 제10대학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DEA를, 도쿄 대학교 종합문화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같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로 재직하며 철학과 현대 사상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에서 출간된 주요 저서로는 『중동태의 세계-의지와 책임의 고고학』(동아시아, 2019) 『다가올 민주주의』(오래된생각, 2016) 『고쿠분 고이치로의 뢰즈 제대로 읽기』(동아시아, 2015)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한권의책, 2014)가 있다.
최근작 : <책임의 생성 : 중동태와 당사자연구>,<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중동태의 세계> … 총 59종 (모두보기)
SNS : http://twitter.com@lethal_notion
최재혁 (옮긴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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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예술대학에서 근대기 일본 제국과 식민지(점령지)의 미술과 시각문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예술서 및 인문서 번역 작업을 하며 출판사 연립서가에서 책을 만든다. 공저로 『아트 도쿄: 책으로 떠나는 도쿄 미술관 기행』, 『서경식 다시 읽기』, 『비평으로 보는 현대 한국미술』 등이, 번역서로 『나의 일본미술 순례1』, 『나의 조선미술 순례』, 『나의 미국 인문 기행』,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인간은 언제 부터 지루해 했을까: 한가함과 지루함의 윤리학』, 『무서운 그림 2』 등이 있다.
최근작 : <영감의 공간>,<비평으로 보는 현대 한국미술>,<서경식 다시 읽기> … 총 34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고고학, 역사학, 인류학,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정신분석학, 문학,
생물학과 의학까지… 수많은 학문 분야를 넘나들며
현대 소비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길을 찾는다
“기노쿠니야 올해의 人文大賞 수상”
우리는 누군가에게 파티 초대를 받았다. 그렇다고 꼭 가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일에 매달려 있었고 마침 저녁 시간도 비어 있었기에 가기로 했다. 격식을 차린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식탁에선 대화가 이어졌다. 음식은 입에 잘 맞았고 다른 모든 조건도 마음에 들었다. 식사가 끝나면 흔히 그랬듯 둘러앉아 음악을 듣고 농담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재미있고 유쾌했다. 슬슬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부인들은 정말 즐거웠고 멋진 파티였다고 몇 번이나 확인하듯 말한다. 그저 인사치레가 아니라 배웅하러 문 밖에 나온 자리에서까지 정말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고 되풀이한다. 말 그대로 파티는 매우 훌륭했다. 오늘 밤 파티에서 지루했던 상황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대화도, 사람들도, 장소도, 어느 것 하나 지루하지 않았다. 그래서 흐뭇해진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와 저녁에 끝내지 못한 일을 얼른 살펴보고 내일 아침엔 무슨 일을 처리해야 할지 확인해본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나, 실은 오늘 밤 파티에서 무척 지루했어”라고.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고쿠분 고이치로, 198p
-《형이상학의 근본 개념들》, 하이데거, 182~183p
인간은 풍요로워지기 위해 애써왔다. 그 결과, 우리는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행복할까? 정말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가? 이 문제를 두고 많은 철학자들이 고심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파스칼, 러셀, 니체, 칸트, 하이데거, 마르크스, 아렌트, 아도르노, 들뢰즈 등의 철학적 논리를 차근차근 파헤치며 이러한 질문에 대답한다.
풍요한 사회에서 왜 지루해할까?
자본주의가 전면적으로 전개되면서, 사람들은 여유로워졌고 한가함을 얻었다. 그러나 한가함을 얻은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알지 못한다. 무엇이 즐거운 것인지 모른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자본주의는 이 틈을 파고든다. 문화산업은 이미 만들어진 즐거움, 산업에 유리한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이전 시대에는 노동자의 노동력이 착취되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노동자의 한가함이 착취되고 있다. 한가함의 착취는 자본주의를 이끌어가는 거대한 힘이다.
왜 한가함은 착취되는 것일까? 인간이 지루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가함을 얻었지만, 한가함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모른다. 그 상태로 한가함 속에서 지루해지고 만다. 그러므로 제공된 즐거움, 준비되고 마련된 쾌락에 몸을 맡기고 안도감을 얻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왜 인간은 한가함 속에서 지루해하는 것일까?
현대 소비사회가 인간의 소외를 불러오는 것이 인간의 근원적 고통인 ‘지루함’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인류학, 고고학, 경제학, 소비사회론, 동물행동학을 비롯하여, ‘지루함의 최고봉’으로 꼽고 있는 하이데거와 수십 명의 철학자들의 사유를 좇아가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다.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가?
끊임없이 지루함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원죄는 아닐까?
인간은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넘어오면서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총동원하여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에 능력까지 남아돌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은 그 여유분을 이용하여 문명을 세우고, 예술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정착생활로 식량을 저장할 필요가 있었고, 이로 인해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사유재산은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만들어냈고 이는 곧 계급의 성립으로 이어졌다. 이때 유한계급은 곧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허락받은 사람이었다. 하층계급은 먹고사는 일만으로도 벅찼고 한가하거나 지루해할 틈이 없었다. 그러므로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힘의 상징이었다. 그렇기에 유한계급은 한가로움을 과시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이를 대신해서 과시해줄 고용인을 두었다. 그들은 한가함을 과시하고 우아하게 지루함을 견뎌내는 방법을 알았다.
19세기를 지나면서 유한계급이 몰락하고 계급 격차가 줄어들었다. 이때부터는 한눈에 보이는 신분의 상징이 중시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소비하지만 제대로 된 사치는 부리지 못한다. 그리고 유한계급처럼 지루함을 견뎌내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한가하지만 지루해한다. 노동하고 남는 여유 시간은 휴가라는 이름의 노동이 되었다.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분을 전환할 만한 일을 찾지만, 그 일에도 지루함은 숨어 있다. 이렇게 지루함은 인간에게 근원적인 문제가 되어버렸다. 저자는 벗어날 수 없는, 근원적이라 할 만한 지루함이 원죄와 마찬가지로 신에게서 주어진 것은 아닌가 하고 탄식한다. 어쩌면 인간은 지루함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소비는 소외를 불러온다
현대사회의 소외, 과연 자본만이 문제일까?
저자는 영화 〈파이트클럽〉을 예로 들어 지루함과 소외의 문제를 논한다. 일회용으로 가득 찬 생활환경에서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 주인공은 브랜드 가구를 사들이는 것이 유일한 취미다. 그는 불면증에 시달리며, 다른 사람의 비극을 통해서나 위안받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난 타일러와 파이트클럽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감각을 느낀다. 타일러는 소비사회가 사람들을 억압하고 소외된 존재로 만든다고 한탄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주인공이 보기에 타일러는 매력적인 인물이지만, 정작 타일러 역시 소비사회에 의해 이용당하는 존재다. 소비사회의 거울 이미지로서 소비사회가 만들어낸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소비사회의 소외는 이전의 노동자 소외와는 달리 누군가에 의해 학대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형태로 작동한다. 그래서 소비자는 스스로를 막다른 곳으로 몰고 가고, 스스로를 좀먹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소비사회의 만행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 마르크스의 말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소외된 노동에 대해 논하며, “궁핍과 외적 유용성에 의해 결정된 노동을 멈추고 자유의 왕국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자유의 왕국은 노동 자체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일의 단축’에서 온다면서, 마르크스는 한가함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기에, “아침에는 사냥을, 낮에는 낚시를, 저녁에는 소를 몰고, 저녁 식사 후에는 평론을 하면서, 그러면서도 결코 사냥꾼, 어부, 목동, 비평가가 되지 않는” 것이 한가함을 즐기는 기술이다. 마르크스는 누구든 한가로운 생활을 향유하는 ‘왕국’, 즉 ‘한가함의 왕국’이야말로 ‘자유의 왕국’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처음에 제시했던 파티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왠지 일어날 법한 상황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불가사의한 상황이기도 하다.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지루한 구석은 없었다. 그런데도 분명 지루해하고 있다.
하이데거는 지루함을 일단 2가지 형식으로 나누고 각각 일상적인 예를 통해 설명한다. 파티의 예는 하이데거가 분류한 제2형식의 지루함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어떤 것에 의해 지루해지’는 수동적인 지루함이 제1형식의 지루함인데, 기차역에서 4시간 후에 오는 다음 기차를 하릴없이 기다리는 사람이 그 예라 할 것이다. 그리고 제2형식은 파티의 예처럼 ‘어떤 상황에 처하여 그 곁에서 지루해’지는 것이다. 이른바 지루함이 주위를 뒤덮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저자는 ‘지루함의 최고봉’이라 여겼던 하이데거의 철학을 하나하나 비판적으로 분석해나간다. 그리하여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 같은 ‘지루함’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모색한다. 이 책에 ‘윤리학’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바로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끝에서 제시하는 저자의 결론은 어찌 보면 단순하면서도 생각할수록 놀랍도록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무언가에 압도당하여 ‘동물 되기’가 그 희망의 대안이다. 동물이 하나의 환경세계에 빠져 사는 고도의 능력을 지닌 것처럼, 우리 역시 특정한 대상에 ‘압도되어 있는 상태’를 계속할 수 있다면 인간은 지루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깨달음을 몇 줄로 설명할 순 없지만, 파스칼의 지루함에서 시작하여 하이데거에까지 이르는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뒤덮고 있는 ‘지루함’의 짙은 안개가 어떻게든 걷힐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생긴다.
하이데거는 말한다. “인간은 지루해한다. 아니, 지루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유롭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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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스피노자의 방법』도 번역되길 희망한다!!!
가시광선 2016-02-11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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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서 사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사는 길일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독자를 도와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모두에게 권할만한 책입니다
blue923 2014-12-04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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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꽂아놓기에 있어보이는 책! ㅋㅋㅋ
마스터완 2014-12-18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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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가 흥미롭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진 책. 고쿠분 고이치로의 팬이 되었네요.
indigofera 2015-02-24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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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지루하다 생각할 때 읽었던 책이었는데
이 책을 읽는 순간에는 지루하다는 생각을 못했다.
내가 당연하게 알고 있던 지식이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재미있고,
다양한 분야와 시대의 저자들에 대한
반달 2014-12-03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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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도 생각이 필요하다 - 고쿠분 고이치로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인터넷을 어느 정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인터넷 유행어 중에 이런 게 있죠.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고 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이 이 문구를 넣어 짤방을 만드는 걸 심심치 않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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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amu.wiki/w/%EC%95%84%EB%AC%B4%EA%B2%83%EB%8F%84%20%EC%95%88%ED%95%98%EA%B3%A0%20%EC%8B%B6%EB%8B%A4
고쿠분 고이치로는 인류가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넘어가면서 사유재산 같은 소유의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경제적 격차, 계급)이 생겨났고 지루함의 문제도 등장했다고 봅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존재가 국가에, 집에, 관계에, 소유와 분배에, 자아에 골몰하게 된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노동과 소비사회에 압도되어 있는 우리는 하이데거가 표현한 ‘얼빠짐(마비상태)’, ‘붙잡힘’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현실을 벗어나기도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나 ‘헬조선’ 같은 표현들은 우리에게 ‘기분전환’용이기도 할 겁니다. 고쿠분 고이치로는 일상의 지루함과 기분전환이 얽힌 양식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 삶의 본질이라고 하며, “지루함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능성의 발로”(p226)란 하이데거의 말처럼 상황에 매몰되지 않는다면 돌파할 수 있는 가능성-자유도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이론생물학자 윅스쿨이 고안해낸 “환경 세계”는 그 가능성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환경 세계”는 모든 생물이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속을 살아가고 있다는 개념입니다. 18년간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포유류가 발산할 뷰티르산 냄새를 기다리는 어떤 진드기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는 다릅니다. 18분의 1초가 연속되어야 시간을 감지할 수 있는 인간과 그보다 더 빠른 시간 내에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물고기도 다른 시공간을 삽니다. 해바라기를 하기 위해 바위를 받침대로만 여기는 도마뱀과 감상을 비롯해 여러 용도로 바위를 이용하는 인간도 다르게 세계를 감각합니다. 동물들이 자기 환경 세계에서 ‘충동의 정지’와 ‘충동의 해제’로 안주한다면, 인간은 동물보다 환경 세계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능력이 상당히 발달해 있습니다. 방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말은, 하나의 환경 세계에 머물러서 살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ㅡ 하이데거의 지루함론
예술, 결혼, 놀이, 독서, 우주 탐사 등 우리 행위들은 환경 세계를 바꿈으로써 삶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일 겁니다. 행위가 안정되고 습관을 통해 우리는 쾌락을 얻지만 반복의 지루함이라는 불쾌함을 다시 마주해야 합니다. 파경, 무질서, 광기, 노예 같은 상황들은 나쁜 결과에 해당되겠죠.
경험의 반복과 스스로 사고하는 체험 속에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고 깨닫게 되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라는 결론은 매우 진부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 이런 삶을 누구나 누리고 살고 있지 않기에 이 결론은 가볍지 않습니다. 또한 이 결론이 타당한 것인지 고쿠분 고이치로가 생물학, 경제학, 사회학, 철학을 두루 살펴 37명이 넘는 인물들의 이론을 탐구하며 말하고 있기에,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저는 고맙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 발전소에 윤활유가 되어 주었으니까요. 지루함과 기다림의 보고서였던 베케트《고도를 기다리며》가 본문 논의에 들어가지 않아 아쉬웠는데, 고쿠분 고이치로가 예상을 비껴가서 저는 살짝 즐겁기도 했습니다. 아, 인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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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6-09-20 공감(24) 댓글(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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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하이데거는 지루함을 자유로 도약할 기회로 여기고 지루함에서 벗어나서 몰입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지루함의 제 3형식은 엄청나게 위험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변한다..
지루하다...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오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 문제는 지루함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이데거처럼 인간이라는 것을 위대한 뭔가로 포장하면서 지루함을 탈출하기위해 몰입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이책에서 적혀있는 것은 몰입하지 않고 자기답게 자신만의 삶을 위해 지루함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것인가?? 독자가 선택할 일이다..
지루함에 대한 경제학 역사학 생물학 철학 여러학문을 뛰어다니면서 설명하는 이책은 읽는 이에게 전혀 지루함을 주지않는다..
일단 각자 지루함에 대해서 알아서 판단하시겠지만 지금 지루함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은 사람에게 일독을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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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빠 2016-07-21 공감(12)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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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우리 삶에서 가장 아이러니하면서 단순명료한 것이 인생이란 것이다. 내가 그 누구에게 물어본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무엇을 위해 지금 그 어떤 것을 하고 있는가? 구체적인 활동으로 본다면 학생이라면 공부를, 직장인이라면 일을, 백수라면 직장인이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이 우리는 항시 무엇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치에 놓여 있고, 그 위치에 있으면 다시 새로운 목표가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나, 그 목표의 굴레 안에서 계속 회전하고 만다. 우리의 인생은 빌딩 건물 안에 들어갈 때 자동문으로 들어갈 수 없거나 ... + 더보기
만화애니비평 2014-11-24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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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해했을까?
내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놀랬다 ㅋㅋㅋ 첨엔 읽으면서 더 심심해질까봐 걱정이었는데 가독성도 높고 재미있었다.일단 다 읽고 나니까 드는 생각1. 결론이 있지 해결책이 없네 ( 그래서 난 또 지루해 ㅋㅎ )2. 깊이있는 지루함은 나만 느끼는게 아니구나3. 당연하다고 느끼는 개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있넹 (낭비에 대해서, 정착생활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너무 길어서 뒤에 읽다가 앞부분 까먹었었는데 밑줄긋기하면서 생각 많이 났다
째재 2020-09-27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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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에 대답
'철학'이라는 주제어에는 어김없이 난해한 단어와 비유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 제목에 철학은 없지만 책 속에 여러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쉬운 듯 하지만 읽고나면 내용이 기억 잘 나지 않아, 어리둥절해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나 한 가지 강렬하게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하이데거의 지루함론을 읽을 때였다. 기차를 기다리는 상황과 파티장을 다녀온 뒤의 터져나온 지루함의 사례들은 내가 근래 느낀 것들과 아주 흡사했다. 내가 느끼는 감정선이 하이데거가 지적하는 지루함의 모습과 비슷하다니, 이 부분부터 책이 재미있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공허함과 지루함은 어떠했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책을 끝까지 읽기에는 이 책의 지루함에 내가 많이 압도되었다. 흡입력이 대단하지만 뒤로 갈수록 지쳐갔다. 하지만 나와 같은 고민이 생소한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은 학자들과 이 저자가 했다는 점에서 리뷰를 남기고 싶었다. 되도록 알기 쉬운 비유들과 반복해서 말해주는 지루함에 대한 결론을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이런 과정에서 성큼성큼 자신감있게 서술해나가는 저자의 문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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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페란토 2019-01-22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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