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7
킹 전 특사 “김계관, 과거에도 ‘리비아 방식’ 강한 거부감”
킹 전 특사 “김계관, 과거에도 ‘리비아 방식’ 강한 거부감”
킹 전 특사 “김계관, 과거에도 ‘리비아 방식’ 강한 거부감”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8-05-16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제공
로버트 킹 "북, 리비아 모델 원치 않았다"
앵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16일 담화를 통해 ‘리비아식 핵 포기’를 수용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오랜만에 등장한 김 제1부상이 비핵화의 방식으로 ‘리비아 모델’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가운데, 2011년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김 제1부상 사이의 일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노정민 기자가 되돌아봤습니다.
“선 핵포기, 후 보상을 뜻하는 리비아식 핵포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핵∙미사일∙생화학 무기의 완전 폐기 등 미국이 언급한 비핵화 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북한에 강요하려는 의도이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16일 발표한 담화의 일부 내용입니다.
오는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에 ‘리비아식 핵 포기’를 주문하는 가운데 김 제1부상이 이날 공개적으로 리비아식 핵 포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를 재고할 가능성까지 언급할 만큼 ‘리비아식 핵 포기’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낸 가운데 과거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김 제1부상 사이의 일화가 다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킹 전 특사는 5월 초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단독 회견에서 2011년 북한을 방문해 김 제1부상을 만났을 당시 “북한은 절대 리비아의 모델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2004년,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는 비핵화를 선언하고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2005년, 이를 주도한 톰 랜토스 하원의원과 당시 하원 외교위원회 국장 신분으로 북한을 방문한 킹 전 특사는 ‘리비아의 선택이 관계 개선과 경제개발 등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게 됩니다.
이후 2011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신분으로 다시 북한을 찾은 킹 전 특사는 김 제1부상을 만나 과거에 자신이 랜토스 의원과 방북했던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그때 카다피 국가원수의 비참한 최후를 알고 있는 김 제1부상이 자신에게 “당신을 기억한다”라며 “북한은 절대 리비아의 모델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는 겁니다.
- [기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계속 북한의 비핵화에 ‘리비아식 모델’의 적용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킹 특사께서는 과거 경험을 들어 ‘북한에 리비아식 모델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바 있는데요.
[로버트 킹 전 특사] 2000년 중반 리비아가 미국과 관계개선을 한 뒤 톰 랜토스 하원의원과 북한에 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랜토스 의원이 북한 사람들에게 “리비아가 좋은 결정을 했다. 핵무기를 포기했고, 리비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경제적 발전과 함께 미국과 관계도 좋아졌다”라는 메시지를 전했죠. 그리고 5~6년 뒤 미국이 대북 인도주의 지원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을 때 북한을 방문해 당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만났습니다. 그때 김 제1부상에게 “과거 랜토스 의원과 방북한 적이 있다”라고 말하자, 김 부상은 “기억난다”라며 곧바로 “당시 랜토스 의원이 리비아의 모델을 따를 것을 설득했지만, 우리는 절대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지금 리비아가 어떻게 됐는지 보라”면서요. 저는 리비아 모델이 북한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킹 전 특사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관한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리비아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오히려 비핵화를 추진하면 리비아와 같은 결과를 낳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하는 것이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데 생산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11년 킹 전 특사와 김 제1부상의 일화가 있은 지 7년 만에 김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리비아와 북한은 비교할 수 없다”라며 리비아식 핵 포기를 수용할 수 없음을 한 번 더 확고히 한 겁니다.
러시아 출신 한반도 전문가인 국민대학교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도 북한은 핵을 포기한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이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교훈으로 새겼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란코프 교수] 북한을 핵을 포기한 리비아의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것을 잘 보았고, 그 교훈을 깊이 새겼습니다. 그들은 리비아 정권이 위기에 빠졌을 때 핵무기가 있었더라면 서방국가와 미국의 간섭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권력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비핵화는 자살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또 자유아시아방송이 지난달 미국의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대다수 전문가가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기는 비현실적”이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하지만 미국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 “북한의 핵무기와 핵연료, 미사일의 완전한 포기가 비핵화를 의미하며 리비아의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고, 지난 13일 미국 ABC방송과 한 회견에서도 “리비아의 사례처럼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폐기해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의 국가안보단지 창고에 보관하는 것이 비핵화”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김 제1부상의 담화가 나온 이후 미국 백악관의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16일, 미국은 북핵 협상에서 ‘리비아식 모델’이 아닌 ‘트럼프식 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으며 백악관과 국무부 모두 미북 정상회담 준비는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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