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9

(10) Jeongho Park - 잘 나가는 동아시아의 책이 먼 길을 돌아왔다. 책 한 권의 우편물이 세관을 거쳐, 검역을...



(10) Jeongho Park - 잘 나가는 동아시아의 책이 먼 길을 돌아왔다. 책 한 권의 우편물이 세관을 거쳐, 검역을...







Jeongho Park
5 February at 22:34 ·



잘 나가는 동아시아의 책이 먼 길을 돌아왔다. 책 한 권의 우편물이 세관을 거쳐, 검역을 거쳐 나에게 도달했다. 서울의 출판사에서 마닐라의 저자에게로 날아갔다 다시 서울의 독자에게로 왔다. 귀한 생각, 먼 걸음에 나의 소감을 적었다. 생각을 밝혀준 나성섭박사님께 감사드린다. 간병과 입원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적어두었던 몇 자 소개글을 옮긴다.

<교육의 미래, 컬쳐엔지니어링>은 교육을 세상을 바꾸는 사회공학으로 보고 나성섭, 함돈균, 폴김, 김길웅 네 명의 전문가가 그동안의 경륜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4차산업시대에 어떻게 사회를 디자인할 것인가 놓고 나눈 대담집이다. 대담집인 만큼 저자 개개인의 경험과 안목에 의존도가 높고 '사람이 학교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참여자의 경험치와 깨우침이 이 대담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동력이다. 저자들은 폴 킴 스탠퍼드대학교 교육대학원 부학장, 김길홍 국제개발협력가, 나성섭 아시아개발은행 교육 분야 대표, 함돈균 문화평론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폴킴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맞는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 설파하고, 함돈균 평론가는 문화적 대전환기에 교육의 실천적 전략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김길홈, 나성섭 두 분은 국제기구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대개혁에 무엇이 긴요한지 실천적 사례를 중심으로 짚어 가고 있다.

이 책은 우선 지금까지 교육개혁을 논한 다른 책들과 결이 다르다. 지금까지 한국의 교육 개혁이 교과과정, 교육 제도, 교과목, 교수방법론 등 기존 교육학개론의 개요를 바탕으로 훑어 본다면 이 책은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사회가 도래할 때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기획하고 어떻게 세상을 바꿔나갈 것인지를 논한다. 컬쳐 엔지니어링은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가 도래하는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메뉴얼이 의미없는 시대에 세상을 어떻게 맞서서 새롭게 묻고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실천적 방법론을 모색한다. 교육을 논할 때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지 않는데 여기에서는 제도와 장소를 넘어 배움이 어떠해야하는지 묻고 있다. 다시 말하면 지식보다는 세상을 살아가고 세상을 바꾸어나갈 때 즉 치국평천하를 의도할 때 어떻게 밝은 덕을 더욱 더 밝힐 것인가 논하는 것이다.

컬쳐엔지니어링은 Industry 4.0의 시대에 우리 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지 답한 것이지만 체화되지 않은 생소한 신조어만큼이나 낯설다. 낯설다는 것은 아직 우리가 새로운 문화적응력을 어떻게 가꾸어 나갈 것인지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를 반증하는 사례일 수도 있다. 컬쳐엔지니어링은 새로운 문화를 어떻게 구상하고 어떻게 가꿀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문화 공학이자 미래지향적 교육방법론이다. 우리말로 문화공학이라 번역하면 될 터인데 왜 원어를 그대로 가져왔는가 의문을 거두기 위해서는 목차라도 제대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차례만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홉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갈등수용능력- 갈등을 드러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 리스크테이킹- 처음에는 망하는게 정상이다, 
3. 도시경쟁력-플랫폼 도시의 발전 동력은 무엇인가, 
4, 인재전쟁 - 기술혁명 시대 인재가 갖추어야 할 무기는?, 
5. 다양성 -다른 생각은 어떻게 경쟁력이 되는가?, 
6. 사회적 신뢰- 인곤지능이 만들어낼 신뢰의 위기, 
7. 메뉴얼 없는 사회 -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가 오고 있다, 
8. 글로벌 시티즌쉽- 시민은 군중도, 백성도, 국민도, 중생도 아니다, 
9. 미래학교- 사회에 적응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교육을 위해

목차들만 보아도 이 책이 어떻게 미래를 디자인하고 급변하는 세상에서 세상을 어떻게 선도적으로 바꾸어나갈지 세부적인 구상들이 보인다. 여기서 교육이란 배움이고 배움은 통찰력을 배양하는 것이며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실천전략이다. 

여기까지는 현대교육계의 동향을 반영한다 할 수 있다. 교사 중심이 아니라 학습자 중심이며,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실천적 대응력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길을 개척하는 것은 교육계의 화두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교육현실을 돌아보면 우리는 이러한 비전과는 다른 현실에 매어 있고 지금까지 한국의 대학이 경험하지 못한 교육일 수 있다. 나성섭 선생님에 의하면 베이징대학교에서 세계유명대학 총장들을 초대한 포럼이 있었는데 베이징대학교는 미래비전을 성취하기 위하여 최고의 연구력을 지닌 인재들을 채용하는 일이라 하고, 스탠퍼드 대학교는 다양성 추구로 미래 비전을 실현한다고 하는데 한국의 유명대학교 총장은 취직률과 고시합격율을 자랑하였다고 한다. 유명대학 총장의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운 이 같은 대학의 지도자를 보면 우리 대학이 미래에 대한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세계적 경쟁 대열에서 벗어나 나라 안에서만 도토리 키재기에 매달려 있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은 한국의 교육이 시험 중심으로 순위매기기에 매몰되어 있으며 차세대 경쟁에서 갈 길이 아득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한 아홉 개의 망원경으로 다가오는 미래를 살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다가오지 않은 사회에 대하여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방법을 찾아내기 위하여 생각의 길을 내는 것이다. 그것은 불쑥 내민 수수께끼 같은 미래에 당황하지 않고 미리 탐구하여 질문을 던지고 물음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아쉬운 점은 미래에 대한 질문인데 제시된 사례들은 제3세계 국가의 오래된 경험들이다. 또 대한민국이 겪은 무수한 성공과 실패 사례가 있는데 갈등수용능력이나 위험감수 등이 모두 외국의 사례들로만 채워져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의 드라마 속에서 위험천만하고도 치열한 경험들에 비하면 실감이 떨어질 수도 있고 또 한국 교육을 사지선다형이라는 제도만으로 보기 때문에 내부에서 일어나는 치열한 내파적 혁신을 보지 못한 채 부정적으로만 평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점수기계를 양산한다는 비판은 컬쳐엔지니어링을 돋보이게 할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교육계의 작지만 위대한 실천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마중물로 삼아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과 탐구로 이어질 수 있다. 

우문현답,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교실을 학교를 교육을 바꾸려는 무수한 작은 노력들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왔고 패러다임의 전환도 감당할 것이다. 즉 이 책에서 제시한 질문들은 유효하지만,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할 일이다. 아니 답하려 하지 말고 통찰력을 바탕으로 전망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시대가 되었다. 관점의 전환을 통하여 패러다임의 전환을 구축하고 비판적 사고, 창조성, 협력, 소통이라는 통찰적 사유로 새로운 시장, 새로운 노동력, 새로운 기업의 출현에 민첩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출사표는 새로운 질문으로 시작될 것이다. 한국 교육의 미래에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가 열어야 할 새로운 세계에 관심이 있다면 여기 네 명의 전문가가 던지는 질문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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