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7
1802 곽태환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 통일뉴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 통일뉴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칼럼>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곽태환 | thkwak38@hotmail.com
승인 2018.02.16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국 이 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2월 10일 청와대를 예방하였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그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였다.
김 특사는 구두로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방문 초청 메시지를 전했다. 김 위원장이 “이른 시일 내 방북”을 초청했으며 이는 사실상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의 초청을 조건부 수락한 것이다.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2박 3일 방남이 남북관계의 복원을 위한 역사적인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한반도 화해 분위기, ‘여건’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의 의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이 성과 있게 이뤄지려면 남북관계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한반도 분위기·여건·환경이 무르익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개의 축이 같이 굴러가야 수레바퀴도 같이 가는 것”이라며 “북미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에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문 정부의 이러한 판단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반도 주변 4강(미. 중. 러. 일)의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미국의 협조 없이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불가하며 남북대화 진전에 못지않게 북미대화와 협상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있어서 핵심 사안이다.
김 위원장의 평양방문 초청을 받은 문 대통령은 한편 기쁘면서도 다른 한편 미국과 엇박자를 내지 않고 남북정상회담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북한의 새로운 대남전략과 의도에 대한 객관적 분석도 필요하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신중하게 대응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은 현시점에서 핵 포기를 거부하는 북한의 비핵화의 진전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 파트너인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적어도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것이다. 북한 핵문제가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문 정부가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현명한 현실적 판단이다.
북한, 평화공존 전략으로 전환?
그러면 북한이 대결정책에서 평화공존 정책으로 전환한 동인을 이해해야 한다. 최근 국제사회와 미국의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와 압박으로 상당한 경제적 위협과 참수작전의 두려움 등 국제사회의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평양 전략가들은 새로운 대남전략을 구상해 온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작년 11월 29일에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하였고, 그의 금년 신년사에서도 재강조했다. 이제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었으니 평화공세를 펴 나갈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김 위원장의 새 구상은 남쪽을 이용하여 먼저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남북간 평화공존을 유지하면서 미국에 접근하려는 전략으로 가칭 ‘용남통남통미’(用南通南通美) 전략인 것 같다. 김 위원장의 이런 구상이 성공하려면 먼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통 큰 결단을 해야 할 때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1.10)에서도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언제든지 정상 회담에 응할 생각이 있다”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문제 해결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여건’을 강조한 것은 한미동맹 틀 속에서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비핵화와 관련하여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고 그의 방북 ‘조건’으로 못 박은 것은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 ‘최대압박과 관여정책’ 투 트랙 병행 추진
트럼프 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전제하지 않은 북미대화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북한 대표단과 만나길 의도적으로 피했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와 ‘최대압박’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도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다. 그는 북한 고위급대표단과의 접견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에 조기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미국과의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을 분열시키려는 북한의 의도를 차단하고 한미공조를 보다 공고히 하기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구상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제로 한 북미대화를 주장하는 미국의 입장과 일치하며 한미공조 분열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으로 인해 공은 다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넘어가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를 병행추진하기 위해서 먼저 김 위원장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 고위급대표단과의 접견에서 이런 입장을 분명히 설명했을 것이다. 향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대화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앞에서 지적한 바 같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태도 변화와 진전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시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관련 통 큰 결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그가 ‘국가핵무력 완성’을 주창하면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대화에 호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생존전략으로 이젠 핵‧미사일을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그리고 북한 스스로가 핵무용론을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국제적 환경과 비핵화의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한미 양측이 북한이 갖고 있는 ‘피포위 강박증’(siege mentality)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요약하면, 만약 한미가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재조정하여 잠정적 중단을 선언하고 북한이 상응하는 조치로 핵‧미사일 동결을 선언하도록 유도하면, 북미대화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될 것이고, 문 대통령이 방북 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문 정부는 북미간 적극적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 대통령이 10일 북한 고위급대표단에게 ‘조기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북한의 기본 입장은 북미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대화 성사의 조건에 대한 미국과의 입장 차이가 크다. 지금까지 북한은 핵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비핵화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북한 입장은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먼저 포기할 것을 주장해 왔다. 그러므로 북미 간 조기대화가 성사되려면 북한의 기존 입장이 변화되어야 하며 이 길만이 북한의 생존을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믿지만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생존을 위한 현명한 결단에 달려 있다.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문 대통령과 접견한 10일, ‘조선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대변인은 “미국의 끈질기고 악랄한 핵 위협 공갈과 핵전쟁 도발 책동에 맞서 자위의 핵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에 따라 북한이 미국과 조건 없는 ‘탐색적 대화’를 제안할 가능성도 보인다. <워싱턴포스트>(2.11)에 의하면 미국이 조건 없는 북미대화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밝혔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와 관련한 3가지 핵심질문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성사되려면 아래 핵심질문에 대한 해답이 분명하게 도출 되어야 한다. 첫째,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3월 25일 이후 연기된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재개하기로 되어 있는데 재개해도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화해와 협력 분위기를 지속할 것인가? 그가 한반도 외곽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남태평양지역에서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실시하면 그래도 반대할까?
둘째, 미국은 조건 없는 북미대화를 할 것인가? 펜스 부통령과 틸러슨 국무장관도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를 유인하는 북미간 탐색적 대화를 조건 없이 미국은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런 대화를 수용할까? 평창올림픽으로 지연된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재개 되도 북한은 북미간 예비적 대화에 나올까? 그리고 북한이 한국 정부의 고위급특사단을 받아들일까?
셋째, 만약 북미간 탐색적 대화가 실패해도 남북간 화해‧협력 분위기가 이어질 것인지? 북한의 비공식 대변지 <조선신보>(2.12)는 논평기사에서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 북측이 핵 시험이나 탄도로케트시험 발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론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성이 있다”고 지적하였고, 이는 시사한 바 크다. 만일 김정은 정권이 이러한 입장을 견지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이 핵‧미사일 동결을 자발적으로 선언한다면, 한미 양측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군사훈련도 동결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이 긍정적이고 이어 북미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한‧미‧북 3자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지난해 11월 29일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이후 핵‧미사일 동결을 공식적으로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조용하게 핵‧미사일 동결을 해왔고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해왔다. 그 연장선에서 결국 북미관계에서도 돌파구를 모색하려 한다면 북한은 핵‧미사일 동결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3월 25일 이후 재개하기로 한 한미합동군사연습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잠정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면 조만간 북미대화가 평창올림픽 기간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반도 화해‧협력‧평화 무드는 평창이후 군사훈련이 재개된다면 급속으로 냉각될 것을 생각하니 아쉽고 안타깝다.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한반도에서 ‘평화의 불꽃’이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한‧미‧북 3국 정상들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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