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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006년 핵실험 때도 했던 개성공단, 지금은 안된다고?” - 유코리아뉴스

“2006년 핵실험 때도 했던 개성공단, 지금은 안된다고?” - 유코리아뉴스

“2006년 핵실험 때도 했던 개성공단, 지금은 안된다고?”<릴레이 통일코리아>(7)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김성원 기자
승인 2017.09.28

(사)남북물류포럼이 매월 개최하는 조찬간담회. 지난 21일 열렸던 9월 조찬간담회엔 무산광산 철광석 개발권계약을 체결했던 김한신 주식회사 G-한신 대표가 강연을 했다. 김 대표는 “북한은 핵위기가 지나고 나면 철도, 도로, 항만, 공항 등의 인프라건설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시 경의선, 경원선을 일괄타결하고, 철도도로는 국제선으로 완전 밀폐식으로 건설하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천안함 사건을 이유로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했던 5·24조치(남북 교역 중단, 국민 방북 불허, 대북 신규투자 금지, 대북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해제가 급선무라는 게 김 대표의 조언이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유코리아뉴스


남북 물류 전문가의 이 같은 조언은 학자들이나 정치인들의 조언보다 훨씬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남북물류포럼의 조찬간담회는 횟수로 134회를 넘겼다.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법무팀장을 역임한 김광길 변호사, 문재인 정부 러시아특사로 다녀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각 분야의 실무 전문가들이 강연을 해왔다.

마치 긴 터널을 지나듯 지난 10여년간의 남북관계 암흑기 속에서도 조찬간담회가 이어져올 수 있었던 데는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의 뚝심이 있었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이걸 해오면서 가졌던 신념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한 게 없다. 경제협력을 해야지만 그것이 우리가 살 길이라는 것”이라며 “또한 정치적으로 풀리지 않고 안보적으로 풀리지 않을 때 오히려 경제는 풀 수 있다. 그것을 풀기 위해서는 정말 안보와 경제는 분리를 하라는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이번에 민주평통 경제협력분과위원장을 맡아 ‘남북 정경분리’를 법제화·제도화하는 일에 모든 걸 걸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아직은 남북 경제 교류가 너무 먼 얘기처럼 들리지만 그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13년 전, ‘물류로 남북을 하나로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남북물류포럼을 만들던 그때 그 열정이 여전히 맥박치고 있는 듯했다. 그의 열정어린 얘기를 듣고 있으면 북핵 위기 국면이 갑자기 대화 국면으로 바뀌고, 곧바로 남북 경제 교류가 본격화될 것 같은 느낌마저도 들었다.

김영윤 대표는 독일 브레멘대학교 경제사회학부 전임연구원,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실장·북한경제연구소장 등을 역임하고 흥사단 도산통일연구소 부소장을 거쳐 지금은 (사)남북물류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남북한 경제공동체 형성방안』(2006, 통일연구원), 『남북경협과 북한의 경제변화』(2009, 통일연구원) 등 다수가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정범구 전 국회의원, 추원서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등과 함께 팟캐스트 ‘물통남’(물류로 통하는 남북이야기)을 진행해오고 있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25일 서울 장안동 남북물류포럼 사무실에서 있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조찬간담회는 올해 몇 년째인가?

12년째다. 조찬간담회를 시작한 지가 남북물류포럼 만들고서 1년 반 정도 되었을 때다. 그 1년 반 동안 준비를 많이 했다. 돈이 드는 일이니까 주윗사람들에게도 얘기하고. 물론 참석하시는 분들한테 돈도 받는다. 처음엔 안받았는데 그렇다고 한두 사람에게 짐을 지울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머리를 굴려 아예 1년치를 한몫에 내게 하고 대신 50% 할인해 줬다. 그래서 회원이 아닌 한번만 오시는 분들은 3만원을 내야 한다. 장소가 호텔이다 보니까 사실 그것도 모자라는 금액인데, 그 50%만 내게 했는데 일단 많이 모았다. 그 중엔 바빠서 못나오는 분들도 있다. 약 절반 정도는 그런 분들이다. 그렇게 해서 겨우 지금까지 꾸려오게 된 거다.

-조찬간담회에 참석하셨던 분들의 반응이 좋은 것 같다. 내용이 너무 좋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이런 얘기하면 좀 그렇지만 저도 조찬모임 같은 데 오라고 해서 가보면 조찬을 하기 위한 조찬모임들이 많다. 유명한 사람 불러서 얼굴 보이고, 그 사람한테는 위신 세워주고 돈은 다른 데서 후원받고 그런 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저는 그런 것에 별로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실질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을 부르고 참석자들이 돈을 내서 하자는 취지였다. 얼마나 당당하고 깨끗한가. 우리는 남이 차려주는 데 들어가서 대접받는 걸로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지 말고 좋은 강의라면 직접 돈을 내자는 거다. 밥값이 그런 의미 아닌가. 사실 엄밀히 말하면 밥값도 안되는 돈이다. 좋은 이야기 듣는데 아침 일찍 나오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러면서 밥값도 못낸다면 우리 사회에서 의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이런 뚝심 하나로 해온 일이다. 그러니까 나중에는 그게 통하는 것 같다. 매번 70-80명 정도는 참석하니까. 마음먹고 하면 더 참석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장소 선정 등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이 생긴다. 들을 사람만 듣고 들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하면 되니까. 그런 방법으로 해왔다.

-지금 남북 상황이 물류포럼이 하는 경제 교류, 대화 이런 게 너무 먼 얘기처럼 들릴 정도로 긴박하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

지금 경제가 정치와 안보에 완전 압도되어 있는 상태다. 숨도 제대로 못쉴 정도다. 그만큼 안보 논리, 정치 논리가 완벽하게 제압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남북간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렇게 풀면 풀수록 애초에 우리가 목표로 한 것들은 풀리지 않을 수 있다.

남북물류포럼이 매월 개최하는 조찬간담회 모습. 조찬간담회는 지난 9월로 134회째 진행되고 있다. ⓒ남북물류포럼


-애초에 목표로 한 거라고 한다면?

남북관계를 개선해서 통일된 나라의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통일 비전을 세우고 남북이 통합이나 화합의 길로 가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가면 그 방향과 반대로 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경제논리도 같이 병행해서 가는 것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했어야 한다는 말씀인가?

물론 그 둘을 재개하려면 남북관계가 좀 더 개선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은 우리가 했던 거지 않나. 그거를 재개할 수 있도록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그것부터 해보자는 데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성공단 풀려고 하면 미국의 압력도 엄청나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회의가 드는 건 사실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국정의 최고권자가 초기에 의지를 가지고 했으면 풀릴 수 있는 가능성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초기에 잘 못 풀었다는 말씀인가?

그렇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금강산관광·개성공단 무조건 열겠다. 이거는 꼭 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의 실제적 수단인데 이거 안하면 안된다’라고 했다면 저는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이 더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비유를 들면 이렇다. 며느리가 결혼해서 들어왔다. 시부모님은 ‘너, 일하면 안돼’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며느리가 들어오자마자 ‘저는 일 안하면 안됩니다. 바깥에 나가 일해야 해요’ 이렇게 세게 나가는 거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 기회를 놓치면 못하게 되는 거다. 며느리는 쪼그라질 수밖에 없는 거다. 지금 남북이 그런 상황이 돼버렸다.

-그럼 앞으로 남북관계 전망도 어둡게 보시는 건가?

당분간은 힘들다. 워낙 경제를 압도하는 안보 논리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논리도 아니고 완전히 안보 논리다. 정말 힘든 상황이 될 것 같다.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은 문재인 정부가 밖에 나가서 자꾸 평화를 얘기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하니까 기회가 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다. 그렇게 되려면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봉합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미국도 양보하고 북한도 양보해서 협상 테이블에 앉는 거다. 그 이후에 ‘대화’로 방향이 잡히면 대화를 하기 위한 절차가 나올 거고, 거기서 남북 협력에 대한 부분이 이야기될 수 있을 거다. 그때가 바로 대화를 위한 여건이 마련되는 시간이다.

13년 전에 창립한 (사)남북물류포럼(KOLOFO)은 물류로 남북을 잇겠다는 김영윤 대표의 뚝심으로 지금까지 이어왔다. ⓒ유코리아뉴스


-대화의 여건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핵을 인정한 상태에서의 동결을 말씀하시는 건가?

그게 아니면 할 수가 없다 지금은. 그만큼 북한 핵문제를 수수방관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은 절대로 다른 걸 생각하지 않을 거다. 핵개발을 완성시키고 미사일에 탑재시켜서 미국을 때릴 수 있는 완벽한 능력을 갖추기 전에는 비핵화? 절대 안된다는 거다. 그만큼 능력을 갖춘 다음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결론은 핵동결이 될 수밖에 없다. 그걸 한미가 받아들인다면 북한은 경제 지원, 경제 협력 이런 걸 요구해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남북 경제 교류를 할 수 있는 물류 기반이나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 이런 걸 갖추려고 할 것이다. 저는 그렇게 갈 거라고 본다. 핵동결, 평화협정, 북미 수교 이런 건 중국에서도 많이 얘기했다. 쌍 중단, 쌍궤 협정, 결국 그렇게 갈 수밖에 없을 거라고 본다. 아무리 미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강경하더라도, 그래서 이란의 경우를 보면 핵협상을 무효로 하겠다는 등 핵을 가지는 것에 대해 밀어붙일 때까지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지만 그게 쉽지 않기 때문에 저는 중국에서 얘기하는 쌍중단, 쌍궤협정을 병행하는 그런 방법으로밖에 나갈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이번에 북한 리용호 외무상의 유엔연설을 보면서 눈에 띈 게 북한이 그동안 대북제재로 인해서 자신들이 받은 피해를 조사하는 조사위원회를 꾸렸다는 것이었다. 이걸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전제로 피해 보상 문제를 꺼내려는 의도로 봐도 될까?

그 이야기는 옛날부터 나왔던 거다. 자기들이 대북 제재로 인한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굉장히 많이 시사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명백하게 조사위원회를 꾸렸다고 밝혔다. 피해 보상에 대해 반드시 이야기할 거라는 걸 시사하는 거다. 다른 의미로 보면 협상이 임박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미국만 받아들이면 되는 거다. 저는 옛날부터 그런 얘기했다. 미국이 대북정책을 바꾸지 않는 이상 북한은 끝까지 갈 것이라고. 중국을 통해서 대북 제재 등 뭘 하려고 하는 것은 중국에 아웃소싱을 준다는 의미다. 우리가 해야 될 일을 중국으로 하여금 하게 하는데 중국도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다. 미국이 한다고 해서 무조건 받을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을 통해 북한을 바꾸려고 한다는 것은 되지 않는다. 미국이 기본적으로 정책을 바꿔야만 문제가 풀린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우여곡절이 많겠지만 결국은 핵동결로 일단 먼저 가야 하고 갈 수밖에 없을 거다. 그 다음, 북한이 완벽하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다국간 안전보장을 통한 평화협정으로 가야 할 거다. 북한은 6자(남·북·미·중·일·러)에다가 플러스 1, 즉 유럽을 넣는다. 그건 아마 이란 핵협상에 기여했던 독일이지 아닐까 싶다. 마침 메르켈 총리가 이번에 연임에 성공했다. 메르켈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대화와 관련해 ‘우리가 도와주고 싶다’라고 했었다. 북한에서는 프랑스나 영국보다는 독일을 원할 거다. 그런 식으로 갈 수밖에 없을 거다.

-만약 그렇게 해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했을 때 남북경제 교류 분위기가 조성될 텐데, 과거 남북경협 기업들이나 개성공단 기업들은 정치적 문제로 인해 하루아침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어느 누가 다시 북한에 투자하려고 할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든다.

일단 북한에 들어가 돈을 벌려고 하는 기업인들은 금방 들어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지켜볼 것이다. 투자해서 얻을 게 있겠는가, 이것부터 볼 것이다. 금강산관광 할 때도 정치적 리스크가 있었지만 정주영 회장이 큰 뜻을 품고 그렇게 했기 때문에 이만큼 올 수 있었던 거다. 그리고 이익을 얻어서 정말 잘해 보려고 했을 때 딱 닫히고 말았다. 이때 나서야 할 게 정부다. 결국 정부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밑바탕을 깔아줘야 한다. 큰 걸 할 줄 알아야 한다. 정부는 할 게 정말 많다. 남북이 경제협력을 제대로 하려면 도로와 철도가 이어져야 한다. 도로와 철도를 잇고 나면 비로소 기업들이 들어가서 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제가 2007년에 국내 굴지의 조선업 사장과 북한에 갔었다. 그때는 남북의 문이 거의 닫히던 상황이었다. 북한 해운성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했다. 그때만 해도 한국의 조선 경기가 굉장히 좋았다. 북한 남포엔 영남배수리공장이 있다. 그 사장이 그걸 완벽하게 새로 만들고 거기서 배를 짓는 조선소를 새로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요즘 기술이 좋아서 몇 만 톤 짜리 배를 한꺼번에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걸 6개 토막으로 나눠서 만들고 나중에 조립하는 식으로 한다. 그러려면 자재와 인원이 거리낌없이 왔다갔다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육로를 열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사장이 북측에 제안했다. 그리고 선주가 대부분 외국인인데 이들이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서 아무 때나 배 만드는 과정을 보고 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였다. 그러면 선박 짓는 세계적인 기술을 무상으로 전수하겠다고 했다. 그 순간 해운성 담당국장의 눈빛이 반짝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남북간에 인원과 물자가 왔다갔다 해야 한다는 거다. 그러면 남북이 통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 또 다른 일들이 하나하나 열리기 시작한다. 그만큼 길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하기 어려우면 철도부터 하자는 거다. 그걸 통해 물자가 오가고, 그렇게 하다보면 도로가 열리는 거고, 그러면 안전을 보장해야 하고, 군사 관련 협정을 맺어야 한다.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그렇게만 된다고 한다면 기업들이 ‘그래? 우리도 한번 가보자’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

-듣기만 해도 설레는 일인데, 너무 낙관적인 전망 아닌가?

물론 잘 안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걸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아직 때는 안됐지만 그런 목표를 가지고,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남북한을 잇는 것이다. 서울과 평양을 잇는 것이다. 서울과 평양을 이으면 서울-신의주 잇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신의주만 이으면 중국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심양에는 물류창고가 있다. 그걸 통해 중국에 있는 자재가 개성공단으로 바로 들어올 수도 있다. 물건 만들어서 바로 중국으로 실어나갈 수도 있다.

-지금의 핵위기가 해결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는 가정하에서 향후 북한에 꼭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신다면?

다목적 부두설비를 갖추는 일이다. 도로, 철도와 함께 이 부분이 아주 중요하다. 다목적 부두설비는 부두를 짓는 게 아니다. 중고선박이 전세계에 늘려 있다. 이것들을 싼 값으로 가져올 수 있다. 큰 중고선박을 가져와서 개조를 할 수 있다. 그 안에 발전시설을 넣을 수 있다. 그것을 개조해 호텔을 지을 수도 있고 병원을 만들 수도 있다. 직업훈련소도 할 수 있다. 만약 부두 접안이 어려우면 부두에서 조금 길을 내서 접안할 수 있게 하면 된다. 그게 바로 다목적 부두설비가 되는 거다. 여차하면 떼어서 남쪽으로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 물론 그 정도로 활성화되었으면 북한도 쉽게 내주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더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를 지켜나가는 데 경제만큼 중요한 게 없다. 육로로 실어나를 수 있는 물건은 제한되어 있다. 많은 물건을 나르려면 해상으로 실어나르는 게 더 좋다. 육로와 해상이 연결되면 나머지는 자동적으로 된다.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그 사업을 정부가 해야 한다. 여기엔 민간회사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

-개성공단보다 더한 남북 경제 교류의 모델이 될 것 같은데?

그렇다. 그걸 하다보면 개성공단도 열린다. 그 다음 금강산도 열린다. 그리고 관광은 앞으로 수도 평양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백두산도 열리게 된다.

-지금까지 말씀하신 게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관련이 있는 건가?

신경제지도는 한반도를 H(에이치)자 형으로 연결하는 거다. 그건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경제협력이 되면 저절로 연결이 될 거다. 동쪽은 동쪽대로 서쪽은 서쪽대로 연결되고, 동서를 연결하는 선도 있다. 이것을 통해 북방 협력으로 갈 수 있다. 북한이 열리지 않으면 남쪽은 섬이다. 섬나라 기질이 뭔가. 쪼잔함 아닌가. 우리 후대에는 이 쪼잔한 기질을 넘겨주면 안되는 거다. 마음만 먹으면 북을 거쳐서 유럽도 가고 시베리아를 지나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극동은 아직도 개발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러시아가 극동개발장관직까지 만들어 중점을 두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한국을 원하고 있다. 이때 들어가야 된다. 지금 유가가 자꾸 올라가니까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불리하다. 우리나라가 이명박 정부 때 에너지 외교를 다 다른 나라와 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에너지를 가져왔어야 했다. 러시아가 그걸 원하지 않았나. 러시아를 통해 북한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이 무척 많았다. 기본적으로 나진-하산 프로젝트로 해서 가스관, 철도·도로 등 연결할 수 있다. 나중에 보니까 경제성이 안돼서 안했다고 하는데, 처음에야 경제성은 뒷받침 안될 수밖에 없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말이 있다. 공급해 놓으면 수요가 생긴다는 말이다. 식당 문 열었는데 처음부터 사람들이 북적거리지 않는다. 일단 열어놓으면 사람들 통해 알려지고, 그러면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몰려오게 되는 거다. 남북협력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경제성이 없는 것 같아도 끝까지 경제성이 없는 건 아니다. 그걸 내다보고 하는 게 지도자가 할 일이고, 정부가 해야 될 일이다.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유코리아뉴스


-남북물류포럼 10년 넘게 해오시면서 박사님이 얻으신 결론이 있다면?

제가 이걸 오랫동안 하면서 가졌던 신념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한 게 없다. 경제협력을 해야지만 그것이 우리가 살 길이라는 것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풀리지 않고 안보적으로 풀리지 않을 때 오히려 경제는 풀 수 있다. 그것을 풀기 위해서는 정말 안보와 경제는 분리를 하라는 거다. 왜 분리를 못하나. 북한이 2006년 9월 첫 핵실험을 했을 때도 개성공단은 가동됐다. 정경분리나 마찬가지였다. 다 할 수 있다. 개성공단을 통해 얻은 게 얼마나 많나. 가장 중요한 건 거기서 일했던 북한 근로자들이 다 남한 친화적으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그건 돈 주고도 못사는 것이다. 그때는 정경분리 했는데 왜 다른 때는 못하느냐는 거다. 그건 의지의 문제, 용기의 문제, 판단의 문제다. 심지어 전쟁 중에도 장수간엔 대화를 한다고 하지 않나. 지도자가 너무 자기 표를 생각해서 보수도 끌어당기고, 집토끼 산토끼 다 잡으려고 한다면 그게 가능하겠나. 그렇게 되면 자기 의지도 피력 못하고 후대에 남길 수 있는 게 하나도 없게 된다.

-정경분리를 내년 헌법 개정 때 아예 명시를 해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번복되지 않도록 하면 어떨까.

그걸 위해서 마지막으로 한번 걸어보려고 한다. 이번에 제가 민주평통 경제협력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정경분리 이 문제를 제도화하는 걸 꼭 해보고 싶다. 정경분리를 하면 남북관계가 얼마나 잘 될 것인지를 내가 보증하겠다고 수석부의장에게 강력하게 얘기해서 대통령에게 전달되도록 하겠다. 경제협력분과위원회 위원이 50명 정도 되는데 그 사람들의 힘을 모아보겠다.

-박사님이 생각하시는 남북 정경분리 구상이 있다면?

정권에 관계없이 가져가야 한다는 것인데 법률상으로 명기하면 좋겠다. 헌법에도 평화통일 조항이 있다. 정권과 상관없이 평화와 협력의 방법으로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경분리는 법률 전문가한테 자문을 구해서 기존 법률에다가 추가 조항으로 넣을 수도 있고 특별법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남북FTA’란 말 들어보셨나? 지난 대선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됐던 것 같다. 만약 남북FTA를 한다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건데, 가능성이 있을까?

FTA에는 두 가지가 있다. Free Trade Agreement가 있고 Free Trade Area가 있다. Free Trade Area라고 하면 두 개국 이상 모여서 관세 없이 하는 거다. 관세없는 zone을 만드는 거다. 요즘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Free Trade Agreement다. 각 상품이나 제품에 대해 우리가 어느 정도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는 것이다. 알고보면 남북간에는 기본적으로 관세가 없었다. 그래야만 무역, 교역이 진작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또 국가간 관계가 아니라 특수관계이기 때문에 관세가 없었다. 그러니까 남북간에는 Free Trade Agreement나 Free Trade Area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무슨 Free Trade Area가 필요하겠나. 북한을 인정하려면 그냥 인정하면 되는 거다. 북한은 우리와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우리와 똑같이 동등한 자격을 갖고 있다. 국가 대 국가로서 그렇게 하면 되는 거다.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와 안심하고 교역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런데 실제로는 인정을 안한다. 붕괴되고 없어져야 할 나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니 북한이 반발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사실 그대로 북한을 인정하면 되는 거다.

-북한을 인정하라는 말씀은 지금 헌법이나 국가보안법도 그렇고 좀 민감한 문제 아닌가.

남북은 통일을 상정한 특수관계다. 그래서 한 나라로 볼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남북은 관세는 없지만 모든 행정 절차가 해외 무역하는 것과 똑같은 절차로 해놓았다. 간섭이 엄청 심하다. 해외무역 하는 것보다 더 어렵게 만들어놓았다. 관세는 없지만 간섭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북한과 교역할 때 간섭 안하는 부서가 없을 정도다. 군, 경찰, 국정원까지 다 간섭한다. 이게 인정하는 건가. 인정 안하자는 것 아닌가. 실질적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내국간 거래라면 실제 내국간 거래처럼 해야 한다. 그런 부분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야 한다. 없앨 건 없애고 만들 건 만들어야 한다. 교역할 때 통행절차 엄청 복잡하다. 서류가 엄청나게 들어가야 한다. 민감한 것은 절대 못들어가게 되어 있다. 북한을 제대로 인정하려면 절차 간소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한테 더 유리할 거다.

-북한경제가 제재 국면에서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데 어떻게 보시나?

우린 당국이 발표한, 한국은행이 발표한 걸 믿을 수밖에 없지 않나. 하지만 왜 그렇게 됐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수 있다. 제재는 한두 해가 아니라 몇 십년 된 거다. 북한 경제는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구조다. 지금은 더 심한 제재가 일어나고 있는데 북한의 고통이 클 거다. 작년에 3.9% 실질적 성장률이 있었다고 하는데, 제재가 있어도 내부적 활력에 의해서 만든 것이다. 제재를 커버하고 남은 것이다. 그게 뭘까? 시장화다. 시장이라는 것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다. 경제라고 하는 것은 곧 교환이다. 교환이 많이 되면 경제가 올라간다. 국민소득이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많이 왔다갔다 하면 그만큼 더 올라가게 되어 있다. 북한경제의 시장화라는 것이 바로 그런 거다. 거기에 기인하고 있기에 3.9% 성장을 가져오게 된 거다. 앞으로 더 발전할 거라고 본다. 한번 시장화가 되면 절대로 돌릴 수가 없다. 거기에 따른 이익을 누구든 알기 때문이다. 어디 가서 못바꾸게 하면 다른 데 가서도 바꾸게 된다. 남한도 마찬가지 아닌가. 못하도록 만들면 풍선효과가 나오지 않나. 예를 들어 퇴폐 가라오케 못하게 하면 어떻게 되나. 그건 인간의 욕구와 관련되어 있기에 지하경제로 스며들게 된다. 사회주의 국가의 지하경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소련에 ‘달빛경제’라는 게 있었다. 전체 경제의 30-40%나 차지했다. 우리나라도 못살 때는 지하경제가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그걸 양성화하면서 경제에 보태졌던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경제교류나 통일을 추구하는 남한은 북한의 시장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까?

북한이 시장화로 나가게 되면 정신에도 변화가 오게 된다.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가 북한과 더 교역을 많이 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보내려고 해야 한다. 설탕, 초코파이처럼 단 것들을 보내야 한다.

-과거 1970년대 우리에게 설탕이 귀했던 것처럼 북한이 지금 그런 상황이라는 말씀인가?

과거 우리에게 설탕은 너무나 귀한 선물이었다. 추석 때 설탕 한 포대 들어오면 그걸로 끝이었다. 너무너무 좋아했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단 것이 댕기는 거다. 그걸 줘야만 변하는 거다.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이 그래서 중요하다. 앞으로는 도시간 자매결연을 해야 한다. 처음엔 사람이 왔다갔다 하지 않아도 물건이라도 왔다갔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서독 통일도 동독 사람들이 서독의 초콜렛 먹고 됐다는 것 아닌가. 남북 교류의 문이 열리면 청년들 일자리도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남북한 연계된 일자리 얼마든지 창출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도 수십 가지다. 할 게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 중 한 가지만 소개해달라.

철도 도로 연결되면 중간중간 면세점 넣으면 된다. 북한 사람들, 남한 사람들 들어가서 싸게 살 수 있다. 그러면 휴게소도 만들어진다. 거기서 국수장사 할 수도 있다.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협동조합 같은 방식은 어떨까? 예를 들어 북한 투자할 때 SOC 관련 부분은 정부나 대기업이 하더라도 의식주와 관련된 것은 협동조합이 하면 역할분담, 일자리 창출 모두 좋지 않을까?

정말 중요한 생각이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생활하며 느끼는 공통적인 게 ‘무시당한다’는 거다. 자신의 삶에 스스로 주인이 되지 못하고 늘 무시당한다. 협동조합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아닌가. 그래서 중요한 거다. 협동조합을 박원순 시장이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잘 펼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스스로 하게끔 만들어줘야 한다. 탈북자 교육기관 같은 데 보면 대놓고 주입식으로 한다. 강의 들으면 돈벌게 해준다고 무료로 강의해준다. 난 이런 것 배격한다. 탈북자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스스로 모르는 건 남한 사람 불러다 물어보면 된다. 스스로 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협동조합은 앞으로도 정말 중요하다. 꼭 가져가야 한다.

-남북경색과 위기 국면에서 교류와 통일의 의미를 짚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고견에 감사드린다.



***<릴레이 통일코리아>는 통일 분야의 집단 지성을 통해 건강한 통일담론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보수-진보, 유명-무명, 국내-국외 등 통일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을 가감없이 소개하고 토론하고 공감하자는 취지다. 일종의 통일을 향한 마라톤인 셈이다. 향후 인터뷰이들과 독자들의 만남, 북한 사람과의 인터뷰 등 다양한 장을 마련해가려고 한다.

김성원 기자 ukorea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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