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양장본 | 352쪽 | 223*152mm (A5신) | 525g | ISBN : 978893648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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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각계 전문가 일곱명을 차례로 만나 한국사회가 처한 위기의 진상을 묻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대담집이 출간되었다. 문단과 시민사회의 원로로서 언제나 인터뷰의 ‘대상’이던 백낙청이 직접 인터뷰어가 되어 지식인·활동가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한 이번 기획의 키워드는 ‘적공’과 ‘전환’이다. 우리 사회가 이뤄내야 할 큰 적공이란 무엇이고 큰 전환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7인의 전문가 인터뷰에서 그 답을 찾고자 했다.
백낙청이 만난 7인의 전문가들은 모두 해당 분야의 현장에 밀착해 있는 활동가나 연구자들이다. 백낙청은 인터뷰어가 되어 이들 분야에서 어떻게 한국사회를 정확히 해석하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계속 질문을 던짐으로써 대전환의 상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현장성’ ‘현실분석의 적확함’에 대한 추구는 공간적으로는 한반도와 동아시아, 시간적으로는 단기-중기-장기의 미래 전망을 세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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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말
서장 / 큰 적공, 큰 전환을 위하여 _백낙청
경제 / 한국경제가 당면한 이중의 과제 _정대영 편
교육 / 고정관념을 깨야 교육문제가 해결된다 _이범 편
남북관계 /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담대한 전진 _김연철 편
노동 / 일하는 사람을 위한 새로운 운동의 지평을 찾아서 _김영훈 편
환경 / 환경운동과 민주주의, 그리고 분단체제 _안병옥 편
여성 /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여성운동 _조은 편
정치 / 2017 대선, 어떻게 이길 것인가 _박성민 편
덧글 _백낙청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2015년 5월 9일자 '책 속으로'
동아일보
- 동아일보 2015년 5월 9일자 '책의 향기/150자 서평'
조선일보
- 조선일보 2015년 5월 9일자 '북카페'
저자 : 백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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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 1997년 요산김정환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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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계간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 브라운대와 하바드대에서 수학하고 하바드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을 창간했고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등을 지냈다. 지은 책으로 『민족문학과 세계문학』1·2 『통일시대 한국문학의 보람』 『문학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일』 『흔들리는 분단체제』 『어디가 중도며 어째서 변혁인가』 『2013년체제 만들기』 『백낙청 회화록』(전5권) 『백낙청이 대전환의 길을 묻다』(공저) 등 다수의 평론집이 있다.
저자 : 정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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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서울대를 졸업하고 1978년부터 2012년까지 34년간 한국은행에서 근무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장, 프랑크푸르트사무소장,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등을 지냈다. 2012년 2월 한국은행을 퇴직한 뒤에는 한국은행이 자리한 터의 옛이름을 따 ‘송현경제연구소’를 열어 경제 연구와 집필, 정책 제안, 아카데미 운영 등에 매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동전에는 옆면도 있다』『신위험관리론』『시장환경분석: 경기분석』(공저) 등이 있다. 이중 『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와 『동전에는 옆면도 있다』는 각각 2011년과...
저자 : 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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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서울시 교육청 정책보좌관 출신으로 현재는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이자 국내 최고의 교육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과학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과를 졸업, 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메가스터디 창립멤버이자 기획이사 겸 강사로 활동했다. ‘최단 기간 최다 수강생 기록’, ‘연봉 18억 원’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스타 강사로 떠올랐지만 사교육에 환멸감을 느끼고 학원가에서 은퇴했다. 그 뒤 EBS, 강남구청 등에서 무료로 인터넷 강의를 하며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과 교육...
저자 : 김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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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북한 및 남북관계의 손꼽히는 전문가로 현재 청와대 국가안보실 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민소통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에서 근무하며 남북경제협력의 현장을 체험하고, 노무현 정부 시기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서 남북협상과 6자회담 등 정책 현장에서 일했다. 지은 책으로 『협상의 전략』 『냉전의 추억』 『북한의 산업화와 경제정책』 등이 있다.
저자 :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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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저자 : 안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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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기후, 환경, 생태 분야에서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학자이자 운동가이다. 독일 에센-뒤스부르크대학에서 생태학을 전공, 2002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과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현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이다. 지은 책으로는 『어느 지구주의자의 시선』이 있다.
저자 : 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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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시민사회의 기획과 도전>,<백낙청이 대전환의 길을 묻다>,<99%를 위한 주거> … 총 12종 (모두보기)
소개 :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신문대학원에서 신문학 석사 학위, 미국 하와이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83년부터 2012년 정년 때까지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소설 『침묵으로 지은 집』을 썼으며, 다큐멘터리 영화 「사당동 더하기 22」를 제작하고, 최근 『사당동 더하기 25』를 출간했다.
저자 : 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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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백낙청이 대전환의 길을 묻다>,<미지에서 묻고 경계에서 답하다>,<정치의 몰락> … 총 8종 (모두보기)
소개 :
한국의 대표적인 정치컨설턴트. 20년 넘게 수많은 선거를 치렀다. 박성민 대표와 함께 일한 정치인들은 위기 상황에서 그가 보여 주는 직관과 돌파력에 높은 평가를 보낸다. 그는 “정치컨설팅이란 소리 나지 않고 조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컨설턴트의 영역은 무대 뒤이며 무대 위의 주인공은 정치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정치인들을 컨설팅 했는지는 외부에 거의 드러나지 않는데, 이는 정치인들이 그를 신뢰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을 찾아오는 클라이언트에 대해서는 정파나 당선 가능성을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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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아홉 살 함께 사전>,<입술을 열면>,<제비꽃 마을의 사계절>등 총 2,315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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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이 질문하고 7인의 전문가가 답하다
한국사회의 ‘큰 적공 큰 전환’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각계 전문가 일곱명을 차례로 만나 한국사회가 처한 위기의 진상을 묻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대담집이 출간되었다. 문단과 시민사회의 원로로서 언제나 인터뷰의 ‘대상’이던 백낙청이 직접 인터뷰어가 되어 지식인·활동가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한 이번 기획의 키워드는 ‘적공’과 ‘전환’이다. 우리 사회가 이뤄내야 할 큰 적공이란 무엇이고 큰 전환이란 어떤 의미인가. 정대영(경제), 이범(교육), 김연철(남북관계), 김영훈(노동), 안병옥(환경), 조은(여성), 박성민(정치) 등 7인의 전문가 인터뷰에서 그 답을 찾고자 했다.
백낙청이 인터뷰어를 자청한 까닭은 무엇일까
백낙청은 지난 2012년에 『2013년체제 만들기』라는 저서를 펴내며, 시대전환의 큰 원(願)을 세우고 대선승리를 통해 한국사회를 얽매고 있는 87년체제의 말기적 증상을 극복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개혁진영이 연이어 패배하며 새누리당 박근혜정부가 출범했고 새 정부는 거듭된 인사 실패와 공약 파기로 실정만 거듭하며 새로운 시대에 대한 국민적 갈망을 외면했다. 그러던 중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제때에 전환을 이루지 못할 경우 나라가 어떤 혼란과 난경에 빠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대참사였으나, 박근혜정부의 국정기조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세월호 이전’처럼 살 수 없다는 대다수의 외침을 들으며 백낙청 또한 더이상 가만있기 어렵다는 점을 깨닫고 오랜 침묵 끝에 「큰 적공, 큰 전환을 위하여」(『창작과비평』 2014년 겨울호)라는 글을 발표하며 사회적 발언을 재개했다. 이 책은 그 글을 기초로 하여 준비되었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대전환’의 과제는 무엇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할 것인가. 이것이 이 책이 던지는 핵심적인 화두다.
이 책은 본래 두명의 대담자가 서로 발언을 주고받는 여느 대담집처럼 구상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준비하기 위한 기획팀을 꾸렸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백낙청이 스스로 인터뷰어 역할을 자청하고 나섰다. 인터뷰이나 답변자로서의 역할에 익숙한 원로지식인이 각 분야의 현안을 새로이 공부하면서까지 질문자로 나선 이유는 앞서도 말했듯이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의 진로에 대한 그 나름의 물음이 지닌 절실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큰 적공 큰 전환을 위한 7개 핵심분야의 인터뷰
적공(積功)이란 사전적으로 ‘공력, 공덕을 쌓는다’는 뜻이다. 즉,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토대를 준비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우리가 ‘한국사회 대전환’의 목표를 위해 해내야 할 실천적 일감들을 마련하고 연마함을 가리킨다. 여기서 말하는 ‘대전환’이란 곧 87년체제를 넘어서 한국사회와 한반도의 총체적 개혁의 새 지평을 여는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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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한국(남한)이나 조선(북한) 모두 ‘결손국가’인 분단체제 <백낙청이 대전화의 길을 묻다> 붉은구름 ㅣ 2015-10-31 ㅣ 공감(0) ㅣ 댓글 (0)
추천 [서평] 창비 기획팀 <백낙청이 대전환의 길을 묻다 : 큰 적공을 위한 전문가 7인 인터뷰>를 읽고 / 2015. 05., 351쪽, 창비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와 그 후속 과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듯이, 한국 사회는 ‘상식을 초월하는 반칙과 사익추구 행위’가 대대적으로 저질러지는 사회다. 낮부끄러움 없이 거짓말을 해대고 공공연히 적반하장을 해도 무방할 만큼 수구 보수의 기득권이 완강한 사회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한국사회는 이명박 정부 때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더욱 후퇴한 듯 하다. 재벌 만능과 독재로 상징되는 과거로 회귀하는 와중에 야당과 진보진영의 대응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명박 정부 때보다 희망이나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지난 10년가 한국사회가 왜 이토록 후퇴하고 있는지 그 원인조차 불분명하다. 내노라하는 전문가나 학자들조차 합리적인 이유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사회가 처해 있는 구조적 모순을 밝히고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도움을 받기 위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살펴보다가 한국의 진보적인 지성인 중의 한 명으로 평가받는 백낙청 교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었다.
물론 최근 모 소설가의 ‘베끼기 논란’으로 '창비’와 백 교수의 신뢰와 이미지는 흔들리고 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와 별개로 한국사회의 원로이자 지성인으로서 백 교수가 바라보는 한반도와 한국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도움받을 만한 것이 있을 것이라 믿어 본다.
백낙청은 서장 ‘큰 적공, 큰 전환을 위하여’에서 2012년 말 대선에서 야권이 패배한 이후 책임감을 느끼며 한동안 침묵했다고 전한다. 그의 침묵은 세월호 참사의 발생으로 더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전처럼 살지 않겠다는 공감과 결의만으로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말로는 다 바꾸겠다면서 종전처럼 누리고 사는 삶을 전혀 바꿀 뜻이 없는 이들이 사회의 온갖 요처에서 버티고 있는데다가, 그들을 비판하고 심판하자는 야권의 정치인과 지식인도 여전히 ‘세월호 이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 일쑤”였다. 그는 2012년처럼 여전히 ‘한국사회에 아직도 시대가 요구하는 큰 전환을 이룩할 적공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세월호 참사는 "제때에 전환을 이루지 못할 경우 나라가 어떤 혼란과 난경에 빠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대참사”였던 것이다.
그는 ‘대전환’을 위해서는 ‘적공’이 쌓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공(積功)'이란 사전적으로 ‘공력, 공덕을 쌓는다’는 뜻이다. 즉,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토대를 준비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곧 우리가 ‘한국사회 대전환’의 목표를 위해 해내야 할 실천적 일감들을 마련하고 연마함을 가리킨다. 여기서 말하는 ‘대전환’이란 곧 87년체제를 넘어서 한국사회와 한반도의 총체적 개혁의 새 지평을 여는 전환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여러모로 발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분단체제의 질곡 속에서 여전히 극복되지 못한 문제들이 도처에 남아 있고, 수구적인 사회 기득권구조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단기적·중기적·장기적 개혁과제를 제대로 분별하고 배합하여 총체적인 진전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012년 대선의 목표로 ‘2013년 체제 만들기’를 기획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패배의 이유를 “‘희망 2103’을 향한 적공이 부족했다”고 진단한다. 자신의 2013년 체제론은 “87년 체제가 1961년 이래의 독재정권을 종식시킨 뒤에도 독재시대와 여전히 공유한 '53년 체제(정전협정체제이자 분단체제)'라는 토대를 변화시켜야만 87년 체제가 극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 중요하게 포함되었지만, ‘2013년 체제’를 구호로 채용한 인사들조차 그 점을 간과하기 일쑤”였다는 것이다.그리고 2013년 체제론의 해김 개념에 해당하는 ‘변혁적 중도주의’가 정작 2012년 선거에 임박해서는 실종되었음을 스스로 토로하면서 성찰한다.
또한 “시대적 전환에 저항하는 기득권 세력이 힘을 과소평가하는 어리석음을 보였”고, 자신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한국 사회의 막강한 수구,보수 동맹에 대한 인식이 충분치 못했다”고 평가한다.(18쪽)
백 교수의 ‘2013년 체제론’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분단체제’인 ‘53년 체제’와 분단체제의 하위 개념인 ‘87년 체제’에 대한 개념 설정이다.
‘87년 체제’가 군사독재를 무너뜨리면서 한국사회에 일정한 개혁을 가져왔지만, 분단체제인 ‘53년 체제’를 근본에서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에(민주정부 수립과 615 공동선언을 통해 좀더 흔들기는 했지만) 참여정부 중반부터 한국사회의 전 분야에서 과거로의 후퇴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적인 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87년 체제’는 세계적인 구조나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고려하지 않고 남한의 일정한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백 교수의 ‘87년 체제’는 일반적인 ‘87년 체제’와는 다르다.
백 교수의 분단체제론에 따르면 “대한민국(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그렇지만) 분단되지 않은 나라들과 달리 분단체제라는 중간항의 매개를 거쳐서야 근대세계의 ‘국가간체제’에 참여하는 변칙적인 단위”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분석에 의하면, 대한민국이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양쪽 다 ‘결손국가’다.
그는 4.19 혁명 이전의 대한민국은 불량국가였다. 이승만 정권은 "독재정권으로서도 무능하고 지리멸렬한 정권이었으며, 이 시기의 대한민국 자체가 국가세입의 큰 부분을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면서 국가운영도 미국 고문관들의 현장개입에 좌우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26쪽) 따라서 박정희 시대에 들어서야 ‘불량국가'에서 벗어나 결손국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백 교수는 1987년 이후 한국은 어떻게 진단할꺄? "대한민국의 획기적 개량은 물론 6월 항쟁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 결과로 87년 체제라는 한결 나아진 사회가 출범했다. 그러나 이때도 결손국가의 결손상태에 대한 ‘근본적인 수리’는 행해지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이렇게 개량은 되었지만 여전히 위태로운 체제가 노태우~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동안 “제때에 새로운 전환을 이룩하지 못하고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아래 역주행을 거듭하면서 불량국가의 면모가 다시 두드러지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런 한국사회의 현실을 종합하면 “원래 별로 나라답지 못한 나라를 국민이 피 흘리고 땀 흘려 살 만하게 만들어놨다. 그것이 근년에 와서 도로 망가진 면이 많아졌다. 그래도 아직 더 망가질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26~28쪽)
이와 같은 백 교수의 진단에 나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한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진상규명하자는 국민 500만 명의 요구를 ‘종북좌파’로 몰아붙이는 정권과 일부의 행태, 국가기관의 선거개입과 불법행킹을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버티는 정부여당, 대법원의 판결마저 뭉개는 재벌의 행태, 무능과 부정부패의 대명사가 된 정보기관과 국방부, 몰상식과 비열함의 극치를 보이는 언론과 사법부, 친일과 독재의 역사를 미화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은 그의 ‘분단체제론’과 ‘53년체제론’이 아니고서는 해명이 불가능하다.
백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경고한 3대 위기, 즉 ‘민주주의의 위기, 중산층과 서민경제의 위기, 남북관계의 위기’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불행히도 적중했”으며, 이에 더하여 ‘4대강살리기사업’에 의해 전대미문의 국토파괴라는 ‘제4의 위기’도 겹쳤다고 진단하며, 각 위기에 대한 자신의 분석과 해결방향을 제시한다.
서장 이후의 본장에는 백낙청이 인터뷰어가 되어 정치, 경제, 교육, 환경, 여성, 노동, 남북관계의 7개 핵심분야 전문과 차례로 만나 나눈 대담을 엮은 것이다. 이 기획의 키워드는 ‘적공’과 ‘전환’이다. 경제편 대담에서 경제학자 정대영의 한국경제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와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맞물리며 민생의 위기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시작으로 정치 편의 정치평론가 박성민의 야권 대권주자들의 대한 흥미로운 대담까지 살펴보며 우리 사회가 이뤄내야 할 적공과 전환은 무엇인지 이들의 인터뷰이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그가 만난 7인의 전문가들의 각자 분야에서 현장에 밀착해 있는 활동가, 연구자들이다. 백낙청은 이들 분야에서 한국사회를 정확히 해석하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지속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대전환의 상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 대담집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변혁적 중도주의’이다. 편협한 정파적 프레임을 버리고 참다운 변혁과 개혁을 이뤄내기 위해 ‘변혁적’ 관점을 견지하는 것이며 이러한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교육 등 각 분야에서 입체적인 적공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적공과 전환이야말로 우리 앞에 놓인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의 기본 덕목”이다.
7인의 전문가로 책에 등장하는 정대형, 이범, 김연철, 김영훈, 안병옥, 조은, 박성민이 특정 분야에서 나름의 적공을 쌓고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들 중 백낙청의 ‘분단체제론’과 ‘큰 적공, 큰 전환’론과 교감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특히 이범과 박성민은 ‘분단체제론’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책을 덮으면서 “운동의 방향을 정확히 설정하고 내실있게 적공을 해나가지 않으면 결코 그 뿌리를 건드릴 수 없는 분단체제 아래 우리가 살고 있음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인사가 백낙청”(6쪽)이라는 기획자들의 평가에 동의하게 된다. 그의 진단과 평가와 방향설정에 대해서는 시비가 있을 수 있지만, 그가 제시한 ‘분단체제론’은 한반도와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백 교수가 이 책을 발간하는 데 사전 공부의 결과라 할 수 있는 <2013년체제 만들기>, <어디가 중도이며 어째서 변혁인가>, <한반도식 통일, 현재진행형> 등을 읽어봐야겠다.
7인의 적공는 어디까지일까.
"우선 ‘경제 편’ 대담에서 경제학자 정대영(송현경제연구소장)은 한국경제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민생의 위기가 날로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박근혜정부하의 전셋값 폭등, 수출부가가치 부진, 복지 실종 등의 경제문제를 꼽으며 이를 해결할 방책으로 ‘반값집세’ ‘중소기업 육성방안’ ‘법인세·소득세 구조 개선’ 등을 내놓는다. 장기침체가 예견되는 상황에 맞는 중장기적인 경제정책도 중요하다. 그는 전세계적인 성장 패러다임에 그저 순응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를 되물으며 일자리 중심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함을 일깨운다. 또한 기존의 ‘정규직-비정규직’ 대결 프레임이 단지 "조금 나은 서민하고 조금 더 못한 서민 사이의 싸움"일 뿐이므로 좀더 큰 틀에서 구조적 문제해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상층의 재벌이나 전문직, 고위관료에서 공기업 직원, 대기업 정규직, 대기업 비정규직으로 이어지고 또 중소기업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으로 내려오는 직업에 따르는 신분의 서열구조를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를 노동자들 간의 싸움으로 국한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평론가 이범(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과의 ‘교육 편’ 대담은 ‘교육문제는 곧 민생문제’라는 범사회적 프레임을 제안하는 대담이다. 이범은 교육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진보진영에서 내세우는 구호에도 통념과 금기의 틀이 있음을 지적하며 초중등 교육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을 통해 협소한 시야를 넓힐 것을 주문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10여년간 대학서열화, 학벌주의 위주로 교육문제를 바라보면서 교사들의 일상적인 직업윤리 실천운동이 사라져버린 탓에 자사고 등 비평준화 학교 난립, 과도한 대입경쟁, 불공정한 내신평가 등 학생과 학부모가 피부로 느끼는 문제에 등한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응하여 이범은 보편적 수강신청제, 수평적 고교선택제, 국립대·사립대 통합선발제 등을 내놓는데, 특히 초중등 교육의 입시경쟁 완화를 위해 제시하는 한국형 A레벨 제도는 입시의 공정성을 높이고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등의 효과를 지닌 획기적 방안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천안함사건 이후 5·24조치로 냉각 일변도에 처한 남북관계는 어떻게 풀 것인가. ‘남북관계 편’에서 김연철(인제대 통일학부 교수)은 군비증강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남북경제협력을 새롭게 모색하는 방도를 제시하며, 중장기적으로 자주적 외교와 국방 정책의 수립, 두만강 등 접경지역 사업 등 한반도 평화체제 디자인에 대해 논한다. 근래 연이어 터졌던 참혹한 병영사고를 두고 ‘징병제와 모병제’에 관해 벌이는 대화는 국방문제가 우리 청년과 부모 세대 모두의 민생문제임을 드러내는 흥미로운 토론이다. 또한 박근혜정부에서 두드러진 군 출신 인사들의 등장이 민주주의 훼손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또한 이를 어떻게 문민통제 해나갈지를 논하는 부분도 주목을 요한다.
박근혜정부가 최대 과제로 꼽는 ‘공공개혁’의 당사자인 철도노동조합의 위원장 김영훈의 ‘노동 편’은 현 정부가 이전 정부들에 비해 공공부문에 ‘개혁’의 칼을 들이대며 우선적인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공공부문에 이어 민간부문에 대한 공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낳게 하며 이에 따라 공공·노동 부문이 선제적 개혁안을 내놓고 사회복지와 안전망 확충을 요구하는 것이 운동의 활로임을 역설한다. 2013년 철도민영화 시도에 맞서 전사회적 연대를 이뤄낸 경험을 살려 관성적인 구호 대신 다수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낼 안을 내놓는 대목에서는 새로운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을 기대해보게 된다. 또한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통합진보당 등 정파문제에 대처했던 에피소드 등 그간 털어놓지 못한 속내를 들을 수 있는 기회다.
후꾸시마 원전사고와 세월호참사 이후 우리는 ‘돈보다 생명’이라는 구호를 절감하고 있다. ‘환경 편’에서 안병옥(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생명보다 돈’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생태적 전환을 이뤄야 할 시기를 놓치게 되면서 현상유지는커녕 대규모 참극을 불러왔던 사례를 제시하며 ‘월성1호기 재가동 결정’ 등이 어떤 파국을 불러올지를 경고한다. 또한 환경문제의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인 기후문제에서는 "너무 거대한 변화"가 주는 무력감을 떨칠 수 있는 구조적·개인적 해법을 제시한다.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의 접목, 녹색당의 미래를 논하는 대목은 한반도 분단상황에 입각한 새로운 생태적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에 빠질 수 없는 논의다. 두 대담자가 성장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개괄하며 ‘적당한 성장’ 패러다임에 대한 입장 차이를 조율해가는 대목은 성장과 생태가 어느 지점에서 만나야 할지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사회학자 조은(동국대 명예교수)과 함께한 ‘여성 편’은 2010년대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이 처한 예기치 않은 역풍을 다루면서 시작한다. 민주화 이후 여성평등을 위한 노력이 진전되어왔음에도 성폭력·성추행 문제가 끊임없이 이슈화되는데다 근래 들어 IS 가담 청년의 반페미니즘 발언 등 사회적으로 여성에 대한 공격성이 눈에 띌 정도로 강화되었다. 이와 더불어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퍼져나간 ‘출산율이 낮아 국가위기, 이기적 골드미스’라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조은은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는 여성문제를 넘어선 양극화·고용불안정·보육·사교육 문제 해결과 연결지어야 하며 특히 진보진영은 잘못된 생각을 확대재생산하기보다 여성진영과 연대해 대안담론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본인이 참여하는 해고노동자 손해배상가압류 반대모임의 활동을 통해 여성운동과 다른 운동의 연대가 어떻게 실현 가능한지를 차분히 들려준다. 성소수자 문제, 성평등과 남녀조화 문제에 관한 대담자 간의 열띤 공방은 여성문제를 인문학적 차원에서 한층 깊이있게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
2017년 대선에서 누가 어떤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는 모두의 관심사다. 현 정부에 대한 실망뿐 아니라 야권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궁금증이다. 정치평론가 박성민(MIN컨설팅 대표)의 ‘정치 편’은 문재인·박원순·안철수·안희정 등 야권의 대권주자들에 대한 분석이 흥미로운 대담이다. SNS가 활성화되면서 유권자들이 정치인에 대해 어느정도 영향력을 갖게 되었지만 그에 비해 관료와 사법권력의 힘이 커지고 이를 통제하는 정치권의 힘이 약화되었다는 분석은 87년체제 말기 한국정치의 한 단면을 선명하게 드러내준다. 박성민은 우리 정치평론이 정치인 촌평을 넘어 중장기적 전망을 갖춰야 정치가 다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역설하는데, 이는 백낙청이 쓴 서장 [큰 적공, 큰 전환을 위하여]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즉, 선거승리에 집착해서는 선거조차 이길 수 없으며 시대전환에 역행·저항하는 기득권세력의 거대한 힘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상대의 힘을 파악해야 우리가 ‘중도’의 폭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을지를 가늠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우리의 시야를 이명박·박근혜 비판에서 근대 한국정치사 전반으로, 남한에서 한반도로 넓히는 일이 필수적이다. 이른바 ‘변혁적 중도주의’에 대한 두 대담자 간의 다면적 공감은 한반도 안보이슈 앞에서 ‘당당하게, 턱턱’ 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담대한 정치인의 탄생을 바라는 바람으로 모아진다."
[ 2015년 9월 03일 ]
광복 70년보다 더 중요한 것 메틀키드 ㅣ 2015-06-04 ㅣ 공감(2) ㅣ 댓글 (0)
어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면서도 또한 뛰어난 적응력을 갖춘 동물이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렇기에 나름 만물의 영장이네 뭐네 하며 거들먹거리며 젠체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망각과 뛰어난 적응력이 때로는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오는가.
어디? 어디? 하며 멀리 둘러 볼 필요조차 없다. 그냥 거울을 보면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된다. 광복 7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올 해 대한민국의 슬프고도 어처구니없는 지금의 모습을 보면 된다.
광복 70주년은 곧 분단 70년이다. 차마 할 말이 없어야 마땅하다. 심히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다. 어느 분의 말씀처럼 동서독의 ‘통일둥이’는 25세 청년이 되었는데, 한반도의 해방둥이는 칠십 노인이 된 상황. 그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운가, 그리도 잘나서, 그처럼 성대하게 축하하고 싶은가.
짧은 생을 돌아보면 나의 은사 중에서는 유독 국어, 역사를 가르치셨던 분들이 많았다. 담임선생님 중 대부분은 국어 아니면 역사 선생님이셨고, 졸업 후 지금까지 가끔씩이나마 소식을 전해 듣는, 인사를 드리는 분들 역시 국어, 역사 선생님들이다.
그 중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두 분이 계시다. 모두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이셨다. 한 분은 1학년 때 담임이셨던 역사 선생님, 또 한 분은 2학년 담임이셨던 국어 선생님이시다. 어쩜 어리바리한 어린 녀석의 삶의 방향을 급선회하게 만들었던 분들이라고, 지금 와서야 느끼곤 한다.
역사 선생님은 왼손의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한 마디씩 절단된 분이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왼손이었다. 그 배경엔 역사가 담겨 있었다. 4·19혁명이었다. 당시 서울대학교 사학과 청년이었던 선생님은 벗들과 함께 경무대 앞으로 달려 나가, 이승만 부패정권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부상을 입게 되셨다. 선생님이 경무대 앞 바리게이트를 넘어서는 모습은 <TIME>지 기자의 카메라에 담겼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소개하는 글이 담긴 타임지의 표지 사진이 되었다.
선생님은 완고한 분이셨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에게 가차 없이 회초리를 드셨다. 어린 기억으로는 공부를 잘 하지 못했던 아이들에게도 크게 꾸짖곤 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개인적인 감정으로 매를 드신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분명 ‘맞는’ 이유가 존재했다. 난 그 명쾌함이 어린 나이에도 맘에 들었다. 비록 많이 맞았어도….
역사 선생님은 후에 정년퇴임을 하신 뒤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온라인 매체에 기고를 하시고, 크고 작은 집회나 행사도 참여 하신다. 페이스북을 통해 잘못된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민낯을 알리기도 하셨다. 부끄럽고 어처구니없는 역사라도 남의 것이 아닌 ‘우리의 역사’이기에.
2학년 담임이셨던 국어 선생님은 이른 바 빨간 물(!)이 들었다는 ‘전교조’ 선생님이었다. 물론 어린 내가 전교조에 대해 알고 있을 리 없었다. 주위에서 소곤거리는 ‘잡스런 소음’으로 선생님에 대한 전설(!)이 퍼졌다.
총각이셨던 선생님은 평소 오지랖 넓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어머니의 중매에 의해 같은 학교 음악 선생님과 결혼에 골인했다. 뭐 그것 때문에 어머니가 중신에 대한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암튼 두 분은 참 잘 어울려 보였다.
국어 담임선생님과는 참 즐거운 한 해를 보냈다. 북한산 자락으로 아이들 몇 놈들과 등산을 갔다 길을 잃어 해매다, 냇가를 발견하고는 “여기서 우리 홀딱 벗고 미역 감을까?” 하시던 호연지기! 그때 나타난 군인들에게(도대체 북한산 자락의 군인들은 어디에 숨어있다 나타난 것일까!) “여기는 들어오면 안 되는 구역입니다!”라는 경고성 멘트를 듣고도, 순전히 몰랐다는 이유로, 고의성이 다분히 없었다는 이유로 끝까지 미역을 감고 철수한 또 다른 호연지기! 선생님은 작은 체구에서도 수많은 에너지가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 분이었다.
선생님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참 많다. 하나 같이 이제는 소중한 기억이자, 추억이다. 그런데 그 중 가장 아프고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시간이 있었다. 국어 수업 시간, 선생님은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오셨다. 영어 시간도 아닌데, 어인 플레이어? 국악이라도 들려주시려나? 아이들은 이 분이 또 어떤 음모(!)를 꾸미려고 하는지 의혹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오늘은 진도를 나가는 대신에 너희들에게 노래 한 곡을 들려주고 싶다. 정태춘·박은옥이라는 분들의 노래야. 제목은 <우리들의 죽음>이다. 너희들과 다르지 않은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노래란다. 가사를 잘 들어보고, 왜 이 아이들이 죽어야 했는지, 잠깐이라도 생각해보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도 좋다. 그냥 노래를 들어보기만 하자”
그리고 선생님은 노래를 들려주셨다. 가난한 맞벌이 노동자 부부. 그들에겐 예쁜 딸과 아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일하러 나간 사이, 달리 갈 곳이 없었다. 부모들은 행여나 아이들이 밖에 나가 그 어떤 사고라도 당할까봐, 좁디좁은 방 안에 아이들이 먹을 점심 밥상과 요강을 두고 밖에서 문을 잠그고 일터로 나가야만 했다.
남겨진 아이들은 심심했다. 밖의 세상이 궁금했지만, 나갈 수 없었다. 낮에는 텔레비전도 나오지 않았다. 밤에 나오는 텔레비전에도 엄마와 아빠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 동네, 우리 집도 나오지 않았다. 온통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좁은 방안을 떠돌다 성냥을 발견했고, 호기심에 불을 당겼다. 그리곤 다시는 엄마와 아빠를 볼 수 없는, 먼 길로 떠나고 말았다. 혜영이는 다섯 살이었고, 영철이는 세 살이었다.
중학교 2학년 까까머리 녀석들에게 그 노래는 의문의 연속이었다. 왜 문을 담그고 나가신 거지? 왜 아이들은 불장난을 한 거지? 왜 남매에겐 친구들이 없었지? 그리고 왜 이 아이들은 그렇게 죽어야 했던 것인지….
선생님은 노래가 끝난 뒤에도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감상문 따위를 쓰라는 말씀도 없었다. 그저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계셨다. 솔직히 당시 그 노래가 강렬한 충격으로 내게 다가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유 없이 비릿한 슬픔과 의문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 그 어떤 ‘아픔’을 느낀 것 같았다. 그저 아팠다.
그 이후에 세상은 참 많이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때론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치곤 한다. 지금도 가난에 의해 살해당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리고 다른 한 편에선 돈으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들이 득시글거린다. 정의와 평등, 상식의 가치는 여전히 저 멀리에 있다.
이 자식이, 왜 또 뜬금없이 백 교수님의 책을 소개하면서, 딴 얘기를 늘어놓고 있나 하실 분들 많으시겠다. 이제 그 이유를 말하겠다. 중·고등학교를 지나는 동안에도 여전히 나의 머릿속은 ‘無’였다. 생각 없이 한심하게 살았다. 그러다 음악에 빠져 공연한답시고, 돌아다니며 만만치 않은 양의 소음을 살포하기도 했다.
그러다 대학을 준비하며, 과연 내가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살짝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 점수로 그리 많은 선택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다행스럽게도 부모님 역시 학과 선택에 대한 모든 권한을 나에게 위임해주셨기에, 온전한 나의 선택만으로 학과를 정해야 했다. 그런데, 무얼 배우지?
훌륭하신 담임선생님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덕분에, 나에게 생긴 단 하나의 좋은 습관이 있다면 그것은 독서였다. 특히 선생님들은 역사에 대한 개인 공부를 강조하셨다. 무려 공교육의 최 일선에 계신 분들이 역사는 교과서보다는 따로 공부하라는(!) 불순한 말씀을 하셨다. 때문에 다른 것은 몰라도 역사 공부는 나름대로 혼자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가. 그동안 난 단 한 번도 온전한 우리의 역사를 배우지 못한 것이 아닌가. 북쪽의 역사를 빼고, 어떻게 역사를 제대로 공부했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거기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였다.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또 하나의 이유, 해방 후 지금까지 남쪽의 역사가 파란만장하게 걸어온 이유, 때론 뒤틀리고 왜곡되고, 정의가 땅바닥에 떨어지게 된 근본 이유는 결국 분단이라는 족쇄 때문이라는 나름의 결론을 얻었다. 분단이 가져온 온갖 기형적인 것들이 이 땅을 살아가는 모두를 구속하고 있음을 느꼈다. 진정한 민주주의도, 평화도, 결국은 분단극복이 이뤄져야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막연히 꿈꾸던 국어선생님이라는 꿈을 버리고(우리 교육계를 위해 정말 잘 한 선택이라고 지금도 믿는다), 신생 학과였던 북한학과에 지원했다. 도대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북쪽을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통일이라는 민족의 숙원을 위해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왔다. 대학 입학 후 부터 따져보니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조금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결국 난 북쪽이라는 화두, 통일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지금까지 살아왔다. 재능과 근면함이 없기에 내공 따위는 쌓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
아주 당연하게도, 그리고 어쩜 다행스럽게도, 돈 따위는 모을 재간이 없었다. 명예나 권력과도 거리가 멀었다. 지금도 빚이나 다 갚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끈질기게 살아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후회는 없다.
그 이야기를 2학년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린 적 있다. 한창 기자로 살아갈 때였다. 선생님은 오랜만에 연락한 녀석의 해괴한 논리의 글을 읽으시고는, 한 마디 하셨다. “당장 뭐 먹고 살까를 궁리하며 학과 선택을 하고 배움의 길을 가는 세상에서 네가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대견하다.”
어쩜 그 말씀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 어떤 명예나 권력 따위가 없어도, 나름 자부심과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올 수 있었던 것, 그것은 선생님과 같은 분들의 따뜻한 격려와 위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모른 척(!) 내 길을 응원해주는 가족들의 존재도 크디크다.
여전히 나의 생각은 변함없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죽기보다 싫었던 사람들은 “모든 건 노무현 때문이다!”라고 외쳤고, 이명박 시대엔 “모든 건 MB때문”이라고 소리 질렀다. 그리고 지금은? 답하기 싫다.
그런데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오직 분단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는 자각에서부터 해결의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분단을 모른 척하고, 북쪽을 외면하고, 우리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 진리이자 상식이다.
백 교수님이 정치, 경제, 여성, 교육, 노동, 환경, 남북관계 등 우리 사회의 주요 분야 전문가들과 만나 나눈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보다 더 사람답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역시나 ‘분단체제’ 극복으로 해석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비정상화의 극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현 시기에, 무정부 시대라는 슬픈 이야기들이 나오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결국 상식과 정의에 기반 한 온전한 평화다. 너와 내가 안심하고,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대, 그런 꿈을 현실로 하나하나 만들어갈 수 있는 노력, 그런 적공이 필요하다.
평화체제를 이야기하고, 평화협정을 말하면, 그것이 마치 북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비쳐질까, 두려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평화체제, 평화협정을 이야기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도대체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백 교수와 대화를 나눈 전문가들은 모두 나름의 적잖은 내공을 지닌 분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을 포함해, 어떠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박노자 교수는 우리 사회 지식인들의 두뇌 속에 각인된 사대주의를 비판하며, ‘내지’ ‘내지어’란 단어를 사용한 바 있다. 미국과 영어를 의미한다. 이것이 과연 과도한 표현인지, 우리 사회의 지식인을 자처하는 이들의 두뇌 속에 과연 내지와 내지어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바로 이런 뼛속까지 박혀있는 사대주의의 극복이 결국 분단극복의 출발이자, 광복 70주년이 주는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어쩔 수 없는 나의 무력함으로, 좌절하며 드러눕고만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야 할 것이다. 강렬한 저항과 자각의 과정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매서운 눈초리와 근면함으로 좋은 책 알리기에 부지런해질 것을 말씀드린다. 그동안의 나태함을 용서해주시기 바란다!
“나는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나, 바뀔 수 있나를 묻기 전에 나 스스로 얼마나 바뀌었고 바뀔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이다. 다음으로 주위에 바뀐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찬찬히 살필 일이다. 그리고 두 질문에 모두 ‘아무것도 안 바뀌었다’는 답이 나온 게 아니라면, ‘그런데도 세상 전체는 왜 이다지도 안 바뀌나’를 묻고 끈질기게 파고들어야 할 것이다.” - 349페이지.
총 : 3편
무엇이 문학의 개현을 가로막는 패악인가 파란여우 ㅣ 2015-09-01 ㅣ 공감(33) ㅣ 댓글 (0)
9월 1일 화요일
흐리고 더움
오늘 ‘문학동네’ 대표와 1기 편집위원이 올해를 기점으로 사퇴한다는 기사를 봤다. 1기 편집위원이 물러난 자리는 2기 편집위원이 맡는다고 한다. 명단을 보니 흡족하지 않다. ‘신경숙 표절’ 사건이 터졌을 때, ‘표절’이라는 말 대신 “유감”이라는 UFO 같은 말을 썼던 신형철이 남았다. 표절이면 표절이고 아니면 아니지 ‘구차했다’. 편집위원 ‘후까시’ 살리려다가 외려 ‘가오’만 망치고 말았다. 글이 ‘장난의 핏줄’을 타고 났지만 문학동네 결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문제는 ‘창작과 비평’이다. 백영서 편집주간-출판한 책 90퍼센트가 ‘창작과 비평’이다-명의로 발표한《창작과 비평》가을 호 ‘책머리에’ 에 쓴 “문자적 유사성”이라는 말은 곧 백낙청 편집인 생각이다.
문학이 세상에서 맡은 역할은 ‘진실을 전달’하는 이야기로서의 기능이다. 거짓말 가운데 숨겨놓은 진실을 찾는 게 문학이다. 세상에서 문학이 차지하는 영역이 있다면 진실을 전달하는 상징과 현실을 꿰어보게 하는 영역이다. 이 두 가지는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나 문학이 움직이는 일이나 엄중한 본질이다. 세계와 문학은 틀에 구속할 수 없는, 그러나 엄밀하게 자각한 한계와 무의식에 파고 든 미세지각까지 섞여 중얼거린다. 이 가운데 진실을 놓지 않고 부조리를 가리키는 게 문학이 할 일이다. 문학이 자유로우면서 고통스러운 건 이 때문이다.
서경식 선생은《시의 힘》에서《창작과 비평》창간호에 실린 백낙청 편집인이 쓴 창간사 가운데 “분단시대 민족 문학은 한국 국내 독자뿐 아니라, 휴전선 너머에 있을 보이지 않는 독자도 상정해야 한다.”는 말에 크게 자극받았다고 한다. 서경식 선생은 이 말을 “보편성으로 가는 통로”로 해석하는데 백낙청 편집인이 “프랑스 잡지《현대(Les Temps Modernes)》를 지표삼아 앙가주망 정당성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부조리에 대한) 저항과 (억압을 극복하고 자유를 쟁취한) 민족을 따졌던 사람이 유치원 아이들조차 알만한 베껴 쓰기를 두고 출처 불분명한 “문자적 유사성”이라고 언죽번죽 옹알댄다.
“문자적 유사성”이라는 말은 편집 특권을 가진 편집인이 독자에게 권력을 행사한 행위이자 출판계 분골쇄신에 역행하는 짓이다. 백낙청 편집인 같은 후안무치하고 노회한 권력가가 출판계 큰손으로 있다는 건 한국문학의 수치일 뿐만 아니라 문학의 긍정적 개현을 가로막는 패악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작가들과 교류를 하지 않으면 외롭지 않냐고 기자가 묻자 자유로워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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