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8

[시론] 이젠 미국이 대화에 나설 때 ::: 미주 중앙일보 - The Biggest Nationwide Korean-American Newspap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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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젠 미국이 대화에 나설 때

안태형 / 국제관계학 박사
안태형 / 국제관계학 박사  
[LA중앙일보] 발행 2018/03/07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8/03/06 17:57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 민족과 전 세계에 큰 선물을 안고 돌아왔다. 3월 5일 방북해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만나 네 시간 가량의 면담을 마치고 돌아 온 대북특사단은 다음 날 4월 말 제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등 6개 항으로 구성된 언론발표문을 발표했다.

6개 항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항, 남북은 4월 말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 2항, 남북은 정상간 핫라인을 설치한다. 3항,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4항, 북측은 비핵화 문제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대화할 수 있다. 5항,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을 하지 않는다. 6항, 북측은 남측의 태권도시범단과 예술단의 평향 방문을 초청한다.

1, 2, 6항은 남북관계 개선과 화해에 대한 내용이고 3, 4, 5항은 북미대화와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내용이다. 방북 전 남북관계는 상당한 진전이 있겠지만 북미관계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이번 특사단의 합의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모두에서 긍정적이고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북미대화 의제로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으며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며, 선대의 유훈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 점"은 많은 회의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여전히 가능성 있는 목표라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대북특사단 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전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대화에 나오기 위해 우리나 다른 국가에 특별히 '요구한 것'이 없었고 단지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의사만을 밝혔다고 한다.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연기되었던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문제와 관련해서도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하며 "한반도 정세가 안정기로 진입하면 한미훈련이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진다.

이제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대화의 실현 가능성은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달려 있다. 남북 간 합의 소식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태도변화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의 효과라고 믿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이것만이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다. 현재 북한의 정책변화에는 제재효과만큼이나 김정은 체제의 안정과 핵무력 건설 완성에 따른 자신감과 한국정부의 지속적인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북한이 자신을 진지한 대화상대로 인정해 달라는 말은 미국도 정책변화와 더불어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트럼프 대통령도 한반도 비핵화를 의제로 한 북미대화의 성공을 위해서 최대 압박이 아니라 관여정책으로 돌아서야 한다. 지금은 대화의 여건을 만들어야 할 때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과 관여정책 (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정책적 수단은 정책적 목표에 부응해야 한다. 대북 제재와 압박은 수단이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정이 목표이다. 결코 이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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